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여행자2013. 1. 26. 22:00

 

여행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이 걸은 데다 버스를 놓친 덕분에 급격히 의욕도 상실해서 순식간에 피로감이 몰려왔지만 안압지 야경을 놓치면 후회한다는 말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움직였다.

 

숙소에서 안압지까지 한번에 걷기는 조금 부담스러워서 가는 도중에 있는 해장국거리에서 저녁을 먹고 조금 쉬다가 다시 이동하기로 했다. 다른 블로그에서 본 팔우정해장국을 찾으려는데 할머니 한 분이 불쑥 나와서 들어오라고 하신다. 간판을 확인하니 거기가 바로 팔우정해장국.

 

할머니 한 분이 꼼지락꼼지락 상을 차려주시는 곳인데 대단한 맛집이라기 보다는 조금 독특한 묵해장국이 나오는 소박한 집이다. 솔직히 맛있다고 하기엔 조금 모자란 맛이었지만 우리 남매에게 상을 차려주고 나서 음식 데운 김에 저녁식사를 하시는 할머니 모습을 보니 여기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뉴는 단촐 하게 3가지(묵해장국, 선짓국 나머지 하나는 기억이…) 가격도 똑같이 5000원이다. 경주는 물가가 무척 비싼 것 같다가도(예를 들어 순대 1인분이 4000원이라던가.) 또 생각보다 저렴하기도 한 신기한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장국으로 속을 데우고 부지런히 걸어서 안압지로 갔다. 가는 도중에 조명빨(?) 받은 첨성대 구경은 보너스.

 

 

 

 

주의 겨울 밤 추위는 상당히 매서웠다. 덕분에 덜덜 떨면서 구경했지만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연못이 얼어붙어 물그림자를 제대로 못 본 것이 아쉽다. 경주는 돌아다닐수록 다른 계절에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늘어나는 곳이다.

 

 

 

 

 

 

1월 13일 일요일

경주여행 (일정추가)

 

이제 막 익숙해지려는 모모제인을 떠나려니 아쉬움에 차마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원래 계획은 오전 중에 김천으로 이동해서 직지사를 구경하고 대전에 가는 것. 동생에게 경주에 더 오래 있다가 바로 대전으로 갈까 물으려는데 이 녀석이 "누나 우리 불국사 봤는데 또 굳이 절에 갈 필요가 있을까?"란다. 이럴 땐 제법 쿵짝이 잘 맞는 남매다.

 

결국 계획을 수정하여 첫날 제대로 구경하지 못한 월성지구 유적을 다시 구경하고 천천히 이동하기로 했다.

 

 

노동리 고분군에서 대릉원 옆길을 지나 교촌마을까지. 일요일 오전에 인적 드문 골목을 한가롭게 산책을 하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어제의 '수학여행 코스'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향교 근처까지 가니 그 유명한 '교리김밥'이 나왔다. 전국 3대 김밥이라느니 하는 말에 묘하게 거부감이 들어 굳이 찾아올 생각은 안 했지만 막상 간판을 보니 궁금하기도 하고 마침 출출하기도 해서 김밥 한 줄 사먹을 요량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김밥은 기본이 2줄 단위고 1인 1메뉴를 주문해야 한단다. 이건 또 웬 유명 맛집의 횡포인가 싶어서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하는 수없이 잔치국수 한 그릇과 김밥 두 줄 주문.

 

손님이 많아 테이블 회전이 빠른 집이라 그런지 메뉴가 총알같이 나왔다. 그리고 투덜거린 게 무색하게 무서운 속도로 국수와 김밥을 해치웠다. 헤헤. 막 엄청나게 맛이 있는 건 아닌데 자꾸 젓가락이 가고 나중에 다시 생각날 것 같은 맛이다. 김밥치고는 굉장히 부드러운 식감도 한 몫 하는 것 간다. 왜 장사가 잘 되는지 충분히 납득이 갔다.

 

얼른 찍고 먹으려고 사진 대충 찍었당 잇힝

 

의심했던 마음이 머쓱할 만큼 너무 잘 먹고 나니 모모제인에서 주인언니와 지인들도 교리김밥 얘기를 하는 것이 생각나서 선물용으로 포장까지 해서 들고나왔다.

