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소설'에 해당되는 글 10건

  1. 2012.05.29 고구레사진관
  2. 2011.07.25 마리아 비틀 2
  3. 2011.06.07 홀로 남겨져
  4. 2011.06.02 고백
  5. 2011.05.19 달과 게 4
  6. 2011.05.14 이니시에이션 러브 2
  7. 2011.05.13 리피트 1
  8. 2011.05.10 가다라의 돼지
  9. 2011.04.30 웃는 이에몬
  10. 2011.04.22 영화처럼
독서일기2012. 5. 29. 21:46




고구레 사진관(상)

저자
미야베 미유키 지음
출판사
네오픽션 | 2011-12-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소년 앞에 날아든 사진에 감춰진 기묘한 사연!일본의 인기 미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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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레 사진관(하)

저자
미야베 미유키 지음
출판사
네오픽션 | 2011-12-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소년 앞에 날아든 사진에 감춰진 기묘한 사연!일본의 인기 미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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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들의 눈이란 하나같이 휴대용 카메라나 다름없어. 그냥 보는 게 아니야. 기록한다고. 게다가 언제든 재생, 편집이 가능하지. 영화 카메라처럼. 



"그런 중요한 얘기는 자기 입으로 해야 해. 안 그러면 인간력을 키울 수 없어. 상, 301 



사람은 누구나 말하고 싶어한다. 비밀을. 무거운 짐을. 

언제라도 좋은 건 아니다. 누구라도 좋은 것도 아니다. 때와 상대를 가리지 않는 비밀은 비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택되는 때와 대상에 기준은 없다. 등을 돌리고 앉은 운전기사라도 좋고 어느 날 들이닥친 고등학생 두 명이라도 좋다. 흘수선을 넘어섰을 때, 쌓이고 쌓인 침묵의 마지막 지푸라기 하나가 낙타의 등뼈를 부러뜨렸을 때. 상, 388



인간을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이냐? 타인의 행복만큼 효율적으로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하, 90



에이이치의 마음속 한구석에서 꽤나 큰 부품이 움직였다. 고장이 나거나 빠져서 움직인 게 아니라 가동된 것이다. 하, 223



"비전투원은 아무도 안 죽여도 돼."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똑같겠지만 죽여야만 하는 공포는 없다. 한창 전쟁 중이라도 병사가 아니면 사람을 죽이지 않고 끝낼 수 있다. 

"'구원을 받는다'는 말은 그런 뜻이야." 하, 234



-장례식이란 고인의 삶의 방식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남은 인간들의 본성을 까발리는 장이지. 하, 369



 큰 사건이 벌어졌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너무나 비일상적인 색깔을 띤 사건이라 그런지 지나버리고 나니 꿈처럼 여겨졌다. 적어도 에이이치에게는 그랬다. 하, 515






북스피어 출간작이 아니라서 한참 후에야 읽은 고구레 사진관. 

다른건 몰라도 표지가 좀 너무하다. 


메모도 한참 후에 올리게 되는구만. 

읽은지 오래되서 막 읽었을 때의 감상이 기억 안 난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미미여사님은 북스피어에서.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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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2011. 7. 25. 19:45
마리아비틀 Mariabeetle - 8점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상대하는 인간의 감정의 막 같은 것을 언어라는 손톱으로 할퀴는 감각이 왕자는 좋았다. 육체는 단련할 수 있지만, 정신의 근육 트레이닝은 쉽지 않다.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해도 악의의 가시에는 반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52

인간에게는 자기 정당화가 필요하다. 자기는 옳고, 강하고, 가치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그러므로 자신의 언동이 그런 자기인식과 괴리되었을 때, 그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변명을 찾아낸다.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 바람피우는 성직자, 실추한 정치가, 그들은 하나같이 변명을 구축한다. 128

사과의 말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상하관계를 만들기 때문에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135

다시 말해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인간은 무서운 결단이나 윤리에 반하는 판단을 내려야 할 때야말로 집단의 견해에 쉽게 동조하며, 더 나아가 '그것이 옳다'고 확신하는 게 아닐까. 141

"참 나,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확실치도 않아.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바보 취급당해. 알아들어? 알코올 중독을 고치는 유일한 방법은 금주를 계속하는 것뿐이야. 한 모금이라도 마시면 끝이니까. 다른 무엇보다 성취감이란 술이나 약으로 얻는 게 아니니 성실하게 일할 수밖에 없어. 편하게 쾌감을 손에 넣으면, 인간의 육체는 의존 형성을 실행해." 148-9

