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여행자2013. 1. 26. 22:00

 

여행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이 걸은 데다 버스를 놓친 덕분에 급격히 의욕도 상실해서 순식간에 피로감이 몰려왔지만 안압지 야경을 놓치면 후회한다는 말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움직였다.

 

숙소에서 안압지까지 한번에 걷기는 조금 부담스러워서 가는 도중에 있는 해장국거리에서 저녁을 먹고 조금 쉬다가 다시 이동하기로 했다. 다른 블로그에서 본 팔우정해장국을 찾으려는데 할머니 한 분이 불쑥 나와서 들어오라고 하신다. 간판을 확인하니 거기가 바로 팔우정해장국.

 

할머니 한 분이 꼼지락꼼지락 상을 차려주시는 곳인데 대단한 맛집이라기 보다는 조금 독특한 묵해장국이 나오는 소박한 집이다. 솔직히 맛있다고 하기엔 조금 모자란 맛이었지만 우리 남매에게 상을 차려주고 나서 음식 데운 김에 저녁식사를 하시는 할머니 모습을 보니 여기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뉴는 단촐 하게 3가지(묵해장국, 선짓국 나머지 하나는 기억이…) 가격도 똑같이 5000원이다. 경주는 물가가 무척 비싼 것 같다가도(예를 들어 순대 1인분이 4000원이라던가.) 또 생각보다 저렴하기도 한 신기한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장국으로 속을 데우고 부지런히 걸어서 안압지로 갔다. 가는 도중에 조명빨(?) 받은 첨성대 구경은 보너스.

 

 

 

 

주의 겨울 밤 추위는 상당히 매서웠다. 덕분에 덜덜 떨면서 구경했지만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연못이 얼어붙어 물그림자를 제대로 못 본 것이 아쉽다. 경주는 돌아다닐수록 다른 계절에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늘어나는 곳이다.

 

 

 

 

 

 

1월 13일 일요일

경주여행 (일정추가)

 

이제 막 익숙해지려는 모모제인을 떠나려니 아쉬움에 차마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원래 계획은 오전 중에 김천으로 이동해서 직지사를 구경하고 대전에 가는 것. 동생에게 경주에 더 오래 있다가 바로 대전으로 갈까 물으려는데 이 녀석이 "누나 우리 불국사 봤는데 또 굳이 절에 갈 필요가 있을까?"란다. 이럴 땐 제법 쿵짝이 잘 맞는 남매다.

 

결국 계획을 수정하여 첫날 제대로 구경하지 못한 월성지구 유적을 다시 구경하고 천천히 이동하기로 했다.

 

 

노동리 고분군에서 대릉원 옆길을 지나 교촌마을까지. 일요일 오전에 인적 드문 골목을 한가롭게 산책을 하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어제의 '수학여행 코스'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향교 근처까지 가니 그 유명한 '교리김밥'이 나왔다. 전국 3대 김밥이라느니 하는 말에 묘하게 거부감이 들어 굳이 찾아올 생각은 안 했지만 막상 간판을 보니 궁금하기도 하고 마침 출출하기도 해서 김밥 한 줄 사먹을 요량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김밥은 기본이 2줄 단위고 1인 1메뉴를 주문해야 한단다. 이건 또 웬 유명 맛집의 횡포인가 싶어서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하는 수없이 잔치국수 한 그릇과 김밥 두 줄 주문.

 

손님이 많아 테이블 회전이 빠른 집이라 그런지 메뉴가 총알같이 나왔다. 그리고 투덜거린 게 무색하게 무서운 속도로 국수와 김밥을 해치웠다. 헤헤. 막 엄청나게 맛이 있는 건 아닌데 자꾸 젓가락이 가고 나중에 다시 생각날 것 같은 맛이다. 김밥치고는 굉장히 부드러운 식감도 한 몫 하는 것 간다. 왜 장사가 잘 되는지 충분히 납득이 갔다.

 

얼른 찍고 먹으려고 사진 대충 찍었당 잇힝

 

의심했던 마음이 머쓱할 만큼 너무 잘 먹고 나니 모모제인에서 주인언니와 지인들도 교리김밥 얘기를 하는 것이 생각나서 선물용으로 포장까지 해서 들고나왔다.

 

 

 


큰지도보기

교리김밥 / 분식

주소
경북 경주시 교동 69번지
전화
054-772-5130
설명
-

 

 

 

 

향교를 구경하고 나니 바로 옆이 계림, 계림에서 조금 올라가니 월성, 월성 안에 석빙고까지. 어플로 설명 들으면서 차분하게 구경하니 참 좋다.

 

 

들어갈 수는 없어서 담장 너머 찰칵.

 

 

 

난간에 찰싹 달라붙어서 석빙고 찰칵.

 

 

 

 

돌아오는 길에 이러고 있다.

 

 

 

숙소로 돌아와 주인언니한테 선물이 있다고 김밥을 내밀었더니 이런 맛에 게스트하우스 한다며 좋아하신다. 정말이지 작은 선물 큰 기쁨이다. 아쉬운 마음 가득 안고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정말이지 대문 나서는 순간부터 다시 그리워진다. 빠른 시일 내에 자전거여행 하러 다시 올게요!

 

 

 모모제인 방명록을 쭉 읽어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수학여행으로 경주에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IMF 광풍이 불어닥친 다음 해, 수학여행을 취소하네 마네 오락가락하다가 겨우 정해진 여행지가 경주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기에 수학여행을 가는 것 만으로도 감지덕지였지만 어린 마음에 플랜B로 정해진 여행지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시키는 대로 버스 타고 가서 내리면 '아, 교과서에서 보던 데구나.' 하는 게 전부였던 것 같고, 설상가상으로 지갑까지 도둑맞아서 엉엉 울고 부모님 선물 하나 못 사서 전전긍긍했던, 나에게는 별로 아름답지 못한 기억으로 남은 도시였다.

 

그렇게도 모모제인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아마도 "수학여행으로 경주는 좀 아닌 것 같아."라는 주인 언니의 말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말해주는 언니네 집으로 놀러가면 두 번째 여행은 꽤 괜찮지 않으려나. 그런 막연한 희망이 있었달까.

 

그렇게 용기를 낸 두 번째 방문은 앞으로 세 번째, 네 번째 방문을 기약하게 만들어 주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여행은 다음 번에 또 방문했을 때를 대비해서 차곡차곡 베이스캠프를 만들어가는 여행이 된 것 같다.  

 

 

Posted by 유선♪
초보여행자2013. 1. 24. 21:14

 

1월 12일 토요일

경주여행

 

 

올빼미족도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나게 해주는 게스트하우스의 마법 덕분에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어 9시 12분에 불국사로 가는 11번 버스에 올라탔다. (다른 정류장에서 넋 놓고 기다리다가 버스 놓칠 뻔 했다. 불국사 가는 버스는 우체국에서 좀더 경주역에 가까운 쪽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내내 걱정하게 만들었던 동생녀석은 상태가 나아졌다며 '나랑 경주랑 잘 맞나봐' 드립을 치는 것을 보니 이제 다 나은 모양이다.

 

전날 방명록에서 석굴암이 불국사보다 높은 곳이 있으니 석굴암에 먼저 간 다음에 걸어 내려와서 불국사를 구경하면 좋다는 말을 보고 그 순서대로 구경하기로 했다. (나이스 초이스!)

 

40여분을 달려 불국사 입구에 도착하니 맞은 편에 석굴암 가는 버스가 막 출발하려는 참이라 서둘러서 탑승했다. 기쁜 소식은 환승이 된다는 것. 나쁜 소식은 다인승은 1명만 환승이 된다는 것.

아, 따로 찍을 걸 하고 잠깐 후회의 시간을 보냈다. (1인 1카드가 필요합니다.)

 

보성 봇재길은 울고 갈 정도로 길고 긴 구불구불 길을 달인 포스 팍팍 풍기시는 할아버지 기사님은 하나도 불안하지 않게 천천히 부드럽게 잘도 가신다. 완전 베스트 드라이버!

 

 

 

버스에서 내려 가장 먼저 보이는 건물이 바로 불국대종각. 천원 이상 기부하면 타종할 수 있는데, 종소리가 울릴 때마다 아, 누군가가 좋은 일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참으로 기가 막힌 아이디어다.

 

 

 

 

 

10분 남짓 더 걸어오면 석굴암 도착.

 

 

 

 일단 감로수 한 모금 하고

 

 

 

 

또 올라갑니다. 좌절하지 마세요. 소요시간 2분.