 

 

 


큰지도보기

교리김밥 / 분식

주소
경북 경주시 교동 69번지
전화
054-772-5130
설명
-

 

 

 

 

향교를 구경하고 나니 바로 옆이 계림, 계림에서 조금 올라가니 월성, 월성 안에 석빙고까지. 어플로 설명 들으면서 차분하게 구경하니 참 좋다.

 

 

들어갈 수는 없어서 담장 너머 찰칵.

 

 

 

난간에 찰싹 달라붙어서 석빙고 찰칵.

 

 

 

 

돌아오는 길에 이러고 있다.

 

 

 

숙소로 돌아와 주인언니한테 선물이 있다고 김밥을 내밀었더니 이런 맛에 게스트하우스 한다며 좋아하신다. 정말이지 작은 선물 큰 기쁨이다. 아쉬운 마음 가득 안고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정말이지 대문 나서는 순간부터 다시 그리워진다. 빠른 시일 내에 자전거여행 하러 다시 올게요!

 

 

 모모제인 방명록을 쭉 읽어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수학여행으로 경주에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IMF 광풍이 불어닥친 다음 해, 수학여행을 취소하네 마네 오락가락하다가 겨우 정해진 여행지가 경주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기에 수학여행을 가는 것 만으로도 감지덕지였지만 어린 마음에 플랜B로 정해진 여행지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시키는 대로 버스 타고 가서 내리면 '아, 교과서에서 보던 데구나.' 하는 게 전부였던 것 같고, 설상가상으로 지갑까지 도둑맞아서 엉엉 울고 부모님 선물 하나 못 사서 전전긍긍했던, 나에게는 별로 아름답지 못한 기억으로 남은 도시였다.

 

그렇게도 모모제인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아마도 "수학여행으로 경주는 좀 아닌 것 같아."라는 주인 언니의 말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말해주는 언니네 집으로 놀러가면 두 번째 여행은 꽤 괜찮지 않으려나. 그런 막연한 희망이 있었달까.

 

그렇게 용기를 낸 두 번째 방문은 앞으로 세 번째, 네 번째 방문을 기약하게 만들어 주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여행은 다음 번에 또 방문했을 때를 대비해서 차곡차곡 베이스캠프를 만들어가는 여행이 된 것 같다.  

 

 

Posted by 유선♪
초보여행자2013. 1. 24. 21:14

 

1월 12일 토요일

경주여행

 

 

올빼미족도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나게 해주는 게스트하우스의 마법 덕분에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어 9시 12분에 불국사로 가는 11번 버스에 올라탔다. (다른 정류장에서 넋 놓고 기다리다가 버스 놓칠 뻔 했다. 불국사 가는 버스는 우체국에서 좀더 경주역에 가까운 쪽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내내 걱정하게 만들었던 동생녀석은 상태가 나아졌다며 '나랑 경주랑 잘 맞나봐' 드립을 치는 것을 보니 이제 다 나은 모양이다.

 

전날 방명록에서 석굴암이 불국사보다 높은 곳이 있으니 석굴암에 먼저 간 다음에 걸어 내려와서 불국사를 구경하면 좋다는 말을 보고 그 순서대로 구경하기로 했다. (나이스 초이스!)

 

40여분을 달려 불국사 입구에 도착하니 맞은 편에 석굴암 가는 버스가 막 출발하려는 참이라 서둘러서 탑승했다. 기쁜 소식은 환승이 된다는 것. 나쁜 소식은 다인승은 1명만 환승이 된다는 것.

아, 따로 찍을 걸 하고 잠깐 후회의 시간을 보냈다. (1인 1카드가 필요합니다.)

 

보성 봇재길은 울고 갈 정도로 길고 긴 구불구불 길을 달인 포스 팍팍 풍기시는 할아버지 기사님은 하나도 불안하지 않게 천천히 부드럽게 잘도 가신다. 완전 베스트 드라이버!

 

 

 

버스에서 내려 가장 먼저 보이는 건물이 바로 불국대종각. 천원 이상 기부하면 타종할 수 있는데, 종소리가 울릴 때마다 아, 누군가가 좋은 일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참으로 기가 막힌 아이디어다.

 

 

 

 

 

10분 남짓 더 걸어오면 석굴암 도착.