"다시 말해 자기는 무력하다는 학습을 받으면, 조금만 노력해도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아무것도 안 하게 된다는 거지. 그건 인간도 마찬가지야. 가정폭력도 다를 바 없어. 엄마는 당하는 대로 가만있어. 무력감이 뿌리 깊게 심어져 있기 때문이지." 163

물건을 훔치거나 남을 때리거나 하는 인간에게는 법률이 기능한다. 법조문을 적용해 벌을 주면 끝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훨씬 애매모호한 악의는 간단치가 않다. 법률은 효력이 없다. 235

"인간은 결국 주위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서 행동한다는 거야. 인간은 이성이 아니라 직감으로 행동해. 그러니까 자기 의사로 뭔가를 결단한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주위 사람들에게 자극이나 영향을 받는거지. 나는 독립했다, 오리지널한 존재다, 하고 생각하지만, 그래프를 구성하는 일원에 불과한 거야. 알겠어? 예를 들어 어떤 사람한테 '당신 좋을대로 행동해도 좋다'고 말하면, 그 사람이 가장 먼저 뭘 하는지 알아?"
"알 게 뭐야."
"다른 사람들을 살펴."
왕자는 매우 유쾌한 듯이 말했다. 330

"옛날부터 존재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수하다는 뜻인가봐요. 스톤스도 그렇고, 기무라씨도 마찬가지죠. 살아남았으니 승자에요." 564


 
 
이사카 고타로의 신작. 그래스호퍼와 연결되는 작품이다. 중간에 스즈키, 고래(구지라), 세미(매미) 등이 직접 혹은 대화 속에서 등장한다. 내용 자체는 그래스호퍼를 읽지 않았어도 무방하다. 
그래스호퍼를 읽은지 좀 오래 되어서 가물가물 하지만 이쪽이 훨씬 빠르게, 재미읽게 읽힌다.  


엊그제 차를 타고 오다 우연히 들은 성시경 음악도시에서 영화 평론가로 추정되는 분이 어렸을 때 대부를 보면서 "엄마, 착한 사람은 언제 나와요?" 라고 물었다는데, 이 책도 비슷하다. 온갖 킬러들이 나와서 대결(?)을 한다. 객관적으로 봐서는 하나같이 다 '나쁜 놈들'이지만 바뀌는 시점을 따라 읽다보면 어느새 꼬마기관차 토마스와 친구들 매니아 레몬을, 아들의 복수를 하려는 기무라를, 불행의 여신과 결혼하기 일보 직전의 나나오를 응원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오우지(왕자)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응원불가.) 


이사카 고타로답게 긴장감있고 스피디한 전개 덕분에 읽는 내내 나도 신칸센 열차에 올라타 있는 마냥 (물론 실제로 타보지는 못했지만) 덜컹거리면서도 빠르게 달리는 느낌을 받았다. 달리는 와중에도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한결같은 메세지.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이사카고타로 특유의 메세지가 느껴진다.


살아남은 자가 승자. 결말은 그나마 '덜 나쁜' 자가 살아남았으니 직접 읽으면서 확인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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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
독서일기2011. 6. 7. 01:43


홀로 남겨져 - 10점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도영 옮김/북스피어


 육체 같은 건 어쩌면 의미가 없는지도 모른다.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것은 감정, 사념, 그리고 영혼.
 그것들은 남겨진다. 우리가 그것들을 절실하게 품었던 그 장소에 홀로 남겨져 외로이 기다리고 있다. 그 사념의 주인이, 혹은 그것과 공명할 수 있는 영혼을 지닌 이가 찾아와 자신을 깨워 주기를, 자신을 불러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p.63 (홀로 남겨져)


 남자들이 미인에 민감하다고들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여자 쪽이 훨씬 섬세한 안테나를 숨기고 있다가 스쳐 지나가는 아름다움을 잡아내는 법이다. p.77 (구원의 저수지)


"나는 죽어서 화장되어 육체가 사라졌어요. 그런데도 줄곧 이곳에 남아 있었죠. 왜인 줄 알아요?"
미노루는 용기를 내서 대답했다.
"한이 남아서겠지. 나를 미워해서……."
유리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내가 여기 남아 있었던 이유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이 날 잊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p.136 (내가 죽은 후에)


