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북2014. 5. 2. 22:44



한공주 (2014)

Han Gong-ju 
8.9
감독
이수진
출연
천우희, 정인선, 김소영, 이영란, 권범택
정보
드라마 | 한국 | 112 분 | 2014-04-17


※ 짧은 글이지만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릅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화가 날 것 같아서, 너무 우울해질 것 같아서 몇 번이나 망설였다. 

그래도 이 영화는 꼭 제 값 다 주고 영화관에서 봐야할 것 같았다. 

결론은 화도 눈물도 나지 않았고 그냥, 허탈해졌다. 


그리고 내 눈빛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무서워졌다. 

내가 공주라면, 선생님이라면, 아빠라면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 어떻게 행동해야 맞는 걸까. 

답이 떠오르지 않아 막막해졌다. 



엔딩크레딧을 멍하니 보다가 좀처럼 수영실력이 늘지 않던 공주가 안타까워졌다. 

생각해보니 숨 쉴 구멍하나 없는 현실에 사는 공주가 수영 호흡을 잘할리가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막힌 숨통을 트이게 해 줄 어른이 될 자신은 없지만 

적어도 얼마 안 남은 숨 쉴 구멍을 막아버리는 어른이 되지는 말아야지. 

그런 다짐을 했다. 





써니에서 굉장히 광기어린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 천우희는 시종일관 담담하게 공주를 연기한다. 

대충 묶은 머리도, 교복도 너무 잘 어울려서 과연 이 배우가 이십 대 후반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앞으로 천우희가 나오는 영화는 꼭 챙겨봐야겠다. 






 




Posted by 유선♪
티켓북2014. 2. 9. 15:10



수상한 그녀 (2014)

Miss Granny 
9.1
감독
황동혁
출연
심은경, 나문희, 박인환, 성동일, 이진욱
정보
코미디, 드라마 | 한국 | 124 분 | 2014-01-22


'엄마와 함께 볼만한 영화'를 고르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멜로 영화를 골랐다가 애정씬에 민망하기도 하고, 범죄물 좋아하는 내 취향대로 골랐다가 너무 잔인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그런데 이번에 우연히 보게 된 '수상한 그녀'는 단언컨대 엄마랑 함께 본 영화 중에 가장 적절하고 최고의 영화였다.

 

심은경은, 팬이라고 하기엔 좀 모자라지만, 아역시절부터 눈여겨 봤던 배우다. 이제껏 심은경이 맡은 배역 중에 가장 최고는 '나쁜 남자'에서 한가인 동생 '문원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수상한 그녀'는 그에 버금갈만 한 것 같다. 캐릭터의 매력 면에서는 '문원인'이 한 수 위지만 '수상한 그녀' 쪽은 비중이 커서 심은경의 싱그러운 귀여움을 영화 내내 볼 수 있으니까.

한 두 군데 성형은 기본이고, 심하게 다이어트 시켜서 비현실적으로 마른 연예인만 보다가 자연스러운 미인인데다 뽀얗고 (화면상으로는) 팔뚝이 살짝 통통한 심은경을 보니 '진짜'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무슨 향을 첨가해서 만든 과일맛 음료가 아니라 밭에서 갓 딴 싱싱한 토마토나 딸기 같은 느낌이랄까.(막냇동생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지 '김혜수 닮았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영화 중간에 한 줄 대사로 흘러갔지만 오말순 할머니는 전남 보성의 지주집 딸이었다고 해서 굉장히 반가웠다. 일제시대에 철도가 부설된 지역이니 보성에도 지주가 있긴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잠깐 해보고.

 

감독이 도가니 감독이라고 해서 한 번 더 놀랐는데, 힐링이 필요해서 코미디 영화를 찍었다는 말에 그럴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가니는 그럴만한 영화니까. 

 

굳이 따지려 들자면 스스로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할머니가 요양원에 보내야 할 만큼 가족에게 스트레스를 주었겠는가 하는 문제에서부터 요양원에 보내는 것=가족을 버리는 것으로 단순하게 이분화 시키는 시각, 코미디 영화 특유의 예상 가능한 전개와 좋은게 좋은거다 라는 결말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배우들의 호연 덕분에 그런 아쉬움은 접어둘 수 있는 정도.

 

특히 요즘 응답하라 연타 때문에 '드세고 짜증이 섞인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아버지 역할'로 굳어져버리는 듯 했던 성동일 아저씨의 정극연기를 보고 '역시 성동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병원씬은 정말... 옆자리에 엄마 안계셨으면 영화관에서 대성통곡하고 울 뻔했다.) 코믹 배우로 익숙한 배우가 코미디 영화에서는 오히려 정극 연기로 감동을 주었다는 점에서 감독이 참 배우를 영리하게 잘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말이 채 지나기 전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데, 이 영화를 계기로 심은경이 다음 작품, 그 다음 작품에도 계속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사진 출처, 수상한 그녀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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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
티켓북2012. 7. 19. 01:33



케빈에 대하여 (2012)

We Need to Talk About Kevin 
5
감독
린 램지
출연
틸다 스윈튼, 에즈라 밀러, 존 C. 라일리, 시옵한 폴론, 애슐리 게라시모비치
정보
스릴러 | 영국, 미국 | 112 분 | 2012-07-26


급작스럽게 시사회로 보게 된 케빈에 대하여. 

역시 영화는 사전 정보 없이 봐야하는가. (라고 하기엔 지난번 시사회 쫄딱 망한 경험이 있구나...)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굉장히 좋았다. 