 

 

 

 일단 감로수 한 모금 하고

 

 

 

 

또 올라갑니다. 좌절하지 마세요. 소요시간 2분.

 

 

석굴암은 한국관광공사에서 제작한 '신라역사여행' 이라는 어플로 설명을 들으면서 구경했다.(나도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얻은 정보인데, 설명이 약간 오글거리긴 하지만 좋은 어플이다.) 시간을 잘 맞춰 가면 문화해설사님이 설명도 해주시는데 석굴암 내부 천장 사진과 석굴암 축조원리까지 아주 상세하게 잘 설명해주시니 이왕이면 해설시간 맞춰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석굴암에 들어가보니 10시 예불을 보고 있어서 저절로 경건해졌다. 어설프지만 합장을 하고 소원도 빌고 나왔다. 석가탄신일이나 특별히 예불을 볼 때는 들어가 볼 수 있다고 하니 석가탄신일에 다시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사람이 너무 많으려나T_T)

 

 

 

 

석굴암에서 입구에 오뎅 파는 할머니가 계셔서 불국사 가기 전 기운 충전을 위해 오뎅 한 꼬치씩 사 먹었다. 특이하게 간장을 분무기로 뿌려먹게 되어 있었는데, 먹을 것 좋아하는 우리 동생님은 간장 스프레이에 너무 깊이 감명받은 나머지 하산하는 내내 그 할머니는 천재임이 틀림없단다. (ㅋㅋ)

 

석굴암에서 불국사까지 가는 길은 한 시간 남짓 걸리지만 내리막길이라서 힘들지는 않았다. 올라오면서 힘들어 하는 사람들 구경은 덤이다. 다람쥐, 청설모가 많다고 들었는데 추워서 안 돌아다니는지 코빼기도 안보였다. (다람쥐는 겨울잠을 잔다지만 청설모는 안 잔다며.)

 

 

 

 

현판에서부터 왠지 기운이 느껴지는 불국사.

 

 

 

부지런히 하산하여 불국사 도착. 금방 입장료 4000원 내고 석굴암 보고 왔는데, 또 4000원 내고 불국사 입장하려니 이거 슬슬 부담이 된다. (입장료 1+1은 없나요?)

 

 

자, 들어갑시다.

 

 

우리 동생님, 이걸보고 강남스타일이란다. 흠.

 

 

 

이번에도 신통방통한 신라역사여행 어플이 이끄는 대로 구경! 늘 그냥 지나치기만 했던 사천왕이 각각 손에 다른 걸 쥐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알고 나니 왠지 인사도 하고 들어가야 할 것 같아서 잘 부탁 드린다고 합장하고 입장했다.

 

 

 

 

 

 

청운교와 백운교 앞에 도착하니 새삼 진짜 불국사가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일로 여행을 하다보니 백팩 맨 사람을 보면 무척 반갑다.

 

 

 

어플의 설명이 없었다면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불국사 석축.

건물은 재건한 것이지만 아래 석축은 신라시대부터 쭉 이 자리를 지켜왔다고.

이 부분은 원래는 연못이었던 청운교 백운교 앞에 물을 공급하는 관이라고 한다.

 

 

 

 

 

 

그냥 계단으로 질러서 올라가고 싶지만, 우리 청운교 백운교는 소중하니까요.

 

 

 

 

불국사 경내를 구석구석 알차게 설명해준 고마운 어플.

 

석축에 관한 설명이라든가 관음전에 오르는 낙가교에 대한 설명, 극락전 현판 뒤에 숨어있는 복돼지 같은 것은 이 어플이 아니었으면 알지 못했을 고급정보였다.

불국사 석굴암 외에도 무려 18곳의 유적에 대한 설명이 있으니 경주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미리미리 다운받아 가는 것을 추천한다.

 

어플다운과 설명 MP3다운은 별개이므로 데이터가 부담된다면 미리 다운로드 받아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물론 스트리밍도 가능)

 

 

 

현판 뒤에 숨어있는 복돼지. 보이나요?

 

 

 

 

 

 

 

 

경주역 근처로 돌아와 성동시장 백반집에서 조금 늦은 점심을 챙겨먹고나니 다른 곳 구경을 갈까 아님 시내에서 퍼질러 앉아 놀까 고민이 되었다. 딱히 갈 데도 없고, 숙소 벽에 양동마을에 가는 버스 시간표도 확인할 겸 다시 숙소에 들렀다.

