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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23 [2013 겨울 내일로] 쉬어가기_ 경주 모모제인 게스트하우스 9
초보여행자2013. 1. 23. 12:55

모모제인 게스트하우스

2013. 1. 11 - 13 (2박 3일) 1박 15000원 (도미토리, 할인 이벤트 중)

여자 도미토리 12인실, 남자 도미토리 8인실, 조식 포함.

 

 


게스트하우스에서의 하룻밤

저자
강희은 지음
출판사
즐거운상상 | 2012-08-04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자유 여행자들의 쉼터, ‘게스트하우스’에서 생긴 일!서울에서 땅...
가격비교

 

 

경주에 다시 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한 책이다. 정확히는 이 책에 나온 모모제인 게스트하우스에 끌려 경주에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조용히 쉬다 갈 수 있는 여행자들의 베이스 캠프를 추구한다니, 어머 저긴 꼭 가야 해.

 

그러니까 나는 경주에 오기 위해 숙소를 알아 본 것이 아니라 모모제인에 오기 위해 경주를 여행코스에 넣은 것이다. 주객전도도 이쯤이면 중증이다.

 

 

 

 

 경주역에서 길 건너서 직진, 우체국에서 좌회전, 명동의류에서 우회전, 초록색 외벽의 카페 골목. 맞게 찾아온 것 같은데 보이질 않아서 잘못 찾아왔나 슬그머니 불안해질 때쯤 골목 끝에 모모제인이 나타났다.

 

 

 

 

 

사진으로만 보던 곳에 드디어 왔다. 겨울이라 조금 삭막한 느낌이 더해지긴 했지만 생각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첫인상이 엄청나게 강렬한 것도 아니지만 이질감없이 익숙한 기분이었다.

 

 

마당 한켠에 깨알같은 눈사람. 코가 제대로다.

 

  

 

모모제인의 규칙은 간단하다. 꼬부라진 건 정수기, 여자 도미토리는 별채에, 남자 도미토리는 본채에, 화장실은 각 방에 그리고 대문 여는 법(주인언니의 안녕을 위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만 알면 손님도 손님을 받을 수 있다. (방명록에서 손님이 손님을 받았다는 얘기를 보면서 키득키득 웃었는데, 잠시 후에 정말 주인 언니가 자리를 비운 사이 손님이 왔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도 모르게 "꼬부라진 건 정수기구요…"를 하고 있었다나 뭐라나.)  

 

 

 

모모제인 거실

 

 

여행계획도 짜고, 이야기도 나누고, 책도 보고, 아침엔 식사도 하는 모모제인의 거실이다. 동생은 본채, 나는 별채 였기 때문에 함께 얘기할 수 있는 거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만화책부터 전공서적까지(무려 노동법 두둥) 굉장히 다양한 책이 구비되어있다. 그 중에서 동생이 심야식당을 골라서 읽길래 나도 따라서 읽었다. 보드게임도 몇가지 있다. 부르마블이 참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했다. (언젠간 다시 와서 부르마블을 하고 말테닷!)  

 

 

 

 

벽에는 지도와 주요 관광지로 가는 버스시간표, 그리고 게스트들이 보내온 엽서들이 붙어있다. 찬찬히 읽어보다가 나도 돌아가거든 엽서를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것보다 벽에 붙어있는 버스시간표를 확인하고 이동 하는 게 더 좋아서 구경하는 도중에 다시 숙소로 돌아와 시간표를 보고 나가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컴퓨터 책상 위에 노짱이 계신다. 이쯤되면 이번 여행의 마스코트이십니다.

 

 

 

이런 지도는 어디서 사나요. 나도 집에 붙여놓고 싶어요.

 

 

 

이 지도를 보면서 동생과 

 

"우리 선생님 퇴직하고 세계 여행 중이래. 지금 모로코에 계신다는데?"

"그래? 그럼 이 지도에서 모로코 찾아봐. 난 찾음ㅋ."

".....못찾겠어."

"멍청아 여기 있잖아."

"......"

 

뭐 이런 대화를 나눴던 것 같다.   

 

 

 

 특별출연한 동생. 심각해 보이지만 아마 심야식당 보는 중일거다.

 

 

 

1윌이지만 아직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었는데, 동글동글한 장식이 참 예뻤다. 몇 개가 전구에서 자꾸 빠져서 또르르르 굴러다니는 바람에 다시 끼워놓아야 했지만.

