'독서일기'에 해당되는 글 33건

  1. 2011.07.12 찾거나 혹은 버리거나 in 부에노스아이레스
  2. 2011.07.03 완득이
  3. 2011.07.03 SOS원숭이
  4. 2011.06.07 홀로 남겨져
  5. 2011.06.02 고백
  6. 2011.05.19 달과 게 4
  7. 2011.05.14 이니시에이션 러브 2
  8. 2011.05.13 리피트 1
  9. 2011.05.10 가다라의 돼지
  10. 2011.04.30 웃는 이에몬
독서일기2011. 7. 12. 00:55

찾거나혹은버리거나IN부에노스아이레스
카테고리 여행/기행 > 기행(나라별) > 북/남미아메리카기행
지은이 정은선 (예담,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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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학실 서가를 둘러보다가 부에노스아이레스라길래 냉큼 집어온 책.
사실 여행기라고 생각하고 집어왔다.
작가 이름이 내 이름이랑 비슷한 것도 한 몫.

중학교 때는 한비야씨의 '바람의 딸' 시리즈의 영향으로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싶다고 생각했었고, 스물이 넘어서는 우리나라의 대척점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껴 아르헨티나에 가보고 싶어졌다. 학교 교양수업시간에 탱고를 배우고,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카페 라는 영화를 보고나서는 더욱 더.

아직은 여권도 없고, 내 손으로 땡전 한 푼 벌지 않는 예비 청년백수이지만, 언젠가는 꼭 탱고 동호회에 가입해서 춤을 더 배우고 아르헨티나 밀롱가에 가서 현지인들과 탱고를 추리라.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터라 부에노스아이레스라는 제목에 망설임없이 책을 집어오게 되는거다. (내가 심심찮게 말하는 내 반쪽은 아르헨티나에 있나, 라는 말은 거진 농이지만 2할 쯤은 진심이다.)


첫 장을 읽고 몹시 당황했다. 여행기가 아니네? 세상에 아무리 제목에 부에노스아이레스가 들어가고 작가 이름에 글, 사진이라고 쓰여있었다 하더라도 소설서가에 꽂혀있었고, 분류번호가 811.36 이었는데, 여행기라고 생각한 나도 참 나다. 아무렴 어떠랴. 읽기 시작했으니 읽어야지. 



다 읽고나니 사실 소설적인 재미가 큰 책은 아니다. 제목 그대로 찾기위해 혹은 버리기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찾은 사람들. 그러나 세상의 끝은 다시 시작이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대해 막연히 생각해오던 이미지와, 다른 여행기에서 봤던 아르헨티나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덮으면서 이 책에 대한 코멘트를 남길 마음이 생겼던 이유는 작가 스스로 여행에서 만났다는,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모티브가 되는 사람들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때문이 아닐까.


OK김, 로사, 박벤처, 나작가, 원포토, 그리고 아리엘과 OJ여사.

여러 명의 이야기가 뒤섞여 혼란스러운 감도 있지만 책 전체에서 느껴지는 이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은, 독자인 나도 질투가 날만큼 부럽다. OJ여사의 모델이 된 김윤숙여사의 남편 이름과 책 중 로사의 친구의 이름이 같은 것은 우연이 아닐테지. (검색해보니 김윤숙여사와 막내아들 김민수 선수 굉장히 유명하다. 프로농구를 안 봐서 내가 몰랐을 뿐.)


찾다보니 책이 발간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북콘서트가 있었나보다, 홍대 까페에서 탱고공연까지 있었던 모양이다. 빨리 알았다 한들 '파워블로거'들이 초대받는 자리라 갈 수는 없었겠지만 역시 좀 아쉽다. (게다가 장소가 홍대 별밤. 기획이 새하늘 미디어다. 얼마 전 미미여사의 '홀로 남겨져' 북콘서트가 있었던 바로 그 곳.)



덧. 책의 완성도가 조금 아쉬웠다.
'하는'이 두 번이나 들어갔다던지. 너무 눈에 크게 들어오는 오타를 제법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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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
독서일기2011. 7. 3. 20:39
완득이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청소년소설
지은이 김려령 (창비,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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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키가 작으면 모두 어린애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18

정황상 나는 가출을 해야 했다. 출생의 비밀을 알았습니다. 잠시 혼자 있고싶어 떠납니다, 라고 쓴 쪽지 하나 남겨 놓고 떠나야 했다. 그런데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사람들이 먼저 떠나버렸다. 잘못하면 가출하고 돌아와 내가 쓴 쪽지를 내가 읽게 될 확률이 높았다. 어떻게 된 집이 가출마저 원천봉쇄해놓았는지. 돌아다니다 돌아다니다 혼자 있고 싶어서 온 곳이 결국 집이었다. 43

