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2013. 6. 29. 02:58


킹의 몸값 

 

에드 맥베인 

피니스 아프리카에 

2013-07-01 출간 

 

 









 

  "어쨌든 결국에는 밝혀지게 돼 있어. 모든 수수께끼가 찰칵 들어 맞는 날이 오기 마련이라고. 그리고 진상은 늘 상상했던 것과는 다르지." 35

 

 

지난 번 교정을 봤던 <킹의 몸값>을 받았다. 나온지 며칠 안 된, 무려 아직 출간일 전인 따끈따끈한 새 책. 지난 번 독자교정 후 책을 받을 때도 그랬지만, 출간일 전에 책을 손에 넣는 건 묘한 설렘이 있다. 뭐랄까 업계 종사자만이 느낄 수 있는 달콤한 기분을 나도 살짝 맛보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내 생애 두 번째로 판권 페이지에 내 이름이 오른 책이 세상에 나왔다. 

 

 

책 이야기를 살짝 하자면, 일단 책의 만듦새가 상당히 마음이 든다. 킹의 고뇌가 느껴지는 표지에서 부터 두께, 무게, 그립감(?)까지. 아무튼 손에 쏙 들어오고 읽을 마음이 생기는 만듦새다. 앞으로 87분서 시리즈가 꾸준히 나올 것 같은데, 책장에 나란히 꽂아 놓으면 상당히 뿌듯한 마음이 들겠다.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는 간단히 소개하자면 '경찰 소설의 레전드' 라고 할 수 있겠다. 스티븐 킹의 표현에 따르면 '끝내주는 작가'다. 다작을 해서 '기관총 작가'라고 불리기도 하고,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글의 성격에 따라 각기 다른 필명을 사용하는 희한한 양반(?)이기도 하다. 87분서 시리즈만 해도 57권.(덜덜) 

 


어떤 책에 꽂히면 그 작가의 다른 책까지 두루 눈여겨 보는 편이라 다작하는 작가를 좋아하게 되면 출간 속도 따라가기가 굉장히 힘이 드는데(솔로몬의 위증은 언제 보냐 하아.), 에드 맥베인 할아버지 책이 마음에 슬금슬금 들어와서 상당히 걱정이다. 아직 국내에 제대로 번역된 책이 많지 않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출간되는 대로 차근차근 정ㅋ복ㅋ해야지.) 

 

 

앞서 출간된 <살의의 쐐기>를 읽고 <킹의 몸값>을 본다면 훨씬 수월하게 몰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살의의 쐐기>를 꼭 봐야 하는 건 아니고. 뭐랄까. 사전지식 없이 스타트렉 다크니스만 봐도 재밌지만, 스타트렉 더 비기닝을 보고 스타트렉 다크니스를 보면 더 재밌는 것과 비슷하달까.

 

 

솔직히 사전지식 없이 봤을 때 <킹의 몸값> 초반부는 살짝 어려웠다. 어려운 외국 이름이 잔뜩 나오는데다가 공간이동 없이 대사가 잔뜩 나와서 흡사 희곡을 읽는 느낌이다. 주어진 공간 안에서 더글러스 킹의 고뇌를 극대화 시키기 위한 장치인 것 같지만 살짝 진입장벽이 느껴진달까. 그러다가 '스티브 카렐라'가 본격적으로 활약을 하기 시작하면 엄청 박진감이 넘친다. 오타를 찾아야 하는 본분을 읽고 내용에 빠져들만큼.(물론 87분서 다른 형사들도 하나같이 다 매력적이심.)  

 

 

1959년도 당시를 기준으로 최고의 과학수사를 펼친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지금이야 컴퓨터, 핸드폰으로 쉽게 해결할 일이지만 교환 방식을 쓰는 전화, 텔레타이프, 타이프라이터로 고군분투하는 형사들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타이어 본을 뜨고 페인트 스친 자국으로 차종을 추정해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지금이야 당연한 수사방식이겠지만 당시로서는 굉장한 과학수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킹의 몸값>을 각색한 영화 <천국과 지옥>을 상영한다고 해서 내친김에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로사와 아키라 특별전에도 다녀왔다. 

 

 

 

 

 

은근히 웃음 포인트가 있어서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졸지 않고 끝까지 볼 수 있었다. (특히 마이어마이어 역에 대응되는 대머리 형사님이 연신 머리에 땀을 닦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우시던지.)



원작에 충실한 부분은 전체 143분 중 초반 한 시간 정도. 그 이후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더글라스 킹(영화상에서는 곤도)의 고뇌 보다는 부자인 주인공과 일반 평범한 사람들의 격차를 보여주고, 범인을 잡는 과정에 더 힘을 들인 영화였는데, 수사물에 찌든 현대인의 시각에서는 아쉬운 점이 좀 있었다. (지금 시점에서 이 책을 각색한다면 아마 주인공의 고뇌 쪽에 더 무게를 두지 않을까.)

 

 

일단 스티브 카렐라에 대응되는 인물이 별 활약이 없었다는 점, 더글라스 킹 부부와 함께 고뇌의 양 축을 담당했던 공범 부부의 비중은 나노 사이즈로 줄어버렸다는 점, 공범 중 주범의 범행 동기가 석연치 않았다는 점 정도? 그래도 1963년 작인 걸 생각해보면 굉장한 영화인 것은 확실해보인다. 

   

   

 

 

당분간은 87분서 시리즈가 나오는 대로 차근차근 섭렵하게 될 것 같다. 87분서 팬이 많아져서 앞으로 이 시리즈가 꾸준히 출간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과 함께 포스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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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