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12.28 말하는 검
  2. 2011.12.27 말하는 검 도착기념 개봉샷을 빙자한 마우스패드달력 자랑. 2
  3. 2011.06.07 홀로 남겨져
독서일기2011. 12. 28. 21:23



 

이 검은 사람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혹은 잊어버린 나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물건이네. 그래서 함부로 세상에 나오면 안 되지. 나는 괜찮을 거라 생각하지 말게. 나쁜 마음은 누구든 가지고 있는 법이니. 그저 우리는 항상 그런 마음을 저도 모르게 마음속에 담아 두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살아갈 따름이지. 이 검은 그런 마음을 불러일으킨다네……. 우리 어르신께서는 그 사실을 간파하시고 세상에 해가 되는 이 검을 봉인하라 명하셨지. 이 일을 절대로 발설해선 안 되네. 이 검에는 한 번 보기만 해도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해괴한 힘이 있으니……. p.241




여사님의 초기 중단편 모음집이다. 총 네 편의 중단편이 실려있고 그중엔 북스피어 출판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오하쓰 비기닝' 또는 '더 비긴즈' 정도라고 볼 수 있는 '길 잃은 비둘기'와 '말하는 검'이 있다. 원제이기도 한 '가마이타치'에는 반가운 겐안 의원님도 나오시고.

국어 판의 출간 순서는 <흔들리는 바위-->미인-->말하는 검>이 되고 말았는데 원래대로라면 <말하는 검-->흔들리는 바위-->미인>이었어야 하지요. 『말하는 검』의 원제는 가마이타치, 일본에서는 1992년에 발간되었습니다.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가 1991년에 발표되었지만 집필 순서는 『말하는 검』이 먼저예요. 에도시대물로는 처녀작이니만큼 미미 여사도 애틋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인지 이례적으로 '작가의 말'을 남겨두었습니다. 한국어 판에는 권두에 실었으니 읽어보시길. 

『흔들리는 바위』와 『미인』에는 기담집 '미미부쿠로'와 '네기시 야스모리 부교'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부교는 시정에 떠도는 '기이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모으는 게 취미인 사람. 그걸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 바로 '미미부쿠로(귀로 들은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주머니)'인데, 『흔들리는 바위』에서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돌’을 『미인』에서는 ‘사람 말을 알아듣는 고양이’와 '천구(天狗)라는 요괴'에 관한 전설을 모티브로 취하고 있습니다. 
 (출처: 북스피어 출판사 블로그) 
 

역시 여사님은 여사님이다. '우리 이웃의 범죄'를 읽으며 어떻게 첫 작품을 이렇게 썼는가 감탄을 했었는데, 시대물 첫 작품인 '말하는 검' 역시 같은 느낌을 준다. 우리나라 출간 순서인 흔들리는 바위 - 미인 - 말하는 검 순서대로 읽었는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 초기작이라 필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앞의 작품에서보다 어린 오하쓰를 보면서 아련한 기분마저 들었다. 이 책은 앞서 본 오하쓰 시리즈를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다. 집필 순서대로 읽는 것도 좋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북스피어 출판사의 출간 순서도 매우 마음에 든다. 


"에도 시대는 사람의 목숨을 간단히 뺏을 수 있는 시기였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연대감이 매우 강했습니다. 제가 에도 시대물을 계속 쓰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렇게 따뜻한 인간의 정이 있는 사회를 향한 동경 때문입니다. 작은 것도 함께 나누고 도와가며 살았던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책 속에서 사람이 무수히 죽는데도 책을 덮고나면 잔혹하다기보다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유는 여사님이 반한 에도시대의 매력이 여사님의 글을 통해 독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런 여사님의 매력에 푹 빠진 나는 이제 여사님 작품이라면 덮어놓고 읽게되는 팬이 되었달까. 여사님 만세!





아참, 이번 책에는 오랜만에 이스터 에그도 있으니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시길. (참고로 나는 책 손에 잡은지 5분만에 발견했다는 ^_^vV 이런 적 처음이야. 자랑자랑) 힌트를 드리자면 참으로 시의적절한 이스터에그랄까. 아무튼 책 구석구석 꼼꼼히 살펴보는 자에게 이스터에그 발견의 기쁨이 함께할지니. 그 기쁨 꼭 스스로 찾아서 느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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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
좋아요2011. 12. 27. 23:12

오랜만에 미미여사님 신간이다. 
예약판매가 걸렸다. 
이건 앞 뒤 안 재고 일단 질러야 하는거다.