 

 

석굴암은 한국관광공사에서 제작한 '신라역사여행' 이라는 어플로 설명을 들으면서 구경했다.(나도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얻은 정보인데, 설명이 약간 오글거리긴 하지만 좋은 어플이다.) 시간을 잘 맞춰 가면 문화해설사님이 설명도 해주시는데 석굴암 내부 천장 사진과 석굴암 축조원리까지 아주 상세하게 잘 설명해주시니 이왕이면 해설시간 맞춰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석굴암에 들어가보니 10시 예불을 보고 있어서 저절로 경건해졌다. 어설프지만 합장을 하고 소원도 빌고 나왔다. 석가탄신일이나 특별히 예불을 볼 때는 들어가 볼 수 있다고 하니 석가탄신일에 다시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사람이 너무 많으려나T_T)

 

 

 

 

석굴암에서 입구에 오뎅 파는 할머니가 계셔서 불국사 가기 전 기운 충전을 위해 오뎅 한 꼬치씩 사 먹었다. 특이하게 간장을 분무기로 뿌려먹게 되어 있었는데, 먹을 것 좋아하는 우리 동생님은 간장 스프레이에 너무 깊이 감명받은 나머지 하산하는 내내 그 할머니는 천재임이 틀림없단다. (ㅋㅋ)

 

석굴암에서 불국사까지 가는 길은 한 시간 남짓 걸리지만 내리막길이라서 힘들지는 않았다. 올라오면서 힘들어 하는 사람들 구경은 덤이다. 다람쥐, 청설모가 많다고 들었는데 추워서 안 돌아다니는지 코빼기도 안보였다. (다람쥐는 겨울잠을 잔다지만 청설모는 안 잔다며.)

 

 

 

 

현판에서부터 왠지 기운이 느껴지는 불국사.

 

 

 

부지런히 하산하여 불국사 도착. 금방 입장료 4000원 내고 석굴암 보고 왔는데, 또 4000원 내고 불국사 입장하려니 이거 슬슬 부담이 된다. (입장료 1+1은 없나요?)

 

 

자, 들어갑시다.

 

 

우리 동생님, 이걸보고 강남스타일이란다. 흠.

 

 

 

이번에도 신통방통한 신라역사여행 어플이 이끄는 대로 구경! 늘 그냥 지나치기만 했던 사천왕이 각각 손에 다른 걸 쥐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알고 나니 왠지 인사도 하고 들어가야 할 것 같아서 잘 부탁 드린다고 합장하고 입장했다.

 

 

 

 

 

 

청운교와 백운교 앞에 도착하니 새삼 진짜 불국사가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일로 여행을 하다보니 백팩 맨 사람을 보면 무척 반갑다.

 

 

 

어플의 설명이 없었다면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불국사 석축.

건물은 재건한 것이지만 아래 석축은 신라시대부터 쭉 이 자리를 지켜왔다고.

이 부분은 원래는 연못이었던 청운교 백운교 앞에 물을 공급하는 관이라고 한다.

 

 

 

 

 

 

그냥 계단으로 질러서 올라가고 싶지만, 우리 청운교 백운교는 소중하니까요.

 

 

 

 

불국사 경내를 구석구석 알차게 설명해준 고마운 어플.

 

석축에 관한 설명이라든가 관음전에 오르는 낙가교에 대한 설명, 극락전 현판 뒤에 숨어있는 복돼지 같은 것은 이 어플이 아니었으면 알지 못했을 고급정보였다.

불국사 석굴암 외에도 무려 18곳의 유적에 대한 설명이 있으니 경주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미리미리 다운받아 가는 것을 추천한다.

 

어플다운과 설명 MP3다운은 별개이므로 데이터가 부담된다면 미리 다운로드 받아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물론 스트리밍도 가능)

 

 

 

현판 뒤에 숨어있는 복돼지. 보이나요?

 

 

 

 

 

 

 

 

경주역 근처로 돌아와 성동시장 백반집에서 조금 늦은 점심을 챙겨먹고나니 다른 곳 구경을 갈까 아님 시내에서 퍼질러 앉아 놀까 고민이 되었다. 딱히 갈 데도 없고, 숙소 벽에 양동마을에 가는 버스 시간표도 확인할 겸 다시 숙소에 들렀다.

 

막상 숙소에 가니 귀차니즘이 발동하여 근처 까페에나 가자고 결정하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주인언니가 경주 와서 고작 불국사만 보고 갈 거냐며 어여 다녀오라고 등을 떠밀어 주셨다.

 

 

 

 

유일하게 양동마을 안까지 들어가는 203번 버스. 2013년 1월 5일 시행하는 따끈따끈한 시간표다. 경주역 표시가 잘못 된 것 같은데 경주역은 시외버스터미널과 양동마을 중간.

3시 30분 버스를 타고 갔다가 5시 버스를 타고 나오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양동마을로 출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양동마을. (입장료 4000원.)

 

양동마을은 포항 방향으로 30분 거리. 그냥 평범한 도로를 한참 달리다가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다 싶더니 양동마을이다. 흡사 시간여행을 한 기분이다. (203번 버스가 사실은 타임머신이라던가.) 기와지붕과 초가지붕이 어우러진 마을은 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아궁이에 불피우는 냄새가 동네 전체를 감싸고 있다.  

 

 

자동차만 치우면 지금 당장 사극찍어도 되겠다.

 

 

 

기차시간 외에는 세부계획을 짜지 않아서 대부분 여유롭게 구경하고 다녔는데 봉하마을과 이 곳 양동마을은 버스시간에 쫓겨 서둘러 구경하게 되어 참으로 아쉬웠다. 그래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에서 열심히 구경했다. 

 

 

 

전쟁에서 공을 세운 노비 억부를 기리기 위한 제각.

비록 비석은 없는 제각이었지만 노비를 위한 제각을 처음 봐서 굉장히 신기했다.  

 

 

 

 

 

유일하게 실내를 구경한 무첨당. 집 안에 들어서니 옛날 집 냄새가 났다. 공기부터가 다르달까.

창덕궁의 낙선재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무래도 디테일은 떨어졌다.

하지만 궁궐 안 건물과 비슷한 느낌을 줄 정도이니 상당히 세력가 집안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무첨당 뒤의 사당.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는 집들이어서 내부까지 구경하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었지만 마을길을 산책하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뒷동산에 올랐다가 내려가는 길이 퍽 낭만적이다.

 

 

 

반가워서 찍은 프라이드. 마을 분위기와 미묘하게 어울린다.

 

 

 

친절킹 양동BUCKS 사장님. 식혜 맛있어요.

 

 

 

5시 버스 시간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언덕을 내려가니 5분쯤 시간이 남는다. 화장실도 잠깐 들르고 버스정류장 앞 양동BUCKS에서 식혜도 한 병 사 먹으면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15분이 지나고 20분이 되어도 버스가 올 생각을 안한다. (화장실에 들른 그 잠깐 사이에 지나가버린걸까 아니면 마을을 그냥 지나쳐 버린걸까. 지금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다.)

 

 

 

왜 안오는 거야. 좌절하는 동생님.

 

 

경주 시내로 나가는 다음 버스는 6시 30분. 그때까지 마냥 기다릴 순 없고...

급하게 검색해보니 마을 입구까지 걸어 나가면 203번 외에도 몇 대의 버스가 더 있다고 해서 마을 입구까지 걸어나가기로 했다. 

 

기운이 쭉 빠져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옆에 웬 트럭이 와서 멈췄다. 바로 양동BUCKS 사장님! 방향이 달라 경주 시내까지는 못데려다주지만 버스 많이 오는 데 까지 데려다 주시겠다며 얼른 타라고 T_T (물론 걸어서도 갈 수 있는 짧은 거리였지만 감사했슴다 사장님. 헤헤)   

 

 

햇님은 우리 맘도 모른채 속절없이 넘어가서 사방은 어둑어둑해지고, 바람은 차갑고, 검색해보니 마을 입구를 지나간다는 200번, 201번, 202번 버스는 각각 하루에 5~6회 밖에 운행하지 않는다고 하고... 점점 불안감이 엄습하면서 히치하이킹이라도 해야하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200번 버스가 거짓말처럼 나타났다. (그 순간만큼은 버스기사님이 구세주였어요. 엉엉) 비싸다고 투덜댔던 좌석버스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나 뭐라나. 

 

 

 

 

.

 

 

 

 

 

 

Posted by 유선♪
초보여행자2013. 1. 23. 12:55

모모제인 게스트하우스

2013. 1. 11 - 13 (2박 3일) 1박 15000원 (도미토리, 할인 이벤트 중)

여자 도미토리 12인실, 남자 도미토리 8인실, 조식 포함.

 

 


게스트하우스에서의 하룻밤

저자
강희은 지음
출판사
즐거운상상 | 2012-08-04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자유 여행자들의 쉼터, ‘게스트하우스’에서 생긴 일!서울에서 땅...
가격비교

 

 

경주에 다시 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한 책이다. 정확히는 이 책에 나온 모모제인 게스트하우스에 끌려 경주에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조용히 쉬다 갈 수 있는 여행자들의 베이스 캠프를 추구한다니, 어머 저긴 꼭 가야 해.

