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에 해당되는 글 33건

  1. 2011.04.22 영화처럼
  2. 2011.04.17 애도하는 사람
  3. 2011.04.15 영원의 아이, 덴도 아라타.
독서일기2011. 4. 22. 22:04


영화처럼 - 10점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북폴리오



이하는 2010년 8월 8일에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렸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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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퍼펙트 블루를 읽고 나니 일본 소설들에 대한 애정이 다시 화르륵 솟아났다.
탄력 받은 김에 오츠이치 책을 네 권이나 연달아 읽어버렸더니, 웬걸 우울함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겠다.

그래서 유쾌한 책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에 가네시로 가즈키를 검색해보니 신작이 한 권 있다.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빌리기로 마음먹고서는 왠지모를 찜찜한 기분에 신청목록을 찾아보니

어랍쇼 이거 내가 신청했던 책이다.
 

2년 전, 가네시로 가즈키의 신작이 나왔길래 학교 도서관에 신청해 놓고서
정말이지 타고난 건망증으로 완전히 잊어버린거다. 

일단 얼른 가서 빌려 놓고서, 책을 잡으면 공부를 안 할 나를 알기에
침대에 대충 던져놓은 채 며칠을 방치해뒀다가 지난 주 일요일 저녁에야 첫 장을 열었다.

첫 장을 열어보니 단편 모음이길래 한 편씩 끊어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아차, 가네시로 가즈키를 너무 오랜만에 읽는지라 그를 과소평가하고 말았던 것이다.

빨려들어갈듯이 신나게 읽고서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사서 소장해야지, 내가 신청한 책이라고 여기저기 자랑 해야지,
뭐 이런 생각들이 스물스물 떠오른다.

어째서 진작 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하마이시 교수가 easy come, easy go 라고 하지 않았는가.


조만간에 로마의 휴일을 꼭 봐야겠다.

 

 

<사랑의 샘 中 발췌>

p.301

나는 걷자, 걷자, 나는 괜찮아, 하는 도토로의 노래를 낮은 소리로 흥얼거리면서 용기를 내어 계단을 올라갔는데, 생각해보니 도토로 자신이 귀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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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이대목을 읽고보니 토토로가 귀신이고 고양이버스가 저승가는 버스라는게 정말이었나보다.)



p.303

그러니까 지금 하고 싶은 말은 치마주머니에서 뭘 꺼내주는 여자에게 내가 약하다는 것이다. 나는 쓰카사씨에게 한 눈에 반하고 말았다.
  

p.325

“모른다고 그 장면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문제될 것은 전혀 없지. 다만, 알면 훨씬 더 깊게 즐길 수 있지 않겠나.”


p.325-326

“그건 그렇고, 자네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어떻게 하나?”

어떻게 하다니 뭘, 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대답했다.

“그 사람에게 제 마음을 전하려 하겠죠.”
“전하기만 하나?”

질문의 의도가 점차 깊어지는 느낌에 당황한 내가 대답을 못하자, 하마이시 교수의 눈에 심각한 빛이 슬쩍 어렸다.

“자네가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을 때 취해야 할 최선의 방법은, 그 사람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두 귀를 쫑긋 세우는 거야. 그럼 자네는 그 사람이 자네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 바꿔 말하면, 자네가 사실 그 사람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야. 그제야 평소에는 가볍게 여겼던 언동 하나까지 의미를 생각하면 듣고 보게 되지. ‘이 사람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뭘까?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하고 말이야. 어려워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대답을 찾아내려 애쓰는 한, 자네는 점점 더 그 사람에게서 눈을 뗄 수 없게 될거야. 왜냐, 그 사람이 새로운 질문을 자꾸 던지니까 말이야. 그리고 전보다 더욱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거고. 동시에 자네는 많은 것을 얻게 돼. 설사 애써 생각해낸 대답이 모두 틀렸다고 해도 말이지.”

하마이시 교수가 일단 말을 끊고,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사람이든 영화든 뭐든, 다 알았다고 생각하고 접하면 상대는 더는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지 않지. 그리고 정체되기 시작하는 거야. 그 노트에 메모한 좋아하는 영화를, 처음 본다는 기분으로 다시 한 번 보라고.”


p.339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만남에는 ‘시대’란 애매한 선을 아주 손쉽게 넘어버리는 절대적인 무언가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뭐라 잘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 준비가 덜 된 인간 앞에서는 좋아하는 사람이 쓰러져주지 않는 것 아닐까. 그건 어느 시대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p.386

언젠가 겐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에게 괴롭고 힘든 일이 생기면 이 엽서를 보여줄 생각이다.

p.406-7

장아찌는 냉장고 속
된장국은 냄비 속
엄마는 꿈 속


p.423

“이지컴 이지고라고. 알겠나? 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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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
독서일기2011. 4. 17. 23:07

애도하는사람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텐도 아라타 (문학동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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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째 텐도 아라타 소설을 보느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중요한 건 어떻게 죽었는가가 아니라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에게 사랑받고, 어떤 일로 누구에게 감사 받을 일을 했는가가 중요하다는 작가의 의도에는 매우 공감하고 있다. (물론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 조용히 평화롭게 생을 마감하면 더 좋겠지만)


 

