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2012. 11. 12. 05:17

 

 

 

응답하라 1997 때문에 싱숭생숭하던 마음에 '윤계상의 원테이블'이 불을 지폈나보다.

오랜만에 다섯 멤버가 다 모인 방송을 보고나서 여운이 가시질 않아 오랜만에 god 노래 1집부터 정주행하면서 검색을 해보니 곳곳에서 추억들이 쏟아진다. 육아일기는 기본이고 GIA, R.U.Jeans, 하몬스 따위의 깨알같은 추억이라니. 다들 한자리에 모아 추억곱씹기 이벤트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성시원을 보면서 '맞아 나도 저랬었어!' 했지만 내 추억은 1997이 아니라 2000, 2001이었고 H.O.T가 아니라 god였기 때문에 마음 한구석에 못내 아쉬움이 있었는데 그 아쉬움을 이번에 원테이블이 달래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시골 중학생 주제에 겁도 없이 세뱃돈으로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고, 팬클럽 가입하고, 팬미팅 보겠다고 서울까지 올라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살풋 웃음도 난다. 그땐 이해 못해주는 엄마가 야속하기만 했는데 지금와 생각해보니 더 노발대발하시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로는 그 열렬한 마음이 사그라들어 이제는 엄마가 팬클럽 우비를 입고 계셔도 웃음이 날 따름이지만 (동절기용 우비 튼튼해서 요긴하시단다) 아직도 GOD혹은 G.O.D따위의 무성의한 표기를 보면 속으로 욱하기도 하고 멤버들이 어디에 나온다하는 소식이 들리면 챙겨서 보게되니 나는 일반인과 팬의 경계 어딘가에 어정쩡하게 서있는 것 같다.

 

 

 

일련의 사건 이후 가장 신경이 쓰이고 정이 가는 멤버는 단연 윤계상이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발레교습소'를 챙겨봤고, '최고의 사랑'부터는 마음이 조금 놓였고,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풍산개' 마지막 상영회차를 보고 나오면서는 나도 모르게 뿌듯해졌다. 그리고 '하이킥'은 마음 편하게 봤다. 그렇게 점점 연기자 윤계상에 익숙해졌다.

 

그러던 그가 요리에 도전한다고 해서 꼬박꼬박 챙겨봤다. 그런데 연기하는 모습을 볼 때와는 다르게 요리하는 '윤계상'을 보다보니 묘하게 god시절 윤계상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문제의 잡채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며 "다시, 다시" 를 외치는데 이상하게도 '아, 그래 저 사람은 저런 사람이었어.'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연인 윤계상씨와 대면해 본 적은 없지만 팬의 입장에서 파악한 '인간 윤계상'의 모습이 보였달까.

 

그래서 마지막 원테이블 손님이 god멤버들이라고 해서 굉장히 반가웠다. 특히 예고편 화면에 쭌이형이 나오는 순간 "대박~"이라고 소리까지 질렀을 정도로. 이제 서로 연락하고 지내는 구나. 뭐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훈훈해졌다. 그리고 깨알같은 god식 개그를 보다가 몇번이나 빵빵 터졌는지 모르겠다. 순식간에 10년도 더 된 옛날로 돌아간 것 마냥 두근두근  설렜다.

 

다시 예전처럼 노래하고 랩하고 춤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종종 이렇게 온전한 god를 방송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렇게 쓰고보니 콘서트 욕심이 살짝 나기도 한다만 쩝)

 

 

 

아, 이렇게 주절거리려고 포스팅을 시작한 건 아닌데 얘기가 산으로 가는구만.

아무튼 당분간 플레이리스트에 god노래로 도배 좀 해야겠다. (간만에 들어도 여전히 좋구나~)

 

<내친김에 내 맘대로 추천곡 리스트>

 

[관찰/ 날 기다려줘/ 난 너에게/ 어머님께/ 니가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1집)]

듣다보면 진짜 열심히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앨범이다.

어떻게 들으면 못먹어서 악에 받친 느낌 같기도 하고. 힛.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그대 날 떠난 후로/ 애수/ 기차/ (2집)]

개인적으로는 2집을 가장 좋아한다. 애절라인 진짜 좋다.

특히 19번이나 반복되는 그대인지 그때인지 모를 그대 날 떠난 후로.

 

[거짓말/ 돌아와줘/ / 사랑이 영원하다면/ (3집)]

말이 필요없는 거짓말. 그리고 숨겨진 명곡들.

 

[/ 니가 있어야 할 곳/ 모르죠/ (4집)]

길은 중학교 졸업할 때 담임선생님께서 가사를 프린트해서 나눠주셨을 정도. 선생님도 인정하셨다잉.

 

[보통날(6집)]

5집부터는 열심히 안 들어서 할 말이 없으나 보통날만큼은 참으로 좋았더랬다.  

 

 

 

PS1. 커플사진이 떴는데 빨간 동그라미 쳐가며 이 사진은 합성이라 우겨대던 팬들을 보는 윤계상의 심정은 어땠을까. 좀 궁금해. 나도 합성이라고 바득바득 우겨댔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찌나 부끄러운지. 이제는 둘이 잘 어울렸는데 헤어진 거 아쉽다 싶은 생각까지 들기도 하고.

 

PS2. 예전에 중딩이었던 친구들끼리 모여 만든 FSS(오글거리니 풀네임은 생략한다)라는 싸이트도 새록새록 생각나네. 말도 안되는 팬페이지에서 같이 놀아주고 편지까지 주고받았던 그 언니들이랑 동생들 지금쯤 어디에서 뭘 하고 살고 있을까.

 

PS3. 그나저나 요즘 나온 노래들은 가사를 도통 못 외우겠는데 옛날꽃날에 외운 god 노래 가사는 깨알같이 다 기억이 나네. 랩도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 오랜만에 노래 들으니 흥난다. 그때 그 친구들 모아서 노래방이라도 가야할까봐.

 

 

 

Posted by 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