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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02 국립국악원, 토요명품공연. (2011.04.23) 1
티켓북2011. 5. 2. 01:12
먼저 노파심에 당부말씀. 2011년 1학기 현재 과제로 쓴 감상문을 다듬어 올리는 글이니 혹여라도 레포트 쓰실 때 참고는 하시더라도 긁어 붙이지는 말아주세요.



교양수업 '전통음악감상' 과제. 역시 국립국악원에서 하는 공연이 제일 좋을 것 같아서 국립국악원에서 하는 토요명품공연을 보기로 했다. 4월 공연을 알아보니 9일과 23일에 공연. 내가 보고 온 것은 23일 공연이다.

날씨 좋은 봄날, 토요일 오후 공연이니 혼자 관람하기는 조금 아쉬운 마음에 주변 친구들 몇몇에 접선해 보았으나 시큰둥한 반응. 할수 없이 공연은 혼자보기로. (아, 기말 전에 하나 더 봐야하는데, 또 혼자가야하누?)

시간을 좀 넉넉히 두고 예매를 한 덕분에 앞에서 세 번째 줄. 청소년 할인에도 해당되어(24세까지. 2011년 기준 1987년 생이면 생일불문하고 해당된다. 청소년기본법상 만 24세까지 청소년에 해당된다고.) 단돈 5천원에 공연티켓을 예매했다.

드디어 23일 당일. 주말이라고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주섬주섬 점심을 챙겨먹고서 학교 기숙사에서 넉넉하게 2시 30분쯤 출발하니 국립국악원에는 3시 30분쯤 도착했다. 공연장인 우면당을 찾아 예매한 티켓을 수령하고 공연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았으니 산책이나 할까하고 나와보니 맞은편에 국악박물관이 있다. 안내소에 물어보니 한 번 둘러보는데 빠르면 15분쯤 걸린다 해서 공연시작 전까지 국악박물관을 둘러보았다. (국악박물관은 간단히 방문자 명부만 작성하면 관람이 가능하다.)

박물관 규모는 작지만 제법 알차게 구성되어있다. 축, 어부터 시작해서 여러 악기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음악교과서에서 사진으로만 봤던 악기들을 실물로 볼 수 있다. 특히 편종과 편경은 소리도 들어볼 수 있게 되어있었는데 편경은 수리중이라 못 들어보고 편종은 버튼을 하나씩 눌러가며 들어보았다. 또 재미있었던 것은 세계의 악기가 전시된 공간이었는데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있는 나라의 악기들도 우리 전통악기들과 놀라울만큼 비슷한 것도 많았다. (특히 생황은 나란히 놓고봐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 국악사에 대한 설명이 있는 국악사실도 있고, 악기를 구경할 수도 있고, 체험관이 있어서 직접 연주도 해볼 수 있고, 악기의 소재를 손으로 만져볼 수도 있게 되어있으며 심지어 국악 '노래방'도 준비되어있다.

박물관을 둘러보다보니 얼추 공연시간에 가까워져서 다시 우면당으로. 공연장은 생각보다 무대와 객석사이가 가까워서 굉장히 생생하게 관람했다. 23일 공연은 종묘제례악, 판소리, 처용무, 강강술래 순서였다.

종묘제례악은 제사 의례음악이다보니 흥이 나는 음악은 아니지만(쪼-끔 졸리는 건 사실) 자료화면으로만 봤던 무용동작도 직접 보고, 화면의 가사해설도 보고, 수업에서 배운대로 예컨대 ‘대’와 같은 가사는 ‘다이’라고 나누어 부르는 것을 확인하면서 감상하니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정해진 박자가 없는 것 같은데도 연주가 진행되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중간에 정대업부터는 무용도 검무로 바뀌고, 아쟁이 빠지면서 징, 태평소가 들어와서 다른 느낌의 연주가 진행되었다.