내내 불편한 영화라서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2시간 넘는 줄 알았는데!)

내용이 불편해서이지 긴장감이 떨어져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We need to talk about Kevin 이라는 원제에 충실하게, 보고나서 생각도 많아지고 할말도 많아지더라. 

영화 끝나고 나와서 지하철역까지 오는 도중에 논쟁하는 사람들을 굉장히 많이 봤다.

(심지어 어떤 커플은 감정 다툼까지 하더란.)


나는 함께 본 사람의 해석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아 다행이었어. 헤헤 




영화 내내 나오는 틸다 스윈튼의 모습은 정말이지 너무 아름다웠다. 

늘씬한 키도, 가녀린 다리도, 뼈가 앙상한 발까지. 

외국 배우 이름 잘 못외우지만 꼭 기억해둬야지. 


에즈라 밀러는 미운 와중에도 참 잘생겼더라. 잘생겨서 더 미웠어. 

문제의 그 '사건' 장면에서는 우아하기까지.

에즈라 밀러도 꼭꼭 저장. 


그나저나 영화 좋던데 평점이 왜 저모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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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
티켓북2012. 7. 10. 01:14



비커밍 제인 (2007)

Becoming Jane 
9.1
감독
줄리언 재롤드
출연
앤 해서웨이, 제임스 맥어보이, 줄리 월터스, 제임스 크롬웰, 매기 스미스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영국, 아일랜드 | 120 분 | 2007-10-11
다운로드



오만과 편견을 보고나니 비커밍 제인도 궁금해졌다. 그래서 내친김에 백만년만에 학교 도서관 DVD 대여. 


처음엔 뭐야 오만과 편견이랑 너무 비슷하네 이거. 이랬는데 

마지막 장면을 보고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영화한테 실연당한 기분이야. 

일찍 자야하는데 잠이 오려나 모르겠네. 



토익 공부 대신 리....리스닝 공부한 걸로. 후아...


덧. 앤 해서웨이 이쁜거야 원래 알았지만, 

제임스 맥어보이. 눈동자가 너무 매력적이잖아!



Posted by 유선♪
티켓북2012. 7. 9. 00:42
밴드 몽니(@band_monni) 계정을 팔로우한 덕분에 가든파이브에서 하늘樂콘서트라는 공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료공연인데 무려 80분짜리 단독공연으로. 지하철로 한시간 거리라서 매우매우 고민을 하다가 여기라도 가지 않으면 주말에 아무것도 안하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집을 나섰다. 

말로만 들었지 처음 가 본 가든파이브. 네이버 지도에 '가든파이브'라고 검색했더니 장지역 3번 출구로 나와 조금 걸으라고 나왔는데, 막상 가보니 공연장인 테크노관은 4번출구에서 올라가면 바로 있는 건물이었다. 
가든파이브 규모가 생각보다 굉장히 커서 놀랐고 왕십리, 삼성, 동탄에만 있는 줄 알았던 엔터식스가 있어서 반가웠다. 하늘樂콘서트는 바로 그 엔터식스가 있는 건물 옥상에서. 

"cfile8.uf@12520B4F4FF9A41F0E47EA.jpg"

몽니 공연만 알고 갔는데, 생각보다 라인업이 굉장히 좋다. 내스타일이야. 

8월에도 가든파이브를 몇차례 더 찾게 될 것 같다. 
하늘樂콘서트 매우 좋은 마케팅인걸로. 
(물론 백수인 나는 자금사정이 좋지 않아 매출신장에 도움이 안되는 고객이지만ㅠㅠ)





"cfile25.uf@1314A9404FF9A43F15DD55.jpg"

아마도 공연 한시간 전 쯤 상황. 

사진으로만 봐서는 그린플러그드 느낌이얏. 
(인조 잔디일 줄 알았는데 진짜 잔디여서 굉장히 놀랐다)

주변에 산이 보이는게 참 좋더라. 



"cfile2.uf@140166444FF9A44C1271FE.jpg"

햇빛을 피해 옆건물 옥상으로. 옥상정원에 꽤나 신경을 쓰신 것 같다. 



"cfile25.uf@201BF13E4FF9A45804F673.jpg"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아이가 날려보내던 비눗방울을 찍고 싶었는데. 실패. 

어쨌든 분위기는 좋구만~


"cfile24.uf@1917083E4FF9A4660DB930.jpg"

커..커플이 많잖아? 젠장. 



"cfile24.uf@1213923F4FF9A4701AACA0.jpg"

공연 시작. 몽니는 사랑입니다. 
몽니 공연 볼 때 사진찍는 건 사치. 
아예 카메라를 들고오지도 않아서 전부 아이폰 촬영으로~
(요즘 홀릭인 푸딩카메라 파노라마-빈티지브라운 모드)


"cfile24.uf@201687344FF9A42D1151EB.jpg"

몽니공연을 앉아서만 볼 순 없지 않소. 일어나야 제맛이지. 
제주다녀와서 새까맣게 그을려 더 멋져지신 김신의님. 
(하지만 사진엔 그냥 하얗게...후아...)


그린플에서도 그랬지만 라이브로 제일 좋았던 건 역시 Band Music. 완전 씬나~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다른 가수들 노래보다 몽니 노래가 더 좋아요.
그러니 커버곡 비중을 좀 줄여주십사. 헤헤.

(아, 음향도 살짝 문제가 있어보였지만 무료공연이니 너그러이 감안하기로~)


처음 '樂' 이라는 한자를 배웠을 때 굉장히 마음에 들었었다. 
음악 악도 되고 즐길 락도 되고 좋을 요도 되고. 

