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2013. 4. 11. 02:14

 

여러 스트레스 요인으로 인해 한동안 잊고 지냈던 사람이 생각이 났다.

잘 지내고 있으려나 하는 마음에 좀 찾아보니 역시 잘 지내고 있더라. 내가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 알차고 성실하게 그리고 꾸밈없이. 하지만 예상보다 지나치게 잘 사는 바람에 '한 번 연락해볼까' 했던 나이브한 생각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나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느끼게 되었다는 슬픈 결론.

 

그래도 고마웠다.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마음 설레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잘 살고 있어서.

덕분에 나도 열심히 해야지. 그런 원동력이 되었달까.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 자존감이 낮아 잘못된 선택을 했구나.

지금도 형편없는 자존감에 허우적대면서, 그런 반성을 했다.

 

 

 

잘 몰랐는데, 나는 힘들면 도망치려 하는 못된 습성이 있나 보다. 자꾸 이게 안되면 이렇게 해볼까 하는 생각만 늘어난다. 그래서 오늘 귀가하는 길에 엄마랑 통화하면서 슬쩍 '플랜B는 어떠한가?' 하고 운을 떼었다가 '그러게 엄마가 뭐랬냐?' 공격을 받고 KO패 당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엄청시리 서러워져서 주책없이 지하철에서 눈물 뚝뚝 흘리고 울었다. 누가 날 눈 여겨 봤을 리 만무하지만 관찰자가 있었다면 '거 참 처량하네' 하고 측은지심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 하나 건사하기 어려워 집에 와서도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고 멍하니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다가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화 반 한숨 반인 통화가 한 시간 남짓. "내가 잘못 살아서 벌받나 보다." 라고 말하던 친구에게 패기 좋게 그건 아니다 했었는데, 이제 나도 자신이 없다. 내 불안이 더 불안한 상태인 친구에게 부담이 되었을까 또 걱정이 된다.

 

아, 불안을 성토하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아니었는데.

 

그래도 본인은 더 힘든 와중에 혼자 울지 말라고 위로해주는 친구가 있고, 우리 동네로 놀러 와 차 한 잔 하자고 불러주는 고마운 분도 있고, 언니 추운 데서 방황하지 말고 나랑 차 마셔요 하는 후배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추운 와중에도 꽃은 피었더라.

응봉산은 항상 마음이 복잡할 때 찾게 되는 것 같다.

내년 봄엔 불안하지 않은 마음으로, 누군가와 함께 찾아야지.

 

'시시콜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행복.  (0) 2013.06.25
낭만열차 독자교정 후기.  (10) 2013.06.24
배우 이보영씨의 책장.  (0) 2013.02.06
20120707  (2) 2012.07.08
알찬 토요일.  (3) 2012.06.02
Posted by 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