 

막상 숙소에 가니 귀차니즘이 발동하여 근처 까페에나 가자고 결정하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주인언니가 경주 와서 고작 불국사만 보고 갈 거냐며 어여 다녀오라고 등을 떠밀어 주셨다.

 

 

 

 

유일하게 양동마을 안까지 들어가는 203번 버스. 2013년 1월 5일 시행하는 따끈따끈한 시간표다. 경주역 표시가 잘못 된 것 같은데 경주역은 시외버스터미널과 양동마을 중간.

3시 30분 버스를 타고 갔다가 5시 버스를 타고 나오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양동마을로 출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양동마을. (입장료 4000원.)

 

양동마을은 포항 방향으로 30분 거리. 그냥 평범한 도로를 한참 달리다가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다 싶더니 양동마을이다. 흡사 시간여행을 한 기분이다. (203번 버스가 사실은 타임머신이라던가.) 기와지붕과 초가지붕이 어우러진 마을은 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아궁이에 불피우는 냄새가 동네 전체를 감싸고 있다.  

 

 

자동차만 치우면 지금 당장 사극찍어도 되겠다.

 

 

 

기차시간 외에는 세부계획을 짜지 않아서 대부분 여유롭게 구경하고 다녔는데 봉하마을과 이 곳 양동마을은 버스시간에 쫓겨 서둘러 구경하게 되어 참으로 아쉬웠다. 그래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에서 열심히 구경했다. 

 

 

 

전쟁에서 공을 세운 노비 억부를 기리기 위한 제각.

비록 비석은 없는 제각이었지만 노비를 위한 제각을 처음 봐서 굉장히 신기했다.  

 

 

 

 

 

유일하게 실내를 구경한 무첨당. 집 안에 들어서니 옛날 집 냄새가 났다. 공기부터가 다르달까.

창덕궁의 낙선재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무래도 디테일은 떨어졌다.

하지만 궁궐 안 건물과 비슷한 느낌을 줄 정도이니 상당히 세력가 집안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무첨당 뒤의 사당.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는 집들이어서 내부까지 구경하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었지만 마을길을 산책하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뒷동산에 올랐다가 내려가는 길이 퍽 낭만적이다.

 

 

 

반가워서 찍은 프라이드. 마을 분위기와 미묘하게 어울린다.

 

 

 

친절킹 양동BUCKS 사장님. 식혜 맛있어요.

 

 

 

5시 버스 시간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언덕을 내려가니 5분쯤 시간이 남는다. 화장실도 잠깐 들르고 버스정류장 앞 양동BUCKS에서 식혜도 한 병 사 먹으면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15분이 지나고 20분이 되어도 버스가 올 생각을 안한다. (화장실에 들른 그 잠깐 사이에 지나가버린걸까 아니면 마을을 그냥 지나쳐 버린걸까. 지금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다.)

 

 

 

왜 안오는 거야. 좌절하는 동생님.

 

 

경주 시내로 나가는 다음 버스는 6시 30분. 그때까지 마냥 기다릴 순 없고...

급하게 검색해보니 마을 입구까지 걸어 나가면 203번 외에도 몇 대의 버스가 더 있다고 해서 마을 입구까지 걸어나가기로 했다. 

 

기운이 쭉 빠져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옆에 웬 트럭이 와서 멈췄다. 바로 양동BUCKS 사장님! 방향이 달라 경주 시내까지는 못데려다주지만 버스 많이 오는 데 까지 데려다 주시겠다며 얼른 타라고 T_T (물론 걸어서도 갈 수 있는 짧은 거리였지만 감사했슴다 사장님. 헤헤)   

 

 

햇님은 우리 맘도 모른채 속절없이 넘어가서 사방은 어둑어둑해지고, 바람은 차갑고, 검색해보니 마을 입구를 지나간다는 200번, 201번, 202번 버스는 각각 하루에 5~6회 밖에 운행하지 않는다고 하고... 점점 불안감이 엄습하면서 히치하이킹이라도 해야하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200번 버스가 거짓말처럼 나타났다. (그 순간만큼은 버스기사님이 구세주였어요. 엉엉) 비싸다고 투덜댔던 좌석버스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나 뭐라나. 

