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북2012. 3. 26. 00:39
※ 스포일러 있을겁니다. 싫으신 분은 미리미리 뒤로 버튼을 눌러주세요.
하지만 장담하건데 알고 본다고 해서 영화의 '재미'가 떨어지진 않을 거에요.

화차
감독 변영주 (2012 / 한국)
출연 이선균,김민희,조성하
상세보기




북스피어 화차 번개 이벤트가 떴다. (http://www.booksfear.com/477)
개봉한 다음날 한 번 봤지만 또 보고 싶어서 응모했다가 장렬히 탈락했다. 

그런데 특별게스트가 온단다. 
왠지 촉이 왔다. 
변영주 감독님이 오실 것 같았다.
(적어도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북스피어 블로그를 드나들다보니 이런 촉만 늘었다.)

그래서 마감 5분 전에 '사장님 실물칭찬' 멘트로 재도전하여 아슬아슬하게 당첨. 으흐흐. -_-vV
(아무래도 사장님이 '애쓴다. 그렇게 가고 싶었느냐.' 뭐 이런 심정으로 당첨시켜주시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아무튼 장소는 화차에 걸맞게 용산CGV.
대부분 초면인 사람들끼리 만나 인사만 겨우하고 영화부터 관람했다. 
마실 것 없이 소보루빵을 입 안 가득 베어문 기분으로 재관람 시작. 

가기전에 토끼구름 언니가 알려주신 화차 GV( http://rabbit2317.tistory.com/24 )를 보고 가서 GV에 언급된 포인트는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봤다. 

사실 전 날 1시 넘어서 자고 아침 스터디 때문에 6시 기상해서 12시간 넘게 밖에 있었으니 요 근래 들어 집 밖에 가장 오랜시간 나와있던 거라 조금 나른한 상태였다. 깜깜한데 들어오니 더더욱 나른. 그래서 중간에 한 두 번 하품을 하기도 했으나 끝날 때는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을 꽉 주고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실로 '짱짱한' 영화라 할 수 있겠다. 


나오면서 일행들을 기다리느라 본의 아니게 다른 관람객들이 나올 때 짓는 표정을 볼 수 있었는데 여자들은 대부분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짓고 나오고 몇 명에 한 명 꼴로 울면서 나오는 사람도 있는 반면 남자들은 뭔가 재밌게 보고나온 표정으로 '그런데 그런 여자 만날까봐 무서워'라는 말을 하며 나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아무튼 영화를 관람하고 나서 북스피어 사무실에 도착하니
생각지도 못했던 이런 뷔페가 준비되어 있었다는 건 자랑. 
(스티브님 감사합니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어요. 꾸벅)

사진 출처는 @Booksfear



마치 MT(라고 하기엔 음식이 너무 대단했지만) 온 것 같았던 술자리에 조감독님과 변영주 감독님이 오셔서 무려 두 시간이 넘게 함께 둘러앉아 대화를 했다는 건 더 자랑.
(변영주 감독님은 아이컨택 하는 순간 왠지 눈을 피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빨려 들 것 같았달까.)




약간 흔들리긴 했지만 이런 사진 찍은 건 완.전. 자랑. 



( 하지만 진정한 자랑갑은 변영주감독님이심. 이유는 생략.)




그럼 이쯤에서 내가 생각하는 화차의 재관람 포인트를 꼽아보자면 




1. 축축한 느낌을 느껴보시라.

일단 이건 GV를 보고 나서 알게 된 건데 감독님은 뜨겁지만 축축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한다.
시작할 때 물이 뚝뚝 떨어지기도 하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첫 장면도 그렇고. '선영'이 사라지고 나서 비춰지는 테이크아웃 커피잔에 빗물이 고이는 모습(난 이 장면을 떠올리면 왠지 KOXX 의 over and over에서 '꽉찬 종이컵 같은 눅눅한 불안함' 이라는 가사가 생각난다). 마지막 부분에 더운 여름날 긴팔 양복을 입고 땀을 뻘뻘 흘려 축축히 젖은 조성하의 머리카락. 뭐 대충 이런 것들이 내가 축축함을 느낀 포인트였다.  


2. 어디서 많이 본 장소들.

지나다니며 무심결에 자주 본 장소들이 나올 것이다. 이 역시 GV에서 짚어주는 포인트. 문호의 동물병원은 인근 주민들이 차로 오가며 자주 보는 장소인 것 같고, 용산역은 뭐 말 안해도 다들 알리라. 그리고 중간에 등장하는 소도시들도 그 도시의 핵심적인 장소를 먼저 비춰준다. 제천도 도착 전에 전경을 먼저 보여주고 진해에서도 로타리를 먼저 보여주는 식이랄까. 이는 우리가 무심결에 지나치는 어느 장소에서 지금 이순간에도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3. 김민희의 의상들. 

