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2013. 2. 22. 19:52

 


눈의 아이

저자
미야베 미유키 지음
출판사
북스피어 | 2013-02-2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미미여사, 어린 시절의 추억에 미스터리를 입히다!일본을 대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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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보러 가다가 유키코 엄마와 마주치면 무슨 표정으로 무슨 말을 해 줘야 좋을지 몰라서 괴로웠어. 오죽하면 길모퉁이로 피해 다녔다니까. 이젠 그런 데까지 신경 안 써도 되겠구나.

유키코를 죽인 범인은 멀쩡히 돌아다니고 있다. 그에 대한 불안보다도, 딸을 잃어버린 이웃의 비탄에 젖은 얼굴을 가까이서 봐야 한다는 사실이 더 꺼림칙하다. 제삼자의 본심이란 그런 것임을 엄마로부터 배웠다.

 그런 엄마에게 나는, 유키코는 내 소중한 친구였어. 그렇게 말하지마! 하고 반발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아이가 아니었으니까. 보는 눈이 없는 집 안에서 그런 퍼포먼스로 엄마와 충돌하는 건 어리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나이에도 제법 계산을 할 줄 아는 아이였다. P.12-13

 

 

 어린아이 장화 발자국 같은 건 내 눈에 안 보였다. 보이는 것이라곤 네 사람의 어른이 찍어 놓은 구두 자국뿐이다. 다들 밟지 않으려고 애써 돌아간 곳엔 그저 새로 내린 하얀 눈이 쌓여 있다.

 밖으로 나왔다. 마을의 밑바닥까지 밤이 차오른다. 그치지 않고 내리는 눈만이 어두운 밤, 유일하게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빛을 내며 팔랑팔랑 내렸다. P.28

 

 

 기분이 상쾌했다. 무엇인가를 잃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당연히 후회한 적도 없다. 더 이상 나를 방해할 것은 없다. 마음에 거슬리는 것도 없다. 앞으로는 생기 넘치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 내가 바라는 것이라면 어떤 꿈이라도 이루어진다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나는 이십 년 동안, 내 손으로 죽인 사람의 유령조차 보지 못하는 인간으로 전락했을 뿐이다. P.32

 

 

 사람은 변한다. 변하지 않으려고 결심해도 변한다. 그래서 인생은 우스꽝스럽고, 슬프고, 묘미가 있다. 이웃에 살며 잘 보살펴 주던 상냥한 누나도 귀여운 동생이 모르는 곳에서 정도를 벗어날 수 있다. 아사코 또래의 청소년들은 자기들이 변화의 주체이기 때문에 자신이 변하는 것을 오히려 깨닫지 못한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자꾸만 세상이 변해간다고 생각한다. 그건 착각이다. 움직이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들 자신이다.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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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