 이름은 사물의 본질을 좌우한다. 호랑이가 '호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전에는 밀림을 지배하며 어둠 속을 질주하는 악마 같은 맹수였다. 거기에 일단 이름이 붙어 분류가 되면, 어이없게도 총에 이마를 꿰뚫리는 단순한 육식 동물로 영락하고 마는 거다. p.212 (언제나 둘이서)


 어떻게든 가슴속에 막혀 있는 말들을 다 꺼내 그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알아주었으면 했다. 소란을 피우고 싶진 않다. 누가 울까 보냐.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말은 말라 버리고, 대신이라도 하듯 눈물이 흘러내렸다.
p.307 (오직 한 사람만이)



사랑해 마지않는 미미여사님의 신작 단편집.
운 좋게도 북스피어에서 하는 독자교정에 당첨되어 미리 읽어보는 영광을 누렸다.
(그날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해서 읽기 시작했으니 아마도 내가 1번 독자.)
책도 미리 받아보고. 


미니시리즈나 일일드라마 보다 재미있거나 치밀하지는 않지만,
그 나름의 매력이 있는 '베스트 극장'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장르를 따지자면 공포/미스터리물인데 미묘하게 연애소설을 읽은 듯한 아련함이 느껴진다.



책 뒷표지에 '작가의 맨 얼굴은 이런 작품집에서 드러나게 마련이다.'라는 평론가의 글이 있는데, 그 말이 딱이다. 그리고 여사님의 맨 얼굴은 1박 2일에서 김하늘의 민낯이 그랬던 것 처럼. 예쁘다. HDTV따위 두렵지 않을 만큼.




7편의 단편이 각기 자기의 매력을 발산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녀석은 '구원의 저수지'
가장 마음에 든 녀석은 '내가 죽은 후에'


아직 열대야까지는 아니지만,
더운 여름밤에 한 편씩 읽어도 좋겠다.







박기영씨가 작업한 OST 'Dreams' 도 압권이다.
한번만 들어도 주요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될 정도.

 


책등 색깔도 예쁘게 빠져서 '우리이웃의 범죄'랑 나란히 두니 참 뿌듯하다.
마음에 드는 단편집 두 권, 고이 간직해야지.






덧. 책을 사셨다면 맨 마지막 장 독자교정 3인 중 제 이름을 찾아보시라.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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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
독서일기2011. 6. 2. 23:54

 
고백 - 6점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비채


 길을 잘못 들었다가 갱생한 사람보다,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지 않았던 사람이 당연히 훌륭합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사람은 평소에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지요.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매일 성실하게 생활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하고, 때로는 마이너스적인 사고로 몰아가는 원인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15-16

 "뭐든 힘든 일이 있으면 엄마가 언제나 들어줄 테지만, 의논할 마음이 들지 않을 때는 가장 믿음이 가는 사람한테 털어놓는다 생각하고 여기에 글을 쓰렴. 인간의 뇌는 원래 뭐든지 열심히 기억하려고 노력한단다. 하지만 어디든 기록을 남기면 더 이상 기억할 필요가 없다고 안심하고 잊을 수 있거든. 즐거운 기억은 머릿속에 남겨두고, 힘든 기억은 글로 적고 잊어버리렴." 113

 살인은 악이다.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신앙심이 희박한 대다수의 이 나라 사람들이 철들 무렵부터 받은 교육 효과 때문에 그렇게 믿고 있을 뿐 아닐까? 그래서 잔인한 범죄자는 당연히 사형시켜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가능한 것이다. 거기에 모순이 있는데도. 207

 표적은 환하게 웃었다. 사랑받는 인간만이 지을 수 있는 웃음. 내가 잃어버린 것. 230


영화로 보고온 친구는 혹평을 하며 절대 보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안 볼 생각으로 줄거리를 다 들었는데, 얼마 후 그 영화가 원작 책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니 책이 읽고 싶어졌다.

다 읽고 나니 이걸 내용을 모르고 봤다면 다른 느낌이 들겠다는 생각에, 줄거리를 듣고 본 것이 결과적으로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좀 아리송 하다. 적어도 내용을 다 알고 본 덕분에 찜찜한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각 장이 주요 인물들의 독백이기 때문에, 영화로 옮기기가 쉽지 않겠지. 혹평을 쏟았던 친구가 이해가 간다.


사람이 죽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등장인물이 많이 죽는 작품을 보고 나면 늘 기분이 안 좋아지는데, 이 책은 독백이면서도 묘하게 객관적이라서 실감이 나지 않는달까. 한발짝 떨어진 감정으로 읽었다. 그래서 덜 찜찜할지도.


