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2012. 10. 22. 22:16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 시즌6 시작.

상콤하게 바늘없는 실키트로 주문 완료!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작년에 뜨고 남은 실 있으니 그거부터 얼른 시작해야햇!

 

 

Posted by 유선♪
좋아요2012. 9. 23. 03:48


와우북 페스티벌에 다녀왔습니다. 

원래 목표는 북스피어 부스에 슬쩍 들러 아는 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다른 와우북 부스들을 휘저으며 마음에 드는 책도 좀 사고, 작년에 못 사온 책도 사는 것이었는데요. 




저의 그 소소한 계획은 21일 금요일 북스피어 부스에 발을 디딘 순간 산산조각이 납니다. 

먼저 북스피어의 누리차장님과 인사를 나눕니다. 옆에는 저와 함께 '홀로 남겨져' 독자교정 멤버였던 rsnowdrop언니가  계시네요. 홍용준 대표님도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마지막으로 북스피어 사장님께 안부인사 드렸더니 다짜고짜 책을 팔라고 하십니다. 


맙소사. 이럴 줄 알았습니다. 알면서도 제 발로 찾아간 제가 바로 정신나간 독자입니다. 

(저보다 먼저 와서 부스를 지키고 계시던 rsnowdrop언니는 정신 외출한 독자인걸로...힛) 



문제의 북스피어 부스입니다. 위치는 작년과 동일한 A-08 (홍대입구역 9번출구에서 오시면 가깝습니다.)

북스피어는 약간의 흠이 있지만 읽기에는 지장이 없는 반품도서를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판매합니다. 사진 오른쪽 매대에는 피니스 아프리카에 출판사의 책들도 있습니다. 사진 가운데에 보이는 두 분이 순서대로 북스피어 사장님과 피니스 아프리카에 사장님입니다. 북스피어 부스에서 책을 판매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 절반정도는 자발적으로 와서 책을 팔고 있는 순수한 '독자'라는 사실. 유노동 무임금의 놀라운 현장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올해 출간된 책은 싸그리몽땅 공짜로 받기로 한 행운의 '정기구독자' 인걸요. 사장님이 까라시면 까야... (밥 값, 아니 책 값 하려면 열심히 팔아야죠.)


일 년만에 책을 팔려고 하니 쑥스럽습니다. 

목청좋기로 유명한 저도 목소리가 기어들어갑니다. 책 구경하시던 분들이 제가 다가가면 왠지 자리를 떠나시는 것 같습니다. (해치지 않아요...흑.)



그렇게 21일 금요일은 소심하게 책 파는 시늉만 하다가 일이 있어 한 두시간만에 금방 자리를 떴습니다. 





다음날 아침.

 8시에 일어나 오전에 사진봉사단 행사사진 찍는데 가서 도와드리기로 약속한 인간(=저)이 눈을 뜬 시간은 10시 30분. 정신이 나간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이쯤되니 와우북에 다시 가라는 운명인 것 같습니다. 



오늘(22일)은 북스피어 열혈독자 사대영님이 직접 자석책갈피를 만들어 오신다 했습니다. (http://blog.naver.com/visualsamhap/130147505561) 이 사은품에 눈이 멀어 어제는 책 안샀습니다. 

현금구매 조건으로 주시는 사은품이니 현금 넉넉히 뽑아들고, 고생하고 계실 직원분들&독자들을 위해 붕어빵도 사들고 오늘도 역시 제발로 북스피어 부스에 찾아들어가 영업사원 코스프레 시작합니다.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가방 내려놓고 바로 판매들어갑니다. 


어제 워밍업을 해서인지 오늘은 좀 수월합니다. 제가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으시네요. 저도 좀 더 과감하게 '어떤 스타일 좋아하시느냐 추천해드리겠다' 고 하니 좋아들하십니다. 혹여 재미없으시거든 북스피어 블로그에서 풍륜을 찾아 화내셔도 좋다고 큰소리도 빵빵 쳐봅니다. (하...하지만 진짜로 화 내실까봐 초큼 무섭습니다. ) 미인이니까 '미인'을 사라고 제가 생각해도 개드립인 드립도 쳐 봅니다. 당황들 하시네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미인이라는 칭찬은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 아이디로만 접했던 독자분들을 실물로 만나니까 무척 반가웠습니다. (예를 들어 dangko님과 에델바이스님.) 그리고 추천해드린 책 사가시는 분들이 하나 둘 늘어나니 그 재미도 쏠쏠합니다. (박스 날개에 긁혀 상처가 나면서도 신명나게 박스를 만들어제꼈던 지난번 독자 혹사 프로젝트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요.) 

마침 오후에 생길뻔한 약속도 파토가 납니다. 아무래도 오늘 하루 영업에 매진하라는 계시 같습니다. 


열심히 팔다보니 학교 후배도 나타났습니다. 오랜만에 봤음에도 불구하고 철판깔고 책 사가라고 막 추천합니다. 다행이도 미야베미유키 여사님 팬이랍니다. 덕분에 두 권 팔았습니다. 후배님 땡큐베리감사. (후배님아 나 이 출판사에 취직한 거 아니야...오해마라...ㅠㅠ...) 




아아...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길에 8시간 넘게 서있었나봅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다니 이쯤되면 도망간 정신줄 잡으러 가야할 판입니다. 결국 마감하시는 모습까지 보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와우북 득템입니다. (다들 사진 찍어서 자랑하는 분위기 같아서...)


단돈 3천원에 팔길래 냉큼 집어온 이니시에이션 러브, 피니스 아프리카에의 치명적인 은총, 꽃 아래 봄에 죽기를(캬- 제목도 멋지다. 피니스 아프리카에 만세!) 에도시대물 콜렉션은 거의 완성이니 이제 현대물도 모아볼까 해서 집어들고온 지하도의 비와 이름없는 독. 


문제의 안주 3종세트 쇼핑백, 파우치(를 가장한 하얀색 필통), 행합시다 전단지. 


그리고 사대영님 특별제작 마쓰모토 세이초 옹 자석 책갈피! (사소한 사은품에 목숨거는 독자입니다. 저.)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은 저 스스로 '재미있기 때문에' 기꺼이 사서 고생한 것 아니겠습니까.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가 북스피어의 모토이고 저 역시 그러한 모토에 충실한 독자인걸요. 위에 투덜투덜 써놓긴 했지만 사실 무진장 재밌었습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내년에 또 와우북 부스에서 책을 팔고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아, 이런 거 함부로 말해도 되려나요...)


오늘 북스피어 부스에서 저를 만나신 분들이 혹여나 저 때문에 부담이 되었거나 기분 상하지 않으셨기를 바라며 추천해드린 책 재밌게 읽으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진심으로 재미있게 읽어서 추천드린 것이니 혹여나 취향에 맞지 않으셔도 너그러이 넘어가주셔요. 헤헷. 


