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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26 [2013 겨울 내일로] 4, 5일차_ Bye bye 경주. 3
초보여행자2013. 1. 26. 22:00

 

여행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이 걸은 데다 버스를 놓친 덕분에 급격히 의욕도 상실해서 순식간에 피로감이 몰려왔지만 안압지 야경을 놓치면 후회한다는 말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움직였다.

 

숙소에서 안압지까지 한번에 걷기는 조금 부담스러워서 가는 도중에 있는 해장국거리에서 저녁을 먹고 조금 쉬다가 다시 이동하기로 했다. 다른 블로그에서 본 팔우정해장국을 찾으려는데 할머니 한 분이 불쑥 나와서 들어오라고 하신다. 간판을 확인하니 거기가 바로 팔우정해장국.

 

할머니 한 분이 꼼지락꼼지락 상을 차려주시는 곳인데 대단한 맛집이라기 보다는 조금 독특한 묵해장국이 나오는 소박한 집이다. 솔직히 맛있다고 하기엔 조금 모자란 맛이었지만 우리 남매에게 상을 차려주고 나서 음식 데운 김에 저녁식사를 하시는 할머니 모습을 보니 여기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뉴는 단촐 하게 3가지(묵해장국, 선짓국 나머지 하나는 기억이…) 가격도 똑같이 5000원이다. 경주는 물가가 무척 비싼 것 같다가도(예를 들어 순대 1인분이 4000원이라던가.) 또 생각보다 저렴하기도 한 신기한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장국으로 속을 데우고 부지런히 걸어서 안압지로 갔다. 가는 도중에 조명빨(?) 받은 첨성대 구경은 보너스.

 

 

 

 

주의 겨울 밤 추위는 상당히 매서웠다. 덕분에 덜덜 떨면서 구경했지만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연못이 얼어붙어 물그림자를 제대로 못 본 것이 아쉽다. 경주는 돌아다닐수록 다른 계절에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늘어나는 곳이다.

 

 

 

 

 

 

1월 13일 일요일

경주여행 (일정추가)

 

이제 막 익숙해지려는 모모제인을 떠나려니 아쉬움에 차마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원래 계획은 오전 중에 김천으로 이동해서 직지사를 구경하고 대전에 가는 것. 동생에게 경주에 더 오래 있다가 바로 대전으로 갈까 물으려는데 이 녀석이 "누나 우리 불국사 봤는데 또 굳이 절에 갈 필요가 있을까?"란다. 이럴 땐 제법 쿵짝이 잘 맞는 남매다.

 

결국 계획을 수정하여 첫날 제대로 구경하지 못한 월성지구 유적을 다시 구경하고 천천히 이동하기로 했다.

 

 

노동리 고분군에서 대릉원 옆길을 지나 교촌마을까지. 일요일 오전에 인적 드문 골목을 한가롭게 산책을 하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어제의 '수학여행 코스'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향교 근처까지 가니 그 유명한 '교리김밥'이 나왔다. 전국 3대 김밥이라느니 하는 말에 묘하게 거부감이 들어 굳이 찾아올 생각은 안 했지만 막상 간판을 보니 궁금하기도 하고 마침 출출하기도 해서 김밥 한 줄 사먹을 요량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김밥은 기본이 2줄 단위고 1인 1메뉴를 주문해야 한단다. 이건 또 웬 유명 맛집의 횡포인가 싶어서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하는 수없이 잔치국수 한 그릇과 김밥 두 줄 주문.

 

손님이 많아 테이블 회전이 빠른 집이라 그런지 메뉴가 총알같이 나왔다. 그리고 투덜거린 게 무색하게 무서운 속도로 국수와 김밥을 해치웠다. 헤헤. 막 엄청나게 맛이 있는 건 아닌데 자꾸 젓가락이 가고 나중에 다시 생각날 것 같은 맛이다. 김밥치고는 굉장히 부드러운 식감도 한 몫 하는 것 간다. 왜 장사가 잘 되는지 충분히 납득이 갔다.

 

얼른 찍고 먹으려고 사진 대충 찍었당 잇힝

 

의심했던 마음이 머쓱할 만큼 너무 잘 먹고 나니 모모제인에서 주인언니와 지인들도 교리김밥 얘기를 하는 것이 생각나서 선물용으로 포장까지 해서 들고나왔다.

 

 

 


큰지도보기

교리김밥 / 분식

주소
경북 경주시 교동 69번지
전화
054-772-5130
설명
-

 

 

 

 

향교를 구경하고 나니 바로 옆이 계림, 계림에서 조금 올라가니 월성, 월성 안에 석빙고까지. 어플로 설명 들으면서 차분하게 구경하니 참 좋다.

 

 

들어갈 수는 없어서 담장 너머 찰칵.

 

 

 

난간에 찰싹 달라붙어서 석빙고 찰칵.

 

 

 

 

돌아오는 길에 이러고 있다.

 

 

 

숙소로 돌아와 주인언니한테 선물이 있다고 김밥을 내밀었더니 이런 맛에 게스트하우스 한다며 좋아하신다. 정말이지 작은 선물 큰 기쁨이다. 아쉬운 마음 가득 안고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정말이지 대문 나서는 순간부터 다시 그리워진다. 빠른 시일 내에 자전거여행 하러 다시 올게요!

 

 

 모모제인 방명록을 쭉 읽어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수학여행으로 경주에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IMF 광풍이 불어닥친 다음 해, 수학여행을 취소하네 마네 오락가락하다가 겨우 정해진 여행지가 경주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기에 수학여행을 가는 것 만으로도 감지덕지였지만 어린 마음에 플랜B로 정해진 여행지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시키는 대로 버스 타고 가서 내리면 '아, 교과서에서 보던 데구나.' 하는 게 전부였던 것 같고, 설상가상으로 지갑까지 도둑맞아서 엉엉 울고 부모님 선물 하나 못 사서 전전긍긍했던, 나에게는 별로 아름답지 못한 기억으로 남은 도시였다.

 

그렇게도 모모제인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아마도 "수학여행으로 경주는 좀 아닌 것 같아."라는 주인 언니의 말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말해주는 언니네 집으로 놀러가면 두 번째 여행은 꽤 괜찮지 않으려나. 그런 막연한 희망이 있었달까.

 

그렇게 용기를 낸 두 번째 방문은 앞으로 세 번째, 네 번째 방문을 기약하게 만들어 주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여행은 다음 번에 또 방문했을 때를 대비해서 차곡차곡 베이스캠프를 만들어가는 여행이 된 것 같다.  

 

 

Posted by 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