준호가 정말 저질이었을까. 멍청한 자식, 왜 들켜서는. 나중에 준호가 유명한 성인만화가가 되면 빌려보지 말고 한 권 사줘야겠다. 92

나는 싸움을 싫어한다.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놀리지만 않았다면 싸우지 않았다. 그건 싸움이 아니었다. 상대가 말로 내 가슴에 있는 무언가를 건드렸고, 나도 똑같이 말로 건드릴 자신이 없어 손으로 발로 건드렸을 뿐이다. 상처가 아물면 상대는 다시 뛰어다녔지만 나는 가슴에 뜨거운 말이 쌓이고 쌓였다. 122

"한 번, 한 번이 쪽팔린 거야. 싸가지 없는 놈들이야 남의 약점 가지고 계속 놀려먹는다만, 그런 놈들은 상대 안 하면 돼. 니가 속에 숨겨놓으니까, 너 대신 누가 그걸 들추면 상처가 되는 거야. 상처 되기 싫으면 그냥 그렇다고 니 입으로 먼저 말해버려." 136-7

장애라는 말에 아버지 어깨가 잠시 흔들렸다.
사람한테는 죽을 때까지 적응 안 되는 말이 있다. 들을수록 더 듣기 싫고 미치도록 적응 안 되는 말 말이다. 한두 번 들어본 말도 아닌데, 하고 쉽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가슴을 치는 말은 한 번 두 번 세 번이 쌓여 뭉텅이로 가슴을 짓누른다. 196

아버지와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 이 열등감이 아버지를 키웠을 테고 이제 나도 키울 것이다. 열등감 이 녀석, 은근히 사람 노력하게 만든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영 나쁜 것 같지도 않은 게 딱 똥주다. 204



남들 다들 '걸오앓이' 할 때 나는 그게 뭔지도 모른채 지나갔다가
뒤늦게 성균관 스캔들을 보고서 '걸오앓이'를 된통 하고 있다.

아무튼 그 걸오, 배우 유아인이 '완득이'라는 영화를 찍었다기에
이리저리 찾아보다가 원작 책이 있다고 해서 곧장 도서관으로 향했다.


우리나라 작가의 책을 읽는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일부러 안 읽는다거나 피한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도 일본소설 쪽이 더 '재미'가 있어서
자연스레 그 쪽만 읽게 되었달까.

그런데 김려령 작가의 완득이. 재미있다.
그리고 재미있는 와중에 생각해볼만한 문제도 살풋 담겨있다.
어렵지 않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내 주변에도 있었다. '난쟁이'인 동급생.
소설 속 완득이와는 달리 실제의 그 친구네 집은 엄마도, 딸도, 아들도 '난쟁이'였다.

한 번도 같은 반이 된 적은 없었지만 내가 그 아이의 이름을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는 건
그 아이와 같은 학교를 다니기 전, 내가 초등학생이었던 어느 날의 일 때문이다.

내가 다니던 학교와 옆 학교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있었다.  
우리학교 쪽이 지대가 높은 탓에 학교 가는길 아래쪽으로 옆 학교의 뒷뜰이 보였다.
어느 날 학교 가는 길에 무심코 내려다 본 그 학교 뒷뜰에서,
남자아이들 몇 명이 모여 역시나 '난쟁이'인 그 동급생의 동생을 가운데에 두고
발을 들어 그 아이 머리 위 허공을 가르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해서는 안 되는 장난이었다.
그날은 그냥 지나쳤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때 그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고 소리라도 지를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어 10년도 더 넘은 그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또 한 번은 같은 반 친구가 길가다 그 아이들의 엄마가 자신을 쳐다봤다는 이유로 크게 화를 내며 욕을 했다며 '그 아줌마 성격이 이상하다'고 이야기 한 것도 기억이 난다.
 
그 아주머니의 '분노'가 과연 본인의 성격 탓이라고 할 수 있을까.
태어나 처음으로 '시선'만으로도 타인을 괴롭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된 계기였다.

같은 학교에 다니기는 했어도 한 번도 같은 반이 된 적이 없어 직접 말 한마디 해본 적도 없는데,
과연 그 아이와 같은 반이 되었더라면, 아무런 편견이나 가식없이, 동정이나 연민없이 진심으로 그 아이를 대할 수 있었을까? 지금도 우연히 길을 가다 장애인들을 보면 혹시 내 눈빛에 쓸데없는 동정이나 연민이 느껴지지 않을까 매우 걱정된다. 


이  책 한 권이 마음 속에 묻어뒀던 그런저런 생각을 떠오르게 했다.