오늘 공연을 보고나니 새삼 '樂' 이라는 글자가 다시 좋아졌다. 
음악이 있고, 즐겁고, 좋고.


혹여나 갈까말까 망설이며 이 글을 보는 누군가가 있다면

"망설이지 마요."


Posted by 유선♪
티켓북2012. 3. 26. 00:39
※ 스포일러 있을겁니다. 싫으신 분은 미리미리 뒤로 버튼을 눌러주세요.
하지만 장담하건데 알고 본다고 해서 영화의 '재미'가 떨어지진 않을 거에요.

화차
감독 변영주 (2012 / 한국)
출연 이선균,김민희,조성하
상세보기




북스피어 화차 번개 이벤트가 떴다. (http://www.booksfear.com/477)
개봉한 다음날 한 번 봤지만 또 보고 싶어서 응모했다가 장렬히 탈락했다. 

그런데 특별게스트가 온단다. 
왠지 촉이 왔다. 
변영주 감독님이 오실 것 같았다.
(적어도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북스피어 블로그를 드나들다보니 이런 촉만 늘었다.)

그래서 마감 5분 전에 '사장님 실물칭찬' 멘트로 재도전하여 아슬아슬하게 당첨. 으흐흐. -_-vV
(아무래도 사장님이 '애쓴다. 그렇게 가고 싶었느냐.' 뭐 이런 심정으로 당첨시켜주시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아무튼 장소는 화차에 걸맞게 용산CGV.
대부분 초면인 사람들끼리 만나 인사만 겨우하고 영화부터 관람했다. 
마실 것 없이 소보루빵을 입 안 가득 베어문 기분으로 재관람 시작. 

가기전에 토끼구름 언니가 알려주신 화차 GV( http://rabbit2317.tistory.com/24 )를 보고 가서 GV에 언급된 포인트는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봤다. 

사실 전 날 1시 넘어서 자고 아침 스터디 때문에 6시 기상해서 12시간 넘게 밖에 있었으니 요 근래 들어 집 밖에 가장 오랜시간 나와있던 거라 조금 나른한 상태였다. 깜깜한데 들어오니 더더욱 나른. 그래서 중간에 한 두 번 하품을 하기도 했으나 끝날 때는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을 꽉 주고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실로 '짱짱한' 영화라 할 수 있겠다. 


나오면서 일행들을 기다리느라 본의 아니게 다른 관람객들이 나올 때 짓는 표정을 볼 수 있었는데 여자들은 대부분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짓고 나오고 몇 명에 한 명 꼴로 울면서 나오는 사람도 있는 반면 남자들은 뭔가 재밌게 보고나온 표정으로 '그런데 그런 여자 만날까봐 무서워'라는 말을 하며 나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아무튼 영화를 관람하고 나서 북스피어 사무실에 도착하니
생각지도 못했던 이런 뷔페가 준비되어 있었다는 건 자랑. 
(스티브님 감사합니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어요. 꾸벅)

사진 출처는 @Booksfear



마치 MT(라고 하기엔 음식이 너무 대단했지만) 온 것 같았던 술자리에 조감독님과 변영주 감독님이 오셔서 무려 두 시간이 넘게 함께 둘러앉아 대화를 했다는 건 더 자랑.
(변영주 감독님은 아이컨택 하는 순간 왠지 눈을 피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빨려 들 것 같았달까.)




약간 흔들리긴 했지만 이런 사진 찍은 건 완.전. 자랑. 



( 하지만 진정한 자랑갑은 변영주감독님이심. 이유는 생략.)




그럼 이쯤에서 내가 생각하는 화차의 재관람 포인트를 꼽아보자면 




1. 축축한 느낌을 느껴보시라.

일단 이건 GV를 보고 나서 알게 된 건데 감독님은 뜨겁지만 축축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한다.
시작할 때 물이 뚝뚝 떨어지기도 하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첫 장면도 그렇고. '선영'이 사라지고 나서 비춰지는 테이크아웃 커피잔에 빗물이 고이는 모습(난 이 장면을 떠올리면 왠지 KOXX 의 over and over에서 '꽉찬 종이컵 같은 눅눅한 불안함' 이라는 가사가 생각난다). 마지막 부분에 더운 여름날 긴팔 양복을 입고 땀을 뻘뻘 흘려 축축히 젖은 조성하의 머리카락. 뭐 대충 이런 것들이 내가 축축함을 느낀 포인트였다.  


2. 어디서 많이 본 장소들.

지나다니며 무심결에 자주 본 장소들이 나올 것이다. 이 역시 GV에서 짚어주는 포인트. 문호의 동물병원은 인근 주민들이 차로 오가며 자주 보는 장소인 것 같고, 용산역은 뭐 말 안해도 다들 알리라. 그리고 중간에 등장하는 소도시들도 그 도시의 핵심적인 장소를 먼저 비춰준다. 제천도 도착 전에 전경을 먼저 보여주고 진해에서도 로타리를 먼저 보여주는 식이랄까. 이는 우리가 무심결에 지나치는 어느 장소에서 지금 이순간에도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3. 김민희의 의상들. 