(근데 피곤해 죽겠는데도 왜 잠은 안 올까요. 이 새벽에 블로그 포스팅을 하고있다니...ㅠㅠ...)


그나저나 사려던 책도 다 못사고 구경 못한 부스도 많아서 또 가야할 판입니다. 

게다가 23일에는 가을방학 공연도 있다는군요!!!





Posted by 유선♪
좋아요2012. 4. 30. 17:28



 

내생애 첫 페스티벌 나들이는 세이브더칠드런 자원봉사로 시작하게 되었다. 세이브더칠드런 본부에서 모자정리 자원봉사를 하다가 연이 닿아 내친김에 2012 뷰티풀민트라이프 부스 자원봉사까지 하게 된 것.


세이브더칠드런 부스에서는 후원자 모집과 모자뜨기 캠페인의 마스코트인 미니모자뜨기 체험행사가 진행되었다. 후원자모집이 메인디쉬라면 미니모자뜨기 체험행사는 사이드메뉴 정도? 나는 미니모자뜨기 도우미로 활동했다. (미니모자 뜨는 법이 궁금한 자 내게로 오라. 나 예상외로 완전 잘 가르침. 히히)



  




미니모자란 바로 이런 것. 갖고 싶으면 말해요.





내심 공연보느라 바쁠텐데 앉아서 뜨개질하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브로치로 만들어 옷에 달고 다닐 수 있는 '귀여운' 미니모자라는게 매력포인트로 작용한 듯. (정말이지 세 달간 들을 '귀여워' 소리를 하루에 다 들은 것 같다.) 


부지런히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특히 미니모자는 길면 한시간 정도 익숙해지면 30분에 하나를 뚝딱 만들 수 있으니 매시간마다 찾아오는 성취감이 쏠쏠하다. 빨간 파라솔 아래에서 솔솔 불어오는 봄바람을 느끼며 뜨개질을 하고 있노라면 여기가 낙원인가 하는 생각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사람이 많아서인지 3G가 잡히질 않아서 확실히 속세를 떠난 기분이긴 했어.) 게다가 바로 옆이 메인스테이지라서 라이브로 들려오는 음악소리까지. 나른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시간이 엄청나게 빨리 갔다. (이틀이 세시간처럼 느껴졌어!)





대략 이런 그림. 뭐랄까. 가내수공업 느낌이야.  




사진 왼편이 공연 관계자들이 다니는 통로여서 저기 앉아있다가 뮤지션들을 꽤나 많이 봤다. (사실 뜨개질 하느라 모르고 있었는데 체험하러 오신 분들이 알려주셔서 뒤늦게 알았다.) TUNE 정욱재씨는 이틀내내 쓰레기봉투를 들고 수시로 지나다니고, 동네주민 박원씨는 운동복차림으로 뛰어들어가고, 샤방샤방 제이레빗은 소녀들처럼 꺄르르 하는 웃음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나랑 동갑인데, 그녀들은 소녀야. 쩝.) 그외에도 내가 얼굴을 모를 뿐 저사람도 뮤지션일거야 싶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지나갔다. 흐흐


가장 드라마틱한 등장은 김C 아저씨. 실제로보니 너무 멋져서 어버버버 하고 있다가 다른 사람들이 싸인 받길래 그제서야 부랴부랴 싸인펜 들고 쫓아갔다. 싸인 받으면서 옷에 꽂아두었던 미니모자를 드렸더니 내내 옷깃에 달고다니셔서 무한감동. (한없이 시크한 착장에 미니모자라니.) 김C 아저씨는 파란색으로, TUNE 욱재씨는 환경지킴이니까 초록색으로 선물했다. 에헤:) 






착용샷 구하려고 폭풍검색해서 찾은 사진. 출처는 @yogyog70 







이틀동안 부지런히 뜨개질해서 만든 모자를 뮤지션들한테만 선물한 건 아니었으니. 이틀간 큰모자를 하나 뜨고 미니모자도 여러개 만들었는데, 큰 모자는 모자방으로 가고, 미니모자는 차마 뜨개질에는 도전하지 못하고 옆에 친구 하는거 구경만 하시던 분들께 나눠드렸다. (그래서 '나는 한시간 넘게 붙잡고 사투를 벌였는데 옆에 친구는 불로소득을 받아간다'며 멘붕 온 친구도 있었지만.)


난생 처음 해본 뜨개질이 너무 어렵다며 이쯤에서 포기해야겠다는 분에게는 직접 마무리해드리기도 했다. 

마무리해드렸더니 별거 아닌데도 너무 좋아하셔서 오히려 내가 엄청 뿌듯했다 :) 

즐거움을 선물한 기분이었달까. 




나눠드리고 남은 미니모자 콜렉션. 가운데가 내꺼♡.







그러고보니 이틀동안 참 많은 사람을 만났다. 세이브더칠드런 활동가 선생님들, 함께한 자원봉사 선생님들. 그리고 참여하러 오신 분들. 한참 뜨개질 하다가 좋아하는 뮤지션 나올 때 되었다며 손놓고 달려갔다가 다시 마무리 하러 돌아오는 분도 있고, 옆에서 보기에 원래 나와 친구사이인 걸로 오해할만큼 재밌게 이야기꽃을 피우다가신 분들도 있고, 욱재씨랑 같이 사진도 찍게 도와준 분들도 있고 말이지. 헤헤. 뜨개질도 재밌고, 라이브 듣는 것도 좋고, 평소에 보기 힘든 뮤지션들 보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생판 모르던 사람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이 가장 좋았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우연히 길을 가다 마주치면 굉장히 반가울거야.



아참 그리고 부스마감 직전에 세이브더칠드런 정기후원신청서도 작성하고 왔다. 지금은 수입이 없어서 한 달에 만원밖에 못하지만 나중에 돈벌면 액수를 늘려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세이브더칠드런 정기후원은 일대일해외아동후원, 긴급구호사업후원, 해외사업후원, 국내사업후원 그외에 일반후원까지 여러가지 분야중에 고를 수 있다. 나는 일반후원으로 결정. 

그밖에 아프리카에 염소보내기 캠페인도 있고, 10월이 되면 모자뜨기 캠페인 시즌6가 시작되겠지요! 
기다리고 있겠어요 :)



 

예고학생들이 그렸다는 염소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많았던 녀석.




 






그리고 또 하나, Balance our earth. 집안에 정원을 만들 수 있게 봉투화분, 테이크아웃컵 화분을 판매하던 부스다. 봉투에 뮤지션들이 싸인을 해서 판매했는데, 나는 너무 늦게 가는 바람에 싸인본은 못샀다. (대신 욱재씨에게 직접 싸인을 받았지 움하하) 특히 원모어찬스 정지찬아저씨는 직접 기른 꽃기린화분을 후원해주시고 공연 끝나고도 한참동안 저 앞에 계셨다. (박원씨랑 둘이 빗자루들고 야구도 하셨어. 헤헤헤)



어머 이제 보니 두개 구입시 1개 증정이네, 나 따로사서 2+1 못받았네. 흐잉. 




