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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기자 싸인회에 다녀왔다. 


시작은 이러했다. 트위터에 주진우기자 싸인회가 있다고 일정이 돌아다니기에 슬쩍 봤더니 22일 1시 영등포 교보. 영등포면 가볼만한 거리라고 생각했다. 계획은 9시쯤 일어나 11시에 가서 번호표같은거 나눠주면 받아서 근처에서 커피나 좀 마시면서 기다리는 거였는데 맘먹은대로 눈이 안 떠져서 12시쯤 겨우 출발했다. 그래도 뭐 여러군데서 싸인회 하는데 사람이 얼마나 많겠냐 싶어 느긋한 마음으로 갔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이게 웬걸 사람이 너무 많다. 주기자 인기를 과소평가한거지. 괜히 왔네 싶은 마음에 번호표 받는거 포기하고 커피 한 잔 사서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아무래도 아쉬워서 교보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는데 어머, 시간맞춰 들어오는 주기자님과 총수 대면! 실물을 보고나니 뭐에 홀린 것처럼 곧장 5시에 싸인회한다는 잠실교보로 발걸음을 옮겼다. 


영등포에서 잠실까지 한달음에 달려 도착. 물어봤더니 여긴 번호표같은거 나눠줄 계획 없다며 싸인회한다는 장소만 알려주길래 (이전부터 살까말까 고민했던) 김연수 '원더보이'를 읽으면서 대기했다.(나 요즘 대기타는 내공이 점점 쌓이는게 느껴진다.) 무심히 책만 읽는 척 하면서 슬쩍슬쩍 주변을 살피고 있자니 3시 40분경 부터  관계자들이 왔다갔다하고 아이돌 팬클럽회원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20대(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이 줄을 서기 시작하길래 나도 읽던 책 덮고 대열에 합류. 바로 잠실로 쏜 보람이 있었다. 열손가락 안에 드는 순번이다. 줄을 서기 시작하자 대놓고 주기자 책 들고서 꼼수 후드티 입고 있었던 사람 외에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줄에 합류한다. 왠지 지령을 받아 움직이는 요원들 같은 분위기였다.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자니 꼼수 일당들을 제법 열심히 따라다니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대화가 들려오는데 (Listen과 hear의 차이 확실하게 느꼈다) 내가 기자 싸인회에 온건지 아이돌 싸인회에 온건지 정체성의 혼란을 느낄만한 대화여서 미묘하게 심경이 좀 불편해졌다. (내가 인간과 인간사이의 '이격거리'에 좀 심하다 싶게 예민하기는 하지만 불편하게 느낀게 나 뿐만은 아니었다는 건 주변 사람들의 대화로 검증됐음. 이쪽 대화는 좀 속시원했어.) 


어쨌든 기다림의 시간은 끝이 나고 '원더보이'가 80페이지 가량 남았을 때 드디어 싸인회 장소에 입성. 맨 앞줄에 멀뚱히 서서 10분간 주기자님과 대면하는, 상호간에 부끄러운 상황이 연출되었다. 정작 본인은 10분 전에 와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바람잡이' 총수가 오지 않아 싸인회를 시작하지 못하는 묘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사진을 찍어대도 괜찮을까 걱정이 될만큼 사방에서 핸드폰 촬영음이 찰칵찰칵 들리고 기자님은 어색해서 어쩔줄 몰라 하면서도 "우와 완전 연예인이네요"라는 누군가의 말에 "이제 알았어?" 라고 응수해주고. 그런 상황을 보고 있자니 생판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모르게 소리내어 웃어버렸다.


아무튼 그런 어색한 상황에서 벗어나기위해 주진우기자님은 이리 저리 서성대다 사진찍는 사람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악수를 하고, 아빠와 함께 온 어린아이 우쭈쭈 귀여워 해주기도하고 (걔 진짜 귀여웠다.) 뭐 그랬다. 기다린 동안의 지루함을 흐물흐물 녹여버릴만큼 재밌는 광경이었다. 



주기자님, 부끄러워하시는 건 느껴졌지만 나도 여기 왔다고 기록할 사진 한 장을 남기고 싶었어요.





이윽고 김어준총수가 도착하자 싸인회 시작. 이건 뭐 눈 깜짝할 사이에 상황이 종료됐다. 계산완료된 책인지 확인하고, 총수가 주기자님 얼굴에 싸인을 해버리고 (얼굴에 하지말고 뒤에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묵살당했다. 꼭 얼굴에 해야된다고ㅋㅋㅋ) 총수와 악수를 하고 책이 옆으로 넘어가고 주기자님이 오른손으로 싸인하면서 왼손으로 악수해주고 (엄청난 분업이다!) 아이컨택 한 번 하고 끝. 이날 입고온 셔츠가 예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는데 (심지어 입은 사람 기준 오른쪽 자락에 꽃자수도 있었다!) 그럴 새도 없이 상황종료. 반갑단 인사만 겨우 했다. 




문제의 김어준 총수님 싸인. 꼭 그 자리를 고집하셨다.





이게 바로 그 주진우기자 싸인 되시겠다.




나꼼수가 유명하기는 하지만 주진우기자가 무슨 유명 연예인도 아닌마당에 뭐가 그리 좋아서 싸인회까지 갔느냐하면 싸인을 할 때 '꿈꾸나요?'라고 써준다고 해서였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인간상, 강한 자에 강하고 약한 자에 겸손하겠다는 사람을 실제로 만나보고 싶었고 정말 그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 사람이 꿈꾸고 있냐고 물어준다면 없던 꿈도 생길 것만 같아서, 그래서 굳이 그렇게 무리를 했다. 물론 싸인 한 장 받아왔다고 해서 당장 없던 꿈이 생기겠냐만은 적어도 꿈을 꿀 힘 정도는 생기겠지. 뭐 그런 생각에. 



아무튼 싸인받기 미션 컴플릿. 사대문 안 교보문고에서는 싸인회 거부한다던데 사대문 안 교보문고(광화문점)에서 사온 책으로 사대문 밖(잠실점)에서 싸인받았다. 에헤헤. 좋아. 뿌듯해. 



주진우 기자 책을 읽고서 느낌이 왔다면 적극적으로(?) 싸인회를 하고있는 지금 시점에 짧더라도 한번쯤 만나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리라. 너무도 익숙한 그 목소리로 눈 앞에서 말하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말로는 설명 못할 뭐랄까 포스라고 해야할까 기운이라고 해야할까 그런게 느껴지기도 하고 (나참 도를 아십니까도 아닌 마당에) 뭐 그렇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열심히 뛰어야 할 기자님의 주말을 빼앗는것 같아 송구한 마음에 뒷맛이 씁쓸하기도 하고. 복잡미묘하다.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실물로 보고나니 주기자님이 왜 여성팬이 많은지 알겠더라.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더 멋있다. 특히나 옷은 좋은 걸로 잘 입으려고 노력하신다더니 정말이지 셔츠가 너무 예뻐서 어디서 샀냐고 물어볼 뻔했다. 뭐 알아봤자 여자인 내가 입으면 그 핏이 아니겠지만. (궁극의 셔츠 핏은 남자로 다시 태어나야 가능할 듯.) 




어머 이야기가 더 삼천포로 빠지기 전에 포스팅은 이만 끝. 


Posted by 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