글쎄. 화자들 중 어느 누구도 공감할 수가 없어서 그냥저냥 s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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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
독서일기2011. 5. 19. 16:49
달과 게 - 8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북폴리오





※ 인용문구나 내용에 스포일러가 있을지도 몰라요.



 신이치는 슬픈 표정을 억누르는 것이 정말 힘들고 참을성이 필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다. 89


 신이치는, 하루야가 셔츠를 거칠게 잡아당겼을 때의 감촉이 아직도 등에 남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앞을 걷는 하루야의 등을 바라보여 바위나 나무뿌리에라도 발이 걸려 하루야가 곱드러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여느 때보다 거리를 좁혀 걸었기 때문에 신이치는 지금이라면 언제라도 하루야의 셔츠를 붙잡을 수 있었다. 105


 신이치는 점심시간에 자신을 놀리는 편지를 읽었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사실은 슬픈데도, 사실은 분한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표정으로 수업을 받았을 때의 괴로움을 떠올렸다. 분명 쇼조는 그 몇 배나 인내해 왔으리라. 자신이 왼쪽 다리를 잃은 것을, 산에 친구를 내버려두고 온 탓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나루미와 마찬가지로 무슨 '이유'가 필요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198


 신이치의 가슴 속에 젖은 모래가 점점 쌓여간다. 그 모래는 하루야의 솜씨에 놀란 척을 하거나, 나루미의 칭찬에 동의할 때마다 부피가 늘어났다. 232


 이 장소를 하루야와 함께 발견한 사람은 신이치였다. 나루미를 이렇게 무리에 끼워준 사람도 신이치다. 어째서 자신이 소외되어야 하는지, 어째서 두 사람이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고, 자신은 그 얼굴을 바라보아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 납득하고 싶지 않았다. 238


"친구는 신기하게도 질리지가 않지. 어른이 되어 이틀이고 사흘이고 계속해서 만나면 바로 싫어지지만, 어릴 적에 만나는 친구는 그렇지 않아. 그건 도대체 뭐가 다른 걸까?"  240


 수업이 진행됨에 따라 신이치의 가슴속은 붓을 씻는 물통의 물처럼 색깔이 바뀌어 갔다. 315


"신이치, 뱃속에다가 너무 묘한 걸 기르지 말거라."  344


"내, 계속 생각했는데, 소라게는 우짠지 신기한 것 같지 않나? 껍데기는 언제쯤부터 필요한 거겠노? 얼라 때는 전부 껍데기 같은 건 안 갖고 있다 아이가. 그래서 전부 이래 쌩쌩 헤엄처 다니는 거겠제? 껍데기를 짊어지믄 어느 정도 안전할지도 모르지만, 대신에 전혀 헤엄 몬 친다 아이가. 어느 쪽이 좋겠노?"  352


"니가 생각했던 거 내는 안다. 니가 내를 싫어하기 시작한 거 안다. 여서 눈 감고 손 모으고 있을 때도, 니 내 생각했제? 내가 우예 되믄 좋겠다고 생각했잖아. 하지만 그거 아나? 니한테 미움받으믄 내는 이제 갈 데가 엄따." 355


 어째서 전부 잘 안 되는 걸까.
 하루야의 말이 지금은 신이치의 가슴속에서 되풀이되고 있었다. 공명하는 것처럼 신이치 자신의 목소리가 어느덧 그 말에 겹쳐지고, 그 목소리에 다시 하루야의 목소리가 겹쳐지는 사이, 정신을 차리자 신이치의 가슴은 수없이 많은 똑같은 말로 빈틈없이 메워져 있었다. 어째서일까. 어떻게 하면 될까.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될까. 358



미치오 슈스케.

오랜만이다. '섀도우'를 읽었던 기억은 있는데, 내용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잊어버렸다.
정보를 얻을 겸 '일본 미스터리 문학 즐기기' 까페에 가입하고 보니 '달과 게' 서평이 꽤나 자주 올라오길래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읽고보니 나오키상 수상작.


신이치의 심리묘사가 굉장하다. 마음에 든 페이지를 적어가며 읽다보니 다른 책에 비해 좀 많다.
젖은 모래라던지 물통의 물 같은 표현은 참 할말을 잃게 만든다. 
신이치 같은 생각. 나도 어렸을 때 했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껍데기를 짊어지고 살고 있으니까.