 내가 구입한 건 상추와 근대. 내방 창문 앞에 작은 공간을 이 화분들로 채울 생각을 하니 아이 씐나. (수확해서 먹을 생각하니 더 신난다 야호. 열심히 키워야지.) 상추는 첫째날, 근대는 다음날 구입했는데 상추 모종이랑 새싹채소까지 바리바리 받아왔다. 






오늘 정신차리자마자 화분에 씨앗부터 심었다. 집안에 있던 테이크아웃컵 총동원.




요건 새싹채소. 원래는 머그컵에 키우는건데 나는 그냥 딸기팩에. 




정말 올해들어 가장 기분 좋고, 행복하고, 알찬 주말이었다. (정말이지 완벽한 봄날이었어.) 이런 주말을 뒤로하고 일상으로 돌아오려니 참... 주말에 늘어지게 늦잠자고도 한참을 이불속에서 꼼지락거리는 것처럼 시간을 붙잡고 싶다. 힝. 


아무튼 뷰민라를 경험하고보니 올해 가을 GMF는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 또 다짐하면서.

이상 내 나름의 뷰민라 후기 끝. 








이건 안구정화용 보너스샷. 원모어찬스 원박, 아니 박원씨. 내맘대로 붙인 제목은 '청년 박원'










Posted by 유선♪
좋아요2012. 4. 24. 00:01



주진우기자 싸인회에 다녀왔다. 


시작은 이러했다. 트위터에 주진우기자 싸인회가 있다고 일정이 돌아다니기에 슬쩍 봤더니 22일 1시 영등포 교보. 영등포면 가볼만한 거리라고 생각했다. 계획은 9시쯤 일어나 11시에 가서 번호표같은거 나눠주면 받아서 근처에서 커피나 좀 마시면서 기다리는 거였는데 맘먹은대로 눈이 안 떠져서 12시쯤 겨우 출발했다. 그래도 뭐 여러군데서 싸인회 하는데 사람이 얼마나 많겠냐 싶어 느긋한 마음으로 갔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이게 웬걸 사람이 너무 많다. 주기자 인기를 과소평가한거지. 괜히 왔네 싶은 마음에 번호표 받는거 포기하고 커피 한 잔 사서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아무래도 아쉬워서 교보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는데 어머, 시간맞춰 들어오는 주기자님과 총수 대면! 실물을 보고나니 뭐에 홀린 것처럼 곧장 5시에 싸인회한다는 잠실교보로 발걸음을 옮겼다. 


영등포에서 잠실까지 한달음에 달려 도착. 물어봤더니 여긴 번호표같은거 나눠줄 계획 없다며 싸인회한다는 장소만 알려주길래 (이전부터 살까말까 고민했던) 김연수 '원더보이'를 읽으면서 대기했다.(나 요즘 대기타는 내공이 점점 쌓이는게 느껴진다.) 무심히 책만 읽는 척 하면서 슬쩍슬쩍 주변을 살피고 있자니 3시 40분경 부터  관계자들이 왔다갔다하고 아이돌 팬클럽회원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20대(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이 줄을 서기 시작하길래 나도 읽던 책 덮고 대열에 합류. 바로 잠실로 쏜 보람이 있었다. 열손가락 안에 드는 순번이다. 줄을 서기 시작하자 대놓고 주기자 책 들고서 꼼수 후드티 입고 있었던 사람 외에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줄에 합류한다. 왠지 지령을 받아 움직이는 요원들 같은 분위기였다.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자니 꼼수 일당들을 제법 열심히 따라다니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대화가 들려오는데 (Listen과 hear의 차이 확실하게 느꼈다) 내가 기자 싸인회에 온건지 아이돌 싸인회에 온건지 정체성의 혼란을 느낄만한 대화여서 미묘하게 심경이 좀 불편해졌다. (내가 인간과 인간사이의 '이격거리'에 좀 심하다 싶게 예민하기는 하지만 불편하게 느낀게 나 뿐만은 아니었다는 건 주변 사람들의 대화로 검증됐음. 이쪽 대화는 좀 속시원했어.) 


어쨌든 기다림의 시간은 끝이 나고 '원더보이'가 80페이지 가량 남았을 때 드디어 싸인회 장소에 입성. 맨 앞줄에 멀뚱히 서서 10분간 주기자님과 대면하는, 상호간에 부끄러운 상황이 연출되었다. 정작 본인은 10분 전에 와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바람잡이' 총수가 오지 않아 싸인회를 시작하지 못하는 묘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사진을 찍어대도 괜찮을까 걱정이 될만큼 사방에서 핸드폰 촬영음이 찰칵찰칵 들리고 기자님은 어색해서 어쩔줄 몰라 하면서도 "우와 완전 연예인이네요"라는 누군가의 말에 "이제 알았어?" 라고 응수해주고. 그런 상황을 보고 있자니 생판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모르게 소리내어 웃어버렸다.


아무튼 그런 어색한 상황에서 벗어나기위해 주진우기자님은 이리 저리 서성대다 사진찍는 사람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악수를 하고, 아빠와 함께 온 어린아이 우쭈쭈 귀여워 해주기도하고 (걔 진짜 귀여웠다.) 뭐 그랬다. 기다린 동안의 지루함을 흐물흐물 녹여버릴만큼 재밌는 광경이었다. 



주기자님, 부끄러워하시는 건 느껴졌지만 나도 여기 왔다고 기록할 사진 한 장을 남기고 싶었어요.





이윽고 김어준총수가 도착하자 싸인회 시작. 이건 뭐 눈 깜짝할 사이에 상황이 종료됐다. 계산완료된 책인지 확인하고, 총수가 주기자님 얼굴에 싸인을 해버리고 (얼굴에 하지말고 뒤에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묵살당했다. 꼭 얼굴에 해야된다고ㅋㅋㅋ) 총수와 악수를 하고 책이 옆으로 넘어가고 주기자님이 오른손으로 싸인하면서 왼손으로 악수해주고 (엄청난 분업이다!) 아이컨택 한 번 하고 끝. 이날 입고온 셔츠가 예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는데 (심지어 입은 사람 기준 오른쪽 자락에 꽃자수도 있었다!) 그럴 새도 없이 상황종료. 반갑단 인사만 겨우 했다. 




문제의 김어준 총수님 싸인. 꼭 그 자리를 고집하셨다.





이게 바로 그 주진우기자 싸인 되시겠다.