 

 

 

 

.

 

 

 

 

 

 

Posted by 유선♪
초보여행자2013. 1. 23. 12:55

모모제인 게스트하우스

2013. 1. 11 - 13 (2박 3일) 1박 15000원 (도미토리, 할인 이벤트 중)

여자 도미토리 12인실, 남자 도미토리 8인실, 조식 포함.

 

 


게스트하우스에서의 하룻밤

저자
강희은 지음
출판사
즐거운상상 | 2012-08-04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자유 여행자들의 쉼터, ‘게스트하우스’에서 생긴 일!서울에서 땅...
가격비교

 

 

경주에 다시 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한 책이다. 정확히는 이 책에 나온 모모제인 게스트하우스에 끌려 경주에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조용히 쉬다 갈 수 있는 여행자들의 베이스 캠프를 추구한다니, 어머 저긴 꼭 가야 해.

 

그러니까 나는 경주에 오기 위해 숙소를 알아 본 것이 아니라 모모제인에 오기 위해 경주를 여행코스에 넣은 것이다. 주객전도도 이쯤이면 중증이다.

 

 

 

 

 경주역에서 길 건너서 직진, 우체국에서 좌회전, 명동의류에서 우회전, 초록색 외벽의 카페 골목. 맞게 찾아온 것 같은데 보이질 않아서 잘못 찾아왔나 슬그머니 불안해질 때쯤 골목 끝에 모모제인이 나타났다.

 

 

 

 

 

사진으로만 보던 곳에 드디어 왔다. 겨울이라 조금 삭막한 느낌이 더해지긴 했지만 생각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첫인상이 엄청나게 강렬한 것도 아니지만 이질감없이 익숙한 기분이었다.

 

 

마당 한켠에 깨알같은 눈사람. 코가 제대로다.

 

  

 

모모제인의 규칙은 간단하다. 꼬부라진 건 정수기, 여자 도미토리는 별채에, 남자 도미토리는 본채에, 화장실은 각 방에 그리고 대문 여는 법(주인언니의 안녕을 위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만 알면 손님도 손님을 받을 수 있다. (방명록에서 손님이 손님을 받았다는 얘기를 보면서 키득키득 웃었는데, 잠시 후에 정말 주인 언니가 자리를 비운 사이 손님이 왔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도 모르게 "꼬부라진 건 정수기구요…"를 하고 있었다나 뭐라나.)  

 

 

 

모모제인 거실

 

 

여행계획도 짜고, 이야기도 나누고, 책도 보고, 아침엔 식사도 하는 모모제인의 거실이다. 동생은 본채, 나는 별채 였기 때문에 함께 얘기할 수 있는 거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만화책부터 전공서적까지(무려 노동법 두둥) 굉장히 다양한 책이 구비되어있다. 그 중에서 동생이 심야식당을 골라서 읽길래 나도 따라서 읽었다. 보드게임도 몇가지 있다. 부르마블이 참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했다. (언젠간 다시 와서 부르마블을 하고 말테닷!)  

 

 

 

 

벽에는 지도와 주요 관광지로 가는 버스시간표, 그리고 게스트들이 보내온 엽서들이 붙어있다. 찬찬히 읽어보다가 나도 돌아가거든 엽서를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것보다 벽에 붙어있는 버스시간표를 확인하고 이동 하는 게 더 좋아서 구경하는 도중에 다시 숙소로 돌아와 시간표를 보고 나가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컴퓨터 책상 위에 노짱이 계신다. 이쯤되면 이번 여행의 마스코트이십니다.

 

 

 

이런 지도는 어디서 사나요. 나도 집에 붙여놓고 싶어요.

 

 

 

이 지도를 보면서 동생과 

 

"우리 선생님 퇴직하고 세계 여행 중이래. 지금 모로코에 계신다는데?"

"그래? 그럼 이 지도에서 모로코 찾아봐. 난 찾음ㅋ."

".....못찾겠어."

"멍청아 여기 있잖아."

"......"

 

뭐 이런 대화를 나눴던 것 같다.   