 

그러니까 나는 경주에 오기 위해 숙소를 알아 본 것이 아니라 모모제인에 오기 위해 경주를 여행코스에 넣은 것이다. 주객전도도 이쯤이면 중증이다.

 

 

 

 

 경주역에서 길 건너서 직진, 우체국에서 좌회전, 명동의류에서 우회전, 초록색 외벽의 카페 골목. 맞게 찾아온 것 같은데 보이질 않아서 잘못 찾아왔나 슬그머니 불안해질 때쯤 골목 끝에 모모제인이 나타났다.

 

 

 

 

 

사진으로만 보던 곳에 드디어 왔다. 겨울이라 조금 삭막한 느낌이 더해지긴 했지만 생각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첫인상이 엄청나게 강렬한 것도 아니지만 이질감없이 익숙한 기분이었다.

 

 

마당 한켠에 깨알같은 눈사람. 코가 제대로다.

 

  

 

모모제인의 규칙은 간단하다. 꼬부라진 건 정수기, 여자 도미토리는 별채에, 남자 도미토리는 본채에, 화장실은 각 방에 그리고 대문 여는 법(주인언니의 안녕을 위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만 알면 손님도 손님을 받을 수 있다. (방명록에서 손님이 손님을 받았다는 얘기를 보면서 키득키득 웃었는데, 잠시 후에 정말 주인 언니가 자리를 비운 사이 손님이 왔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도 모르게 "꼬부라진 건 정수기구요…"를 하고 있었다나 뭐라나.)  

 

 

 

모모제인 거실

 

 

여행계획도 짜고, 이야기도 나누고, 책도 보고, 아침엔 식사도 하는 모모제인의 거실이다. 동생은 본채, 나는 별채 였기 때문에 함께 얘기할 수 있는 거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만화책부터 전공서적까지(무려 노동법 두둥) 굉장히 다양한 책이 구비되어있다. 그 중에서 동생이 심야식당을 골라서 읽길래 나도 따라서 읽었다. 보드게임도 몇가지 있다. 부르마블이 참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했다. (언젠간 다시 와서 부르마블을 하고 말테닷!)  

 

 

 

 

벽에는 지도와 주요 관광지로 가는 버스시간표, 그리고 게스트들이 보내온 엽서들이 붙어있다. 찬찬히 읽어보다가 나도 돌아가거든 엽서를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것보다 벽에 붙어있는 버스시간표를 확인하고 이동 하는 게 더 좋아서 구경하는 도중에 다시 숙소로 돌아와 시간표를 보고 나가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컴퓨터 책상 위에 노짱이 계신다. 이쯤되면 이번 여행의 마스코트이십니다.

 

 

 

이런 지도는 어디서 사나요. 나도 집에 붙여놓고 싶어요.

 

 

 

이 지도를 보면서 동생과 

 

"우리 선생님 퇴직하고 세계 여행 중이래. 지금 모로코에 계신다는데?"

"그래? 그럼 이 지도에서 모로코 찾아봐. 난 찾음ㅋ."

".....못찾겠어."

"멍청아 여기 있잖아."

"......"

 

뭐 이런 대화를 나눴던 것 같다.   

 

 

 

 특별출연한 동생. 심각해 보이지만 아마 심야식당 보는 중일거다.

 

 

 

1윌이지만 아직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었는데, 동글동글한 장식이 참 예뻤다. 몇 개가 전구에서 자꾸 빠져서 또르르르 굴러다니는 바람에 다시 끼워놓아야 했지만.

 

 

 

 

분위기가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모름지기 여행지 숙소의 가장 큰 미덕은 편안한 잠자리 아니겠나. 그 점에서 모모제인은 최고였다. 소등시간인 11시쯤 스르르 잠이 들어서 눈을 뜨면 7시 28분. 중간에 깨는 일도 없고 심지어 꿈도 안 꾸고 편안하게 숙면을 취했다.

 

12인실이라고 해서 살짝 걱정이 되었는데 실제로는 6+6인실 같은 구조였다. 방과 방 사이에 커튼으로 칸막이가 있어서 12인실로 느껴지지 않는다. 옆 방 소리가 완벽히 차단되는 것은 아니나 다행히 모모제인의 게스트들은 모두들 조용히 사부작사부작 움직이는 타입이어서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게스트하우스 분위기 때문에 사람이 조용해 지는 건지 아니면 조용한 사람들이 모여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화장실 각 방마다 따로 있다. 따뜻한 물도 잘 나와서 나처럼 허약한(읭?) 사람도 편하게 샤워 가능. 화장실에는 비누, 치약 정도만 구비되어있기 때문에 다른 세면도구는 직접 지참해야 한다.(수건은 말하면 주는 것도 같던데, 나는 그냥 내 수건 써서 잘 모르겠다.)

 

 

 

 

 

모모제인의 조식.

 

 

조식으로는 토스트가 제공된다. 아침시간은 7시 30분 부터 9시 30분 까지.(늦으면 없어요.)  

누군가가 아침에 빵 말고 밥이 먹고 싶어요. 라고 방명록에 썼는데 우리 시크(하지 않다고 본인은 주장하시지만)하신 주인 언니는 '밥은 집에서 늘상 먹지 않소 여기선 빵 드시오.' 라고 친절히 답변을 달아 놓으셨다.(ㅋㅋ)

 

아무리 이벤트 할인가라지만 이 가격에, 이 시설에 조식까지 주는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일은 쉽지 않으리라. 주머니사정 넉넉지 않고, 매 끼니 사먹는 것 부담되고, 뭐 먹어야할지 고민되는 내일러들에게 강력추천한다.

 

 

앞서서 주르르르 늘어놓은 눈에 보이는 장점 말고, 내 마음을 스르르 무장해제 시킨 것은 

바로 빨래 였다.

 

옥상에 올라가 야무지게 집게 꽂아서 빨래를 너는 것도 꽤나 낭만스러운 일이었는데, 

걷어와서 냄새를 맡아보니 '다른 동네 냄새'가 났다. 

 

순간 '아, 내가 여행을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사무쳤다. 

쓸쓸하면서도 참 달콤한 기분이었다. 

 

 

 

게스트하우스의 매력은, 일단 부담없이 한 걸음 내디뎠다가도 '내 집'이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행동하면서 서서히 그 곳에 적응해가는 과정에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이제 좀 익숙해졌다 싶으면 떠나야 하는 아쉬움도 매력이려나.)

 

이런 매력은 하루 저녁 자고 다음날 아침 훌쩍 떠나버리면 느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적어도 이틀 정도는 머물면서 구석구석 구경도 하고 거실에서 책도 보면서 천천히 느끼고 싶었다.

 

 

모모제인에서 나와 동생이 받은 좋은 기분, 주인 언니의 따뜻한 배려는 미처 글로 다 옮기기가 어렵다. 다만 동생은 대문을 나서면서부터 가기 싫다고, 1년에 한 번 씩은 꼭 오겠다고 다짐을 했고, 나는 십 몇 년 만에 엽서를 써서 보냈다. 물론 게스트하우스에는 처음 써보는 엽서였다.

 

 

보석 같은 공간을 많은 사람들에게 막 자랑하고 싶기도 하고, 나만 알고 있고 싶기도 해서 이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복잡하지만 뭐 내가 글을 쓴다 한들 갑자기 엄청난 인파가 몰려드는 일이 생기지는 않겠지. 다만 '여긴 어떨까' 하고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고 '여기로 가야겠다'고 마음을 결정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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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
초보여행자2013. 1. 22. 19:54

1월 11일 금요일

 

부전-경주 (#1944)

9:36-11:34

 

 

 

뒤척이다 늦게 자서 아침에 늦잠 잘 까봐 걱정했는데 7시가 채 되지 않아 눈이 떠졌다.

(역시 여행의 힘은 위대하다.)

 

죽 데워서 환자(?) 아침 챙겨 먹이고, 바지런히 짐 챙겨놓고, 8시 반 넘어서 출근하신 사장님과 몇 마디 나누었다. 왜 이렇게 빨리 출발하느냐고, 부산에 놀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은데 다 못 보고 못 먹고 가서 어떡하느냐고 안타까워하신다. 그러게요. 언젠가 다시 와서 실컷 놀다 가는 날이 오겠죠?

 

애플게스트하우스는 조금 늦게 깨어나고 조금 늦게 잠드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다시 찾아오면 늘어지게 늦잠을 자봐야겠다.

 

 

부산버스는 타봤으니 이제 지하철도 타보자 싶어서 지하철로 부전역으로 이동했다. 서울 지하철과는 뭔가 미묘하게 다르다는 느낌이 들어 자세히 살펴보니 열차 1량에 출입문이 3개, 한 줄에 10명이 앉는다. 노약자석은 한 줄에 4인씩.