감독님 말씀이 특히 김민희 의상에 엄청나게 신경쓰셨단다. (어쩐지 강선영이 입고나오는 옷들이 하나같이 다 예쁘더라니.) 의상을 100벌도 넘게 입혀봤다고. 심지어 잠깐 등장하는 체육복조차 몇 벌씩 입혀봤단다.
특히 문호가 선영에게 처음 말 걸었던 날, 그리고 마지막 용산역 씬에서 입은 바로 그 원피스는 직접 제작한 거라고.(예뻐서 사고 싶었는데 털썩.) 선영이 전력질주할 때 날리는 속치마 색깔이 예쁜 파란색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정말 공들여 제작한 느낌이었다. 그 때 신은 빨간 구두도 직접 제작한 거라고. 문호가 말 걸었던 날은 같은 원피스에 하얀 운동화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중엔 빨간 구두를 신었고, 도망가다가 그 구두가 벗겨져 나뒹구는 것도 다 대비되어 의미가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시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갈 때랑 임정혜 만나러 갈 때 입었던 옷이 같은 옷인데 이게 보통 드라마 여주인공들처럼 예쁜 옷 냅다 협찬해서 다 입힌 게 아니구나, 정말 보통 사람처럼 현재의 강선영에게는 그 옷이 가장 고급스럽고 예쁜 옷일테니까 입고 나왔을거야.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재미있었달까. 보통 사람들은 같은 옷 코디 다르게 해서 또 입으니까. 딱 그런 느낌.


4. 문호와 선영의 커플링.  

문호는 선영과 찍었던 사진들 정리하면서 커플링도 빼놓지만 선영은 용산역 도착하기 직전에 커플링낀 손이 화면에 잡힌다. 나는 그걸 보고 손에 잡힐 뻔 했던 행복에 대한 미련이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께 여쭈어보니 선영은 반지 빼야지 하는 생각을 할 시간 자체가 없다고 생각하셨다고.  


5. 갑자기 나타나는 빨갛고 예쁜 노을.

영화 중간에 인상적인 예쁜 노을이 나온다. (라고 하지만 사실 난 처음 볼 땐 몰랐다.)
놀라운 것은 이게 전문장비로 촬영한 것이 아니라는 것. 



그 밖에도 몇가지 더 꼽자면 영화 시작할 때 나오는 장면과 트렁크가 떠오르기 직전 장면은 영화 내에서 유일하게 같은 장면이 반복되는 장면이라는 것. 선영이 애지중지하던 분양설명서가 문호와 종근이 컵라면 먹을 때는후라이팬 받침 정도로 쓰인다는 것. 정혜 집이 나오는 장면에서 정혜 어깨너머로 보이는 진열된 구두마저도 치밀하게 계산된 소품이라는 것 정도가 있으려나. 아참. 영화 보고는 상상도 못할 테지만 이 영화 순제작비가 16억 밖에 안 들었다는 것도. 잊지마시길.




내가 영화에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니고 그냥 '꽂힌' 영화만 좋아하는 편이라 치밀하게 분석하고 뭐 그럴 능력은 없지만 이렇게 구구절절 블로그에 쓰고 있는 이유는 어찌되었든 두 번 봤고 운 좋게 감독님과 대화도 나누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느낄 수 있던 이런저런 점들을 글로 남겨 놓고 싶어서다. 또 혹시나 누군가가 보고 그래? 한 번 더 볼까? 하는 마음이 생기면 좋고. 이 영화 무서워서 안볼거야 했던 사람들이 봐야겠다고 마음 먹으면 더 좋고. 

넉넉지 않은 홍보비 덕에 감독님이면서 여기 저기 방송에도 부지런히 출연하시고(두드림 꼭 보셈 두 번 보셈. 감독님한테 완전 반할걸?) 광주로 제주로 무대인사 가신다니 왠지 미력하나마 나라도 좀 도와드려야 할 것 같아.(오늘도 약속갔다가 관객 두 명 확보하고 옴.) 아무래도 감독님한테 좀 반한듯. 



스릴러라는 장르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화차라는 영화를 보기가 꺼려지는 이유가 단지 '무서울까봐' 라면 결코 별로 무섭지 않다는 걸 거듭 강조하면서. 이상 화차가 영화관 비수기인 3월임에도 불구하고 300만 이상 관객이 들기를 바라는 팬의 입장에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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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
티켓북2012. 3. 9. 15:51


※ 스포일러가 있을지도 모르니 주의하세요. 



화차
감독 변영주 (2012 / 한국)
출연 이선균,김민희,조성하
상세보기



오늘, 조조로 화차를 봤다. 매 번 쓰지 못해 벼르고 있었던 예매권까지 사용해서 무려 1500원에. 
맙소사. 그 돈 주고 본 것이 송구할 정도로 좋다. 제 값 다 주고 한 번 더 봐야하나 고민될 정도로. 