아무튼 책장을 덮고 나서도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가.
과작이라지만 한 작품의 무게가 꽤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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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2011. 4. 15. 11:35
영원의아이(상)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공포/추리소설
지은이 덴도 아라타 (북스피어,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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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아이(하)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공포/추리소설
지은이 덴도 아라타 (북스피어,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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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이상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다. 알리고 싶지 않다. 진실이 항상 사람을 구하는 것은 아니다……. (하권 p.97)


 언젠가는 이게 내 현실, 진정한 나라고, 이 손으로 껴안을 수 있을 때가 올까.
 전에는 포기하고 있었어. 지금은, 틀림없이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리라고 믿고 싶어. 슬픈 일이 많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날 지탱해 주고 있다는 걸 알았어, 허무함에 틀어박히지 않고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노력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
 그러기 위해서는 비밀이나 거짓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 이지마 씨 한테도 비슷한 말을 들었어. 비밀이나 거짓을 갖는 게 어른이 되는 일인 양 말할 때도 있지만, 우리는 괴로운 일이 있을 때마다 비밀이나 더욱 슬픈 결과를 부르고 말았다는 생각도 들어.
 진실을 밝히는 일이 주위를 괴롭게 만든다고 해도 비밀이나 거짓으로 도망치지 않기……. 진실을 밝혔기 때문에 일어나는 더욱 큰 비극이나 악조차도 받아들이려는 태도야말로 성장으로 이어지는 길일지 몰라. (하권 p.825-826)





어쩌면 내가 이 책을 선택한게 아니라 이 책에 나에게 온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중간고사 기간이지만 시험은 하나,
그마저도 오픈북 테스트라 시험 전 주인데도 여유가 있었고,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는 상법강의를 의무수강하느라 지쳐있었고,
때마침 북스피어 독자교정에 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대표님 블로그를 뒤적이다 덴도 아라타의 붕대클럽을 발견했고, 아! 덴도 아라타라면 이참에 영원의 아이도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도서관에서 세 권의 책을 빌려오게 된 거다.



그렇게 읽게된 영원의 아이는 엄청났다.
모방범 이후에 이런 느낌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읽고나니 어떤 형태가 됐든 글로 써서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 맴돌았다.
신나게 읽어 놓고서는 금새 까먹어 버려서 누가 '그 책 무슨내용이야?'라고 물어오면 제대로 대답을 못하는 내가 다 읽은 책을 덮고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비몽사몽간에도 독후감, 독서감상문 따위의 중학교 시절 방학숙제 이후로는 잘 떠올리지도 않았던 단어들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언젠가는 읽은 책들에 대해 포스팅을 체계적으로(과연...) 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비로소 실행에 옮길만한 에너지를 주는 책을 만났달까.



아, 아직도 마음이 먹먹하다.
혹자는 보는 내내 눈물이 났다고 했지만, 나는 울 수가 없어서 더 마음이 아프고 가슴에 뭔가 얹혀있는 느낌이 계속 든다.

주인공들에 비하면 나는 너무나 평탄하게, 평범한 가정과 어떻게든 우리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시는 부모님 사이에서 충분히 사랑받으며 자랐기 때문에 그들의 아픔을 1억분의 1이라도 알지 못한다. 그저 얼마나 아플까, 얼마나 화가날까 추측할 뿐이다.

책을 읽는 중간엔 잠시 쇼이치로와 유키, 그리고 료헤이와 나오코가 이대로 행복해지기를 바라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그들의 아픔을 끝내 이해할 수 없는 제3자의 강요인 것만 같이 느껴져서 관두었다. 다만 붕대클럽을 읽은 직후였기 때문에 유키의 왼팔에, 모울의 벽장에, 지라프의 흉터에 붕대를 감고 '네 탓이 아니다. 네 잘못이 아니다' 하고 꼬옥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아- 이렇게 쓰고보니 붕대클럽은 유키의 왼팔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뭔가 그럴듯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여기까지 쓰고나니 꽉 막혔다.

요즘의 나는 좋게 말하자면 치유와 회복의 시간 혹은 폴짝 뛰기 위한 웅크림,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이건 아닌가?) 아무튼 뭐 그런거. 실상을 말하자면 한껏 힘을 주었다 빼고나니 다시 힘을 쓰기에는 손발이 후들후들 떨리는 것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어영부영 학교도 다니면서. '이제 슬슬 일어나야하지 않니?'라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은 나쁠테지만 수긍할 수밖에 없을 상태.

그런 나에게 영원의 아이는 뭔가 자극이 되기도 하고 (사토시, 시험에 두 번 만에 붙다니 흥!)
'뻔히 아는 결과지만 역시나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기분이 나빠질' 합격자발표의 날을 책에 정신이 팔려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스르르 넘어갈 수 있게 해주기도 했고 아무튼 이래저래 의미가 있다.

고마워, 영원의 아이.


쓰고나니 독후감이 아니라 그냥 일기군.
아무튼 사다가 보성 집 책꽂이에 은근슬쩍 꽂아두어서 막내동생에게 읽히고 싶은 책.(모방범도 그렇게 해서 읽게 했다지) 따뜻한 사람이 되어라. 다른 사람도 배려해라. 타인의 아픔을 그냥 지나치지 말아라 하고 백마디 하는 것 보다 이 책 한 번 읽히는게 더 영향력이 크지 않을까 싶다.





덧붙임.

- 반납해야 하는데...반납하기가 싫다.(재밌다고 너무 빨리 읽어버렸어.) 며칠 묵혔다가 갔다줘야지.
- 그래도 사람이 너무 많이 죽는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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