 

 

 

네이버 지도에서 지하철 부전역에서 기차역 부전역으로 가는 길을 찾아보니 7번 출구에서 빙 둘러가는 길을 알려준다. 그렇게 안내하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싶어서 돌아갔는데 이유 따윈 없었다. 괜히 추운데 돌아갔다.T_T

 

아무튼 부전역에서도 야무지게 스탬프를 찍고 9시 36분 차로 경주로 출발.

 

 

 

 

 

 

 

기차 타면 눈이 말똥말똥해지는 타입이라서 (총 5시간 30분쯤 걸리는 서울-보성 무궁화호 열차에서도 2시간 이상 잠들지 못해서 심신이 매우 피곤하다.) 창 밖을 열심히 구경하는 편인데 부전역에서 경주역으로 가는 노선은 정말이지 눈이 호강하는 구간이었다.

 

특히 중간에 '월내'라는 역에 도착하기 직전에는 기찻길 오른편으로 예쁜 바다가 펼쳐졌다. 게다가 기차역 앞이 바로 바다라니. 조금 더 부지런을 떨어서 9시 20분 차를 탔더라면 아마 내려서 바다구경을 하고 다음 차로 갔으리라. 하지만 우리가 탄 차에서 내리면 다음 열차는 2시간 후 T_T

 

 

내일로 여행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차역.

 

 

 

 

도중에 지금은 태화강역으로 이름이 바뀐 옛날 울산역도 지나갔다. 태화강 풍경에 넋을 잃은 것도 잠시, 기찻길 바로 옆이 현대자동차 철탑농성현장이어서 농성중인 노동자 옆을 지나쳤다. 이 추운 날씨에 저 위에 있는 사람의 마음은 어떠할까. 따뜻한 기차 안에서 편하게 앉아 여행 중인 나는 감히 그 마음을 상상할 수 조차 없어 송구스러웠다.

 

 

 

 

 

몸에 열이 많은 편인 동생이 겉옷을 벗고도 기차 안이 덥다며 자리와 복도를 왔다갔다 하는 사이 어느새 경주에 도착했다. 어느새 스탬프의 노예가 되어버린 나는 역에 도착하자마자 스탬프부터 찾기에 이르렀다. (경주역은 2014년 까지만 운영한다고 하니 반드시 찍어야 해!)

 

미리 봐놓은 약도대로 숙소 모모제인으로 척척 찾아갔다. 경주역에서 길 건너서 직진, 우체국에서 좌회전, 명동의류에서 우회전, 초록색 외벽의 카페 루머팡이 보이면 그 골목으로 쭈~욱 들어가 왼쪽으로 꺾으면 모모제인이 나타난다.

 

 

모모제인 후기는 공들여 써야하니 다음 편으로 이월 이월♪

 

 

 

12시가 채 되지 않았을 시간이니 아마 우리가 첫 번째로 체크인한 손님일거다. 시크(?)하신 주인언니(도무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분이지만 왠지 언니라고 해야할 것 같다.)께서 반겨주셨다. 생각보다 간단한 주의사항을 듣고 짐을 맡겨두고 나왔다. 주인 언니가 알려주신 대로 택시를 타고 국립경주박물관으로!

 

 

경주에서는 2인 이용 시 기본요금 거리라면 택시가 더 저렴하다.

일반버스는 1200원, 좌석버스는 1500원(현금가, 교통카드 이용 시 50원 할인)

그리고 좌석버스 비율이 높은 편이다.

반면 택시 기본요금은 2200원.

 

 

 

경주는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 때 온 것이 전부이니 재방문 하는데 십 년도 훨씬 넘게 걸렸다.

그런데도 국립경주박물관은 기억이 생생하다.(성덕대왕 신종을 어떻게 잊겠어.)

 

 

 

국립박물관이어서 입장료는 무료.(아이 좋아라) 입장하면 일단 성덕대왕 신종부터 보는 거다.

 

성덕대왕 신종, 일명 에밀레종.

 

 

 

근처 유치원에서 견학을 왔는지(이 추운 날 견학이라니!) 병아리 같은 아이들 한 무리가 줄 맞춰서 들어온다. 저마다 신나서 구경하는데 왠지 삐약삐약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성분 분석 결과 인(P)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으므로 사람을 넣어 만들었을 가능성이 없다는 설명을 한참 읽고 있는데 뒤에서 유치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이 종 만들 때 어린 아이를 통째로 넣어서 만들었대."란다. 뭐 전래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어른이 듣기에도 섬뜩한 이야기(심지어 잘못된 정보)를 굳이 어린 아이들에게 가르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어쨌든 어린 아이 2명 이상은 커버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그 삐약삐약하는 아이들을 통솔하는 유치원 선생님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먼저 와서 한참 열심히 구경하고 있는데 자기들 사진 찍어야 하니 비켜달라고 할 때는 조금 언짢았지만, 아무튼. )

 

 

 

휴관사실에 충격받아 사유는 잊어버렸다. 내진공사였던가. 가물가물.

 

 

 

아쉽게도 본관인 고고관은 2013년 8월까지 휴관이다. 주요 소장품은 특별전시관으로 옮겨졌다하여 특별전시관 – 미술관 – 월지관(안압지관) 순으로 구경했다.

 

 

 

사진촬영은 가능, 플래시는 금지. 그래서 흔들림*-_-*

 

 

동생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실내인 박물관을 관람하기로 한 것인데 맙소사, 춥지 않은 대신 계속 걸어야 해서 은근히 피곤하다는 점을 생각 못했다. 아 졸려~를 연발하는 동생을 끌고 월지(a.k.a 안압지)를 밖에서 대~충 훑어보고, 첨성대도 밖에서 스탬프만 찍고(!) 대릉원까지 왔는데 동생은 물론이고 나도 너무 힘들어서 대릉원 정문 옆 까페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우리에게 안락한 휴식을 허락하신 대릉원 옆 쿠키&커피

 

 

 

별 정보 없이 그냥 들어온 가게였는데 인테리어도 아기자기하고 손님도 우리뿐이라 편히 쉴 수 있었다. 수제쿠키와 커피 맛도 so so.

 

파워 충전한 덕분에 대릉원과 천마총도 슬슬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사진이 없네...흠...)

 

 

 

 

나도 안다. 경주 막 도착해서는 컨디션 난조에 박물관 구경하고나니 졸려서 후딱후딱 구경하고 돌아가야지 하는 생각에 대충 구경했다. 그래서 여행기도 재미 없을 거다. 하지만 다음 편은 우리가 꼽은 베스트 숙소 모모제인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이야기이니 기대하시라. 잇힝. 

 

 

 

Posted by 유선♪
초보여행자2013. 1. 21. 21:08

 

1월 10일 목요일

이동계획 없음.

부산 여행 .

 

 

 

첫날 밤은 4인 도미토리에 손님이 나 혼자라서 묘하게 쓸쓸하면서도 편해서 달콤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다만 히터가 건조하고 더워서 끄면 춥고 다시 켜면 건조하고 해서 1~2시간 간격으로 자다깨다 해서 일찍 기상.

 

동생님은 아직 컨디션이 안 좋단다. 근처 죽집을 수소문하여 포장해서 대령하고, 얼추 추슬러서 사장님이 알려주신 병원에 갔다. 이름하여 '코끼리내과' (부산 지역에선 유명한 병원이라고)

 

열은 나고 배는 아픈데 다른 증상은 없어서 의사선생님도 원인을 모르겠단다. 일단 증상에 대처할만한 약을 처방해줄 테니 먹고 그래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거든 원인 규명을 위해 검사를 받아야 한단다. 이제 겨우 여행 이틀째인데 이게 웬 날벼락이란 말인가.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동생만이라도 집으로 돌려보내는 상황까지 생각해야 했다.

 

그래도 전날 저녁에 먹은 소화제 덕분인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는 정도는 할 수 있다고 해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자갈치시장 친수구역에 들렀다. (친수구역이라니, 너무 행정용어 아닌가요.)

 

 

 

 

역시 부산하면 바다, 바다하면 부산이다.

시원하게 탁 트인 바다에 갈매기가 날아다닌다.

이왕이면 회도 한 점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쩌업….

 

 

 

 

동생이 히트텍 사겠다며 들어온 롯데백화점 광복점(오마이갓, 여행와서 백화점에 오게 될 줄이야.)에서 정작 히트텍 득템은 실패하고(색깔이…색깔이…풉.) 점심을 해결하고 나왔다.(부산와서 백화점 푸드코트라니! 그래도 백화점 푸드코트 죽집이 본죽보다 좋더라.)

 

 

 

 

동생 컨디션이 허락을 해주어 다음 행선지는 보수동 책방골목!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동선!)

가는 길에 BIFF거리에서 씨앗호떡 하나 사들고 냠냠. (나는야 야속한 누나라지요.)

원조집이나 승기네 호떡집은 줄이 너무 길어서 그냥 옆에 할머니 가게에서 사먹었다. 줄 없는 집에서 사먹어도 고소하고 맛나더라.

 

 

 

왠지 매력있는 책방골목.