주인공 마음을 따라읽다보면 '어? 설마? 그래도 그러면 안되는데' 싶다가 '역시. 다행이야' 하는 마음이 든다. '그럴 줄 알았어' 하는 부분도 있고. 주인공이 아이니까 나는 아무래도 이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데, 좀 더 '미스터리'이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쉽다는 평도 있는듯. 미치오 슈스케의 전작에 대한 기억이 싸그리 사라진데다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것도 인식 못하고 읽어서일지도.  


근데 책장을 덮고나서 마음이 가볍지는 않다.
이 소년들 커서 어떻게 될지 조금 걱정이 된다. 서로의 인생에 중요한 인물이겠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연락을 하는 그런 친구관계가 될 것 같지는 않아서. 뭐 그렇다 한들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미묘하게 우울해졌다.





덧. 표지가 참 예쁘다. 겉의 날개표지말고 은사로 소라게가 그려진 속표지가 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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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
독서일기2011. 5. 14. 15:29


이니시에이션 러브 - 8점
이누이 구루미 지음, 서수지 옮김/북스피어



리피트를 보자마자 도서관에 가서 데려온 이누이 구루미의 다른 작품.
마지막 세 줄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는 말에 '에이- 바꿔봐야 얼마나' 라고 생각한 나는 얼마나 안일했던가.
하도 반전반전 하길래 정신 똑바로 차리고 봤어도 뭐. 몰랐으니까. 완전히 당했다. 그것도 유쾌하게.

하지만 같은 서술트릭이라도 전에 봤던 모 책은 덮고나서 묘하게 기분이 언짢아 졌던 것과는 달리 이 책은 중간중간에 뭐지? 뭔가 미묘한데? 싶은 부분이 마지막 세 줄을 보면서 갸우뚱. 어라?하게 되고 뒤에 해설까지 보고나면 '아, 그런거구나' 하는 생각에 유쾌한 기분이었다. 
또 다른 차이가 있다면 전자는 '절대 눈치 못채게 꽁꽁 숨겨야지' 식의 서술이었다면 후자는 '나 여기 있으니 알아채줘요' 하는 느낌?

80년대 일본문화에 대해 좀 안다면 장 첫머리 마다 나오는 노래나 중간중간에 나오는 소품의 의미를 파악하며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작품에도 덴도가 출연한다. 분량은 작지만.
키가 190cm인 이 거구의 사나이는 나이가 더 들면 리피트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하겠지. 


북스피어 홈페이지에 가면 친절하게 완전해설판도 있다. (http://www.booksfear.com/178)
물론 미리니름 방지를 위해 파일에 암호까지 걸려있다.
책 뒤의 가로세로 낱말퍼즐을 풀어야 알게되는 이 암호가 또 매우 귀엽다.
북스피어의 팬이라면 혹은 북스피어에 관심만 있다면 3번 답이 알려주는 음절만 보고도 답이 떠오를 터.
(설마 했는데 역시 였달까.)


'그냥' 연애소설이라면 조금 밋밋한 것은 사실. 그래서 책 내용 대신 완전 해설판의 마지막 부분을 인용한다.




미스터리 마니아 분들로선 '낡은 수법이다' 'B면 읽자마자 바로 알아챘다''모르는 게 이상하다''그래서 어쩌라고?'란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처음 읽을 때 트릭을 깼다고 자랑해봤자 그 책을 재밌게 읽은 사람들의 감정을 상하게 할 뿐 누구도 유쾌해지지 않습니다. 그런건 말하지 않는 편이 득이 아닐까요. 저처럼 완전히 속아버린 미스터리 초심자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세요.



네. 저도 완전히 속은 미스터리 초심자 입니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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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2011. 5. 13. 16:15


리피트 - 8점
이누이 구루미 지음, 서수지 옮김/북스피어


도서관에는 독특한 냄새가 있다. 문서 냄새――종이 냄새라고 해야 할까.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에는 특히 냄새가 강렬했다. (p.91-2)


그러니까 말이야. 딱히 날씨가 아니라도 역사 전체는 우리 생각 이상으로 완고하게 만들어진 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했어. 자잘하게 전과 다른 일이 일어나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원래대로 돌려 버리는 그런 이치가 작용한다는 생각이 들어. 뭐라고 말해야 할지...... 선로를 따라가는 느낌이야. 약간은 어긋나도 자연히 궤도가 수정되지. 궤도를 바꾸려면 선로 폭 이상으로 방향을 크게 틀어야 해. 크게 틀어 탈선을 시켜서 역치를 넘지 않는 한 저절로 원래대로 돌아가 버리지- .
(p.413-4)


원제는 운명의 수레바퀴 일까?