감독님 말씀이 특히 김민희 의상에 엄청나게 신경쓰셨단다. (어쩐지 강선영이 입고나오는 옷들이 하나같이 다 예쁘더라니.) 의상을 100벌도 넘게 입혀봤다고. 심지어 잠깐 등장하는 체육복조차 몇 벌씩 입혀봤단다.
특히 문호가 선영에게 처음 말 걸었던 날, 그리고 마지막 용산역 씬에서 입은 바로 그 원피스는 직접 제작한 거라고.(예뻐서 사고 싶었는데 털썩.) 선영이 전력질주할 때 날리는 속치마 색깔이 예쁜 파란색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정말 공들여 제작한 느낌이었다. 그 때 신은 빨간 구두도 직접 제작한 거라고. 문호가 말 걸었던 날은 같은 원피스에 하얀 운동화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중엔 빨간 구두를 신었고, 도망가다가 그 구두가 벗겨져 나뒹구는 것도 다 대비되어 의미가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시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갈 때랑 임정혜 만나러 갈 때 입었던 옷이 같은 옷인데 이게 보통 드라마 여주인공들처럼 예쁜 옷 냅다 협찬해서 다 입힌 게 아니구나, 정말 보통 사람처럼 현재의 강선영에게는 그 옷이 가장 고급스럽고 예쁜 옷일테니까 입고 나왔을거야.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재미있었달까. 보통 사람들은 같은 옷 코디 다르게 해서 또 입으니까. 딱 그런 느낌.


4. 문호와 선영의 커플링.  

문호는 선영과 찍었던 사진들 정리하면서 커플링도 빼놓지만 선영은 용산역 도착하기 직전에 커플링낀 손이 화면에 잡힌다. 나는 그걸 보고 손에 잡힐 뻔 했던 행복에 대한 미련이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께 여쭈어보니 선영은 반지 빼야지 하는 생각을 할 시간 자체가 없다고 생각하셨다고.  


5. 갑자기 나타나는 빨갛고 예쁜 노을.

영화 중간에 인상적인 예쁜 노을이 나온다. (라고 하지만 사실 난 처음 볼 땐 몰랐다.)
놀라운 것은 이게 전문장비로 촬영한 것이 아니라는 것. 



그 밖에도 몇가지 더 꼽자면 영화 시작할 때 나오는 장면과 트렁크가 떠오르기 직전 장면은 영화 내에서 유일하게 같은 장면이 반복되는 장면이라는 것. 선영이 애지중지하던 분양설명서가 문호와 종근이 컵라면 먹을 때는후라이팬 받침 정도로 쓰인다는 것. 정혜 집이 나오는 장면에서 정혜 어깨너머로 보이는 진열된 구두마저도 치밀하게 계산된 소품이라는 것 정도가 있으려나. 아참. 영화 보고는 상상도 못할 테지만 이 영화 순제작비가 16억 밖에 안 들었다는 것도. 잊지마시길.




내가 영화에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니고 그냥 '꽂힌' 영화만 좋아하는 편이라 치밀하게 분석하고 뭐 그럴 능력은 없지만 이렇게 구구절절 블로그에 쓰고 있는 이유는 어찌되었든 두 번 봤고 운 좋게 감독님과 대화도 나누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느낄 수 있던 이런저런 점들을 글로 남겨 놓고 싶어서다. 또 혹시나 누군가가 보고 그래? 한 번 더 볼까? 하는 마음이 생기면 좋고. 이 영화 무서워서 안볼거야 했던 사람들이 봐야겠다고 마음 먹으면 더 좋고. 

넉넉지 않은 홍보비 덕에 감독님이면서 여기 저기 방송에도 부지런히 출연하시고(두드림 꼭 보셈 두 번 보셈. 감독님한테 완전 반할걸?) 광주로 제주로 무대인사 가신다니 왠지 미력하나마 나라도 좀 도와드려야 할 것 같아.(오늘도 약속갔다가 관객 두 명 확보하고 옴.) 아무래도 감독님한테 좀 반한듯. 



스릴러라는 장르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화차라는 영화를 보기가 꺼려지는 이유가 단지 '무서울까봐' 라면 결코 별로 무섭지 않다는 걸 거듭 강조하면서. 이상 화차가 영화관 비수기인 3월임에도 불구하고 300만 이상 관객이 들기를 바라는 팬의 입장에서. 끝. 

'티켓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커밍 제인  (2) 2012.07.10
하늘樂콘서트_몽니  (0) 2012.07.09
화차, 인생을 훔친 여자.  (0) 2012.03.09
생애 첫 오페라 관람기.  (0) 2011.05.07
국립국악원, 토요명품공연. (2011.04.23)  (1) 2011.05.02
Posted by 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