사실 화차는 재밌겠다는 생각보다는 미야베미유키 여사님과 변영주 감독님에 대한 충성심 혹은 의리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40:60 정도랄까.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원작으로, 좋아하는 감독이 만든 영화. 그러니까 꼭 봐야지. 뭐 그런 생각.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보려고 스케쥴을 조정하다가 그냥 혼자 보기로 했다. '재미'가 없을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보고 나왔을 때 영화의 무게에 짓눌리는 느낌이 들까봐. 친구들과 같이 우울한 것 보다 혼자 우울한게 나을테니까. 같은 이유때문에 조조로 봐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도 했다. 하루종일 우울할까봐.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영화는 기름기 쏙 뺀 담백한 음식 같았다.
아, 핏기를 쏙 뺀이라고 해야하려나.
오히려 더 처절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단 배우 라인업이 굉장히 좋다. 화차 기다리느라 영화를 몇 개나 놓쳤다는 이선균은 말할 것도 없고 성균관 스캔들에서의 자상한 정조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새까맣게 분장하고서 런닝셔츠바람으로 등장한 조성하 아저씨.
캐스팅 소식을 듣고 어울리겠다 생각은 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더 연기를 잘해서 이제 정말 배우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김민희, 칙칙한 영화에 해사한 얼굴로 나타나서 필요할 때 마다 포인트를 찔러주는 김별. 난폭한 로맨스 보고나서부터 좋아졌는데 영화에 갑자기 등장해서 아는 사람마냥 반가웠던 고재효 기자 배우 이희준. 정말 잠깐 출연하는 단역이지만 (심지어 얼굴은 얼마 나오지도 않아.) 굉장히 알짜정보 주고 퇴장하시는 스토커 역할에 과속스캔들 왕석현아빠 임지규까지. 제작비 16억 들었다면서 어쩜 그렇게 캐스팅이 깨알같이 좋은지. 한 명 한 명 등장 할 때 마다 감탄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천번의 입맞춤에서는 그렇게도 미웠던 우빈이 전 애인 차수연도 여기선 예뻐보이더라)


특히나 김민희의 열연이 돋보였다. 보면서 이 영화가 그녀의 배우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되겠구나. 그녀의 필모그래피에 대표작으로 기록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영화 속에서 그녀는 불안하다가 사랑스럽다가 천진난만하다가 괴기스럽고 안쓰럽고 처절하고 아름답다. 연기뿐 아니라 강선영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그녀의 가녀린 몸매도 한 몫 했으리라. 정말 나이스 캐스팅이다. 


또 하나 해사한 얼굴로 동물을 돌보면서 중요한 순간마다 맹활약을 해주는 한나역의 김별. 선영을 뒤쫓는 사람들이 남자이기에 놓치는 점까지 보완해주니. 한나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 아마도 원작에서의 사토루의 위치를 한나가 가져가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그런데 나는 김별을 볼 때마다 참 예쁘다고 생각하면서도 왜 매번 저사람이 김별이었어? 이러는걸까.) 


약혼자 가즈야(영화에서는 문호) 분량이 늘어난 것은 탁월한 각색인 것 같다. 직업이 은행원에서 동물병원 원장님이 된 것도. (동물 수술하는 장면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뭐, 원작의 혼마 형사님이 본다면 내가 뇌물받고 짤린 전 형사가 되다니 하고 분개할지도 모르겠지만. 대단한 것은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180도 달라지고 비중도 확연히 달라졌는데 원작의 맥이 그대로라는 점이다. 그래서 변영주 감독님 화차를, 미미여사님을 정말정말 좋아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잘 만들려고 엄청나게 노력했구나. 그런 생각도.

정말 재밌게 읽은 책의 영화판은 잘 보지 않으려 했던 내 오랜 습관은 이제 버려야 하지 않을까나. 





행복해지고 싶어서 온 몸에 피칠갑을 하고서 구역질을 하던 여자.
피에 젖어 퍼덕이던 나비.  
이 영화는 그 이미지로 기억될 것 같다. 




또 하나의 포인트. 영화 속 선영의 정체가 서서히 밝혀지면서 등장하는 장소 흑백다방. 
나는 
흑백이라는 간판을 보고서 여사님의 차기작을 떠올렸는데, 어머 흑백다방은 진해의 명소라네.
이것은 그냥 우연일 뿐인가. 변영주 감독님한테 물어보고 싶어. (트윗에 물어볼까. 흐음.) 
(수정) 직접 질문해본 결과 정말 우연일 뿐이었다. 으헤헤. 감독님 답변 감사해요.
 

그나저나 여사님 차기작은 외딴집과 비견될 정도라니 영화처럼 대박날 듯.


 



조조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에 관객이 꽤나 많았다. 첫날 벌써 7만이 넘게 들었다 하고 예매율 1위인 것으로 보아 이 영화가 변영주 감독님께 발레교습소 때보다 더 큰 부와 명성을 선사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매우 기분이 좋다. 발레교습소를 봤던게 2005년, 파릇파릇했던(정말?) 새내기 시절이었는데 시간이 어느새 흘러 나는 휴학까지 꽉꽉 채운 대학 졸업반이로구나. 다음 작품까지의 텀은 이렇게 길지 않기를 바라며. 화차 포스팅 끝. 



 
Posted by 유선♪
티켓북2011. 5. 7. 01:35



세종문화회관, 토스카(Tosca) 2011.04.23



4학년. 실질적 마지막 학기. 듣고 싶은 교양 수업이 없어서 고민하던차에 내가 예뻐라하는 후배 S가 오페라 수업을 듣는다길래 '고상하게 오페라를 감상하겠어'하는 마음으로 나도 신청. (근데 맙소사 수업이 지정좌석제라서 떨어져 앉게 될 줄이야.) 근데 이 수업 시험이 없는 대신에 오페라 두 작품을 감상해서 감상문을 써야한다. 중간고사를 대신하는 작품은 수업에서 단체로 신청한 오페라 토스카(Tosca).

수업시간을 통해 이런저런 오페라에 대한 상식적인 정보를 접하고, 감상하려는 오페라를 조사하는 과정은 처음엔 얼떨떨했지만, 아기 걸음마 떼듯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사전조사에 재미를 느끼는 데는 네이버캐스트 이용숙 음악평론가의 쉽고 재밌는 설명도 한 몫 했다. (이번 토스카 프로그램에 실린 작품설명도 어딘지 낯익다 해서 보니 이용숙 음악평론가가 쓴 글이었다.) 이제는 제법 오페라 용어가 익숙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문화인’이 되는 것 같아 즐겁기도 하고.