 

 

 

 특별출연한 동생. 심각해 보이지만 아마 심야식당 보는 중일거다.

 

 

 

1윌이지만 아직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었는데, 동글동글한 장식이 참 예뻤다. 몇 개가 전구에서 자꾸 빠져서 또르르르 굴러다니는 바람에 다시 끼워놓아야 했지만.

 

 

 

 

분위기가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모름지기 여행지 숙소의 가장 큰 미덕은 편안한 잠자리 아니겠나. 그 점에서 모모제인은 최고였다. 소등시간인 11시쯤 스르르 잠이 들어서 눈을 뜨면 7시 28분. 중간에 깨는 일도 없고 심지어 꿈도 안 꾸고 편안하게 숙면을 취했다.

 

12인실이라고 해서 살짝 걱정이 되었는데 실제로는 6+6인실 같은 구조였다. 방과 방 사이에 커튼으로 칸막이가 있어서 12인실로 느껴지지 않는다. 옆 방 소리가 완벽히 차단되는 것은 아니나 다행히 모모제인의 게스트들은 모두들 조용히 사부작사부작 움직이는 타입이어서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게스트하우스 분위기 때문에 사람이 조용해 지는 건지 아니면 조용한 사람들이 모여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화장실 각 방마다 따로 있다. 따뜻한 물도 잘 나와서 나처럼 허약한(읭?) 사람도 편하게 샤워 가능. 화장실에는 비누, 치약 정도만 구비되어있기 때문에 다른 세면도구는 직접 지참해야 한다.(수건은 말하면 주는 것도 같던데, 나는 그냥 내 수건 써서 잘 모르겠다.)

 

 

 

 

 

모모제인의 조식.

 

 

조식으로는 토스트가 제공된다. 아침시간은 7시 30분 부터 9시 30분 까지.(늦으면 없어요.)  

누군가가 아침에 빵 말고 밥이 먹고 싶어요. 라고 방명록에 썼는데 우리 시크(하지 않다고 본인은 주장하시지만)하신 주인 언니는 '밥은 집에서 늘상 먹지 않소 여기선 빵 드시오.' 라고 친절히 답변을 달아 놓으셨다.(ㅋㅋ)

 

아무리 이벤트 할인가라지만 이 가격에, 이 시설에 조식까지 주는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일은 쉽지 않으리라. 주머니사정 넉넉지 않고, 매 끼니 사먹는 것 부담되고, 뭐 먹어야할지 고민되는 내일러들에게 강력추천한다.

 

 

앞서서 주르르르 늘어놓은 눈에 보이는 장점 말고, 내 마음을 스르르 무장해제 시킨 것은 

바로 빨래 였다.

 

옥상에 올라가 야무지게 집게 꽂아서 빨래를 너는 것도 꽤나 낭만스러운 일이었는데, 

걷어와서 냄새를 맡아보니 '다른 동네 냄새'가 났다. 

 

순간 '아, 내가 여행을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사무쳤다. 

쓸쓸하면서도 참 달콤한 기분이었다. 

 

 

 

게스트하우스의 매력은, 일단 부담없이 한 걸음 내디뎠다가도 '내 집'이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행동하면서 서서히 그 곳에 적응해가는 과정에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이제 좀 익숙해졌다 싶으면 떠나야 하는 아쉬움도 매력이려나.)

 

이런 매력은 하루 저녁 자고 다음날 아침 훌쩍 떠나버리면 느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적어도 이틀 정도는 머물면서 구석구석 구경도 하고 거실에서 책도 보면서 천천히 느끼고 싶었다.

 

 

모모제인에서 나와 동생이 받은 좋은 기분, 주인 언니의 따뜻한 배려는 미처 글로 다 옮기기가 어렵다. 다만 동생은 대문을 나서면서부터 가기 싫다고, 1년에 한 번 씩은 꼭 오겠다고 다짐을 했고, 나는 십 몇 년 만에 엽서를 써서 보냈다. 물론 게스트하우스에는 처음 써보는 엽서였다.