완득이 역이 유아인, 똥주선생 역이 김윤석 이라는 걸 알고 책을 봤다.
유아인은 최근에 본 '걸오'느낌이 아직 남아서인지 쉽사리 매치가 안 되었는데, 똥주 선생과 김윤석의 목소리는 쉽게 매치가 되어 책을 읽는 내내 똥주 선생의 대사는 배우 김윤석의 목소리로 들려왔다.  


재밌게 읽은 책은 영화화되도 잘 안 보려고 하는 편인데,
완득이는 책을 읽고나니 스크린에 어떻게 펼쳐질지 더 기대가 된다.
하루하루 인생의 목걸이를 만들겠다는 완득이를 배우 유아인은 어떻게 표현할 지, 영화개봉일이 기다려진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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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2011. 7. 3. 20:24


SOS 원숭이
8점

 

사람의 고민은 일반화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15

"나쁜 면과 선한 면이 뒤섞여서 한 인간이 되는 거니까. "라는 가리코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것을 악마의 탓으로 돌리는 논리보다는 수긍이 갔다. 71

"인간은 실수를 합니다. 그것이 대전제입니다. 그 때문에 일일이 속을 끓여봐야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87

"... 그러니까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 자리에 없었던 사람은 사정을 알 수 없다는 거지." 115

부모니까 아이에 대해서는 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단언하는 부모는 조심해야 한다. 로렌초의 아버지가 가르쳐준 것 중 하나다.
"무조건 안다고 단언하는 것은 정색하고 모른다고 얘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지. 그 말에는 자신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없어. " 116

"사람이란 역시 말로 전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없어요. 말을 생략하면 제대로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아 '왜 알아주지 않을까?' 라며 화를 내거나, '분명히 상대는 나를 이렇게 생각할거야.'라며 멋대로 단정해버리죠. 결국 눈덩이처럼 불만이 쌓여 관계가 악화되기 마련이에요." 118

"자신은 좀 더 좋은 사람일 것이다. 더 강한 사람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젊은이에게는 그렇게 기대하는 힘과 순수함,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될수록 그런 기대는 실망으로 변합니다.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파악할 수도 있고요." 181

그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의식과 무의식에 대해 생각했다. 마사토의 이야기에 따르면, 손오공의 분신 한 마리는 숲 속에서 잠자는 거대한 원숭이가 되고, 또 한 마리는 세상에 흩어졌다는 것이다. 자, 인간에게는 상반된 두 가지 면이 존재한다. 정의와 악, 그리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구속받고 싶지 않은 감정도 있다. 혹은 특정 인물에 대한 존경과 라이벌 의식도 있다. 그렇게 상반된 것이 마음속에서 균형을 이루며 자아를 형성한다. 그런 의미에서 숲 속에서 잠자는 원숭이와 또 다른 분신은 그의 현실화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잠자는 큰 원숭이는 자아의 심층에 숨어있는 무의식의 존재가 아닐까, 그렇게 이해했다. 317-8


실수와 인간 내면의 선악에 관한 이야기.



남들 다 잘보는 변별력 없는 쉬운 시험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해서 기대이하의 성적을 받았다.
속상한 마음을 달래려 도서관으로 달려가 작가 이름만 보고 집어온 책이 '실수'에 관한 이야기라니.


두 명의 화자가 번갈아 가며 이야기 하는데, 사실 뒤로 갈수록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
이해 못하는 부분 집요하게 파고들어 이해하려 드는 성격이 아니라서 이해 안 되는 부분은 대강 넘어갔다.


이사카 고타로를 읽다보면 꼭 내 생각을 글로 옮겨놓은 것 같은 문구를 마주칠 때가 많다.
'사상'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모자라고 그냥 일상생활에서 소소하게 느끼는 것들.
예를 들어 이 책에서의 '단언'하는 것에 관한 생각이라든지, 말로 전하지 않으면 오해하게 된다든지.
코드가 맞는다고나 할까?
혹여 그를 만나서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꽤나 말이 잘 통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책을 읽고나니 해당과목 교수님이 점수 배점을 조정해서 성적이 한 단계 상승했는데,
괜시리 이 책을 읽은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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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
독서일기2011. 6. 7. 01:43


홀로 남겨져 - 10점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도영 옮김/북스피어


 육체 같은 건 어쩌면 의미가 없는지도 모른다.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것은 감정, 사념, 그리고 영혼.
 그것들은 남겨진다. 우리가 그것들을 절실하게 품었던 그 장소에 홀로 남겨져 외로이 기다리고 있다. 그 사념의 주인이, 혹은 그것과 공명할 수 있는 영혼을 지닌 이가 찾아와 자신을 깨워 주기를, 자신을 불러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p.63 (홀로 남겨져)