다음무대는 판소리였다. 정회석 명창과 정준호 고수, 흥보가 중 흥보 박타는 대목. 정회석 명창의 말씨가 어쩐지 귀에 착착 감긴다 싶어서 찾아보니. 아아, 반가워라. 내 고향 보성의 ‘보성소리’ 전수자. 초등학교 때 학년이 바뀔 때마다 숙제로 꼭 한번씩은 판소리에 대해 조사해오라 했는데, 그래서 이름이 너무 익숙한 정응민 선생의 손자. 4대 째 보성소리를 전수하고 있는 분이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고향을 느끼는 순간이랄까. 어렸을 때 보성에서 ‘다향제’ 할 때나 뭐 이런저런 행사를 할 때면 조상현, 안숙선 명창의 공연을 어렵지 않게 관람했는데, 그 때는 뭔지도 모르고 봤던 공연이 사실은 엄청난 거였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판소리 공연은 볼 때마다 느끼지만 명창 한 사람의 존재감이 정말 엄청나다. 힐끔힐끔 공연해설 화면을 보는 사람들에게 거기 보지 말고 나를 봐줘야 내가 공연에 집중이 된다 하시던 정회석 명창. 여유와 연륜이 느껴지는 무대였다.

다음은 처용무. 피리, 해금, 대금, 북, 장구 연주자가 연주를 하고 빨강, 파랑, 노랑, 검정, 흰색의 색색깔 옷을 입은 분들이 탈을 쓰고 춤을 춘다. 중간에 하얀 옷을 입은 분이 검정옷 입은 분과 살짝 부딪히는 사고(?)도 있고 동작을 반대로 하는 실수도 있고 해서 저분은 신참인가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공연 끝나고 탈을 벗은 모습으로 무대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다섯 분 다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들이 아닌가. 여러 겹의 옷에 큰 탈을 쓰고 춤을 추느라 땀으로 범벅이 된 모습이었지만 무척 감동적이고 멋진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 강강술래. 왼쪽엔 노래하는 분들, 오른쪽엔 연주하는 분들이 자리를 잡고 빨간치마와 파란치마를 각기 차려입은 예쁜 무용단이 무대 위에서 사뿐사뿐 뛰며 원을 그렸다 풀고 모였다가 흩어지고 흩어졌다가도 다시 모이는 모습은 정말 그림 같았다. 보면서 나도 모르게 ‘강강술래~’하고 마음속으로 따라 부르며 발이 들썩들썩 했다. 기회가 되면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 졸업해버리고 나면 체육시간도 없어지니 여자들은 어디 동호회라도 들지 않으면 몸을 쓰며 운동할 일이 없어서 참 아쉽다. 이럴 땐 공 하나 들고 훌쩍 농구하러 가는 남자들이 참 부럽단 말이지.)  

강강술래를 끝으로 아쉽게도 공연은 막을 내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늘 본 공연의 여운이 남아 마음이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무거웠던 이유는 뭘까. 공연을 찾은 사람들 중 젋은 사람들은 대부분 나처럼 과제를 위해 보러온 학생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순수하게 공연을 즐기기 위해 온 사람은 내 앞자리에 앉아계시던 할아버지들 정도? 당장 나부터도 예술의 전당에는 몇 번이나 가보고, 근처에 국립국악원이 있다는 사실은 알았어도 정기적으로 공연을 하는 줄도 몰랐고 수업이 아니었으면 찾아가 볼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어릴 때 이웃에 살았던 오빠가 국립국악원 단원이라는 데 찾아가 볼 생각도 못했다.) 어찌됐든 이런 기회에라도 찾아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국립국악원(http://www.gugak.go.kr)은 예술의 전당 바로 옆. 3호선 남부터미널역, 교대역, 방배역 등에서 마을버스를 타면 쉽게 갈 수 있다. (내가 간 루트는 남부터미널에서 마을버스 서초17번.) 공연종료 10분 후에는 서초역, 교대역, 남부터미널 역으로 가는 셔틀버스가 준비되어있어 귀가길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주변에 예술의 전당도 있고 뒷동산에 산책로도 있으니 데이트 하기에도 참 좋겠다. (같이 갈 남자를 어여 찾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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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