수업시간에 공연 예매를 할 때 까지는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공연 얼마 전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하는 ‘카쉬전’을 보러 왔다가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과 여기저기에 설치되어있는 ‘토스카’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내가 볼 공연이다!’ 하는 마음에 엄청 반가웠다! 흐흐


꼴랑 한 과목 시험봤지만 어쨌든 중간고사기간이 끝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오페라 공연이니 평소에는 불편해서 잘 신지 않던 구두까지 챙겨신고서 출발. (사실 이날 국악공연도 겹쳐서 4시엔 국립국악원에서 토요명품공연을, 5시반에 끝나자마자 세종문화회관으로 날아서 7시반 토스카를 관람했다지...)


같이 수업 듣는 후배와 광화문역에서 만나서 전에도 왔었던 그 ‘계단’에 서서 과제용 사진도 찍고, 프로그램도 사서 미리 읽어보고. 오페라글라스를 대여할까 생각도 잠시 했지만 예전에 뮤지컬 봤을 때 오페라글라스 때문에 오히려 어지러워서 공연에 집중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어서 2층이니 괜찮겠거니 생각하고 그냥 공연장으로 입장했다. (이 결정을 나중에 크게 후회하게 될 줄이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TV광고에서 들어만 봤지 실제로 와본 것은 처음이었다. 2층 A석은 자막 나오는 화면이 자리마다 준비되어 있었다. (3층은 양 사이드에 스크린으로 자막이 있다고 한다.) 설레는 맘으로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스카르피아 역의 바리톤 고성현 선생님이 모친상으로 목 상태가 좋지 않아 배역이 교체될 수도 있다는 안내문구가 LCD창에 떴다. 고성현 선생님이라면 우리학교 교수님으로 알고 있는데 모친상을 당하신 것도 유감이고 우리학교 교수님의 무대를 볼 수 없는 것도 아쉬웠다. (배역이 교체되었다는 안내 문구는 1막이 끝나고서야 떴는데, 나보다 더 앞에서 본 사람의 공연 후기를 보니 1막부터 최진학 선생님이 나오신 모양이다.)



토스카는 서곡이 없는 오페라이니 음악 시작과 함께 막이 열리고, 1막이 시작되었다. 미리 본 공연과는 달리 그림이 왼쪽, 안젤로티가 숨는 아타반티가의 예배당이 오른쪽에 배치되었고, 무대 뒤쪽으로는 성당 안에서 위를 올려다 보는 것 같은 구도의 배경이 자리했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안젤로티가 등장하고……. 아차, 가져간 안경을 썼다 벗었다 해봐도 거리가 너무 멀어 배우들의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오페라글라스를 빌려오지 않은 것이 무척이나 후회가 되었다.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음악은 생생히 잘 들리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그 나름대로 관람하는 수밖에 없었다. (3층엔 스크린으로 얼굴이 크게 보였다고 하는데 내 자리는 2층 깊숙한 곳이라 안보였다.ToT)


드디어 주인공인 카바라도시의 등장. 카바라도시 역은 테너 박기천 선생님이었는데, 1막에서는 뭔지 모르게 불안한 느낌도 있고 아리아 ‘오묘한 조화’ 중간에 약간 불안정한 부분도 있었지만 뒤로 갈수록 멋진 무대를 보여주었다.


토스카는 김은경 선생님. 사실 토스카를 처음 봤을 때 여자 주인공이 굉장히 질투심이 넘쳐서 당황스럽게 느껴졌다. 장르를 떠나 이제껏 봐온 작품에서의 여자주인공은 항상 완벽한 모습에 착한 성격인 것이 너무 당연하고, 질투심 넘치는 여자의 모습은 주로 조연의 성격에서만 찾을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안젤로티의 기척을 듣고, 아타반티 가의 아가씨 초상화를 보고 질투하는 토스카의 모습은 처음에는 조금 낯설게도 느껴졌지만 그래서 ‘토스카’가 사실주의적인 작품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뒤이어 스카르피아도 등장. 스카르피아 역의 백미는 정말 너무너무 밉다는 마음이 들게하는 표독스럽고 악독한 표정이라고 생각되는데 표정을 볼 수 없어서 한 번 더 아쉽게 느껴졌다. (DVD로 볼 때 어느새 몰입해서 스카르피아가 너무 싫다는 생각이 들어 화들짝 놀라기도 했으니까.) 토스카 관련기사를 보니 고성현 선생님의 스카르피아가 더 악독하게 잘 표현되었다고 하던데 고성현 선생님의 무대를 못본게 아쉽기도 하고.

20분간의 인터미션이 있고 2막. 지독하게 카바라도시를 고문하고 토스카를 괴롭게 하는 스카르피아. 그저 행복하게 살던 어느날 갑자기 큰 시련에 빠진 토스카가 가련하기도 하고……. 바닥에 쓰러져 절절히 부르는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Vissi d'arte vissi d'amore)’는 무척이나 감동적이었다. (얼마전 오페라스타2011에서 탈락한 임정희가 마지막으로 부른 아리아다.)