 남자들이 미인에 민감하다고들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여자 쪽이 훨씬 섬세한 안테나를 숨기고 있다가 스쳐 지나가는 아름다움을 잡아내는 법이다. p.77 (구원의 저수지)


"나는 죽어서 화장되어 육체가 사라졌어요. 그런데도 줄곧 이곳에 남아 있었죠. 왜인 줄 알아요?"
미노루는 용기를 내서 대답했다.
"한이 남아서겠지. 나를 미워해서……."
유리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내가 여기 남아 있었던 이유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이 날 잊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p.136 (내가 죽은 후에)


 이름은 사물의 본질을 좌우한다. 호랑이가 '호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전에는 밀림을 지배하며 어둠 속을 질주하는 악마 같은 맹수였다. 거기에 일단 이름이 붙어 분류가 되면, 어이없게도 총에 이마를 꿰뚫리는 단순한 육식 동물로 영락하고 마는 거다. p.212 (언제나 둘이서)


 어떻게든 가슴속에 막혀 있는 말들을 다 꺼내 그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알아주었으면 했다. 소란을 피우고 싶진 않다. 누가 울까 보냐.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말은 말라 버리고, 대신이라도 하듯 눈물이 흘러내렸다.
p.307 (오직 한 사람만이)



사랑해 마지않는 미미여사님의 신작 단편집.
운 좋게도 북스피어에서 하는 독자교정에 당첨되어 미리 읽어보는 영광을 누렸다.
(그날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해서 읽기 시작했으니 아마도 내가 1번 독자.)
책도 미리 받아보고. 


미니시리즈나 일일드라마 보다 재미있거나 치밀하지는 않지만,
그 나름의 매력이 있는 '베스트 극장'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장르를 따지자면 공포/미스터리물인데 미묘하게 연애소설을 읽은 듯한 아련함이 느껴진다.



책 뒷표지에 '작가의 맨 얼굴은 이런 작품집에서 드러나게 마련이다.'라는 평론가의 글이 있는데, 그 말이 딱이다. 그리고 여사님의 맨 얼굴은 1박 2일에서 김하늘의 민낯이 그랬던 것 처럼. 예쁘다. HDTV따위 두렵지 않을 만큼.




7편의 단편이 각기 자기의 매력을 발산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녀석은 '구원의 저수지'
가장 마음에 든 녀석은 '내가 죽은 후에'


아직 열대야까지는 아니지만,
더운 여름밤에 한 편씩 읽어도 좋겠다.







박기영씨가 작업한 OST 'Dreams' 도 압권이다.
한번만 들어도 주요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될 정도.

 


책등 색깔도 예쁘게 빠져서 '우리이웃의 범죄'랑 나란히 두니 참 뿌듯하다.
마음에 드는 단편집 두 권, 고이 간직해야지.






덧. 책을 사셨다면 맨 마지막 장 독자교정 3인 중 제 이름을 찾아보시라.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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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
독서일기2011. 6. 2. 23:54

 
고백 - 6점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비채


 길을 잘못 들었다가 갱생한 사람보다,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지 않았던 사람이 당연히 훌륭합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사람은 평소에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지요.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매일 성실하게 생활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하고, 때로는 마이너스적인 사고로 몰아가는 원인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15-16

 "뭐든 힘든 일이 있으면 엄마가 언제나 들어줄 테지만, 의논할 마음이 들지 않을 때는 가장 믿음이 가는 사람한테 털어놓는다 생각하고 여기에 글을 쓰렴. 인간의 뇌는 원래 뭐든지 열심히 기억하려고 노력한단다. 하지만 어디든 기록을 남기면 더 이상 기억할 필요가 없다고 안심하고 잊을 수 있거든. 즐거운 기억은 머릿속에 남겨두고, 힘든 기억은 글로 적고 잊어버리렴." 113

 살인은 악이다.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신앙심이 희박한 대다수의 이 나라 사람들이 철들 무렵부터 받은 교육 효과 때문에 그렇게 믿고 있을 뿐 아닐까? 그래서 잔인한 범죄자는 당연히 사형시켜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가능한 것이다. 거기에 모순이 있는데도. 207

 표적은 환하게 웃었다. 사랑받는 인간만이 지을 수 있는 웃음. 내가 잃어버린 것. 230


영화로 보고온 친구는 혹평을 하며 절대 보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안 볼 생각으로 줄거리를 다 들었는데, 얼마 후 그 영화가 원작 책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니 책이 읽고 싶어졌다.