나꼼수가 유명하기는 하지만 주진우기자가 무슨 유명 연예인도 아닌마당에 뭐가 그리 좋아서 싸인회까지 갔느냐하면 싸인을 할 때 '꿈꾸나요?'라고 써준다고 해서였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인간상, 강한 자에 강하고 약한 자에 겸손하겠다는 사람을 실제로 만나보고 싶었고 정말 그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 사람이 꿈꾸고 있냐고 물어준다면 없던 꿈도 생길 것만 같아서, 그래서 굳이 그렇게 무리를 했다. 물론 싸인 한 장 받아왔다고 해서 당장 없던 꿈이 생기겠냐만은 적어도 꿈을 꿀 힘 정도는 생기겠지. 뭐 그런 생각에. 



아무튼 싸인받기 미션 컴플릿. 사대문 안 교보문고에서는 싸인회 거부한다던데 사대문 안 교보문고(광화문점)에서 사온 책으로 사대문 밖(잠실점)에서 싸인받았다. 에헤헤. 좋아. 뿌듯해. 



주진우 기자 책을 읽고서 느낌이 왔다면 적극적으로(?) 싸인회를 하고있는 지금 시점에 짧더라도 한번쯤 만나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리라. 너무도 익숙한 그 목소리로 눈 앞에서 말하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말로는 설명 못할 뭐랄까 포스라고 해야할까 기운이라고 해야할까 그런게 느껴지기도 하고 (나참 도를 아십니까도 아닌 마당에) 뭐 그렇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열심히 뛰어야 할 기자님의 주말을 빼앗는것 같아 송구한 마음에 뒷맛이 씁쓸하기도 하고. 복잡미묘하다.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실물로 보고나니 주기자님이 왜 여성팬이 많은지 알겠더라.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더 멋있다. 특히나 옷은 좋은 걸로 잘 입으려고 노력하신다더니 정말이지 셔츠가 너무 예뻐서 어디서 샀냐고 물어볼 뻔했다. 뭐 알아봤자 여자인 내가 입으면 그 핏이 아니겠지만. (궁극의 셔츠 핏은 남자로 다시 태어나야 가능할 듯.) 




어머 이야기가 더 삼천포로 빠지기 전에 포스팅은 이만 끝. 


Posted by 유선♪
좋아요2012. 3. 31. 18:01

실로 오랜만에 CD를 샀다. 공동구매로 한 장 그리고 광화문교보 핫트랙스에서 한 장. 브라운아이즈였나 브라운아이드소울이었나 아무튼 잃어버려서 중고로 한 장 더 산 것 말고는 두 장 구매한 앨범은 처음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공동구매 택배가 곧 도착할테지만 굳이 교보문고에서 한 장을 더 구매한 이유는 뭐랄까. 왠지 모르게 오랜만에 음반을 내 손으로 직접 구매하는 기쁨을 느끼고 싶었달까. 


인터넷 쇼핑이 발달하다 보니 지금은 '구매'라는 개념 자체가 굉장히 추상화 되어있는 기분인데 돈을 내고 물건을 받아오는 행위 자체가 그리웠다. (그러고보니 이왕이면 카드결제 말고 현금을 내고 살걸 그랬네.)


오전 열시 반 쯤 갔더니 아직 도착을 안했다며 11시 반 넘어서 전화해보고 오라고 하기에 근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다 다시 가보니 아직 진열도 안 된 앨범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CD를 샀더니 왠지 아련한 기분이 들었다. 10년쯤 전에 단발머리 중학생이던 그 때 친구들과 모여 읍사무소 근처 음반가게에 진을 치고 앉아 "아저씨, god CD 언제 와요? 포스터 꼭 주셔야 해요." 이러면서 기다렸던 것도 새삼 기억나고 말이지. 


앨범이 유독 하얗고 코팅도 안 되어있는 재질이라서 굉장히 신경이 쓰인다. CD개봉하자마자 손 씻으러 갔다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마냥 웃을 일이 아니다. (이건 음반을 소중하게 다루라는 고도의...)

버스커버스커 1집을 보관하는 팬의 자세.jpg


장범준이 직접 디자인 했다는 앙증맞은 캐릭터들과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짓게 만드는 재킷 사진들 덕분에 한장한장 넘겨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Thanks to는 정말이지 오랜만에 봤다. (옛날엔 이 여자이름은 뭐지?!! 설마 여자친구? 이러면서 눈에 불 켜고 봤었는데. 흐흐.)

 

이제는 CD플레이어도 없어 노트북에 CD를 넣고 재생을 해야했다.

여느 영화 OST로 써도 손색이 없을 듯한 인트로 봄바람이 흘러나온다. 정말이지 아련한 느낌을 주는 걸로 순위를 매기자면 버스커버스커가 1등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리고 이어지는 2번 트랙 첫사랑. 시작하는 가사가 '처음'이다. 그 첫 음이, 그 가사가 주는 떨림이 너무 좋아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3번 트랙 여수밤바다. 데모버전이 돌아다닐 때도 밤에 듣기에 너무 좋아서 1분 남짓한 노래를 자기 전 듣는 재생목록에 몇 개씩 추가해놓았었다. 이번 앨범에 들어있다는 소식만으로도 기뻤는데 얼마 전 팬미팅에 갔다가 이 노래를 라이브로 듣고서는 주책맞게 눈물바람을 했지 뭐야.

아무래도 음반이 라이브보다는 감동이 덜하지만 여전히 밤에 잠자리에 누워서 듣기에는 여수밤바다가 최고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누가 밤에 전화해서 이 노래를 불러준다면 사랑에 빠져버리고 말거야.

 

그리고 4번 홈런타자 트랙 벚꽃엔. 시기적으로 정말이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타이틀 선정이다. 날씨가 제법 따뜻해져 방심했다가도 갑자기 찬바람이 정신을 번쩍 차리게하는 요즘이지만 이 노래를 들으면서 눈만 감으면 장소불문 벚꽃잎이 흩날리는 곳이 되어버린다.

너무너무 좋지만 이어폰 한 쪽씩 나누어끼우고 같이 벚꽃놀이 갈 남자친구가 없기에 듣고나면 묘하게 배가 아파진다는 단점이 있는 노래임. 흥.


그리고 선공개되었던 5번 트랙 이상형

이제 버스커버스커의 시그니처가 되어버린 '헤이 브래드' 때문에 걱정도 많이 했지만 이제 마음편하게 엉덩이 들썩들썩하면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이쯤에서 길들여지지 마라, 길들여라! '걘역시 노트'가 생각났다. 길들여 지고 있어.)

보통 사람들은 가사를 듣고 엽기적이라며 깜짝깜짝 놀라는 모양인데 역시 아무렇지 않게 들을 수 있는건 그동안 자작곡에 익숙해진 탓이겠지.  

