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2012. 8. 25. 15:30
안주 - 10점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북스피어


미움받고 꺼리는 존재가 되는 건 신에게도 괴로울 일이다. p.108


 "어린 아이란 뜻밖에 이치를 따지는 생물입니다. 어른이 잘난 척 설교를 늘어놓으면서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다르면, 금세 발견하여 끽소리도 못 하게 하지요." p.350 


―얘야, 구로스케. 

섭섭하냐. 

나도 섭섭하다. 

너는 또 혼자가 되겠지. 이 넓은 저택에서 홀로 살게 될 게다. 

하지만 구로스케. 같은 고독이라도, 그것은 나와 하쓰네가 너를 만나기 전과는 다르다. p.441




미야베 미유키의 '필생의 사업'으로 선보이는 연작소설이라고 한다. 

'필생의 사업'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북스피어에서는 독자펀드까지 모금하여 가열차게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이런 거창한 타이틀과 가열찬 분위기에 약간 움츠러든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지만, 역시 미야베 미유키는 항상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같은 작가의 책을 수십 권째 읽고 있는데도 질리지가 않으니 이는 필시 독자가 제정신이 아니거나 작가가 너무 훌륭하거나 둘 중 하나일거다. (아, 어쩌면 둘 다 일지도.) 



일단 북스피어 책이 거의 그러하듯이 책 자체가 참으로 마음에 든다. 

570페이지가 훌쩍 넘어가는 웬만한 책 두 권이 울고갈 정도의 분량. 손에 쥐면 손 안에 가득 들어차는 기분이 제법 알차다. 이 글을 쓰면서도 그 옹골찬 기분이 좋아 몇 번이고 만져보고 또 만져보게 된다. 

게다가 이런 고품격 띠지라니. 다른 책들의 띠지가 그냥 벽지라면 안주 띠지는 실크벽지. 다른 책이 그냥 커피라면 안주는 T.O.P (뭐래) 



이게 바로 고품격 띠지 되시겠다.


 



초반 몰입도가 조금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대물을 처음 접한다면 진입장벽이 조금 높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나가야' 라던가 '오캇피키' 같은 고유명사야 차치하고서도 하나같이 오OO인 여자 등장인물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리라. 하지만 책 옆에 메모장 두고서 복잡한 이름 헷갈리지 않게 메모하면서 한 번 읽어보면 책장을 덮으면서 뿌듯할거라 장담한다. 역시 읽기를 잘했어. 이렇게 생각하면서. 


분량이 상당해서 읽기에 조금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중편 네 개를 읽는다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하니 이틀만에 뚝딱 읽었다. 특히 세 번째 안주부터는 가속도가 쫙쫙 붙는다. 



전작인 흑백은 제법 매서웠는데, 안주는 내용이 말랑말랑 한 것이 꼭 책 속에 나오는 '구로스케'를 닮았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신자에몬과 하쓰네의 기분을 더 생생하게 이해하리라. 

평소에는 '사랑하니까 보내준다니 그런게 어딨어'라고 생각했는데 '안주'를 읽으면서는 기어이 눈물바람을 하고야 말았다. 아무튼 강추. 



그리고 흑백에서 주로 활약했던 신랑감1과 안주에서 활약하는 신랑감2 중에 누구를 응원할지 마음으로 정해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신랑감2가 마음에 든다. 흑백을 다시 읽으면 마음이 또 바뀔지도 모르지만. 헤헤.) 





그나저나 오하쓰 시리즈는 더 나올 계획이 없다니 어찌나 서운한지. 

그런 의미에서 미미여사님 에도시대물들 다시 한 번 읽어볼까나. 



'독서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막  (0) 2013.02.15
꽃 아래 봄에 죽기를 / 바이바이, 블랙버드  (0) 2013.01.28
제로의 초점  (0) 2012.07.06
고구레사진관  (0) 2012.05.29
뭐라도 되겠지 / 마지막 기회라니?  (0) 2012.02.24
Posted by 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