다 읽고 나니 이걸 내용을 모르고 봤다면 다른 느낌이 들겠다는 생각에, 줄거리를 듣고 본 것이 결과적으로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좀 아리송 하다. 적어도 내용을 다 알고 본 덕분에 찜찜한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각 장이 주요 인물들의 독백이기 때문에, 영화로 옮기기가 쉽지 않겠지. 혹평을 쏟았던 친구가 이해가 간다.


사람이 죽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등장인물이 많이 죽는 작품을 보고 나면 늘 기분이 안 좋아지는데, 이 책은 독백이면서도 묘하게 객관적이라서 실감이 나지 않는달까. 한발짝 떨어진 감정으로 읽었다. 그래서 덜 찜찜할지도.


글쎄. 화자들 중 어느 누구도 공감할 수가 없어서 그냥저냥 s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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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시에이션 러브  (2) 2011.05.14
리피트  (1) 2011.05.13
Posted by 유선♪
독서일기2011. 5. 19. 16:49
달과 게 - 8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북폴리오





※ 인용문구나 내용에 스포일러가 있을지도 몰라요.



 신이치는 슬픈 표정을 억누르는 것이 정말 힘들고 참을성이 필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다. 89


 신이치는, 하루야가 셔츠를 거칠게 잡아당겼을 때의 감촉이 아직도 등에 남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앞을 걷는 하루야의 등을 바라보여 바위나 나무뿌리에라도 발이 걸려 하루야가 곱드러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여느 때보다 거리를 좁혀 걸었기 때문에 신이치는 지금이라면 언제라도 하루야의 셔츠를 붙잡을 수 있었다. 105


 신이치는 점심시간에 자신을 놀리는 편지를 읽었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사실은 슬픈데도, 사실은 분한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표정으로 수업을 받았을 때의 괴로움을 떠올렸다. 분명 쇼조는 그 몇 배나 인내해 왔으리라. 자신이 왼쪽 다리를 잃은 것을, 산에 친구를 내버려두고 온 탓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나루미와 마찬가지로 무슨 '이유'가 필요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198


 신이치의 가슴 속에 젖은 모래가 점점 쌓여간다. 그 모래는 하루야의 솜씨에 놀란 척을 하거나, 나루미의 칭찬에 동의할 때마다 부피가 늘어났다. 232


 이 장소를 하루야와 함께 발견한 사람은 신이치였다. 나루미를 이렇게 무리에 끼워준 사람도 신이치다. 어째서 자신이 소외되어야 하는지, 어째서 두 사람이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고, 자신은 그 얼굴을 바라보아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 납득하고 싶지 않았다. 238


"친구는 신기하게도 질리지가 않지. 어른이 되어 이틀이고 사흘이고 계속해서 만나면 바로 싫어지지만, 어릴 적에 만나는 친구는 그렇지 않아. 그건 도대체 뭐가 다른 걸까?"  240


 수업이 진행됨에 따라 신이치의 가슴속은 붓을 씻는 물통의 물처럼 색깔이 바뀌어 갔다. 315


"신이치, 뱃속에다가 너무 묘한 걸 기르지 말거라."  344


"내, 계속 생각했는데, 소라게는 우짠지 신기한 것 같지 않나? 껍데기는 언제쯤부터 필요한 거겠노? 얼라 때는 전부 껍데기 같은 건 안 갖고 있다 아이가. 그래서 전부 이래 쌩쌩 헤엄처 다니는 거겠제? 껍데기를 짊어지믄 어느 정도 안전할지도 모르지만, 대신에 전혀 헤엄 몬 친다 아이가. 어느 쪽이 좋겠노?"  352


"니가 생각했던 거 내는 안다. 니가 내를 싫어하기 시작한 거 안다. 여서 눈 감고 손 모으고 있을 때도, 니 내 생각했제? 내가 우예 되믄 좋겠다고 생각했잖아. 하지만 그거 아나? 니한테 미움받으믄 내는 이제 갈 데가 엄따." 355


 어째서 전부 잘 안 되는 걸까.
 하루야의 말이 지금은 신이치의 가슴속에서 되풀이되고 있었다. 공명하는 것처럼 신이치 자신의 목소리가 어느덧 그 말에 겹쳐지고, 그 목소리에 다시 하루야의 목소리가 겹쳐지는 사이, 정신을 차리자 신이치의 가슴은 수없이 많은 똑같은 말로 빈틈없이 메워져 있었다. 어째서일까. 어떻게 하면 될까.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될까. 358



미치오 슈스케.

