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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9.23 와우북페스티벌에 다녀온 어느 정신나간 독자 이야기 4
좋아요2012. 9. 23. 03:48


와우북 페스티벌에 다녀왔습니다. 

원래 목표는 북스피어 부스에 슬쩍 들러 아는 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다른 와우북 부스들을 휘저으며 마음에 드는 책도 좀 사고, 작년에 못 사온 책도 사는 것이었는데요. 




저의 그 소소한 계획은 21일 금요일 북스피어 부스에 발을 디딘 순간 산산조각이 납니다. 

먼저 북스피어의 누리차장님과 인사를 나눕니다. 옆에는 저와 함께 '홀로 남겨져' 독자교정 멤버였던 rsnowdrop언니가  계시네요. 홍용준 대표님도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마지막으로 북스피어 사장님께 안부인사 드렸더니 다짜고짜 책을 팔라고 하십니다. 


맙소사. 이럴 줄 알았습니다. 알면서도 제 발로 찾아간 제가 바로 정신나간 독자입니다. 

(저보다 먼저 와서 부스를 지키고 계시던 rsnowdrop언니는 정신 외출한 독자인걸로...힛) 



문제의 북스피어 부스입니다. 위치는 작년과 동일한 A-08 (홍대입구역 9번출구에서 오시면 가깝습니다.)

북스피어는 약간의 흠이 있지만 읽기에는 지장이 없는 반품도서를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판매합니다. 사진 오른쪽 매대에는 피니스 아프리카에 출판사의 책들도 있습니다. 사진 가운데에 보이는 두 분이 순서대로 북스피어 사장님과 피니스 아프리카에 사장님입니다. 북스피어 부스에서 책을 판매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 절반정도는 자발적으로 와서 책을 팔고 있는 순수한 '독자'라는 사실. 유노동 무임금의 놀라운 현장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올해 출간된 책은 싸그리몽땅 공짜로 받기로 한 행운의 '정기구독자' 인걸요. 사장님이 까라시면 까야... (밥 값, 아니 책 값 하려면 열심히 팔아야죠.)


일 년만에 책을 팔려고 하니 쑥스럽습니다. 

목청좋기로 유명한 저도 목소리가 기어들어갑니다. 책 구경하시던 분들이 제가 다가가면 왠지 자리를 떠나시는 것 같습니다. (해치지 않아요...흑.)



그렇게 21일 금요일은 소심하게 책 파는 시늉만 하다가 일이 있어 한 두시간만에 금방 자리를 떴습니다. 





다음날 아침.

 8시에 일어나 오전에 사진봉사단 행사사진 찍는데 가서 도와드리기로 약속한 인간(=저)이 눈을 뜬 시간은 10시 30분. 정신이 나간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이쯤되니 와우북에 다시 가라는 운명인 것 같습니다. 



오늘(22일)은 북스피어 열혈독자 사대영님이 직접 자석책갈피를 만들어 오신다 했습니다. (http://blog.naver.com/visualsamhap/130147505561) 이 사은품에 눈이 멀어 어제는 책 안샀습니다. 

현금구매 조건으로 주시는 사은품이니 현금 넉넉히 뽑아들고, 고생하고 계실 직원분들&독자들을 위해 붕어빵도 사들고 오늘도 역시 제발로 북스피어 부스에 찾아들어가 영업사원 코스프레 시작합니다.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가방 내려놓고 바로 판매들어갑니다. 


어제 워밍업을 해서인지 오늘은 좀 수월합니다. 제가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으시네요. 저도 좀 더 과감하게 '어떤 스타일 좋아하시느냐 추천해드리겠다' 고 하니 좋아들하십니다. 혹여 재미없으시거든 북스피어 블로그에서 풍륜을 찾아 화내셔도 좋다고 큰소리도 빵빵 쳐봅니다. (하...하지만 진짜로 화 내실까봐 초큼 무섭습니다. ) 미인이니까 '미인'을 사라고 제가 생각해도 개드립인 드립도 쳐 봅니다. 당황들 하시네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미인이라는 칭찬은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 아이디로만 접했던 독자분들을 실물로 만나니까 무척 반가웠습니다. (예를 들어 dangko님과 에델바이스님.) 그리고 추천해드린 책 사가시는 분들이 하나 둘 늘어나니 그 재미도 쏠쏠합니다. (박스 날개에 긁혀 상처가 나면서도 신명나게 박스를 만들어제꼈던 지난번 독자 혹사 프로젝트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요.) 

마침 오후에 생길뻔한 약속도 파토가 납니다. 아무래도 오늘 하루 영업에 매진하라는 계시 같습니다. 


열심히 팔다보니 학교 후배도 나타났습니다. 오랜만에 봤음에도 불구하고 철판깔고 책 사가라고 막 추천합니다. 다행이도 미야베미유키 여사님 팬이랍니다. 덕분에 두 권 팔았습니다. 후배님 땡큐베리감사. (후배님아 나 이 출판사에 취직한 거 아니야...오해마라...ㅠㅠ...) 




아아...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길에 8시간 넘게 서있었나봅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다니 이쯤되면 도망간 정신줄 잡으러 가야할 판입니다. 결국 마감하시는 모습까지 보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와우북 득템입니다. (다들 사진 찍어서 자랑하는 분위기 같아서...)


단돈 3천원에 팔길래 냉큼 집어온 이니시에이션 러브, 피니스 아프리카에의 치명적인 은총, 꽃 아래 봄에 죽기를(캬- 제목도 멋지다. 피니스 아프리카에 만세!) 에도시대물 콜렉션은 거의 완성이니 이제 현대물도 모아볼까 해서 집어들고온 지하도의 비와 이름없는 독. 


문제의 안주 3종세트 쇼핑백, 파우치(를 가장한 하얀색 필통), 행합시다 전단지. 


그리고 사대영님 특별제작 마쓰모토 세이초 옹 자석 책갈피! (사소한 사은품에 목숨거는 독자입니다. 저.)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은 저 스스로 '재미있기 때문에' 기꺼이 사서 고생한 것 아니겠습니까.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가 북스피어의 모토이고 저 역시 그러한 모토에 충실한 독자인걸요. 위에 투덜투덜 써놓긴 했지만 사실 무진장 재밌었습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내년에 또 와우북 부스에서 책을 팔고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아, 이런 거 함부로 말해도 되려나요...)


오늘 북스피어 부스에서 저를 만나신 분들이 혹여나 저 때문에 부담이 되었거나 기분 상하지 않으셨기를 바라며 추천해드린 책 재밌게 읽으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진심으로 재미있게 읽어서 추천드린 것이니 혹여나 취향에 맞지 않으셔도 너그러이 넘어가주셔요. 헤헷. 


(근데 피곤해 죽겠는데도 왜 잠은 안 올까요. 이 새벽에 블로그 포스팅을 하고있다니...ㅠㅠ...)


그나저나 사려던 책도 다 못사고 구경 못한 부스도 많아서 또 가야할 판입니다. 

게다가 23일에는 가을방학 공연도 있다는군요!!!





Posted by 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