 

 

 

보수동 책방골목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지만 나름의 멋이 있었다. 여행지에서 잠깐 들르는 것 보다는 근처에 있다면 시간 날 때 찾아가서 헌책 한 권 골라 차 마시면서 책 읽다 오면 딱 좋을 것 같은 곳이었다.

 

 

 

서점이름이 고(古) 서점입니다.

 

 

 

 

동생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보고 싶다고 해서 가격을 물어보니 허걱. 상태 최상의 중고 아니면 상태 안 좋은 새 책 같았는데 어느 쪽이라 한들 돈이 아깝겠다 싶어서 그냥 돌아서서 나왔다. (그 책은 결국 나중에 종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더 저렴하게 구매했다.)

 

원래 헌책방이라는 곳이 찾는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이상 사고 싶은 책이 막 눈에 쏙쏙 들어오는 곳은 아닌데 슬렁슬렁 구경하는 중에 문득 노무현 대통령 자서전이 눈에 들어왔다.

봉하마을 방문도 자서전 구매도 너무 늦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송구하지만 역시 '운명이다' 싶어서 바로 구매!

 

 

뿌듯한 마음으로 책방골목을 나와 국제시장도 훑어보고 외국과자 판매점에서 무려 짱구의 '초코비'도 샀다. 히히. (우리 동생님 배 다 나으면 드시겠단다.)

 

이게 바로 그 초.코.비.

 

 

 

 

앞으로의 여행을 위해 컨디션을 조절하려고 숙소로 돌아왔다. 워낙에 속성으로 돌아봐서 숙소로 되돌아온 시간이 2시 조금 전이다. 동생은 숙소에 던져두고(내 동생, 부산에서는 잠만 자다 가는구나.) 마침 같은 날 해운대에 도착했다는 친구를 만나볼까 하다가 일정이 맞질 않아서 불발. (센텀시티 영화의 전당에 톰크루즈가 온다는 날이었는데, 난 사람 많은 곳을 견딜 만큼 톰아저씨가 좋지는 않아서…)

 

'부산에서는 보수동 책방골목엘 가봐야지' 하는 정도의 계획만 짜고 온 터라. 어중간하게 남은 시간에 뭘 해야 할지 막막했다. 거실에서 폭풍검색을 하고 있다 보니 사장님들과 이런저런 얘기도 하게 되었다. 사장님이 내려주신 '하동녹차'를 따뜻하게 마시면서…(저는 보성에서 왔지만 하동녹차도 맛…있어요…)

 

고민끝에 다음 행선지는 태종대로 낙점.

 

숙소 앞 버스정류장에서 8번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면 태종대.

7살 먹었을 때쯤이었나. 친척집에 왔다가 태종대에 놀러 왔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나는데, 기억은 왜곡될 수 있다더니 내 기억과 실제 태종대는 굉장히 다른 모습이었다.

 

 

유람선 타라는 호객행위를 뿌리치고 다누비열차를 타러 걸어 올라갔다. 혼자 여행 잘 다니니 이정도 쯤이야 하고 씩씩하게 나섰는데 막상 가족끼리 온 사람들 연인과 온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다니려니 좀 쓸쓸하다. (나중에 게스트하우스 사장님 하시는 말씀이 '커플 많죠? 거기가 좀 그래요.' 라고… 미리 말씀해주셨으면 다른 데 갔잖아요. 꺼이꺼이.)

 

이게 그 다누비 열차. 이용요금은 1500원. 당일 표로 여러번 승차 가능.

 

 

다누비 열차를 타고 전망대까지 올라와보니 (참으로 진부한 표현이지만) 탁 트인 바다에 깎아지른 듯한 절벽, 멀리 보이는 거제도와 쓰시마섬 까지. 숙소에 두고 온 동생이 생각나는 풍경이었다.

 

 

자세히 보면 쓰시마섬도 보입니다. 클릭하면 커짐.

 

 

 

저게 내가 안 탄 그 유람선.

 

 

 

등대 올라가는 길에 주전자섬 한 장 더 찰칵.

 

 

 

다음 코스는 영도출신 후배가 추천한 등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니 힘은 좀 들었지만 힘이 들어도 괜찮을 만큼 절경이었다.

 

 

 

 

 

 

'타고 올라갔다가 내려올 땐 걸어 내려오세요'라는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의 말씀에 등대까지 올라왔으니 이제 돌아내려가면 금방이겠거니 하면서 걸어 올라갔는데 길이 제법 가팔라서 숨이 찼다. 그렇게 찾아간 태종사는 이름을 배반하는 스몰사이즈T_T. 아마도 등대까지 타고 올라가고 올라온 방향으로 다시 내려가라는 말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내가 그 태종사요.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서 어둑어둑해지고 날은 추워지고 생각보다 먼 길을 혼자 걸어 내려가려니 무섭기도 했지만, 노을만큼은 참 아름다웠다. 기회가 된다면 일몰시간에 맞춰서 와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둑어둑. 저 사람들마저 없었으면 나 정말 무서웠을 거야.

 

 

 

저녁시간 전에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부지런히 걸어서 하산! 다시 8번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도중에는 고등학교 때 짝사랑했던 오빠가 다녔던 해양대학교도 있고 까만 현수막이 가득한 한진중공업도 있었다. 8번 버스는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지는 버스노선이었다.

 

저녁에는 숙소 앞 용두산 공원에 올라가 야경을 보려고 했는데, 환자인 동생도 귀찮다 그러고 막상 숙소에 오니 나도 노곤노곤 흐물흐물해져서 쿨하게 PASS.

 

 

 

어제처럼 깨알같이 일기 쓰고 아까 득템한 노무현대통령 자서전 읽다가 편하게 자야지…

했는데 11시를 훌쩍 넘겨서 들어온 룸메이트들이 12시 반이 되도록 불을 끌 생각을 안 하질 않나, 불 끄고 이제 자나 싶었는데 아래 침대에서 와그작와그작 과자를 씹어먹질 않나 (아가씨…양치는 하고 주무셔야지…쓰읍…) 그러고 나니 또 옆방에서 떠들질 않나… 그래서 첫날과는 또 다른 이유로 잠을 설쳤다. (규칙이 엄하지 않은 게스트하우스의 부작용이랄까.)

 

 

게스트하우스 이용하는 게스트들, 다른 여행자를 위해서 도미토리에서는 빠른 소등과 따뜻한 배려 부탁해요. 그 시간에 꼭 과자를 먹어야 했다면 거실에서 먹어도 되잖아욧!T_T

 

 

 

Posted by 유선♪
초보여행자2013. 1. 21. 19:06

 

 

진영-사상 (무궁화호 #1954)

15:46-16:46

 

 

부산하면 돼지국밥 아니겠는가!

원래는 부전역에서 내려 지하철로 숙소까지 이동할 계획이었지만 사전에 검색해본 맛집을 찾아 사상역에서 내렸다.

 

그러고 보니 노무현 대통령님의 봉하마을에서 문재인 국회의원의 사상으로 이동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 너무 끼워 맞추나?)

 

사상역에 내려서 스탬프도 찍고 국밥집 가는 길에 안경(드디어!)도 새로 맞추고,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돼지국밥집에 갔는데 이게 웬일 먼저 먹던 동생 표정이 점점 안 좋아진다. 국밥킬러인 동생이 웬일인지 냄새 때문에 못 먹겠단다. 그 집이 기대에 한참 못 미치기는 했지만(잘못 찾아갔거나 주인이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거부할 정도는 아닌데…

 

 

 

대충 요기만 하고 나와서 남포동 숙소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는데 점점 동생 안색이 나빠지고 식은땀까지 흘린다. (알고보니 봉하마을에서 빨리 가자고 한 것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였단다. 어쩐지 평소 캐릭터에 맞지 않게 강력하게 주장하더라니...)

 

여행하다 동생이 갑자기 아플 것이라고는 생각도 안 했던지라 상당히 당황스럽다.(평소엔 그렇게 잘 먹고 잘 자는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숙소에 도착해서 동생은 쉬고 있으라 하고 근처 약국 위치를 물어 약국엘 다녀왔다.

 

약국 가는 길에 엉겁결에 BIFF 광장을 지났으나 눈에 들어올 리가 없지 T_T

다행히 근처에 약국골목이 있었고 저녁 6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대부분의 약국이 영업 중이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약국에서 어리바리하게 증상을 설명하고 약을 사다가 먹이고 쉬게 뒀다.

 

아픈 동생 덕분에(?) 숙소에 일찍 도착해서 약국 다녀오고 난리부르쓰를 하고, 잡다한 일을 다 처리하고 나서도 시간이 8시가 채 되지 않아 장문의 일기를 쓰고 슬슬 게스트하우스를 둘러보았다.

 

 

 

애플게스트하우스

2013.1.9 - 11 (2박3일)

여자 도미토리 4인실 1박 20000원, 믹스 도미토리 6인실 1박 18000원

내일로할인 -3000원, 조식 미포함

 

 

 

애플 게스트하우스 여자 도미토리.

