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2013. 2. 15. 00:53


사막

저자
이사카 코타로 지음
출판사
황매 | 2007-05-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남들과 똑같은 캠퍼스 라이프는 싫다!중력 삐에로, 명랑한 갱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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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단순히, 땅 위에 있는 니시지마가 들고 있는 긴 대나무 작대기에 걸려서 끌려 내려오는 거 같은 기분도 들지만,"

 

 

'인간이라 함은,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볼 만한 불행한 사건에 대해서도 부끄러워하는 존재다.'

 

 

니시지마의 주관에 따르면, 그 남자는 남들 위에서 사람들을 가르치듯 논리 정연하게 말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며 사실을 알면 행복해진다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바보'란다.

 

 

"추억은 만드는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추억이 되는 거야. 세월이 흘러 어느 날 떠올려보면 추억이 되어있는, 그런 거야."

 

 

"법률이 꼭 인간이나 이 세계를 구한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2013년 1월

 

"그런 식으로 주변과 거리를 두고, 나만 잘살면 된다, 대충 남들만큼만 살면······. 그렇게 사는 걸로 괜찮겠냐는 말이에요. 니체도 그러지 않았습니까? '죽기 살기로 싸우는 칼잡이에게나 배만 부르면 좋아라 하는 돼지에게나 똑같이 거리를 두고 있다면, 그것은 범인凡人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라고요." P.20

 

 

"난 정말 그때 깜짝 놀랐어. 니시지마는 다른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됐는데도 전혀 창피해하지 않고, 실수를 해도 전혀 꿈쩍 않더라."

"꿈쩍 않는다고?"

"그건 내가 보기에 자기 자신을 믿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거 같아." p.70

 

 

"남들은 꼴사납게 봐도, 본인은 전혀. 니시지마를 보고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P.89

 

 

"그렇게 머리 좋은 척하며 살아서 득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대부분은 말이죠, 바보짓을 하게 될까 두려워 결국 아무것도 못합니다. 바보짓 하기를 죽는 것만큼이나 두려워하는, 바보들의 천국이라고요." P.116-117

 

 

"온 마음을 대해, 내 모든 것을 다 바쳐 해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P.151

 

 

"악덕 부동산업자나 결혼 사기업자들이나, 전쟁을 획책하는 대통령도 다 처음엔 '할말이 있는데.' 로 시작해." P.197

 

 

"지구가 점점 더워져, 앞으로는 아예 생물이 살 수 없게 된다는 걸 다들 알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에어컨을 끄기는커녕 한여름에 온 집안을 이글루로 만들 정도입니다. 북극에 얼음이 없어진들 나와는 상관없다, 내 탓이 아니라고 시치미를 뚝 떼고 말이죠." P.207

 

 

"전쟁에 대해 말할 때는 좀 더 괴로워하며, 몸부림치며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P.302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얼굴이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유머러스하고, 거드름 피우지 않고 지적으로 보이는 남자. 일전에 니시지마가 가르쳐 준, '팔리는 소설의 조건'과 신기하게도 일치했다. 유머와 가벼움, 지적인 내용. 유려한 필치에 알맹이는 없는······. P.318

 

 

"궁지란 도움의 손길을 내리기 위해 있는 겁니다."

"그럼 이제부터 보호 기간이 끝나는 개들이 나올 적마다 네가 개를 입양하러 갈 거냐?"

"그럴 리 있습니까?"

니시지마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왜 내가 그 개들을 전부 살려 내야 합니까?"

"뭐?"

"어쩌다 그런 겁니다. 이번엔 내 눈에 띄었으니 구한 거죠. 걱정이 돼서 그랬습니다. 다음부터는 이제 그 홈피에 들어가지 않을 겁니다."

백번 말해 봤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랄까. 아무튼 나와 니시지마의 생각엔 커다란 공동 구역이 있음이 확실했다. 다만 그의 머릿속을 다 이해하진 못해도 '눈앞에서 곤란에 빠진 사람이 있으면 그냥 도와주면 된다.'라는 주장을 스스로 실천하는 니시지마에게 솔직히 감동받았다.

"그렇지만, 지금 그 한 마리만 구하고 나머지는 보고도 못 본척하는 것도 모순 아냐?"

내가 끝까지 물고 늘어졌더니 니시지마가 대답을 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사람 어이없게 만들긴 마찬가지였다.

"모순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습니까?" p.325-326

 

 

"학생들은 남는 시간이 많고 영악하죠. 또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만은 다른 인간과 다르다.'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다.' 라고 믿습니다. 아무 근거도 없이 말이죠." P.345

 

 

"하지만 실제로 살다 보면 알겠지만, 인생살이에 그런 게 없잖아. 체크 포인트라든지, 확실한 방법이라는 건 없다고. 말 그대로 자유 연기야. 그러니 누가 '이 수행을 하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라거나 '이것만 참으면 행복해집니다.' 라고 하면 차라리 홀가분하게 느끼게 되는 거 같아. 아무리 괴롭고 인내가 필요하더라도 이것만 하면 행복해진다는 지표가 있으면 고민할 게 없지. 하지만 우리들은 어릴 때부터 해야 할 일이 딱딱 정해져 있었잖아. 태어나자마자 월령에 따른 건강검진도 있고, 여덟 살에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그때부턴 몇 년 단위로 입시와 졸업이 반복되잖아. 본인이 생각하지 않아도 틀이 정해져 있었다고. 아마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않더라도 그런 사람들이 밟는 졸업 절차도 따로 정해져 있을걸? 그러던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이제부터 '알아서들 하시오.' 라고 하니 멍해지는 거지." P.387

 

 

"사람을 붕붕 띄우면서 저 지붕 꼭대기에 올렸다가, 싫증나면 사다리까지 치워 버리는 것이 대중들의 심리 아니오?" p.394-395

 

 

"추억은 만드는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추억이 되는 거야. 세월이 흘러 어느 날 떠올려 보면 추억이 되어있는, 그런 거야." P.524

 

 

"법률이 꼭 인간과 세계를 구한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P.588

 

 

책을 읽는 시점에 따라 눈에 들어오는 문구가 달라지나보다. 북스피어 이벤트 덕분에 예전 독서노트를 찾아보았더니 사막 문장을 갈무리 해놓은 것이 눈에 띈다. 2008년에는 페이지를 써놓지 않아 어느 부분에서 옮겨 적어 놓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이럴 땐 책 본문 검색 기능이 있었으면, 뭐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데 마지막 두 문장이 겹친다. 나는 법학을 전공한 주제에 꽤나 법률에 회의적인 인간인가 보다. 하지만 이사카 고타로라면 이런 마음을 이해해 주지 않을까? 그래서 도호쿠 대학 법학 학사인 이사카 고타로상도 법률가가 아니라 소설가가 된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언젠가 만나서 꼭 대화해보고 싶은 사람이다. (그럴려면 일본어를 배워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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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