시간여행이라니, 개인적인 경험과도 맞물려서 굉장히 흥미로웠다. 꿈에서 본 장면을 그대로 현실에서 맞닥뜨린 일이 많아서―최근의 예를 들자면 한강에서의 자전거 사고 순간 같은 장면―책에서의 모리의 그 '기시감'과 함께 순간 기억이 떠오르는 느낌이 뭔지 알 것 같으니까. 뭐, 내 경우는 현실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단편적인 장면이 되풀이 될 뿐이라 책속의 인물들처럼 경마로 한 몫 잡거나 할 수는 없지만.


어렸을 적부터 반복된 그 일련의 '경험'때문에 막연히 운명이라는게 존재하겠거니―꿈을 꿀 당시에는 전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니까. 예를 들어 중학교 때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노는 장면을 꿈으로 꾼다거나 하는 식의― 작은 일이야 변동 가능성이 있겠지만 인생의 큰 줄기는 정해져 있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고, 현실에서 '아, 이거 꿈에서 꾼 장면인데 꿈이랑은 다르게 움직여볼까?'하는 생각을 했다가 왠지 꺼림칙한 마음에 관둔 적도 있어서 뭔가 이 책을 더 몰입해서 보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어렸을 때는 나 말고 남들도 다 그런 꿈을 꾸는 줄 알았는데, 친구들과 이야기해본바 반절정도는 적당히 신기해하고 반절정도는 웬 이상한 소리냐는 식의 반응인걸보니 남들은 안 그러나보다. 어쩌면 이거 '슈퍼파워'일지도.흐흐)


흔히들 생각하는 시간여행과는 조금 다르게, 굉장히 제한된 조건하에서의 '리피트'라는 소재 자체가 독특해서 재미있고.'동료'들이 맞닥뜨리는 일련의 사건들을 따라가다가 어라?하며 찾아오는 반전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데 책장을 덮고나니 왠지 모르게 찜찜한 기분이 들어 '이게 뭐야.'라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왜그랬을까.



아무튼 이런저런 일로 한 번에 몰아서 못보고 짬짬히 나눠서 봤지만 읽어내리는데 속도감은 있다. 재미도 있고. (북스피어 책들의 최고의 미덕아닌가. 재미.) 그래서 결말이 찜찜하긴 했지만 그대로 도서관에 다시 가서 같은 작가의 '이니시에이션 러브'를 빌려왔다. 다음 책은 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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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
독서일기2011. 5. 10. 14:17

가다라의 돼지 - 6점
나카지마 라모 지음, 한희선 옮김/북스피어

"행복이란 나가서 잡는 겁니다. 행복은 문밖에 있습니다. 물론 나가면 차에 치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탓에 확실하게 불행해져 가는 것보다 가능성을 추구하는 편이 좋지 않습니까? 그런 적극성을 가지지 못했던 것이 지금까지의 여러분입니다."  83


"모리스는 수업후 이렇게 말했대. '내가 어째서 이런 트릭을 쓴 것 같나? 자신들이 얼마나 속기 쉬운 존재인지를 알았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너희는 다른 설명을 못하겠다는 그 이유만으로 간단히 틀린 결론을 택하지. 그 점을 잘 명심할 것.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있어도 그것을 초자연현상이라 제멋대로 믿어 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아아, 멋진 남자야, 모리스. 나도 한번 속아 보고 싶어라. 106


"꿈이라서 다행입니다."
"악몽이라면 언젠가는 깨겠지. 그런데 깨고 난 세상이 나쁜 꿈보다 더 나쁘면 어떻게 하나."  690



나카지마 라모는 천재구나.
작가가 정말 방대한 분야에 방대한 지식과 관심이 있구나.

결말이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감도 있지만
나름대로 재밌게 본 책.


근데 가볍게 읽게 추천하기에는 두께가 너무 두껍고
진지하게 읽기에는 뭔가 좀 모자라는 느낌.