 

그리고 이상형을 정점으로 뒷부분은 살짝 어둡고 쓸쓸한 분위기가 된다.


그 시작인 6번 트랙은 외로움 증폭장치 (브래드 드럼 한판 쉬기).

만우절 날 자취방에 모여 앉아 고개 까딱까딱하며 연주하고 듀엣으로 노래하던 그 영상은 정말이지 100번도 넘게 본 것 같은데 그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는 편곡이라서 참 좋았다. 

이 노래를 들으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은 역시 김형태의 소년같은 목소리와 매치되는 김형태의 교복입은 모습. 그리고 드럼 한판 쉬는 브래드의 휘파람은 Two thumbs up!

'시계태엽 오렌지'라는 영화를 보고서 쓴 가사라니. 영화도 찾아봐야겠다.

 

7번 트랙 골목길과 이어지는 8번 트랙 골목길 어귀에서.

7번 트랙은 '찹쌀떡 장수 : 김지웅' 이 웃음 포인트. 

골목길 어귀에서는 좋은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돌아다니던 음원의 음질때문에 자작곡 중에는 자주 듣지 않았던 노래였는데, 이제 정말이지 마음껏 들을 수 있겠다. 좋아. 

 이 노래는 왜 들을 때 마다 장범준 특유의 그 발동작들이 생각나는지 이유를 모르겠네.

 

 9번 트랙 전활 거네. 이것도 음질이 안 좋아서 잘 안들었던 노래로구나. 

나만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떠나왔지만 결국 잊지못해 전화를 걸 수 밖에 없는 심정이라니.

글쎄 난 그래본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이번 앨범에서 씁쓸한 느낌으로는 이 노래가 제일이다.

 

10번 트랙은 어두워진 분위기를 살짝 반전시키는 꽃송이가

좋아좋아 멜로디언 쏠로! 도 좋았지만 하모니카 쏠로! 도 좋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특별해지고 싶은 마음을 담아 목청높여 열심히 부르는 청년. 확실히 김형태가 주는 '소년' 분위기와는 다르게 장범준은 청춘이고 청년이야.

  

11번 트랙 향수. 마지막 가사가


너무 좋아 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아아아 아아아아

허오오오 오오 허오오 오오오 허오

 

그래 나도 좋다. 이렇게 좋은데 마지막 트랙이라는 이유로 음원순위에서 (상대적으로)하위권이라니 이 안타까운 마음을 어찌다 표현하리.  

둥가둥가(?)로 시작하던 도입부 없이 바로 가사로 들어가버려서 조금은 아쉽지만 그렇지 이제 길들여져 버렸다. 장범준 니가 조련神이다.

 

그리고 그 다음 트랙은 봄바람. (무한 반복이다. 이 앨범의 마지막 트랙은 없ㅋ엉ㅋ.)

 

 

뭐랄까. 어느 트랙 하나 빼놓을 수 없이 밸런스가 좋고 따로 떼어 놔도 명곡이다. 팬미팅 때 서슴없이 이번 우리 앨범 명반이에요. 라고 말하던 장범준의 자신감은 역시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커버곡과 여러 버전까지 포함해서 100개가 넘는 데모음원이 돌아다녔기에 모든 것이 다 실릴 수는 없었지만 그래서 아쉬운 것이 아니라 그래, 봄에는 이런 노래란 말이지? 그렇다면 이들이 다른 계절에 하는 노래는 어떨까 궁금해진다. 50살 되어 여수밤바다를 부르고 있을 본인의 모습을 이미 생각하고 있다니 이들이 앞으로도 계속 좋은 음악을 들려줄거라는 확신이 생긴다.

 

 

이렇게 구구절절히 모든 트랙에 코멘트를 단 이유는 굳이 음반을 사지 않고 음원만 구매하더라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앨범 전체를 들어보았으면 하는 바람때문이다. (뭐 이미 타이틀 말고도 많은 곡들이 음원차트 상위권에 장기집권할 태세지만.)

  

사실 이 음반을 만나기 직전까지 CD 구매는 고사하고 이제 더이상 음원을 저장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든 생각나는 노래는 스트리밍해서 들으면 되는 시대가 되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오랜만에 음반을 사서 들으니 역시 통으로 듣는 즐거움이 있고, 좋아하는 뮤지션의 CD를 소유하는 즐거움을 무시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요즘은 정규앨범 자체도 흔하지 않을 뿐더러 CD를 사야겠다는 마음이 들만큼 좋은 가수가 많지 않으니. (그런데 버스커버스커 1집은 10대들에게는 생애 처음 구매하는 앨범, 20대 이상에게는 오랜만에 구매하는 앨범으로 유명하다지?)


두 장의 앨범 중 하나는 막내동생에게 보내주려 했는데 동생 친구도 갖고 싶다하니 어떻게 이를 어째야 하나. 커피 몇 잔 안 마신다 생각하고 한 장 더 사서 보내줘야겠다. 지금 오프라인 매장은 들어오자마자 매진되는 상태라하니 한 장 더 구하려면 시간이 꽤나 걸리겠지만.

  


그리고 음반을 구매한 팬들을 위한 작은 선물? 이스터 에그랄까? 이런게 있다.

색깔이 다른 글자를 순서대로 읽으면

 

        나랑 노래불러 다시 노래불러 둘이서 랄라라 

        

이 것 말고도 그대는 아나요 난 너 좋아요   난 이 향기를 맡아 도 숨어있으니 

궁금한 분은 CD 사서 찾아보시라.   



이상 리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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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
좋아요2012. 2. 1. 18:02

며칠 전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070으로 시작하는 수상한 번호의 전화. 

받자마자 '안녕하세요 고갱님~' 이라고 할 것 같아 받을까 말까 1초 쯤 고민했으나
전화를 씹을만큼 시크하지 못한 나는 그냥 받았다. 
예상대로 첫마디는 "안녕하세요."  
그런데 뭔가 텔레마케터라기에는 어설픈 목소리다. 뭐지?


목소리의 주인공은 북스피어 출판사의 누리차장님.

용건은 '책을 보내야하니 주소를 내어놓으시오.'
(실제로는 매우 상냥하게 통화했음.)




그렇다. 잉여인 나는 북스피어에서 마우스패드 달력 활용법 이벤트 를 하기에
재미로 사진 몇 장 찍어 블로그에 올리고 (
말하는 검 도착기념 개봉샷을 빙자한 마우스패드 달력 자랑.)
이벤트에 응모한다는 인식도 없이 (
심지어 상품이 뭔지도 몰랐음. ) 해당 글에 트랙백을 걸었다. 

그것이 응모한 것이 되었고, 의외로 저조했던 참가율에 전원당첨이라는 사태가 벌어졌으니. 
실로 어마어마한 운빨이 아닐 수 없다고나 할까. 