오랜만이다. '섀도우'를 읽었던 기억은 있는데, 내용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잊어버렸다.
정보를 얻을 겸 '일본 미스터리 문학 즐기기' 까페에 가입하고 보니 '달과 게' 서평이 꽤나 자주 올라오길래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읽고보니 나오키상 수상작.


신이치의 심리묘사가 굉장하다. 마음에 든 페이지를 적어가며 읽다보니 다른 책에 비해 좀 많다.
젖은 모래라던지 물통의 물 같은 표현은 참 할말을 잃게 만든다. 
신이치 같은 생각. 나도 어렸을 때 했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껍데기를 짊어지고 살고 있으니까.




주인공 마음을 따라읽다보면 '어? 설마? 그래도 그러면 안되는데' 싶다가 '역시. 다행이야' 하는 마음이 든다. '그럴 줄 알았어' 하는 부분도 있고. 주인공이 아이니까 나는 아무래도 이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데, 좀 더 '미스터리'이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쉽다는 평도 있는듯. 미치오 슈스케의 전작에 대한 기억이 싸그리 사라진데다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것도 인식 못하고 읽어서일지도.  


근데 책장을 덮고나서 마음이 가볍지는 않다.
이 소년들 커서 어떻게 될지 조금 걱정이 된다. 서로의 인생에 중요한 인물이겠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연락을 하는 그런 친구관계가 될 것 같지는 않아서. 뭐 그렇다 한들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미묘하게 우울해졌다.





덧. 표지가 참 예쁘다. 겉의 날개표지말고 은사로 소라게가 그려진 속표지가 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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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
독서일기2011. 5. 14. 15:29


이니시에이션 러브 - 8점
이누이 구루미 지음, 서수지 옮김/북스피어



리피트를 보자마자 도서관에 가서 데려온 이누이 구루미의 다른 작품.
마지막 세 줄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는 말에 '에이- 바꿔봐야 얼마나' 라고 생각한 나는 얼마나 안일했던가.
하도 반전반전 하길래 정신 똑바로 차리고 봤어도 뭐. 몰랐으니까. 완전히 당했다. 그것도 유쾌하게.

하지만 같은 서술트릭이라도 전에 봤던 모 책은 덮고나서 묘하게 기분이 언짢아 졌던 것과는 달리 이 책은 중간중간에 뭐지? 뭔가 미묘한데? 싶은 부분이 마지막 세 줄을 보면서 갸우뚱. 어라?하게 되고 뒤에 해설까지 보고나면 '아, 그런거구나' 하는 생각에 유쾌한 기분이었다. 
또 다른 차이가 있다면 전자는 '절대 눈치 못채게 꽁꽁 숨겨야지' 식의 서술이었다면 후자는 '나 여기 있으니 알아채줘요' 하는 느낌?

80년대 일본문화에 대해 좀 안다면 장 첫머리 마다 나오는 노래나 중간중간에 나오는 소품의 의미를 파악하며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작품에도 덴도가 출연한다. 분량은 작지만.
키가 190cm인 이 거구의 사나이는 나이가 더 들면 리피트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하겠지. 


북스피어 홈페이지에 가면 친절하게 완전해설판도 있다. (http://www.booksfear.com/178)
물론 미리니름 방지를 위해 파일에 암호까지 걸려있다.
책 뒤의 가로세로 낱말퍼즐을 풀어야 알게되는 이 암호가 또 매우 귀엽다.
북스피어의 팬이라면 혹은 북스피어에 관심만 있다면 3번 답이 알려주는 음절만 보고도 답이 떠오를 터.
(설마 했는데 역시 였달까.)


'그냥' 연애소설이라면 조금 밋밋한 것은 사실. 그래서 책 내용 대신 완전 해설판의 마지막 부분을 인용한다.




미스터리 마니아 분들로선 '낡은 수법이다' 'B면 읽자마자 바로 알아챘다''모르는 게 이상하다''그래서 어쩌라고?'란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처음 읽을 때 트릭을 깼다고 자랑해봤자 그 책을 재밌게 읽은 사람들의 감정을 상하게 할 뿐 누구도 유쾌해지지 않습니다. 그런건 말하지 않는 편이 득이 아닐까요. 저처럼 완전히 속아버린 미스터리 초심자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세요.