아무튼 시간을 좀 두고 나카지마 라모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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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
독서일기2011. 4. 30. 00:44




p.80

"이와 님, 잘 들으십시오. 세상의 하찮은 놈들이 당신을 보고 웃는 이유는 얼굴의 상처가 흉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숨기려면 숨길 수 있는 그런 것을 숨기지 않는, 꾸미지도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 그런 강한 당신이, 세상 사람들은 무서운 게지요. 무서워서 웃는 것입니다."


p.81

"동정도 그렇고 원한도 그렇고, 받는 쪽에 그런 마음이 없으면 성립하지 않습니다. 동정을 받는 쪽은, 그것이 사실은 경멸이라고 해도 경멸받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요. 세간의 약속이거든요. 그것을 깨어버리면 아무것도 안 돼요. 마음이란, 이와 님, 어떤 마음이든 그대로 상대에게 통하는 일은 없습니다. 마음을 받는 쪽이 멋대로 만들어 내지요. 그러니 어차피―――기뻐하시는 것도 화내시는 것도―――당신 하기 나름입니다."


p.145

어차피 남에게 전해 듣는 말,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진실을 알기는 어렵다.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무리 진실을 말하려고 해도 이야기는 진실 자체가 될 수 없다. 오히려 되는 대로 아무렇게나 말을 늘어놓아도 절반은 진짜가 된다. 하나에서 열까지 지어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고, 전부 반대로 늘어놓는다 해도 바닥을 알면 오히려 도리를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철저하게 속일 수 있다면 거짓은 통째로 진실이 된다.


p.361

"세상일의 대부분은 쓸데없는 짓일세. 쓸데없는 짓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 받아들이면 행복이 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원수가 되네. 어차피 그뿐. 화복을 정하는 것은 자기자신이라고―――그것은 자네가 한 말이 아닌가."


p.404

"무서운 분이셨습니까."
"당치도 않습니다. 예쁘고 아름다운 분이셨습니다."
"호오. 내가 듣기로는 추하고 무섭다고만 하던데요."
"그것은―――."
남자는 잠시 침묵했다가 이렇게 말을 이었다.
"아름다우니 추하니, 남자니 여자니, 무사니 시정 평민이니―――그다지 상관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요모시치는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다를 바가 없다고, 어제 목소리는 말했다.




벼르고 별렀던 교고쿠 나츠히코.
읽자마자 서평 쓸 생각도 못하고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읽는 중.
읽자마자 다시 첫장으로 넘어간 건 처음있는 일이다.

뒷 내용을 다 알고 다시 읽으니 좀처럼 이해가 안 되어 대충 넘어갔던 첫 장이 이해가 된다.


안타깝고 안타깝다. 이와도, 이에몬도, 마타자에몬도 심지어 기헤이까지도 안타까워 마음이 아프다.
이와와 이에몬이 말 한마디도 다정히 하지 않아서 당혹스럽지만.
그래도 책장을 덮고 나니 이건 절절한 사랑이야기다.

집에 돌아오는 밤길에 평생에 한 번 이런 사랑이 있기는 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안 그래도 외로운데. 쳇. 하지만 이와 님이 부럽지는 않아요. 난 이왕이면 아기자기 행복하게 살래.)






요쓰야 괴담에 대해―――모르고 봐도 재밌긴했다. 물론 알고보면 어디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겠지만. (사실 앞장에 나온 설명과 역자후기에 나온 요쓰야 괴담 개요를 읽었지만 아직도 머리속에 그림이 안 그려진다. 나 이해력이 떨어지나봐.)

마음에 드는 구절을 옮겨적고 나니 거의가 마타이치의 대사다. 역시 가랑이 사이도 빠져나가는 마타이치 답다. 마타이치는 다른 작품에도 등장한다고 하니 찾아서 읽어보아야겠다.




책 내용과는 관련없는 사족을 몇 마디 달자면


일단 표지가 너무너무 예쁘다. (빌려 읽긴 했지만) 표지때문이라도 한 권 소장하고 싶을만큼.
(일본 여인이 그려져 있는데, 책 읽으면서 머릿속에 상상한 장면은 거의가 한복에 가까운 이미지다. 상상으로 자유자재로 떠올릴 만큼 일본의 전통 복식과 건축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지 못하니까. )

교고쿠 나츠히코는 장광설에 간결하지 않고 이해하기 어려운 문체라 하여 읽기가 망설여졌는데
웃는 이에몬을 읽고나니 한 번 도전해볼만 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그리고―――――요게 너무 많다. 눈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이거, 말하다 중간에 새거나 사족을 달기도 하고 말 끝까지 안 맺고 말꼬리 흐리는게 어찌 내 평소 언어생활과 비슷해서 왠지 정이 간달까. (그래서 내가 달변가도 못되고 문장가도 못되는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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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
독서일기2011. 4. 22. 22:04


영화처럼 - 10점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북폴리오



이하는 2010년 8월 8일에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렸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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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퍼펙트 블루를 읽고 나니 일본 소설들에 대한 애정이 다시 화르륵 솟아났다.
탄력 받은 김에 오츠이치 책을 네 권이나 연달아 읽어버렸더니, 웬걸 우울함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겠다.