인터미션 없이 5분의 간격만 두고 3막 바로 시작. 1막, 2막의 무대 배경이 매우 예뻐서 3막 무대배경도 무척이나 기대를 했는데,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한 공간에 성벽과 감옥을 모두 표현하지 못할 바에 차라리 한쪽을 포기하자는 생각이었을까. 감옥이라는 표현 없이 덜렁 책상 하나 놓여져 있고, 잠시 후에는 그 옆이 사형집행장이 되고. 공연 중에 가장 아쉬운 부분이 이 부분 이었다. 하지만 3막의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 (E lucevan le stelle)'이 너무 멋져서 무대에 대한 아쉬움도 금새 사라졌다. (이것은 테이가 불렀던 아리아.) 다른 사람들도 1막보다 더 큰 감동을 느꼈는지 아리아 끝나고 나오는 박수소리도 훨씬 컸다. 후에 토스카와 카바라도시의 이중창 중간에 정적이 있자 노래가 끝나지 않았는데 박수가 터져나와 멋쩍은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카바라도시가 총살당하고 토스카가 슬퍼하다가 스카르피아를 죽인 것을 알아챈 부하들에 쫓겨 성벽으로 뛰어내리는 일련의 장면이 너무 급하게 진행된 감이 있었다. 토스카가 슬퍼하는 장면에 몰입하고 있었는데 너무 금방 끝이 나버렸다.


뭐 그런저런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그런 부분은 작은 것이 지나지 않고 전체적으로 굉장히 재미있었다. 아무리 녹음이 잘 된 음반이라도 라이브의 감동에 비길 수 없듯이 DVD공연도 훌륭했지만 역시 직접 관람하는 공연의 감동이 훨씬 크니까.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 올라타고서도 여운이 가시질 않아 머릿속에서 계속 음악이 흘러나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막상 공연 보는 도중에는 집중하고 봐서 느끼지 못했는데, 나중에서야 생각해보니 그렇게 많은 사람이 관람하는데도 휴대폰 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별다른 큰 소음 없이 모두들 굉장히 집중해서 관람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내 바로 앞자리 사람들이 서로 귓속말 하느라 자꾸 시야를 가려서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아, 그리고 LCD의 자막은 DVD자막보다 훨씬 상세하고 배역까지 친절히 나와서 공연을 보는데 굉장히 크게 도움이 되었다.


솔직히 수업과제가 아니었다면 공연도 안 봤을거고 아직도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도 몰랐을 테지. 처음엔 오페라 뭔지도 모르겠는데 계속 감상해야해서 지루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무척 재밌다. 과제하면서 아리아 찾아보다가 오페라스타도 보고. 즐거운 수업이다. 학점도 잘 나와야 끝까지 즐거울테지만. 흐흐

그리고 엄마도 이런데 좀 모시고 오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만 '고상하게' 이런거 볼라니 참 죄송스럽네. 우리엄마는 영화 한 편 보는것도 무지 문화생활한다고 즐거워하시는데. (언넝 돈벌어서 울엄마 호강시켜드려야할텐데 언제쯤이나....쩝.)


다음 공연은 마포 아트센터에서 하는 세빌리아의 이발사로 잠정 결정! 빨리 다음 공연 보고 싶구나.



Posted by 유선♪
티켓북2011. 5. 2. 01:12
먼저 노파심에 당부말씀. 2011년 1학기 현재 과제로 쓴 감상문을 다듬어 올리는 글이니 혹여라도 레포트 쓰실 때 참고는 하시더라도 긁어 붙이지는 말아주세요.



교양수업 '전통음악감상' 과제. 역시 국립국악원에서 하는 공연이 제일 좋을 것 같아서 국립국악원에서 하는 토요명품공연을 보기로 했다. 4월 공연을 알아보니 9일과 23일에 공연. 내가 보고 온 것은 23일 공연이다.

날씨 좋은 봄날, 토요일 오후 공연이니 혼자 관람하기는 조금 아쉬운 마음에 주변 친구들 몇몇에 접선해 보았으나 시큰둥한 반응. 할수 없이 공연은 혼자보기로. (아, 기말 전에 하나 더 봐야하는데, 또 혼자가야하누?)

시간을 좀 넉넉히 두고 예매를 한 덕분에 앞에서 세 번째 줄. 청소년 할인에도 해당되어(24세까지. 2011년 기준 1987년 생이면 생일불문하고 해당된다. 청소년기본법상 만 24세까지 청소년에 해당된다고.) 단돈 5천원에 공연티켓을 예매했다.

드디어 23일 당일. 주말이라고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주섬주섬 점심을 챙겨먹고서 학교 기숙사에서 넉넉하게 2시 30분쯤 출발하니 국립국악원에는 3시 30분쯤 도착했다. 공연장인 우면당을 찾아 예매한 티켓을 수령하고 공연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았으니 산책이나 할까하고 나와보니 맞은편에 국악박물관이 있다. 안내소에 물어보니 한 번 둘러보는데 빠르면 15분쯤 걸린다 해서 공연시작 전까지 국악박물관을 둘러보았다. (국악박물관은 간단히 방문자 명부만 작성하면 관람이 가능하다.)

박물관 규모는 작지만 제법 알차게 구성되어있다. 축, 어부터 시작해서 여러 악기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음악교과서에서 사진으로만 봤던 악기들을 실물로 볼 수 있다. 특히 편종과 편경은 소리도 들어볼 수 있게 되어있었는데 편경은 수리중이라 못 들어보고 편종은 버튼을 하나씩 눌러가며 들어보았다. 또 재미있었던 것은 세계의 악기가 전시된 공간이었는데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있는 나라의 악기들도 우리 전통악기들과 놀라울만큼 비슷한 것도 많았다. (특히 생황은 나란히 놓고봐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 국악사에 대한 설명이 있는 국악사실도 있고, 악기를 구경할 수도 있고, 체험관이 있어서 직접 연주도 해볼 수 있고, 악기의 소재를 손으로 만져볼 수도 있게 되어있으며 심지어 국악 '노래방'도 준비되어있다.