네. 저도 완전히 속은 미스터리 초심자 입니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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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
독서일기2011. 5. 13. 16:15


리피트 - 8점
이누이 구루미 지음, 서수지 옮김/북스피어


도서관에는 독특한 냄새가 있다. 문서 냄새――종이 냄새라고 해야 할까.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에는 특히 냄새가 강렬했다. (p.91-2)


그러니까 말이야. 딱히 날씨가 아니라도 역사 전체는 우리 생각 이상으로 완고하게 만들어진 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했어. 자잘하게 전과 다른 일이 일어나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원래대로 돌려 버리는 그런 이치가 작용한다는 생각이 들어. 뭐라고 말해야 할지...... 선로를 따라가는 느낌이야. 약간은 어긋나도 자연히 궤도가 수정되지. 궤도를 바꾸려면 선로 폭 이상으로 방향을 크게 틀어야 해. 크게 틀어 탈선을 시켜서 역치를 넘지 않는 한 저절로 원래대로 돌아가 버리지- .
(p.413-4)


원제는 운명의 수레바퀴 일까?

시간여행이라니, 개인적인 경험과도 맞물려서 굉장히 흥미로웠다. 꿈에서 본 장면을 그대로 현실에서 맞닥뜨린 일이 많아서―최근의 예를 들자면 한강에서의 자전거 사고 순간 같은 장면―책에서의 모리의 그 '기시감'과 함께 순간 기억이 떠오르는 느낌이 뭔지 알 것 같으니까. 뭐, 내 경우는 현실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단편적인 장면이 되풀이 될 뿐이라 책속의 인물들처럼 경마로 한 몫 잡거나 할 수는 없지만.


어렸을 적부터 반복된 그 일련의 '경험'때문에 막연히 운명이라는게 존재하겠거니―꿈을 꿀 당시에는 전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니까. 예를 들어 중학교 때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노는 장면을 꿈으로 꾼다거나 하는 식의― 작은 일이야 변동 가능성이 있겠지만 인생의 큰 줄기는 정해져 있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고, 현실에서 '아, 이거 꿈에서 꾼 장면인데 꿈이랑은 다르게 움직여볼까?'하는 생각을 했다가 왠지 꺼림칙한 마음에 관둔 적도 있어서 뭔가 이 책을 더 몰입해서 보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어렸을 때는 나 말고 남들도 다 그런 꿈을 꾸는 줄 알았는데, 친구들과 이야기해본바 반절정도는 적당히 신기해하고 반절정도는 웬 이상한 소리냐는 식의 반응인걸보니 남들은 안 그러나보다. 어쩌면 이거 '슈퍼파워'일지도.흐흐)


흔히들 생각하는 시간여행과는 조금 다르게, 굉장히 제한된 조건하에서의 '리피트'라는 소재 자체가 독특해서 재미있고.'동료'들이 맞닥뜨리는 일련의 사건들을 따라가다가 어라?하며 찾아오는 반전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데 책장을 덮고나니 왠지 모르게 찜찜한 기분이 들어 '이게 뭐야.'라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왜그랬을까.



아무튼 이런저런 일로 한 번에 몰아서 못보고 짬짬히 나눠서 봤지만 읽어내리는데 속도감은 있다. 재미도 있고. (북스피어 책들의 최고의 미덕아닌가. 재미.) 그래서 결말이 찜찜하긴 했지만 그대로 도서관에 다시 가서 같은 작가의 '이니시에이션 러브'를 빌려왔다. 다음 책은 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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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
독서일기2011. 5. 10. 14:17

가다라의 돼지 - 6점
나카지마 라모 지음, 한희선 옮김/북스피어

"행복이란 나가서 잡는 겁니다. 행복은 문밖에 있습니다. 물론 나가면 차에 치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탓에 확실하게 불행해져 가는 것보다 가능성을 추구하는 편이 좋지 않습니까? 그런 적극성을 가지지 못했던 것이 지금까지의 여러분입니다."  83


"모리스는 수업후 이렇게 말했대. '내가 어째서 이런 트릭을 쓴 것 같나? 자신들이 얼마나 속기 쉬운 존재인지를 알았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너희는 다른 설명을 못하겠다는 그 이유만으로 간단히 틀린 결론을 택하지. 그 점을 잘 명심할 것.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있어도 그것을 초자연현상이라 제멋대로 믿어 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아아, 멋진 남자야, 모리스. 나도 한번 속아 보고 싶어라. 106


"꿈이라서 다행입니다."
"악몽이라면 언젠가는 깨겠지. 그런데 깨고 난 세상이 나쁜 꿈보다 더 나쁘면 어떻게 하나."  690



나카지마 라모는 천재구나.
작가가 정말 방대한 분야에 방대한 지식과 관심이 있구나.

결말이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감도 있지만
나름대로 재밌게 본 책.


근데 가볍게 읽게 추천하기에는 두께가 너무 두껍고
진지하게 읽기에는 뭔가 좀 모자라는 느낌.