 

 

 

애플게스트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 내일로 플러스와는 상관없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자체적으로 내일러들에게 1인당 1박에 3000원씩을 할인해준다.

 

기본 금액으로 예약을 한 후 체크인하면서 할인 금액을 돌려받는 시스템인데, 2 X 2 X 3000 = 12000원을 현금으로 돌려받으니 왠지 용돈 받는 기분이 들어 소소한 재미가 느껴졌다. 아무튼 조식이 제공되지는 않는 걸 감안하더라도 부산지역 다른 게스트하우스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거실에서 바로 보이는 부산타워. 밤이나 새벽엔 더 멋있다.

 

 

두 번째 장점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자갈치시장, 길만 건너면 BIFF광장, BIFF광장 지나면 국제시장, 보수동 책방골목으로 이어지는 지리적인 이점.

반짝반짝한 신 도심보다는 투박하고 다소 무질서해 보이는 구() 도심을 더 좋아하고, 역사 지식은 다소 미흡하나 역사적인 장소는 좋아하는 나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였다.

 

그 밖에도 엄청나게 친절한 사장님들(인지 아닌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왠지 동업하는 친구 스멜이 물씬 풍겼다.), 깔끔하고 산뜻한 인테리어 등등 좋은 점이 많은 곳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은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기 마련. 일단 애플게스트하우스는 상가건물 5층에 위치해있다. 주거용 건물이 아니라서 그런지 난방과 온수가 쾌적한수준은 아니었다. 히터 난방이어서 방이 많이 건조한 편이었고, 맘 먹고 샤워하자면 못할 바는 아니나 마음의 준비를 좀 해야 했다. (이 부분은 개인적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아침에 샤워한, 남자 사람인 동생은 씻을 만 한데?’라고 했으니 그 점 감안하시기를.)

 

 

그 외에 특이사항은 내가 가본 게스트하우스 중에서 외국인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었다.(사장님들의 유창한 외국어 실력이 원인이지 않나 나혼자 분석해 보았다.) 여자 도미토리에는 외국인 게스트가 없었는데, 믹스룸(=거의 남자 도미토리라고 봐도 무방)에는 5/6이 외국인이었다. 장기투숙자도 있는 것 같고. 딱히 대화할 기회가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고 해야 하나 안도했다고 해야 하나. 헤헤.  

 

 

아무튼 전반적으로 좋은 곳이다. 부산에 갈 일이 생기면 다시 애플로 갈 것 같다.

물론 겨울엔 좀 고민되겠지만.  

 

 

 

 

Posted by 유선♪
초보여행자2013. 1. 20. 20:25

 

난생 처음으로 발급받은 내일로 티켓

 

 

 

1월 9일 수요일

보성-순천 (무궁화호 #1972)

8:04-9:05

환승대기 약 1시간 (9:05-10:00)

 

 

계획을 짜고 게스트하우스 예약을 할 때는 그렇게도 설레더니 막상 여행 날짜가 다가오니 오히려 덤덤해졌다. 내가 너무 무덤덤해서였을까. 여행 당일 아침 눈을 떠보니 맙소사 7시 15분이다.

 

8시 4분 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정신 없이 후다닥 준비해서 나왔는데, 역 앞에서 동생녀석이 하는 말이 안경을 놓고 왔단다. 너는 눈(?)을 빼고 다니느냐고 면박을 주고, 하는 수 없이 여행 중간에 새 안경을 맞추기로 했다. 시작이 약간 삐그덕했지만 무사히 8시 4분 순천행 기차 탑승!

 

 

보성에서부터 배낭을 메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내일러들이 보인다 했더니만 순천역에 도착하니 여기도 저기도 다 배낭족이다. 만 24.99세 내일러인 나보다 훨씬 파릇파릇한 청춘들이구나 싶어서 왠지 흐뭇하게 바라보게 되었다나 뭐라나(뭐래니?)

 

아무튼 순천역이 전남지역 내일로 성지(?)라고 하더니 그 말이 맞나보다. 하지만 나는 고등학교를 순천에서 졸업했으니 순천은 과감히 패스하는 쿨한 여자.

 

 

 

 

대기시간이 한 시간 가까이 되니 근처에 문 연 안경원이 있는지 역 주변을 탐색하러 나왔는데,

 

이럴 수가, 이 곳은 내가 알고 있던 순천역이 아니구나. 으리으리 번쩍번쩍 환골탈태 했구나.

그러고 보니 내가 순천역에 마지막으로 와본 게 고등학교 졸업한 2005년이니까…… 또르르르.

 

순천역 보고 감탄만 하고 정작 안경원은 셔터가 굳게 닫혀있어서 새 안경 맞추기는 실패.

 

 

 

순천-진영 (무궁화호 #1952)

10:00-12:39

김해 봉하마을 방문

 

 

 

 

 

계획 짜는 과정이 왜 '좌충우돌'인가 하면, '봉하마을'에 가려면 '봉화역'으로 가야 하는 줄로 잘못 알고 한참 영주와 봉화를 어떻게 가볼까 하고 고민을 했다는 웃지 못할 해프닝.

(봉하마을은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이니 진영역으로 오셔야 합니다 고갱님. 저처럼 경북 봉화로 가려고 생각하시면 아니되어요T_T)

 

 

사전에 인터넷으로 찾아봤을 때 봉하마을로 가는 10번 버스가 진영역에서 12시 40분 출발이라고 하여 12시 38분에 하차해서 번개같이 달려갔다. 그런데 버스정류장에 가보니 읭? 도착 예정인 버스는 14번 뿐이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결국 택시를 타기로 했다.

 

내사랑 네이버 지도에 따르면 진영역에서 봉하마을까지는 6km에 약간 못 미치는 거리. 그런데 택시비가 7500원이다.

 

택시타면 7000원 가량 나온다는 얘기를 검색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막상 그 요금을 지불하려니 아깝다. 심지어 미터기가 너무 아래 달려있어서 핸들과 기사님 손에 묘하게 가려 출발할 때 기본요금은 물론이요 도착 시 요금도 확인하지 못했다.

 

왠지 바가지를 쓴 것 같은 찜찜한 마음이었지만 여행 시작부터 괜한 실랑이를 하고 싶지는 않아서 조용히 내렸다. (기사님이 돌아올 때도 필요하면 연락 달라며 명함을 건네주었지만 그 명함은 나중에 10번 버스 안에서 능지처참을 당했다지…)

 

 

이쯤에서 적절하게 등장하는 2013년 1월 9일에 촬영한 봉하마을 버스시간표 입니다. 참고하세요.

 

 

택시에서 내려 마을 입구 테마식당에서 일단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가격 대비 썩 훌륭한 맛은 아니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더 걸어오니 다른 식당이 있었다. 또르르) 나는 떡국을, 동생은 소고기 국밥을 먹었는데 그 국밥이 화근이었는지 동생이 속이 안 좋다고 했다. 그 때는 그저 차멀미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두둥)

 

 

 

 

 

아무튼 든든히 밥을 먹고 대통령님 묘역으로 갔다. 가는 길에 헌화할 국화도 한 송이 사고, 방명록에 이름도 남겼다. 이 곳에 오면 눈물이 난다더니 정말이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조금 났는데 왠지 창피해서 참느라 혼났다.

 

 

 

 

우연히 봤는데 익숙한 이름이.

 

  

묘역에서 묵념을 하고, 깨알 같은 박석 글귀들도 읽어보고,

원망스럽지만 밉지는 않은 부엉이 바위도 올려다보고

대통령의 길을 한 번 올라가보고 싶었는데, 택시를 다시 타고 싶지는 않고 버스시간은 애매해서 그냥 추모의 집과 생가만 둘러보고 나왔다. (특히 동생이 그냥 2 5분 버스 타고 나가자고 강력하게(?) 주장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추모의 집에서 본 풀밭에서 썰매를 타는 대통령님의 사진이었다.

봉하에 와서 슬프고 비통하기만 할까봐 입가에 스르르 미소가 지어지는 사진을 맨 마지막에 두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름 모를 누군가의 배려가 참으로 고마웠다.

 

2004년에 하신 말씀인데 오늘의 우리에게 무척 마음에 사무치는 말이다.

 

 

 

돌아오시라는 현수막이 참 서글프다.

 

 

 

 

동생의 강력한(?) 주장 덕분에 2 5분에 일명 노짱버스라고 불린다는 10번 버스를 타고 다시 진영역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다음 열차를 타기 위해 또 한 시간을 대기. (첫 날은 대기의 연속이로구나…)

 

 

진영역에서 대기중인 동생. 진영역 시설이 워낙 좋아서 난 다른 역도 다 이런 줄 알았지 뭐야.