박물관을 둘러보다보니 얼추 공연시간에 가까워져서 다시 우면당으로. 공연장은 생각보다 무대와 객석사이가 가까워서 굉장히 생생하게 관람했다. 23일 공연은 종묘제례악, 판소리, 처용무, 강강술래 순서였다.

종묘제례악은 제사 의례음악이다보니 흥이 나는 음악은 아니지만(쪼-끔 졸리는 건 사실) 자료화면으로만 봤던 무용동작도 직접 보고, 화면의 가사해설도 보고, 수업에서 배운대로 예컨대 ‘대’와 같은 가사는 ‘다이’라고 나누어 부르는 것을 확인하면서 감상하니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정해진 박자가 없는 것 같은데도 연주가 진행되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중간에 정대업부터는 무용도 검무로 바뀌고, 아쟁이 빠지면서 징, 태평소가 들어와서 다른 느낌의 연주가 진행되었다.

다음무대는 판소리였다. 정회석 명창과 정준호 고수, 흥보가 중 흥보 박타는 대목. 정회석 명창의 말씨가 어쩐지 귀에 착착 감긴다 싶어서 찾아보니. 아아, 반가워라. 내 고향 보성의 ‘보성소리’ 전수자. 초등학교 때 학년이 바뀔 때마다 숙제로 꼭 한번씩은 판소리에 대해 조사해오라 했는데, 그래서 이름이 너무 익숙한 정응민 선생의 손자. 4대 째 보성소리를 전수하고 있는 분이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고향을 느끼는 순간이랄까. 어렸을 때 보성에서 ‘다향제’ 할 때나 뭐 이런저런 행사를 할 때면 조상현, 안숙선 명창의 공연을 어렵지 않게 관람했는데, 그 때는 뭔지도 모르고 봤던 공연이 사실은 엄청난 거였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판소리 공연은 볼 때마다 느끼지만 명창 한 사람의 존재감이 정말 엄청나다. 힐끔힐끔 공연해설 화면을 보는 사람들에게 거기 보지 말고 나를 봐줘야 내가 공연에 집중이 된다 하시던 정회석 명창. 여유와 연륜이 느껴지는 무대였다.

다음은 처용무. 피리, 해금, 대금, 북, 장구 연주자가 연주를 하고 빨강, 파랑, 노랑, 검정, 흰색의 색색깔 옷을 입은 분들이 탈을 쓰고 춤을 춘다. 중간에 하얀 옷을 입은 분이 검정옷 입은 분과 살짝 부딪히는 사고(?)도 있고 동작을 반대로 하는 실수도 있고 해서 저분은 신참인가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공연 끝나고 탈을 벗은 모습으로 무대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다섯 분 다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들이 아닌가. 여러 겹의 옷에 큰 탈을 쓰고 춤을 추느라 땀으로 범벅이 된 모습이었지만 무척 감동적이고 멋진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 강강술래. 왼쪽엔 노래하는 분들, 오른쪽엔 연주하는 분들이 자리를 잡고 빨간치마와 파란치마를 각기 차려입은 예쁜 무용단이 무대 위에서 사뿐사뿐 뛰며 원을 그렸다 풀고 모였다가 흩어지고 흩어졌다가도 다시 모이는 모습은 정말 그림 같았다. 보면서 나도 모르게 ‘강강술래~’하고 마음속으로 따라 부르며 발이 들썩들썩 했다. 기회가 되면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 졸업해버리고 나면 체육시간도 없어지니 여자들은 어디 동호회라도 들지 않으면 몸을 쓰며 운동할 일이 없어서 참 아쉽다. 이럴 땐 공 하나 들고 훌쩍 농구하러 가는 남자들이 참 부럽단 말이지.)  

강강술래를 끝으로 아쉽게도 공연은 막을 내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늘 본 공연의 여운이 남아 마음이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무거웠던 이유는 뭘까. 공연을 찾은 사람들 중 젋은 사람들은 대부분 나처럼 과제를 위해 보러온 학생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순수하게 공연을 즐기기 위해 온 사람은 내 앞자리에 앉아계시던 할아버지들 정도? 당장 나부터도 예술의 전당에는 몇 번이나 가보고, 근처에 국립국악원이 있다는 사실은 알았어도 정기적으로 공연을 하는 줄도 몰랐고 수업이 아니었으면 찾아가 볼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어릴 때 이웃에 살았던 오빠가 국립국악원 단원이라는 데 찾아가 볼 생각도 못했다.) 어찌됐든 이런 기회에라도 찾아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국립국악원(http://www.gugak.go.kr)은 예술의 전당 바로 옆. 3호선 남부터미널역, 교대역, 방배역 등에서 마을버스를 타면 쉽게 갈 수 있다. (내가 간 루트는 남부터미널에서 마을버스 서초17번.) 공연종료 10분 후에는 서초역, 교대역, 남부터미널 역으로 가는 셔틀버스가 준비되어있어 귀가길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주변에 예술의 전당도 있고 뒷동산에 산책로도 있으니 데이트 하기에도 참 좋겠다. (같이 갈 남자를 어여 찾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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