상품은 무려
2012 북스피어 신간 몽땅 다. 
 



이렇게 나는 북스피어의 일 년 정기구독자가 되었다.(자랑자랑) 
'정기구독자'라는 표현은 사장님의 친필쪽지에서 본 것인데 매우 마음이 드는 표현이다. 에헤헤. 

 





그리고 오늘. 2월의 첫 날. 드디어 첫번째 책이 도착을 하였으니. 

쨔잔!!



르 찌라시와 사장님의 친필쪽지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짐승의 길. 


특히나 르 찌라시는 이름을 배반하는 엄청난 사이즈(=보통 신문 크기)로 나를 압도하였으니.


 르 찌라시의 위엄.jpg

이건 이름만 찌라시지 크기도 퀄리티도 찌라시가 아니야.
이걸 보니 그동안 북스피어 블로그가 왜 그리도 방치되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바이다.




<짐승의 길>은 마쓰모토 세이초 옹의 장편이다.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이름이 낯선 사람도 많겠지만 일본에서 미야베 미유키는 세이초 옹의 장녀, 히가시노 게이고는 세이초 옹의 적자라고 불린다니 일본 소설, 특히나 미미여사님이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재밌게 읽었다면 마쓰모토 세이초 옹의 작품도 분명히 좋아하리라는 것이 나의 생각.  

 그리고 <짐승의 길>은 북스피어와 모비딕(역사비평사의 새 브랜드)의 공동기획인 세이초 월드의 첫 작품 중 하나이다. 모비딕에서 나온 첫 책은 D의 복합. 

                   



알라딘 광고에서 보니 *세이초 월드는 북스피어와 모비딕(역비의 새로운 브랜드)이 공동으로 기획,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을 엄선하여 출간하는 프로젝트 시리즈명입니다. 두 출판사가 한 시리즈를 기획 출간하는 대한민국 최초의 시도에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합니다. 라고. 





북스피어 출판사의 일 년 정기구독자가 된다는 것은

이렇게 초판 1쇄 발행일이 미래로 되어있는 책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

이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나는 기분이 굉장히 묘하기도하고 마음이 설렌다. 이런 건 지난 번 홀로남겨져 독자교정 후 책을 받았을 때에 이어 두 번째. (이런 맛에 자꾸자꾸 북스피어 이벤트에 응모하게 되나봐.)


그런데 이 페이지를 보고 있자니 이제 북스피어 책에서 박신양 편집장님 이름이 찍힌건 이 책이 마지막인가 싶어서 왠지 서운하다.





아아, 책이 예쁘다, 부럽다 하는 동생의 말을 BGM 삼아 신나게 사진 찍고 포스팅을 하다 보니 어느덧 빨리 읽고 서평을 써서 올려야겠고 빠른 시일 내로 모비딕에서 나온 D의 복합도 사서 읽어야 할 것만 같은 부담감이 스멀스멀 밀려온다. 지금 <허수아비 춤>도 1/3쯤 남아 있고 얼마 전에 세뱃돈으로 지른 무려 900페이지 짜리 <스티브 잡스 전기>, <마지막 기회라니?> 도 아직 안 읽었고 다 읽은 <뭐라도 되겠지>도 서평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는데 어쩌지? 흐잉. 아무튼 짐승의 길 개봉 포스팅은 이상 끝. 



Posted by 유선♪
좋아요2012. 1. 30. 17:12




지난 주말에 화차(火車) 예고편이 공개되었단다! 어머 이걸 월요일에야 알다니.

화차라 함은 미야베미유키 여사님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변영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되시겠다.  미미여사님 원작에 변영주 감독에 주연이 이선균, 김민희, 조성하.

어머 이건 꼭 봐야해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네이버에서 영화제목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변영주감독님의 글을 본 듯. 심지어 '화차라는 단어가 우리말에서는 낯설기는 하나 그래도 미미여사님의 인지도가 있으니 그냥 화차 그대로 가심이 좋을듯. 영화 제목은 간결한게 킹왕짱' 뭐 이런 요지의 댓글을 남겼던 것 같기도 하고. 

제목인 화차는 '지옥으로 가는 열차' 라는 뜻이란다. 일본에서는 1993년에 발표된 작품이고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에 발간되었는데, 화차라는 단어가 우리말에서는 익숙지 않다고 판단하였는지 초판은 <인생을 훔친 여자>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었다가 2006년에 화차라는 제목으로 재발간 되었다. (개인적으로 <인생을 훔친 여자>라는 제목은 책의 내용을 간결하게 표현해준다는 점에서 좋다고 생각하지만 원제가 주는 느낌도 무시할 수 없다.) 
 


이쯤에서 잠깐 생각나는 북스피어 사장님의 '제목짓기의 어려움' 3부작. 
(물론 화차는 북스피어가 아닌 시아출판사에서 발간되었습니다. 오해마시길.)

1탄 제목짓기의 어려움 더 비기닝 
2탄 제목짓기의 어려움을 널리 전파하고자 행했던 이벤트 
3탄 이건 최신작.


<인생을 훔친 여자>라는 제목을 그냥 버리기엔 아까웠는지 예고편에 삽입하셨길래
반가운 마음에 잠시 삼천포로 퐁당. 
 




원작인 화차가 1993년에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현재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마 2000년, 국내에서 초판이 발간될 당시의 우리나라 경제상황을 고려해보면 그때는 더 시의적절했으리라. 1993년도 일본 버블경제의 후유증을 예리하게 써내려간 여사님의 걸작이 2012년 한국에서 변영주 감독의 시각으로 재해석 되면 어떻게 나올까. 매우 기대가 되는 바이다.





인생을훔친여자
카테고리 소설 > 장르소설
지은이 미야베 미유키 (시아, 2000년)
상세보기

화차(개정판)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미야베 미유키 (시아출판사, 2006년)
상세보기

발레교습소
감독 변영주 (2004 / 한국)
출연 윤계상,김민정
상세보기


Posted by 유선♪
좋아요2012. 1. 2. 12:10


뜨개질로 이것저것 뜨다보니 뜨개질은 더 하고 싶은데 더 이상 필요한 소품은 없고, 
잉여잉여한 생활보다는 뭐라도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서 
얼마전부터 티비광고 등 여러 매체에서 본  세이브 더 칠드런 모자뜨기 캠페인  에 참여하기로 했다. 


따뜻한 나라에 웬 털모자? 
더운 나라라도 밤낮의 기온차가 커서 신생아들은 폐렴, 저체온증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털모자를 씌워주면 아기의 체온을 약 2도 정도 높여주어 신생아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고.
이번 모자뜨기 캠페인 시즌 5에서 모아진 모자는 잠비아와 방글라데시로 보내진다고 한다. 