아무튼 시간을 좀 두고 나카지마 라모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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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
독서일기2011. 4. 30. 00:44




p.80

"이와 님, 잘 들으십시오. 세상의 하찮은 놈들이 당신을 보고 웃는 이유는 얼굴의 상처가 흉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숨기려면 숨길 수 있는 그런 것을 숨기지 않는, 꾸미지도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 그런 강한 당신이, 세상 사람들은 무서운 게지요. 무서워서 웃는 것입니다."


p.81

"동정도 그렇고 원한도 그렇고, 받는 쪽에 그런 마음이 없으면 성립하지 않습니다. 동정을 받는 쪽은, 그것이 사실은 경멸이라고 해도 경멸받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요. 세간의 약속이거든요. 그것을 깨어버리면 아무것도 안 돼요. 마음이란, 이와 님, 어떤 마음이든 그대로 상대에게 통하는 일은 없습니다. 마음을 받는 쪽이 멋대로 만들어 내지요. 그러니 어차피―――기뻐하시는 것도 화내시는 것도―――당신 하기 나름입니다."


p.145

어차피 남에게 전해 듣는 말,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진실을 알기는 어렵다.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무리 진실을 말하려고 해도 이야기는 진실 자체가 될 수 없다. 오히려 되는 대로 아무렇게나 말을 늘어놓아도 절반은 진짜가 된다. 하나에서 열까지 지어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고, 전부 반대로 늘어놓는다 해도 바닥을 알면 오히려 도리를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철저하게 속일 수 있다면 거짓은 통째로 진실이 된다.


p.361

"세상일의 대부분은 쓸데없는 짓일세. 쓸데없는 짓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 받아들이면 행복이 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원수가 되네. 어차피 그뿐. 화복을 정하는 것은 자기자신이라고―――그것은 자네가 한 말이 아닌가."


p.404

"무서운 분이셨습니까."
"당치도 않습니다. 예쁘고 아름다운 분이셨습니다."
"호오. 내가 듣기로는 추하고 무섭다고만 하던데요."
"그것은―――."
남자는 잠시 침묵했다가 이렇게 말을 이었다.
"아름다우니 추하니, 남자니 여자니, 무사니 시정 평민이니―――그다지 상관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요모시치는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다를 바가 없다고, 어제 목소리는 말했다.




벼르고 별렀던 교고쿠 나츠히코.
읽자마자 서평 쓸 생각도 못하고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읽는 중.
읽자마자 다시 첫장으로 넘어간 건 처음있는 일이다.

뒷 내용을 다 알고 다시 읽으니 좀처럼 이해가 안 되어 대충 넘어갔던 첫 장이 이해가 된다.


안타깝고 안타깝다. 이와도, 이에몬도, 마타자에몬도 심지어 기헤이까지도 안타까워 마음이 아프다.
이와와 이에몬이 말 한마디도 다정히 하지 않아서 당혹스럽지만.
그래도 책장을 덮고 나니 이건 절절한 사랑이야기다.

집에 돌아오는 밤길에 평생에 한 번 이런 사랑이 있기는 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안 그래도 외로운데. 쳇. 하지만 이와 님이 부럽지는 않아요. 난 이왕이면 아기자기 행복하게 살래.)






요쓰야 괴담에 대해―――모르고 봐도 재밌긴했다. 물론 알고보면 어디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겠지만. (사실 앞장에 나온 설명과 역자후기에 나온 요쓰야 괴담 개요를 읽었지만 아직도 머리속에 그림이 안 그려진다. 나 이해력이 떨어지나봐.)

마음에 드는 구절을 옮겨적고 나니 거의가 마타이치의 대사다. 역시 가랑이 사이도 빠져나가는 마타이치 답다. 마타이치는 다른 작품에도 등장한다고 하니 찾아서 읽어보아야겠다.




책 내용과는 관련없는 사족을 몇 마디 달자면


일단 표지가 너무너무 예쁘다. (빌려 읽긴 했지만) 표지때문이라도 한 권 소장하고 싶을만큼.
(일본 여인이 그려져 있는데, 책 읽으면서 머릿속에 상상한 장면은 거의가 한복에 가까운 이미지다. 상상으로 자유자재로 떠올릴 만큼 일본의 전통 복식과 건축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지 못하니까. )

교고쿠 나츠히코는 장광설에 간결하지 않고 이해하기 어려운 문체라 하여 읽기가 망설여졌는데
웃는 이에몬을 읽고나니 한 번 도전해볼만 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그리고―――――요게 너무 많다. 눈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이거, 말하다 중간에 새거나 사족을 달기도 하고 말 끝까지 안 맺고 말꼬리 흐리는게 어찌 내 평소 언어생활과 비슷해서 왠지 정이 간달까. (그래서 내가 달변가도 못되고 문장가도 못되는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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