 

 

보석 같은 공간을 많은 사람들에게 막 자랑하고 싶기도 하고, 나만 알고 있고 싶기도 해서 이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복잡하지만 뭐 내가 글을 쓴다 한들 갑자기 엄청난 인파가 몰려드는 일이 생기지는 않겠지. 다만 '여긴 어떨까' 하고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고 '여기로 가야겠다'고 마음을 결정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모모제인 홈페이지 : http://www.momojein.co.kr

모모제인 블로그 : http://blog.naver.com/saetul

 

 

 


큰지도보기

모모제인 / 홈스테이,게스트하우스

주소
경북 경주시 황오동 216-2번지
전화
010-5516-7778
설명
-

Posted by 유선♪
초보여행자2013. 1. 22. 19:54

1월 11일 금요일

 

부전-경주 (#1944)

9:36-11:34

 

 

 

뒤척이다 늦게 자서 아침에 늦잠 잘 까봐 걱정했는데 7시가 채 되지 않아 눈이 떠졌다.

(역시 여행의 힘은 위대하다.)

 

죽 데워서 환자(?) 아침 챙겨 먹이고, 바지런히 짐 챙겨놓고, 8시 반 넘어서 출근하신 사장님과 몇 마디 나누었다. 왜 이렇게 빨리 출발하느냐고, 부산에 놀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은데 다 못 보고 못 먹고 가서 어떡하느냐고 안타까워하신다. 그러게요. 언젠가 다시 와서 실컷 놀다 가는 날이 오겠죠?

 

애플게스트하우스는 조금 늦게 깨어나고 조금 늦게 잠드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다시 찾아오면 늘어지게 늦잠을 자봐야겠다.

 

 

부산버스는 타봤으니 이제 지하철도 타보자 싶어서 지하철로 부전역으로 이동했다. 서울 지하철과는 뭔가 미묘하게 다르다는 느낌이 들어 자세히 살펴보니 열차 1량에 출입문이 3개, 한 줄에 10명이 앉는다. 노약자석은 한 줄에 4인씩.

 

 

 

네이버 지도에서 지하철 부전역에서 기차역 부전역으로 가는 길을 찾아보니 7번 출구에서 빙 둘러가는 길을 알려준다. 그렇게 안내하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싶어서 돌아갔는데 이유 따윈 없었다. 괜히 추운데 돌아갔다.T_T

 

아무튼 부전역에서도 야무지게 스탬프를 찍고 9시 36분 차로 경주로 출발.

 

 

 

 

 

 

 

기차 타면 눈이 말똥말똥해지는 타입이라서 (총 5시간 30분쯤 걸리는 서울-보성 무궁화호 열차에서도 2시간 이상 잠들지 못해서 심신이 매우 피곤하다.) 창 밖을 열심히 구경하는 편인데 부전역에서 경주역으로 가는 노선은 정말이지 눈이 호강하는 구간이었다.

 

특히 중간에 '월내'라는 역에 도착하기 직전에는 기찻길 오른편으로 예쁜 바다가 펼쳐졌다. 게다가 기차역 앞이 바로 바다라니. 조금 더 부지런을 떨어서 9시 20분 차를 탔더라면 아마 내려서 바다구경을 하고 다음 차로 갔으리라. 하지만 우리가 탄 차에서 내리면 다음 열차는 2시간 후 T_T

 

 

내일로 여행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차역.

 

 

 

 

도중에 지금은 태화강역으로 이름이 바뀐 옛날 울산역도 지나갔다. 태화강 풍경에 넋을 잃은 것도 잠시, 기찻길 바로 옆이 현대자동차 철탑농성현장이어서 농성중인 노동자 옆을 지나쳤다. 이 추운 날씨에 저 위에 있는 사람의 마음은 어떠할까. 따뜻한 기차 안에서 편하게 앉아 여행 중인 나는 감히 그 마음을 상상할 수 조차 없어 송구스러웠다.

 

 

 

 

 

몸에 열이 많은 편인 동생이 겉옷을 벗고도 기차 안이 덥다며 자리와 복도를 왔다갔다 하는 사이 어느새 경주에 도착했다. 어느새 스탬프의 노예가 되어버린 나는 역에 도착하자마자 스탬프부터 찾기에 이르렀다. (경주역은 2014년 까지만 운영한다고 하니 반드시 찍어야 해!)

