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여행자2012. 6. 25. 03:21

우도에서 다시 성산항으로 돌아와 제주에서의 마지막 여행지 섭지코지로. 시간이 있었다면 걸어서 가고 싶었지만 배를 놓치면 낭패이기에 택시로. 처음엔 버스기사님께 길을 물어봤으나 섭지코지는 택시타고 들어가야 한다는 말씀에 택시를 탔다. 네이버 지도, 제주에서는 무용지물이라 했던가. 네이버지도에서 알려준 택시요금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도착. 




섭지코지의 첫인상은 이런 느낌? 

일단 저 등대까지는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하염없이 바다를 보고 계시던 아주머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을까. 옆에 같이 앉아 멍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등대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유채꽃이겠지?





오른쪽으로는 섭지코지의 포인트 등대. 





왼쪽으로는 리조트가 조성되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여행 전에 강제윤 시인의 <올레, 사랑을 만나다>를 훑어보아서 섭지코지에 이런저런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막상 보니 뭐랄까. 역시 좀 안타까웠다. 






등대에서 내려다 본 해변. 까만 바위들이 제주의 해변임을 알려준다. 

이때서야 해변에서 제 이름을 모래위에 써달라던 친구의 요청이 생각난다. 

우도 서빈백사에서 생각났더라면 좋았을 것을. 





등대만 찍고 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가기에는 왠지 아쉬워서 더 가보기로 했다. 





하루종일 얼굴을 안 보여주던 성산일출봉. 

오기가 나서 한 컷 더. 





길가에 피어있던 꽃양귀비. 

나 혼자였더라면 저 꽃 이름도 몰랐을 텐데, 지나가던 어르신들은 다들 꽃양귀비인 것을 알아보시고 심어도 되니마니 하시며 갑론을박을 하셨다. 결론은 꽃양귀비는 심어도 되는 식물인걸로.(맞겠지요?)


다른 사람들은 다 왔던길로 되돌아가고, 나보다 앞서가던 저 커플마저 타고 온 스쿠터를 타고 떠나버리니 길에는 나홀로 남았다. (물론 동네 주민 몇분이 지나가셨지만 관광객은 나 혼자인 걸로.) 지금이라도 되돌아 나갈까 고민하면서 지도에 현위치를 찍어봤더니. 


 

조금만 더 걸으면 빠져나갈 수 있겠다. 좀 더 걷기로.






귀찮아 하며 몇번 튕기다가 망아지에게 젖을 주는 엄마 말. 

되돌아갔으면 영영 못봤을 인상적인 풍경이었다. 

이 모습을 본 것 만으로도 되돌아가지 않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런 해변을 보고 있자면 나만 살짝 제주의 속살을 엿본 느낌. 





비가 왔었는지 물기를 머금은 풀잎도 한 장. 





걷다보니 씐나서 점프샷 하려다가 실패하고 하트만. 

네, 셀프타이머로. 






걸어나오다 보니 아까 택시 탈 때 지나갔던 곳이다. 

이곳이 바로 여기 지명이 왜 섭지코지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었다. 


'섭지코지'라는 지명은 육지말로는 좁은 지역 즉 '협지'를 뜻하는 제주말 '섭지'와 곶을 뜻하는 '코지'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지명이라고 한다. 즉, 들어가는 입구가 매우 좁은 곶을 뜻하는데 이곳 섭지코지는 그 입구의 폭이 채 100m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여차하면 섬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곳이 바로 이곳 섭지코지인 것이다. '


여기서 보니 왼쪽에도 바다, 오른쪽에도 바다인 흔치 않은 광경이 펼쳐졌는데 이걸 사진으로는 제대로 담을 수가 없어서 동영상으로. 이 역시 걸어나오지 않았다면 놓쳤을 소중한 곳이었다. 





섭지코지의 '정수'도 봤겠다 이제 슬슬 손님 태우고 빈차로 나가는 택시가 없나 힐끗힐끗 뒤를 보는데, 택시가 잡힐리 만무. 성산항도 아니고 성산일출봉까지 4km가 넘게 남았는데 언제 걸어가누 하고 걱정을 하고 있는데, 마침 손님 싣고 섭지코지로 들어가던 길에 혼자 걸어나오던 나를 눈여겨 보셨던 기사님이 계셨으니. (덕분에 살았습니다. 기사님.) 고향이 섭지코지 근처라 하시던 기사님과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짐을 보관해놓았던 성상일출봉으로. (기사님 말씀대로 다음번엔 남자친구 데리고 여행 오도록 노력해 보겠사와요.)



성산일출봉에는 여전히 해무가 한가득. 








짐을 챙겨 다시 성산항으로. 

올 땐 비행기였지만 갈 땐 배로. 


이왕 남쪽으로 내려온 김에 집에도 들렀다 가려고 보성에서 한시간 거리인 장흥 노력항으로 가는 배에 탑승. 





이게 바로 제주에서 장흥까지 두 시간만에 데려다준다는 오렌지1호 되시겠다. 





 


피곤에 절어 자다 일어나니 어느새 장흥 노력항. 

딸 온다고 노력항까지 마중나오신 엄마아빠와 함께 룰루랄라 편~하게 집으로. 

이상 제주여행 끝. 




제대로 된 계획하나 없이 무작정 떠난 여행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매우 성공적인 여행이었다. 3박4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운 좋게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내 체력과 계획보다 넘치는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고,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좋은 노래를 듣고 좋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선배 오빠가 어떤 마음으로 제주여행을 추천해줬는지 충분히 알겠고 나 역시 지금은 지인들에게 꼭 혼자서 제주를 방문해보라고 열심히 권하는 중이다. 


짧았던 3박4일간의 여행. 그리고 서울로 돌아와서도 가시지 않는 여운에 허덕이고 있는 지금까지. 이제 여행의 달이었던 6월도 거의 끝나가고 슬슬 여행자가 아닌 내 모습에 적응해야할 때가 지나지 않았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조금은 힘이 들고 씁쓸하지만 하루하루가 지치고 팍팍할 때 꺼내볼만한 좋은 추억을 만들었으니, 이런 추억을 선사해준 제주에 감사하며. 여행보다 몇 배는 길었던 여행기는 여기서 마무리를 하기로. (제주도야. 서울살이가 견딜수 없어지거든 다시 방문할게.)






BONUS  



제주와 서울 사이의 간극을 줄이겠다며 보성에서 이틀을 자고 서울로 올라가는 무궁화호 기차. 

(물론 서울에 도착했을 때의 그 멘탈붕괴를 막지는 못했지.)




셀프샷으로 이러고 있다. 어르신들이 날 이상하게 쳐다보셨어. 

그냥. 옆자리에 사람 없어서 전라북도까지 이렇게 왔다고... 





이제 진짜 끝. 








Posted by 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