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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0.12 Busker Busker, 장범준이라는 말도안되는 캐릭터의 등장. 2
좋아요2011. 10. 12. 21:51

작년까지는 사람들이 왜그리 슈스케슈스케 하는지 이해 못하고 괜히 '흥 난 안봐' 모드로 일관해 왔으나. 올해는 그 마성에 나도 빠져들고 말았으니...

인터넷 다시보기로 꼼꼼히 보고서 이번주 월요일에는 음원나오기를 기다렸다가 마음에 드는 곡 몇 곡 받아서 들었는데, 왠지 모르게 동경소녀와 Livin' la vida loca를 무한루프하고있는 나를 발견했다. 계속 듣다보니 중독된다. 무섭다. 마성의 목소리다. 


그 주인공은 바로바로


버스커버스커.


보컬겸 기타를 맡고있는 리더 장범준, 베이스(와 멜로디언을 담당하기도 하는) 김형태, 드럼 브래드로 구성된 밴드이다.  장범준과 김형태는 상명대 재학중인 대학생, 드러머 브래드는 동 대학교 강사 되시겠다. 사제지간이라는 특수한 구성이다.

사실, 이제껏 나는 투개월에 더 꽂혀있던 터라 버스커버스커에 대해서는 그냥 '베이스 치는 애 귀엽네' 정도의 생각만 잠시 했을뿐. 그런데 지난주 음원 1등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일어 다운받아 듣고나니 마음이 달라졌다. 이렇게 마음을 고쳐먹은게 나뿐만은 아닌지 이들은 이승철에게 보컬에 대해 혹독한 지적과 낮은 심사점수를 받았음에도 슈스케 홈페이지의 온라인 투표에서 투개월에 울라라세션까지 제치며 2주연속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것도 인기의 척도인가. 흐흐
(사진출처: twitter @MnetSuperstarK @maraboro39)




이들은 이미 천안에서 정기적으로 공연도 해왔고 대외 활동을 많이 해서 과거(?)가 많이 공개된 편인데, 이전의 많은 출연자들이 과거가 '털려' 구설수에 올랐던 것과는 다르게 이들은 깔수록 훈훈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청년들 같으니. 지역문화가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한 다큐멘터리에서의 발언은 자못 진지하고 대견스럽다. 어린친구가 대견스러운 말을 한다는 VJ의 말에 웃으며 우리 엄마도 나를 믿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충분히 대견해하시지 않을까나.


굳이 이들의 캐릭터를 분류하자면 일단 '카리스마 팍팍 발산하는 멋진 오빠들' 타입은 아니고, 전체적으로 친근하고 편한 동네오빠 스타일이다.(라고는 쓰지만 브래드빼고는 오빠도 아닐뿐더러 우리동네엔 이런 오빠들 없어ㅠㅠ) '소름돋게 잘하는 맛' 은 없지만 열심히, 즐겁게, 흥겹게 노래하는 모습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특히 Livin' la vida loca 생방송무대 초반에 안 나오던 기타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신나게 연주하는 그 모습은 표정만으로도 보는사람 마음을 설레게한다. 


투개월이랑 줄리엣 준비할 때 예림이 위주로 거의 양보하는 걸 보고 오디션 프로에 나와서 뭐 저렇게 욕심없이 다 양보하나, 리더 저녀석은 예림이 예쁘다더니 홀랑빠져서 간 쓸개 다 빼주나 하고 생각했는데 이런저런 과거영상과, 본선에서 보여주는 모습, 인터뷰 등을 보니 딱히 예림이가 마음에 들어서였다기 보다는 상대가 누구라도 양보했을 용자로 생각된다. 떨어져도 기꺼이 상대에게 축하의 박수를 쳐주고, 기타소리가 나오질 않아 당황함이 역력한 모습으로 공연을 했음에도 핑계 한 마디 안 한다. 그런점이 굉장한 매력포인트로 작용하는 것 같다. 어떻게 스물 셋 밖에 안 먹은 청년이 저렇게까지 승패에 초연할 수 있는지 궁금해져서 자꾸자꾸 보게된다. 특히 장범준은 굉장히 앳띤 소년의 미소를 가진 것과는 다르게 중년의 어르신 느낌의 '전라도 토박이 사투리'를 구사하고, 마음 한켠을 건드리는 쓸쓸한 목소리로 노래한다. 

장범준은 헌팅캡만 고집하더니, 드디어 모자를 벗었다.
(모자 벗은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다니.)



슈스케 원어민 선생님 니콜라스 케이지. 브래드. 수트간지 빵간지.




지난번 생방송에서 드러머 브래드의 목소리가 노래에 살짝 더해졌는데, 유투브 영상을 보니 베이스치는 김형태도 괜찮은 목소리를 가졌고, 장범준과 둘이 화음을 맞춰 노래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슈스케 생방송 무대에서도 둘의 화음을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






토끼형태. 쿰대. 사진엔 웃어서 잘 안나오지만 오른쪽 눈이 더 크다. 비대칭도 매력이다.
(사진 출처는 각 사진에 나온대로.)





이리저리 찾아본 바에 의하면 버스커버스커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하던 멤버는 방송 출연중인 셋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하나의 팀이라기 보다는 공연공동체 같은 느낌이고, 지금의 팀은 슈스케 출연을 위해 꾸린 유닛정도로 생각된다.

이들의 네이버카페에 천안에서 공연할 당시 만들어 놓은 자작곡들이 올라와있어서 그 음원이 제법 퍼진 모양인데, 이 자작곡들에 대한 반응도 대체로 호의적이다. (지금은 다운을 막아놓았지만, 스트리밍으로는 감상 가능하고, 또 약간의 우회적인 방법을 쓰면 소장도 가능한 모양이다.)

대부분이 '여자 꼬시는 노래' 라는 자작곡들은 범상치 않은 단어선택과 활동지역을 기반으로 한 가사가 포인트다.
예선에서 부르기도 했던 이상형(못생긴여자)의 가사에는 아홉번째 척추라던지, 오장육부같은 단어가 등장하고, '천안의 명동'격이라는 야우리로 놀러가자는 '야우리송' 같은 노래도 있다. (고향이 천안인 지인에게 야우리송이 있다니까 굉장히 좋아하더라.) 프로같이 완성도가 높지는 않지만 입에 금방 붙어 흥얼거리게 된다.

자작곡을 몇 곡 들어보니 벌써부터 이들이 슈스케 이후에 내게될 음반이 기대가 되고, 천안에서 해오던 이들의 활동이 앞으로는 전국적으로 펼쳐지리란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이들이 앞으로 몇번째 생방송에서 떨어진다 한들 즐겁게 다음행보를 기다리겠다. (물론 순위는 높을수록 좋겠지만)


아무튼 오랜만에 '마음을 줄만한' 뮤지션을 만났다.



 

Posted by 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