 

미리 봐놓은 약도대로 숙소 모모제인으로 척척 찾아갔다. 경주역에서 길 건너서 직진, 우체국에서 좌회전, 명동의류에서 우회전, 초록색 외벽의 카페 루머팡이 보이면 그 골목으로 쭈~욱 들어가 왼쪽으로 꺾으면 모모제인이 나타난다.

 

 

모모제인 후기는 공들여 써야하니 다음 편으로 이월 이월♪

 

 

 

12시가 채 되지 않았을 시간이니 아마 우리가 첫 번째로 체크인한 손님일거다. 시크(?)하신 주인언니(도무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분이지만 왠지 언니라고 해야할 것 같다.)께서 반겨주셨다. 생각보다 간단한 주의사항을 듣고 짐을 맡겨두고 나왔다. 주인 언니가 알려주신 대로 택시를 타고 국립경주박물관으로!

 

 

경주에서는 2인 이용 시 기본요금 거리라면 택시가 더 저렴하다.

일반버스는 1200원, 좌석버스는 1500원(현금가, 교통카드 이용 시 50원 할인)

그리고 좌석버스 비율이 높은 편이다.

반면 택시 기본요금은 2200원.

 

 

 

경주는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 때 온 것이 전부이니 재방문 하는데 십 년도 훨씬 넘게 걸렸다.

그런데도 국립경주박물관은 기억이 생생하다.(성덕대왕 신종을 어떻게 잊겠어.)

 

 

 

국립박물관이어서 입장료는 무료.(아이 좋아라) 입장하면 일단 성덕대왕 신종부터 보는 거다.

 

성덕대왕 신종, 일명 에밀레종.

 

 

 

근처 유치원에서 견학을 왔는지(이 추운 날 견학이라니!) 병아리 같은 아이들 한 무리가 줄 맞춰서 들어온다. 저마다 신나서 구경하는데 왠지 삐약삐약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성분 분석 결과 인(P)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으므로 사람을 넣어 만들었을 가능성이 없다는 설명을 한참 읽고 있는데 뒤에서 유치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이 종 만들 때 어린 아이를 통째로 넣어서 만들었대."란다. 뭐 전래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어른이 듣기에도 섬뜩한 이야기(심지어 잘못된 정보)를 굳이 어린 아이들에게 가르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어쨌든 어린 아이 2명 이상은 커버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그 삐약삐약하는 아이들을 통솔하는 유치원 선생님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먼저 와서 한참 열심히 구경하고 있는데 자기들 사진 찍어야 하니 비켜달라고 할 때는 조금 언짢았지만, 아무튼. )

 

 

 

휴관사실에 충격받아 사유는 잊어버렸다. 내진공사였던가. 가물가물.

 

 

 

아쉽게도 본관인 고고관은 2013년 8월까지 휴관이다. 주요 소장품은 특별전시관으로 옮겨졌다하여 특별전시관 – 미술관 – 월지관(안압지관) 순으로 구경했다.

 

 

 

사진촬영은 가능, 플래시는 금지. 그래서 흔들림*-_-*

 

 

동생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실내인 박물관을 관람하기로 한 것인데 맙소사, 춥지 않은 대신 계속 걸어야 해서 은근히 피곤하다는 점을 생각 못했다. 아 졸려~를 연발하는 동생을 끌고 월지(a.k.a 안압지)를 밖에서 대~충 훑어보고, 첨성대도 밖에서 스탬프만 찍고(!) 대릉원까지 왔는데 동생은 물론이고 나도 너무 힘들어서 대릉원 정문 옆 까페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우리에게 안락한 휴식을 허락하신 대릉원 옆 쿠키&커피

 

 

 

별 정보 없이 그냥 들어온 가게였는데 인테리어도 아기자기하고 손님도 우리뿐이라 편히 쉴 수 있었다. 수제쿠키와 커피 맛도 so so.

 

파워 충전한 덕분에 대릉원과 천마총도 슬슬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사진이 없네...흠...)

 

 

 

 

나도 안다. 경주 막 도착해서는 컨디션 난조에 박물관 구경하고나니 졸려서 후딱후딱 구경하고 돌아가야지 하는 생각에 대충 구경했다. 그래서 여행기도 재미 없을 거다. 하지만 다음 편은 우리가 꼽은 베스트 숙소 모모제인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이야기이니 기대하시라. 잇힝. 

 

 

 

Posted by 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