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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22 영화처럼
독서일기2011. 4. 22. 22:04


영화처럼 - 10점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북폴리오



이하는 2010년 8월 8일에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렸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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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퍼펙트 블루를 읽고 나니 일본 소설들에 대한 애정이 다시 화르륵 솟아났다.
탄력 받은 김에 오츠이치 책을 네 권이나 연달아 읽어버렸더니, 웬걸 우울함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겠다.

그래서 유쾌한 책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에 가네시로 가즈키를 검색해보니 신작이 한 권 있다.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빌리기로 마음먹고서는 왠지모를 찜찜한 기분에 신청목록을 찾아보니

어랍쇼 이거 내가 신청했던 책이다.
 

2년 전, 가네시로 가즈키의 신작이 나왔길래 학교 도서관에 신청해 놓고서
정말이지 타고난 건망증으로 완전히 잊어버린거다. 

일단 얼른 가서 빌려 놓고서, 책을 잡으면 공부를 안 할 나를 알기에
침대에 대충 던져놓은 채 며칠을 방치해뒀다가 지난 주 일요일 저녁에야 첫 장을 열었다.

첫 장을 열어보니 단편 모음이길래 한 편씩 끊어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아차, 가네시로 가즈키를 너무 오랜만에 읽는지라 그를 과소평가하고 말았던 것이다.

빨려들어갈듯이 신나게 읽고서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사서 소장해야지, 내가 신청한 책이라고 여기저기 자랑 해야지,
뭐 이런 생각들이 스물스물 떠오른다.

어째서 진작 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하마이시 교수가 easy come, easy go 라고 하지 않았는가.


조만간에 로마의 휴일을 꼭 봐야겠다.

 

 

<사랑의 샘 中 발췌>

p.301

나는 걷자, 걷자, 나는 괜찮아, 하는 도토로의 노래를 낮은 소리로 흥얼거리면서 용기를 내어 계단을 올라갔는데, 생각해보니 도토로 자신이 귀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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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이대목을 읽고보니 토토로가 귀신이고 고양이버스가 저승가는 버스라는게 정말이었나보다.)



p.303

그러니까 지금 하고 싶은 말은 치마주머니에서 뭘 꺼내주는 여자에게 내가 약하다는 것이다. 나는 쓰카사씨에게 한 눈에 반하고 말았다.
  

p.325

“모른다고 그 장면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문제될 것은 전혀 없지. 다만, 알면 훨씬 더 깊게 즐길 수 있지 않겠나.”


p.325-326

“그건 그렇고, 자네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어떻게 하나?”

어떻게 하다니 뭘, 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대답했다.

“그 사람에게 제 마음을 전하려 하겠죠.”
“전하기만 하나?”

질문의 의도가 점차 깊어지는 느낌에 당황한 내가 대답을 못하자, 하마이시 교수의 눈에 심각한 빛이 슬쩍 어렸다.

“자네가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을 때 취해야 할 최선의 방법은, 그 사람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두 귀를 쫑긋 세우는 거야. 그럼 자네는 그 사람이 자네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 바꿔 말하면, 자네가 사실 그 사람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야. 그제야 평소에는 가볍게 여겼던 언동 하나까지 의미를 생각하면 듣고 보게 되지. ‘이 사람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뭘까?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하고 말이야. 어려워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대답을 찾아내려 애쓰는 한, 자네는 점점 더 그 사람에게서 눈을 뗄 수 없게 될거야. 왜냐, 그 사람이 새로운 질문을 자꾸 던지니까 말이야. 그리고 전보다 더욱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거고. 동시에 자네는 많은 것을 얻게 돼. 설사 애써 생각해낸 대답이 모두 틀렸다고 해도 말이지.”

하마이시 교수가 일단 말을 끊고,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사람이든 영화든 뭐든, 다 알았다고 생각하고 접하면 상대는 더는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지 않지. 그리고 정체되기 시작하는 거야. 그 노트에 메모한 좋아하는 영화를, 처음 본다는 기분으로 다시 한 번 보라고.”


p.339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만남에는 ‘시대’란 애매한 선을 아주 손쉽게 넘어버리는 절대적인 무언가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뭐라 잘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 준비가 덜 된 인간 앞에서는 좋아하는 사람이 쓰러져주지 않는 것 아닐까. 그건 어느 시대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p.386

언젠가 겐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에게 괴롭고 힘든 일이 생기면 이 엽서를 보여줄 생각이다.

p.406-7

장아찌는 냉장고 속
된장국은 냄비 속
엄마는 꿈 속


p.423

“이지컴 이지고라고. 알겠나? 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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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