 

 

진영-사상 (무궁화호 #1954)

15:46-16:46

 

 

기차 안이 제법 꽉 차서 누가 자리 비켜달라 하는 것 아닌가 조마조마 했지만 부산까지 앉은 채로 무사히 도착. (한 줄 알았다. 이때까지는T_T)

 

 

 

 

 

 

 

 

Posted by 유선♪
초보여행자2013. 1. 19. 16:30

 

 

 

 

예상 경로 : 보성-순천-진영-부전-경주-동대구-김천-대전-익산-전주-순천-보성

 

계획 짜면서 가장 먼저 결정한 것은 거점 여행지다.

올해 처음 가보고 좋아서 동생이랑 함께 꼭 다시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전주,

지난 해 와우북페스티벌에 갔다가 우연히 구매한 책 '게스트하우스에서의 하룻밤'에서 보고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경주,

그리고 묘하게 매력적인 도시 부산을 거점 여행지로 정했다.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많은 곳을 돌아다니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부실한 체력으로는 강행군이 불가능하리라는 것이 첫 번째 이유.

 

그리고 이번 내일로의 숨은 목표 하나가 더 있었으니…

바로 책에서 본 게스트하우스의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는 것.

(쫄깃센타 방문 이후 어쩐지 게스트하우스 매니아가 되어버린 것 같아…)

 

게스트하우스의 분위기를 대략 감이라도 잡으려면 적어도 이틀은 머물러야겠다는 생각에

각 거점 여행지에서 이틀씩 머물기로 했다.

 

 

다음은 노선도를 참고해서 시계방향으로 돌지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지를 결정.

돌아오는 날 보다는 첫날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체력안배에 나을 것 같아

시계 반대방향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제 열차시간표를 봐가면서 이동 계획 짜기에 돌입!

굉장히 머리 아프고 복잡한 과정이었지만 돌이켜보니 참 즐거운 과정이었다. 

 

 

열차 시간표는 100% 코레일 글로리 어플을 참고했다.

참으로 유용한 어플이지만 직통과 환승을 한 번에 검색할 수 없는 것은 불편하다.

그리고 환승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니 환승노선을 검색할 때는 노선도와 비교검토해서 직접 따로 검색을 해볼 것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전주-보성의 경우 글로리 어플로 검색해보면 ktx-무궁화호 환승노선만 검색되지만 전주-순천/ 순천-전주 노선을 따로 검색해보면 무궁화호-무궁화호 환승이 가능하다. 

 

 

1월 9일 수요일

 

보성-순천

8:04-9:05

환승대기 1시간 9:05-10:00

 

순천-진영

10:00-12:39

봉하마을 방문

 

진영-부전

15:46-16:46

(19:58-20:57)

 

애플게스트하우스 (2박 예정) 1박 17000원(도미토리, 내일로할인 3000원)

 

 

1월 10일 목요일

 

부산 여행

 

 

1월 11일 금요일

 

부전-경주

9:05 / 9:20 / 9:36 /11:50 / 13:00 /

 

모모제인 게스트하우스 (2박 예정) 1박 15000원 (도미토리, 할인 이벤트 중)

 

 

1월 12일 토요일

 

경주여행

 

1월 13일 일요일

 

경주-(동대구)-김천

9:36 - 12:23

(11:19 - 13:56)

김천 직지사

 

김천-대전

17:32(누리로)/ 17:43 / 18:29 / 19:25 /

 

산호여인숙 (1박 예정) 1박 10000원 (2인실, 내일로 할인 5000원)

 

 

1월 14일 월요일

대전-(익산)-전주

10:51-12:26

12:39-14:39

 

기와지붕아래 여누 (1박 예정) 1박 50000원 (2인실)

 

전주여행

 

1월 15일 화요일

 

전주-(순천)-보성

16:05-(17:27-17:50)-18:45

 

 

 

여행 준비물

 

털모자, 패딩 점퍼, 도톰한 니트 한 벌, 기모 청바지 한 벌, 히트텍 티셔츠 두 장, 양말 네 쌍, 속옷 네 벌, 벙어리장갑, 넥워머

겉옷은 짐을 줄이기 위해 과감하게 한 벌로, 대신 내복으로 히트텍을 갈아입으며 버티기로.

중간에 경주 모모제인 게스트하우스에서 세탁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양말과 속옷도 네 세트만 챙겨가기로 했다.

 

간단한 세면도구, 화장품, 수건 한 장.

샴푸, 린스, 바디워시, 수건 등을 다 제공하는 게스트하우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으니 간단한 세면도구는 꼭 지참.

 

관광지 지도, 다이어리.

관광지 지도는 해당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배송기간 고려하여 여행가기 열흘~일주일 전에 신청하면 여행가기 전에 받아볼 수 있는데,

이왕이면 일찍 신청해서 사전에 여행코스를 짜보는 것이 좋을 듯.

 

그리고 여행기간 동안 일기도 쓰고 기차역 기념스탬프도 찍을 다이어리 준비.

 

카메라, 핸드폰, 각종 충전기

DSLR 카메라를 서울 집에 놓고 와서 선택의 여지 없이 똑딱이 카메라를 가지고 가야 했는데

짐의 무게를 생각하면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일로 티켓

다양한 내일로 플러스 혜택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고민하게 만든 내일로 티켓.

나는 결국 고민 끝에 산호여인숙 5000원 할인을 받기 위해 대전역에서 발권했다.

Posted by 유선♪
초보여행자2012. 6. 25. 03:21

우도에서 다시 성산항으로 돌아와 제주에서의 마지막 여행지 섭지코지로. 시간이 있었다면 걸어서 가고 싶었지만 배를 놓치면 낭패이기에 택시로. 처음엔 버스기사님께 길을 물어봤으나 섭지코지는 택시타고 들어가야 한다는 말씀에 택시를 탔다. 네이버 지도, 제주에서는 무용지물이라 했던가. 네이버지도에서 알려준 택시요금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도착. 




섭지코지의 첫인상은 이런 느낌? 

일단 저 등대까지는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하염없이 바다를 보고 계시던 아주머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을까. 옆에 같이 앉아 멍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등대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유채꽃이겠지?





오른쪽으로는 섭지코지의 포인트 등대. 





왼쪽으로는 리조트가 조성되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여행 전에 강제윤 시인의 <올레, 사랑을 만나다>를 훑어보아서 섭지코지에 이런저런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막상 보니 뭐랄까. 역시 좀 안타까웠다. 






등대에서 내려다 본 해변. 까만 바위들이 제주의 해변임을 알려준다. 

이때서야 해변에서 제 이름을 모래위에 써달라던 친구의 요청이 생각난다. 

우도 서빈백사에서 생각났더라면 좋았을 것을. 





등대만 찍고 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가기에는 왠지 아쉬워서 더 가보기로 했다. 





하루종일 얼굴을 안 보여주던 성산일출봉. 

오기가 나서 한 컷 더. 





길가에 피어있던 꽃양귀비. 

나 혼자였더라면 저 꽃 이름도 몰랐을 텐데, 지나가던 어르신들은 다들 꽃양귀비인 것을 알아보시고 심어도 되니마니 하시며 갑론을박을 하셨다. 결론은 꽃양귀비는 심어도 되는 식물인걸로.(맞겠지요?)


다른 사람들은 다 왔던길로 되돌아가고, 나보다 앞서가던 저 커플마저 타고 온 스쿠터를 타고 떠나버리니 길에는 나홀로 남았다. (물론 동네 주민 몇분이 지나가셨지만 관광객은 나 혼자인 걸로.) 지금이라도 되돌아 나갈까 고민하면서 지도에 현위치를 찍어봤더니. 


 

조금만 더 걸으면 빠져나갈 수 있겠다. 좀 더 걷기로.






귀찮아 하며 몇번 튕기다가 망아지에게 젖을 주는 엄마 말. 

되돌아갔으면 영영 못봤을 인상적인 풍경이었다. 

이 모습을 본 것 만으로도 되돌아가지 않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런 해변을 보고 있자면 나만 살짝 제주의 속살을 엿본 느낌. 





비가 왔었는지 물기를 머금은 풀잎도 한 장. 





걷다보니 씐나서 점프샷 하려다가 실패하고 하트만. 

네, 셀프타이머로. 






걸어나오다 보니 아까 택시 탈 때 지나갔던 곳이다. 

이곳이 바로 여기 지명이 왜 섭지코지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었다. 


'섭지코지'라는 지명은 육지말로는 좁은 지역 즉 '협지'를 뜻하는 제주말 '섭지'와 곶을 뜻하는 '코지'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지명이라고 한다. 즉, 들어가는 입구가 매우 좁은 곶을 뜻하는데 이곳 섭지코지는 그 입구의 폭이 채 100m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여차하면 섬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곳이 바로 이곳 섭지코지인 것이다. '


여기서 보니 왼쪽에도 바다, 오른쪽에도 바다인 흔치 않은 광경이 펼쳐졌는데 이걸 사진으로는 제대로 담을 수가 없어서 동영상으로. 이 역시 걸어나오지 않았다면 놓쳤을 소중한 곳이었다. 