일단 GS shop에서 모자뜨기 키트를 12000원에 구매한다. 
모자뜨기 캠페인은 모자를 떠서 현물로 보내고
키트를 구매하는 비용도 아이들을 위한 후원이 되는 일석이조, 일타이피 후원이다. 
그러니 가지고 있는 실로 모자를 만들어 보내주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키트를 사서 참여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키트는 처음 참여하는 사람을 위한 털실 2개+뜨개바늘+돗바늘 세트와 
참여한 적이 있어 도구가 필요 없는 사람들을 위해 털실만 3개가 들어있는 세트가 있다. 
나는 실 두께에 맞는 바늘이 없어서 바늘이 들어있는 키트를 주문했다. 


12월 29일 주문. 1월 3일 도착 예정이라고 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31일에 도착했다.

키트에는 이렇게 털실 두 개, 뜨개바늘, 돗바늘, 팜플렛, 반송용 봉투, 미니모자, 자석이 들어있다. 
처음엔 회색과 남색 털실을 보고 색깔 예쁘네 라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얼굴색이 까만 아이들 모자로는 색깔이 너무 칙칙하지 않냐고 한마디 하신다. 
그러고 보니 엄마 말씀이 맞다. 

실 색상은 랜덤이라는데 칙칙한 색이 많은 모양인지 인터넷상에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어찌 됐든 모자를 열심히 떴다.
모자 뜨는 방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터뜨기(온통 겉뜨기만 하는 방법)로 뜨는 초급자 방법과 가터뜨기-메리야스뜨기-코 줄이기 삼단 콤보가 필요한 중급자 방법이 있다. 나는 중급자 방법으로 떴다. 좀 더 능숙한 사람을 위해 시접없이 원통뜨기로 뜨는 방법도 소개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해보았다. (그래서 나는 지금 76코로 원통뜨기로 하면 어떻게 되나 실험 중. 성공하면 포스팅 하겠음)

오후 4시쯤  시작한 것 같은데 
10시 드라마 시작하기 직전에 완성.
봉도사 정봉주의원의 폭풍집필과 맞먹을만한 폭풍 뜨개질이다 

 



폭풍 뜨개질 덕분에 중간 과정샷은 없다. 그런거 찍을 시간이 어딨어 ㅋㅋㅋㅋ
아이가 쓸 모자니까 예쁘게 만들어 주고 싶어서
난생 처음으로 색깔 배합해서 무늬도 넣어봤다. 에헤헤

가이드에서 제시한 크기는 둘레 35cm 높이 14cm.
근데 다 뜨고보니 둘레가 35cm보다 커서 시접을 넉넉히 잡아 사이즈를 줄여야 했다.ㅠㅠ 
4mm 바늘로 뜨다보니 느슨해져서 그런 것 같다.
실의 굵기를 생각하면 3.5mm 바늘이 적당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털모자의 화룡점정 방울도 달아주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방울을 달았는데,
검색하다보니 방울을 달아 모자가 무거워지면 신생아가 무게를 이기기 힘들 수 있고
실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방울을 달지 않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어른 모자를 뜰 때는 풍성한 방울이 생명인데ㅎㅎ
신생아 모자다 보니 좀 더 신경을 써야할 부분이 있구나하고
새삼 이 뜨개질의 취지를 다시 새겨보게 된다. 

결론은 방울을 달더라도 너무 무겁지 않게 적당한 크기로 달 것을 추천.


실이 두 타래가 오는데 모자 하나를 뜨고나면 실이 꽤나 남는다. 
방울을 달지 않고 알뜰하게 아껴서 짜면 모자가 두 개도 나온다고 하는데
남은 실을 이용하여 다른 것을 짤 수도 있다.  

 
첫번째는
조각담요 뜨기. 


사진의 오른쪽이 조각담요이다.
가터뜨기로 가로, 세로 각 15cm의 정사각형의 조각담요를 떠서 보내면 7X7 49개의 조각을 모아 하나의 담요가 완성된다고 한다. 이 담요는 모자와 더불어 아기의 체온을 유지시키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고 한다. 조각을 모아 하나의 담요를 만든다니. 굉장한 아이디어다. (그런데 몇가지 이유로 저 조각담요는 해체되어 지금 모자로 재 탄생 되는 중이다ㅎㅎ)



두번째는
미니모자 뜨기.   

오른쪽 모자가 키트 주문했을 때 따라온 미니모자 브로치고 왼쪽 세 개는 내 작품 이다.
깜찍하기가 이루말할 수 없다.ㅎㅎㅎㅎ



크기 비교를 위해 손가락 등장. 
미니모자는 주변 사람들과 나누어 모자뜨기 캠페인을 알리는 홍보물로 쓰인다.
저걸 만들어 놓으니 동생이 손가락에 끼우고서 좋아한다. 
홍보물로 매우 훌륭한 도구가 될 것 같다. 



이렇게 두 타래의 실로 모자 하나, 담요 하나, 미니모자 세 개 완성. 
완성한 모자와 담요는 찬물에 깨끗이 손세탁해서 건조 후 키트에 들어있는 봉투에 넣어 보내면
모자뜨기 대장정이 비로소 완성된다.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즐거움. 그것이 내가 뜨개질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내가 좋아하는 뜨개질을 하면서 저 멀리 어딘가에서 갓 태어난 아이를 구할 수 있다니. 두 배로 즐거운 일이었다. 어제 밤에 실을 다 써버리고 나니 마음이 허전해져서 오늘 키트 하나를 더 주문했다. 새 키트가 도착하면 눈물을 머금고(?) 해체해야 했던 담요는 배달 올 키트의 실을 더해 모자 하나로 또 완성시키고, 조각담요도 만들어서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뜨개질이 좀 익숙한 편인 나는 몇시간만에 모자를 완성하고, 이틀만에 실을 다 쓸 수 있었다. 이 정도의 분량이니 뜨개질 초보라도 조금만 신경쓰면 며칠 내에 충분히 완성시킬 수 있으리라 본다. (뜨개질 못한다고 겁낼 것 하나 없다. 친절하게 뜨개질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동영상이 굉장히 많다.) 그러니 이 포스트를 보고 있는 당신. 시간 여유가 있거든 한 번쯤 도전 해볼 것을 권한다. 







포스팅 끗.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Posted by 유선♪
좋아요2011. 12. 27. 23:12

오랜만에 미미여사님 신간이다. 
예약판매가 걸렸다. 
이건 앞 뒤 안 재고 일단 질러야 하는거다.

크리스마스 전에 도착한다고 했으나
우리집은 초큼 시골인 관계로 
택배 아저씨가 본인 마음대로 격일로 들어오는 동네
그래서 크리스마스를 하루 넘기고서야 책이 도착했다.  





이번에는 초판한정 사은품으로 마우스패드 겸 달력이 따라왔다. 
특별히 개봉기까지 쓰게 된 건 순전히 다 이 녀석 때문이다. 


