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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30 웃는 이에몬
독서일기2011. 4. 30. 00:44




p.80

"이와 님, 잘 들으십시오. 세상의 하찮은 놈들이 당신을 보고 웃는 이유는 얼굴의 상처가 흉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숨기려면 숨길 수 있는 그런 것을 숨기지 않는, 꾸미지도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 그런 강한 당신이, 세상 사람들은 무서운 게지요. 무서워서 웃는 것입니다."


p.81

"동정도 그렇고 원한도 그렇고, 받는 쪽에 그런 마음이 없으면 성립하지 않습니다. 동정을 받는 쪽은, 그것이 사실은 경멸이라고 해도 경멸받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요. 세간의 약속이거든요. 그것을 깨어버리면 아무것도 안 돼요. 마음이란, 이와 님, 어떤 마음이든 그대로 상대에게 통하는 일은 없습니다. 마음을 받는 쪽이 멋대로 만들어 내지요. 그러니 어차피―――기뻐하시는 것도 화내시는 것도―――당신 하기 나름입니다."


p.145

어차피 남에게 전해 듣는 말,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진실을 알기는 어렵다.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무리 진실을 말하려고 해도 이야기는 진실 자체가 될 수 없다. 오히려 되는 대로 아무렇게나 말을 늘어놓아도 절반은 진짜가 된다. 하나에서 열까지 지어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고, 전부 반대로 늘어놓는다 해도 바닥을 알면 오히려 도리를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철저하게 속일 수 있다면 거짓은 통째로 진실이 된다.


p.361

"세상일의 대부분은 쓸데없는 짓일세. 쓸데없는 짓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 받아들이면 행복이 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원수가 되네. 어차피 그뿐. 화복을 정하는 것은 자기자신이라고―――그것은 자네가 한 말이 아닌가."


p.404

"무서운 분이셨습니까."
"당치도 않습니다. 예쁘고 아름다운 분이셨습니다."
"호오. 내가 듣기로는 추하고 무섭다고만 하던데요."
"그것은―――."
남자는 잠시 침묵했다가 이렇게 말을 이었다.
"아름다우니 추하니, 남자니 여자니, 무사니 시정 평민이니―――그다지 상관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요모시치는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다를 바가 없다고, 어제 목소리는 말했다.




벼르고 별렀던 교고쿠 나츠히코.
읽자마자 서평 쓸 생각도 못하고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읽는 중.
읽자마자 다시 첫장으로 넘어간 건 처음있는 일이다.

뒷 내용을 다 알고 다시 읽으니 좀처럼 이해가 안 되어 대충 넘어갔던 첫 장이 이해가 된다.


안타깝고 안타깝다. 이와도, 이에몬도, 마타자에몬도 심지어 기헤이까지도 안타까워 마음이 아프다.
이와와 이에몬이 말 한마디도 다정히 하지 않아서 당혹스럽지만.
그래도 책장을 덮고 나니 이건 절절한 사랑이야기다.

집에 돌아오는 밤길에 평생에 한 번 이런 사랑이 있기는 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안 그래도 외로운데. 쳇. 하지만 이와 님이 부럽지는 않아요. 난 이왕이면 아기자기 행복하게 살래.)






요쓰야 괴담에 대해―――모르고 봐도 재밌긴했다. 물론 알고보면 어디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겠지만. (사실 앞장에 나온 설명과 역자후기에 나온 요쓰야 괴담 개요를 읽었지만 아직도 머리속에 그림이 안 그려진다. 나 이해력이 떨어지나봐.)

마음에 드는 구절을 옮겨적고 나니 거의가 마타이치의 대사다. 역시 가랑이 사이도 빠져나가는 마타이치 답다. 마타이치는 다른 작품에도 등장한다고 하니 찾아서 읽어보아야겠다.




책 내용과는 관련없는 사족을 몇 마디 달자면


일단 표지가 너무너무 예쁘다. (빌려 읽긴 했지만) 표지때문이라도 한 권 소장하고 싶을만큼.
(일본 여인이 그려져 있는데, 책 읽으면서 머릿속에 상상한 장면은 거의가 한복에 가까운 이미지다. 상상으로 자유자재로 떠올릴 만큼 일본의 전통 복식과 건축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지 못하니까. )

교고쿠 나츠히코는 장광설에 간결하지 않고 이해하기 어려운 문체라 하여 읽기가 망설여졌는데
웃는 이에몬을 읽고나니 한 번 도전해볼만 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그리고―――――요게 너무 많다. 눈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이거, 말하다 중간에 새거나 사족을 달기도 하고 말 끝까지 안 맺고 말꼬리 흐리는게 어찌 내 평소 언어생활과 비슷해서 왠지 정이 간달까. (그래서 내가 달변가도 못되고 문장가도 못되는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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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