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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07 홀로 남겨져
독서일기2011. 6. 7. 01:43


홀로 남겨져 - 10점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도영 옮김/북스피어


 육체 같은 건 어쩌면 의미가 없는지도 모른다.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것은 감정, 사념, 그리고 영혼.
 그것들은 남겨진다. 우리가 그것들을 절실하게 품었던 그 장소에 홀로 남겨져 외로이 기다리고 있다. 그 사념의 주인이, 혹은 그것과 공명할 수 있는 영혼을 지닌 이가 찾아와 자신을 깨워 주기를, 자신을 불러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p.63 (홀로 남겨져)


 남자들이 미인에 민감하다고들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여자 쪽이 훨씬 섬세한 안테나를 숨기고 있다가 스쳐 지나가는 아름다움을 잡아내는 법이다. p.77 (구원의 저수지)


"나는 죽어서 화장되어 육체가 사라졌어요. 그런데도 줄곧 이곳에 남아 있었죠. 왜인 줄 알아요?"
미노루는 용기를 내서 대답했다.
"한이 남아서겠지. 나를 미워해서……."
유리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내가 여기 남아 있었던 이유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이 날 잊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p.136 (내가 죽은 후에)


 이름은 사물의 본질을 좌우한다. 호랑이가 '호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전에는 밀림을 지배하며 어둠 속을 질주하는 악마 같은 맹수였다. 거기에 일단 이름이 붙어 분류가 되면, 어이없게도 총에 이마를 꿰뚫리는 단순한 육식 동물로 영락하고 마는 거다. p.212 (언제나 둘이서)


 어떻게든 가슴속에 막혀 있는 말들을 다 꺼내 그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알아주었으면 했다. 소란을 피우고 싶진 않다. 누가 울까 보냐.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말은 말라 버리고, 대신이라도 하듯 눈물이 흘러내렸다.
p.307 (오직 한 사람만이)



사랑해 마지않는 미미여사님의 신작 단편집.
운 좋게도 북스피어에서 하는 독자교정에 당첨되어 미리 읽어보는 영광을 누렸다.
(그날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해서 읽기 시작했으니 아마도 내가 1번 독자.)
책도 미리 받아보고. 


미니시리즈나 일일드라마 보다 재미있거나 치밀하지는 않지만,
그 나름의 매력이 있는 '베스트 극장'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장르를 따지자면 공포/미스터리물인데 미묘하게 연애소설을 읽은 듯한 아련함이 느껴진다.



책 뒷표지에 '작가의 맨 얼굴은 이런 작품집에서 드러나게 마련이다.'라는 평론가의 글이 있는데, 그 말이 딱이다. 그리고 여사님의 맨 얼굴은 1박 2일에서 김하늘의 민낯이 그랬던 것 처럼. 예쁘다. HDTV따위 두렵지 않을 만큼.




7편의 단편이 각기 자기의 매력을 발산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녀석은 '구원의 저수지'
가장 마음에 든 녀석은 '내가 죽은 후에'


아직 열대야까지는 아니지만,
더운 여름밤에 한 편씩 읽어도 좋겠다.







박기영씨가 작업한 OST 'Dreams' 도 압권이다.
한번만 들어도 주요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될 정도.

 


책등 색깔도 예쁘게 빠져서 '우리이웃의 범죄'랑 나란히 두니 참 뿌듯하다.
마음에 드는 단편집 두 권, 고이 간직해야지.






덧. 책을 사셨다면 맨 마지막 장 독자교정 3인 중 제 이름을 찾아보시라.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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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