 달력인지 마우스패드인지 모를 녀석은 일단 이렇게 생겼다. 
가운데 달력 12장이 다 들어가있어 달이 바뀌면 바꿔끼우면 된다. 


달력 뒷장에는 이렇게 박비나 선생님의 깨알같은 일러스트가 들어있다. 
달력보다 그림이 좋으면 그림을 앞으로 오게 해서 쓰면 된다. 
다른 사진을 넣으면 액자로도 응용할 수 있다. 


마우스패드의 장점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이녀석 매우 쓸만한 접착력을 가지고 있다. 



먼저 냉장고에 붙여보았다. 
매우 잘 붙는다. 


 씽크대에도 붙여보았다. 
잘 붙는다. 



평소에 이렇게 쓰진 않을테지만 
매끄러운면에 착착 잘 붙는 걸 보고 신이나서 에어콘에도 붙여 보았다. 
역시 잘 붙는다. 



마지막으로 벽지에도 잘 붙는다는 제보가 있어 붙여보았다. 
벽지가 오돌토돌해서 아주 착 달라붙지는 않는다. 
사진은 겨우 찍었다. 
엠보싱없이 비교적 반질반질한 벽지에 시도해보고 싶다. 

결론은 매끄러운 면에는 다 잘 붙는 것으로. 
게다가 붙였다 떼도 자국이 남지 않는다. 

다만 이런 부작용을 발견했다. 


저 먼지를 어쩔거야 엉엉 
붙이기 전에 붙일 면은 깨끗이 닦을 것을 추천합니다.ㅠㅠ








근데 이번 책 왠지 책 날개가 이렇게 휘어서
별거 아니지만 책 넘길 때 미묘하게 거슬리네.

 

Posted by 유선♪
좋아요2011. 11. 12. 21:48


사진 출처 : 슈퍼스타K 방송화면 캡처

이토록 멋지고 아름다운 2등이 또 있을까.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 결과였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버스커버스커 본인들도 이미 수많은 인터뷰에서 우승에 기대가 없음을 밝히고 있고, 심지어 순서선택권을 손에 쥐고서 주인공이 뒤에 하는 거라며 본인들이 앞에 서고 울랄라세션 공연을 뒤에 배치했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했다. 어떤 이들은 너무 뻔해서 재미가 없다고들 말하지만, 버스커버스커가 ‘서울사람들’을 이만큼 잘 뽑아내지 않았다면 결단코 지금만큼 흥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 방송 최고 시청률을 찍은 부분이 버스커버스커가 ‘서울사람들’을 부를 때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뻔했던 승부를 축제로 만드는데 버스커버스커가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번 전문가 선곡을 위한 VCR촬영에 다녀온 것을 계기로 이번 생방송 무대를 현장에서 보게되었다. (기꺼이 촬영에 협조했던 사람들을 끝까지 유린한 제작진의 횡포는 내 언젠가 꼭 성토하고 말리라.) 현장에서도 확연히 느껴졌던 함성의 차이. 그렇지만 버스커버스커는 남의 잔치에 온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아니라 즐거운 경쟁자의 위치를 잃지 않았다. 욕심을 내려놓고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 멋진 모습이었다. 승부에 허덕이지 않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좋았다. ‘너무’ 뒤에는 부정적인 말이 와야 하니 어법에는 맞지 않지만 달리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포기 대신에 초심으로 돌아왔다. 김도현의 표현에 따르면 10% 모자르다는 장범준은 사실 맹구를 가장한 천재일지도 모르겠다.(어쩌면 실질적으로 장범준을 조종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있는 김형태가 천재일지도.) 버스커버스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의 어떤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길거리 공연할 때 항상 안고 다니며 연주하던, 때 묻은 스티커가 붙어있는 통기타가 클로즈업되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그 순간만큼은 더 화려하고 더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는 어떤 기타보다도 더 멋진 기타였다. 영리하다. 팬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포인트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시작하자마자 마음 찡하게 만든 문제의 그 기타. (근데 또 소리 안 나올까봐 조마조마했던건 나뿐인가?)




이 밴드의 창의성과 공감의 코드는 이번 무대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본인들 경연만으로도 정신없는 와중에 서울사람들이 잠이 없고 피곤하겠다는 생각까지 하다니.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특한' 밴드다.  ‘완전 타이얼드’ 라는 소박한 발음의 가사. 많은 사람이 공감했으리라 생각한다. 우승내기는 울랄라세션에 걸었다는 친구가 서울사람들 가사에 완전히 공감했다고 할 정도니까. 음원으로 꼭 출시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작사가로 저작권료 좀 챙겼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누나가 음원 사주께. 150곡 쿠폰 말고 제 돈 다 주고 사주께.)


또 하나, 버스커버스커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그들의 자작곡. 팬들 사이에서는 내심 결승무대에서 자작곡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비록 자작곡 무대를 선보이지는 못했지만 (광주 공연에서 보여준 자작곡도 전파는 못탔다) 대신 팬들의 바람은 I believe 후렴구에서 조금이나마 충족된다.

 


순서대로 앞이 자작곡인 향수, 뒤는 이번에 보여준 I believe의 일부이다.


이건 보너스.
앞은 자작곡 니 옆에 그사람은 정상이 아니야의 도입부,
뒤는 어쩌다 마주친 그대의 도입부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쏠쏠한 관전 포인트.
(안 되는 실력에 편집하느라 공 좀 들였다.)

 



팬들의 이런 바람까지 미약하나마 이루어지니 참으로 기쁘다. 이렇게 깜찍한 무대라니. 보는 이로서도 즐겁지 않을 이유가 없다. 너희 덕분에 우승팀의 앵콜무대에 기쁜 마음으로 박수 쳐줄 수 있었고, 방송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그 새벽에 덜덜 떨면서 택시잡느라 한참을 고생했어도 즐겁게 돌아올 수 있었노라고 옆에 있으면 등이라도 토닥토닥 두드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형태 형 따라오니라 수고했다


윤택이 형, 더러운 우리랑 살아줘서 고마워영ㅋ





‘서울사람들’ 곡을 들은 장범준이 작사를 해보겠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표현하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장범준이 작곡가의 곡을 듣고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처럼, 팬인 나도 버스커버스커의 노래를 듣는 순간, 이 즐거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이 이런 글을 쓰게 되는 동력이 된다. ‘나는 가수다’가 흥행에 성공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실력있는 가수들의 공연이 다른 사람들과 그 느낌을 나누고 싶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었는가.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들이 앨범을 내고 가수로 데뷔한다면 반드시 잘되리라 생각한다. 분명히 파급력이 있고 확장성이 있는 뮤지션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될 버스커버스커가 너무나 기대가 된다. ‘I Believe' 다.

 

 





 

 

Posted by 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