 

 

 

 

분위기가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모름지기 여행지 숙소의 가장 큰 미덕은 편안한 잠자리 아니겠나. 그 점에서 모모제인은 최고였다. 소등시간인 11시쯤 스르르 잠이 들어서 눈을 뜨면 7시 28분. 중간에 깨는 일도 없고 심지어 꿈도 안 꾸고 편안하게 숙면을 취했다.

 

12인실이라고 해서 살짝 걱정이 되었는데 실제로는 6+6인실 같은 구조였다. 방과 방 사이에 커튼으로 칸막이가 있어서 12인실로 느껴지지 않는다. 옆 방 소리가 완벽히 차단되는 것은 아니나 다행히 모모제인의 게스트들은 모두들 조용히 사부작사부작 움직이는 타입이어서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게스트하우스 분위기 때문에 사람이 조용해 지는 건지 아니면 조용한 사람들이 모여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화장실 각 방마다 따로 있다. 따뜻한 물도 잘 나와서 나처럼 허약한(읭?) 사람도 편하게 샤워 가능. 화장실에는 비누, 치약 정도만 구비되어있기 때문에 다른 세면도구는 직접 지참해야 한다.(수건은 말하면 주는 것도 같던데, 나는 그냥 내 수건 써서 잘 모르겠다.)

 

 

 

 

 

모모제인의 조식.

 

 

조식으로는 토스트가 제공된다. 아침시간은 7시 30분 부터 9시 30분 까지.(늦으면 없어요.)  

누군가가 아침에 빵 말고 밥이 먹고 싶어요. 라고 방명록에 썼는데 우리 시크(하지 않다고 본인은 주장하시지만)하신 주인 언니는 '밥은 집에서 늘상 먹지 않소 여기선 빵 드시오.' 라고 친절히 답변을 달아 놓으셨다.(ㅋㅋ)

 

아무리 이벤트 할인가라지만 이 가격에, 이 시설에 조식까지 주는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일은 쉽지 않으리라. 주머니사정 넉넉지 않고, 매 끼니 사먹는 것 부담되고, 뭐 먹어야할지 고민되는 내일러들에게 강력추천한다.

 

 

앞서서 주르르르 늘어놓은 눈에 보이는 장점 말고, 내 마음을 스르르 무장해제 시킨 것은 

바로 빨래 였다.

 

옥상에 올라가 야무지게 집게 꽂아서 빨래를 너는 것도 꽤나 낭만스러운 일이었는데, 

걷어와서 냄새를 맡아보니 '다른 동네 냄새'가 났다. 

 

순간 '아, 내가 여행을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사무쳤다. 

쓸쓸하면서도 참 달콤한 기분이었다. 

 

 

 

게스트하우스의 매력은, 일단 부담없이 한 걸음 내디뎠다가도 '내 집'이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행동하면서 서서히 그 곳에 적응해가는 과정에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이제 좀 익숙해졌다 싶으면 떠나야 하는 아쉬움도 매력이려나.)

 

이런 매력은 하루 저녁 자고 다음날 아침 훌쩍 떠나버리면 느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적어도 이틀 정도는 머물면서 구석구석 구경도 하고 거실에서 책도 보면서 천천히 느끼고 싶었다.

 

 

모모제인에서 나와 동생이 받은 좋은 기분, 주인 언니의 따뜻한 배려는 미처 글로 다 옮기기가 어렵다. 다만 동생은 대문을 나서면서부터 가기 싫다고, 1년에 한 번 씩은 꼭 오겠다고 다짐을 했고, 나는 십 몇 년 만에 엽서를 써서 보냈다. 물론 게스트하우스에는 처음 써보는 엽서였다.

 

 

보석 같은 공간을 많은 사람들에게 막 자랑하고 싶기도 하고, 나만 알고 있고 싶기도 해서 이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복잡하지만 뭐 내가 글을 쓴다 한들 갑자기 엄청난 인파가 몰려드는 일이 생기지는 않겠지. 다만 '여긴 어떨까' 하고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고 '여기로 가야겠다'고 마음을 결정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모모제인 홈페이지 : http://www.momojein.co.kr

모모제인 블로그 : http://blog.naver.com/saet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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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