섭지코지의 '정수'도 봤겠다 이제 슬슬 손님 태우고 빈차로 나가는 택시가 없나 힐끗힐끗 뒤를 보는데, 택시가 잡힐리 만무. 성산항도 아니고 성산일출봉까지 4km가 넘게 남았는데 언제 걸어가누 하고 걱정을 하고 있는데, 마침 손님 싣고 섭지코지로 들어가던 길에 혼자 걸어나오던 나를 눈여겨 보셨던 기사님이 계셨으니. (덕분에 살았습니다. 기사님.) 고향이 섭지코지 근처라 하시던 기사님과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짐을 보관해놓았던 성상일출봉으로. (기사님 말씀대로 다음번엔 남자친구 데리고 여행 오도록 노력해 보겠사와요.)



성산일출봉에는 여전히 해무가 한가득. 








짐을 챙겨 다시 성산항으로. 

올 땐 비행기였지만 갈 땐 배로. 


이왕 남쪽으로 내려온 김에 집에도 들렀다 가려고 보성에서 한시간 거리인 장흥 노력항으로 가는 배에 탑승. 





이게 바로 제주에서 장흥까지 두 시간만에 데려다준다는 오렌지1호 되시겠다. 





 


피곤에 절어 자다 일어나니 어느새 장흥 노력항. 

딸 온다고 노력항까지 마중나오신 엄마아빠와 함께 룰루랄라 편~하게 집으로. 

이상 제주여행 끝. 




제대로 된 계획하나 없이 무작정 떠난 여행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매우 성공적인 여행이었다. 3박4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운 좋게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내 체력과 계획보다 넘치는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고,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좋은 노래를 듣고 좋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선배 오빠가 어떤 마음으로 제주여행을 추천해줬는지 충분히 알겠고 나 역시 지금은 지인들에게 꼭 혼자서 제주를 방문해보라고 열심히 권하는 중이다. 


짧았던 3박4일간의 여행. 그리고 서울로 돌아와서도 가시지 않는 여운에 허덕이고 있는 지금까지. 이제 여행의 달이었던 6월도 거의 끝나가고 슬슬 여행자가 아닌 내 모습에 적응해야할 때가 지나지 않았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조금은 힘이 들고 씁쓸하지만 하루하루가 지치고 팍팍할 때 꺼내볼만한 좋은 추억을 만들었으니, 이런 추억을 선사해준 제주에 감사하며. 여행보다 몇 배는 길었던 여행기는 여기서 마무리를 하기로. (제주도야. 서울살이가 견딜수 없어지거든 다시 방문할게.)






BONUS  



제주와 서울 사이의 간극을 줄이겠다며 보성에서 이틀을 자고 서울로 올라가는 무궁화호 기차. 

(물론 서울에 도착했을 때의 그 멘탈붕괴를 막지는 못했지.)




셀프샷으로 이러고 있다. 어르신들이 날 이상하게 쳐다보셨어. 

그냥. 옆자리에 사람 없어서 전라북도까지 이렇게 왔다고... 





이제 진짜 끝. 








Posted by 유선♪
초보여행자2012. 6. 23. 23:42


4일째는 함께하던 일행들과 떨어져 처음 왔던 날처럼 혼자로 돌아가 새로운 기분으로 길을 나섰다.  날이 좀 흐리긴 했지만 우도로 가는 배는 뜬다고 해서 우도-성산일출봉-섭지코지-성산항 순으로 가볼까 했는데 게스트하우스 픽업차량에 같이 타고가던 언니가 성산일출봉으로 간다해서 나도 성산일출봉 먼저. (결론적으로 좋은 동선은 아니었지만.ㅠㅠ) 




마지막날이라 짐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가 항구나 관광지에 짐을 맡길 수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나섰는데 예상 적중. 성산일출봉 관리사무소에서 무료 짐보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간단히 인적사항만 쓰면 락커에 짐 보관 가능. (오후 6시까지만 찾으러 오면 된다고 하셔서 오후 5시 조금 넘은 시간에 찾으러 갔었는데 하루종일 이용객이 나 포함 2인이었어!)




안개가 자욱한 성산일출봉. 아침인데도 관광객이 많았다. 한국인보다 아시아계 외국인이 더 많았다는.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진짜 날씨 좋아서 성산일출봉에서 찍은 사진은 다 반짝반짝 예쁘게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오늘은 안개가 자욱해서 사진은 실패! 대신 무지무지 신비로운 분위기의 일출봉과 만날 수 있었다. 



처음 만난 언니(인건 얘기해보고서야 알았다. 나보다 어려보였다는게 함정.)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올랐더니 금방 정상에 다다랐다. 해무 덕분에 사진은 꽝. 




내려오다 발견한 거미줄. 거미줄에 구슬이슬이 방울방울





해무때문에 신비스러웠으니 좋았다고 해야하나 일출봉 모습을 제대로 못봤다니 아쉽다고 해야하나. 

둘 다?!




 

자갈도 아닌 것이 모래도 아닌것이 예뻐서 찰칵. 그런데 곳곳에 깨진 유리병이 많아서 맨발은 금물. 





 


일출봉에서 함께한 마산언니는 섭지코지로 간다해서 거기서 헤어지고 나는 성산항으로. 성산항에서는 우도 가는 배와 장흥 노력항으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다. 여객선터미널 좌측은 우도, 우측은 장흥이다. 




간발의 차이로 놓친 우도사랑 1호. 저 배가 더 좋았는데 쩝. 우도에는 천진항과 하우목동항 두 개의 항구가 있는데, 내가 탄 배는 천진항으로 갔으니 저 배는 아마도 하우목동항으로 갔을테지. 





차도 싣고, 사람도 싣고 10분 남짓 바다를 갈라 우도에 도착. 





내가 타고온 배 우일훼리호. 내려서야 한 컷. 





일단 내리자 마자 자전거부터 한 대 대여했다. 우도 한바퀴를 도는 올레길 1-1 코스도 있지만 걸었다가는 섭지코지는 가보지도 못할 것 같아서 자전거로 한바퀴 슝 돌기로. 이 자전거 두시간 대여하는 가격이 만원이었다. 상태 좀 안 좋은건 칠천원. 맙소사. 우도 와서 자전거 대여점 할까 잠시 진지하게 고민했을 정도. 핸들이 너무 낮은 것 같아 올려달라고 말씀드렸더니 안된다고. 아니 핸들이 안장높이 정도로는 올라와줘야죠. 게다가 관광객들은 경치구경해야하는데 핸들이 그렇게 낮아서 어떡한답니까 목디스크 오겠네. 라는 말은 속으로만 삼키면서 출발. 어쨌든 자전거는 슝슝 잘 나가더라. 





아니 경치가 너무 예뻐서 밟을라 치면 서고 밟을라 치면 서고. 어쨌든 멈출 수밖에 없었던 서빈백사. 옥빛바다색을 그대로 담아내지 못한게 아쉬울 뿐이다. 




이렇게 곳곳에 예쁜 돌담. 





이때까지만 해도 그리움이 되어 다시 찾는 우도라니 정말 그럴까라고 생각했는데, 좀 더 돌다보니 반드시 다시 오기로 마음먹었다는 후문이. 





곳곳에 승마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사진으로 찍어놓고 보니 묘하게 슬퍼보이는 말.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뱃속을 채워야. 우도어멍이라는 아담한 식당에서 먹은 전복죽이다. 맛집 찾아서 간게 아니라 그냥 현수막이 묘하게 마음에 끌려서 들어갔는데 대만족. 전복죽에 갓김치 깍두기 반찬이 전부였지만 굉장히 맛있게 먹고 나왔다. (포스트 쓰다보니 또 먹고 시프넹. 츄릅) 








속 든든히 채우고 다시 나선 길에 발견한 비양도! 아니 비양도는 협재에 있는거 아니었나. 

알고보니 제주엔 두 개의 비양도가 있었다. 협재에서 보이는 비양과 우도의 비양. 






돌아보니 우도의 등허리가 이렇게 보인다. 






밀물때는 끊기고 썰물 때는 나타난다는 길. 나는 밀물 때 가서 실패!






우도 등허리도 쎅쒸하네요. 흐흐 







돌아나와서 비양도 사진 한 장 더. 비양 옆 바다는 다 옥빛인가보아.(사진엔 색감이 안 살았지만ㅠㅠ)






자 이제 우도 등허리 가까이로. 

저 뒤로 펼쳐진 업힐 덕분에 여기서부터 천진항까지는 제대로 된 사진이 없다는 게 함정. 






업힐을 폭풍 페달질로 극뽀옥 하고 가까스로 자전거 대여시간에 맞추어 다시 천진항. 

이 등대를 배경으로. 






셀프타이머로 이러고 있다. 

이상 우도 한바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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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