그래서 유쾌한 책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에 가네시로 가즈키를 검색해보니 신작이 한 권 있다.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빌리기로 마음먹고서는 왠지모를 찜찜한 기분에 신청목록을 찾아보니

어랍쇼 이거 내가 신청했던 책이다.
 

2년 전, 가네시로 가즈키의 신작이 나왔길래 학교 도서관에 신청해 놓고서
정말이지 타고난 건망증으로 완전히 잊어버린거다. 

일단 얼른 가서 빌려 놓고서, 책을 잡으면 공부를 안 할 나를 알기에
침대에 대충 던져놓은 채 며칠을 방치해뒀다가 지난 주 일요일 저녁에야 첫 장을 열었다.

첫 장을 열어보니 단편 모음이길래 한 편씩 끊어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아차, 가네시로 가즈키를 너무 오랜만에 읽는지라 그를 과소평가하고 말았던 것이다.

빨려들어갈듯이 신나게 읽고서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사서 소장해야지, 내가 신청한 책이라고 여기저기 자랑 해야지,
뭐 이런 생각들이 스물스물 떠오른다.

어째서 진작 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하마이시 교수가 easy come, easy go 라고 하지 않았는가.


조만간에 로마의 휴일을 꼭 봐야겠다.

 

 

<사랑의 샘 中 발췌>

p.301

나는 걷자, 걷자, 나는 괜찮아, 하는 도토로의 노래를 낮은 소리로 흥얼거리면서 용기를 내어 계단을 올라갔는데, 생각해보니 도토로 자신이 귀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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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이대목을 읽고보니 토토로가 귀신이고 고양이버스가 저승가는 버스라는게 정말이었나보다.)



p.303

그러니까 지금 하고 싶은 말은 치마주머니에서 뭘 꺼내주는 여자에게 내가 약하다는 것이다. 나는 쓰카사씨에게 한 눈에 반하고 말았다.
  

p.325

“모른다고 그 장면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문제될 것은 전혀 없지. 다만, 알면 훨씬 더 깊게 즐길 수 있지 않겠나.”


p.325-326

“그건 그렇고, 자네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어떻게 하나?”

어떻게 하다니 뭘, 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대답했다.

“그 사람에게 제 마음을 전하려 하겠죠.”
“전하기만 하나?”

질문의 의도가 점차 깊어지는 느낌에 당황한 내가 대답을 못하자, 하마이시 교수의 눈에 심각한 빛이 슬쩍 어렸다.

“자네가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을 때 취해야 할 최선의 방법은, 그 사람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두 귀를 쫑긋 세우는 거야. 그럼 자네는 그 사람이 자네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 바꿔 말하면, 자네가 사실 그 사람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야. 그제야 평소에는 가볍게 여겼던 언동 하나까지 의미를 생각하면 듣고 보게 되지. ‘이 사람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뭘까?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하고 말이야. 어려워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대답을 찾아내려 애쓰는 한, 자네는 점점 더 그 사람에게서 눈을 뗄 수 없게 될거야. 왜냐, 그 사람이 새로운 질문을 자꾸 던지니까 말이야. 그리고 전보다 더욱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거고. 동시에 자네는 많은 것을 얻게 돼. 설사 애써 생각해낸 대답이 모두 틀렸다고 해도 말이지.”

하마이시 교수가 일단 말을 끊고,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사람이든 영화든 뭐든, 다 알았다고 생각하고 접하면 상대는 더는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지 않지. 그리고 정체되기 시작하는 거야. 그 노트에 메모한 좋아하는 영화를, 처음 본다는 기분으로 다시 한 번 보라고.”


p.339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만남에는 ‘시대’란 애매한 선을 아주 손쉽게 넘어버리는 절대적인 무언가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뭐라 잘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 준비가 덜 된 인간 앞에서는 좋아하는 사람이 쓰러져주지 않는 것 아닐까. 그건 어느 시대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p.386

언젠가 겐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에게 괴롭고 힘든 일이 생기면 이 엽서를 보여줄 생각이다.

p.406-7

장아찌는 냉장고 속
된장국은 냄비 속
엄마는 꿈 속


p.423

“이지컴 이지고라고. 알겠나? 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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