크리스마스 전에 도착한다고 했으나
우리집은 초큼 시골인 관계로 
택배 아저씨가 본인 마음대로 격일로 들어오는 동네
그래서 크리스마스를 하루 넘기고서야 책이 도착했다.  





이번에는 초판한정 사은품으로 마우스패드 겸 달력이 따라왔다. 
특별히 개봉기까지 쓰게 된 건 순전히 다 이 녀석 때문이다. 


 달력인지 마우스패드인지 모를 녀석은 일단 이렇게 생겼다. 
가운데 달력 12장이 다 들어가있어 달이 바뀌면 바꿔끼우면 된다. 


달력 뒷장에는 이렇게 박비나 선생님의 깨알같은 일러스트가 들어있다. 
달력보다 그림이 좋으면 그림을 앞으로 오게 해서 쓰면 된다. 
다른 사진을 넣으면 액자로도 응용할 수 있다. 


마우스패드의 장점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이녀석 매우 쓸만한 접착력을 가지고 있다. 



먼저 냉장고에 붙여보았다. 
매우 잘 붙는다. 


 씽크대에도 붙여보았다. 
잘 붙는다. 



평소에 이렇게 쓰진 않을테지만 
매끄러운면에 착착 잘 붙는 걸 보고 신이나서 에어콘에도 붙여 보았다. 
역시 잘 붙는다. 



마지막으로 벽지에도 잘 붙는다는 제보가 있어 붙여보았다. 
벽지가 오돌토돌해서 아주 착 달라붙지는 않는다. 
사진은 겨우 찍었다. 
엠보싱없이 비교적 반질반질한 벽지에 시도해보고 싶다. 

결론은 매끄러운 면에는 다 잘 붙는 것으로. 
게다가 붙였다 떼도 자국이 남지 않는다. 

다만 이런 부작용을 발견했다. 


저 먼지를 어쩔거야 엉엉 
붙이기 전에 붙일 면은 깨끗이 닦을 것을 추천합니다.ㅠㅠ








근데 이번 책 왠지 책 날개가 이렇게 휘어서
별거 아니지만 책 넘길 때 미묘하게 거슬리네.

 

Posted by 유선♪
독서일기2011. 6. 7. 01:43


홀로 남겨져 - 10점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도영 옮김/북스피어


 육체 같은 건 어쩌면 의미가 없는지도 모른다.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것은 감정, 사념, 그리고 영혼.
 그것들은 남겨진다. 우리가 그것들을 절실하게 품었던 그 장소에 홀로 남겨져 외로이 기다리고 있다. 그 사념의 주인이, 혹은 그것과 공명할 수 있는 영혼을 지닌 이가 찾아와 자신을 깨워 주기를, 자신을 불러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p.63 (홀로 남겨져)


 남자들이 미인에 민감하다고들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여자 쪽이 훨씬 섬세한 안테나를 숨기고 있다가 스쳐 지나가는 아름다움을 잡아내는 법이다. p.77 (구원의 저수지)


"나는 죽어서 화장되어 육체가 사라졌어요. 그런데도 줄곧 이곳에 남아 있었죠. 왜인 줄 알아요?"
미노루는 용기를 내서 대답했다.
"한이 남아서겠지. 나를 미워해서……."
유리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내가 여기 남아 있었던 이유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이 날 잊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p.136 (내가 죽은 후에)


 이름은 사물의 본질을 좌우한다. 호랑이가 '호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전에는 밀림을 지배하며 어둠 속을 질주하는 악마 같은 맹수였다. 거기에 일단 이름이 붙어 분류가 되면, 어이없게도 총에 이마를 꿰뚫리는 단순한 육식 동물로 영락하고 마는 거다. p.212 (언제나 둘이서)


 어떻게든 가슴속에 막혀 있는 말들을 다 꺼내 그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알아주었으면 했다. 소란을 피우고 싶진 않다. 누가 울까 보냐.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말은 말라 버리고, 대신이라도 하듯 눈물이 흘러내렸다.
p.307 (오직 한 사람만이)



사랑해 마지않는 미미여사님의 신작 단편집.
운 좋게도 북스피어에서 하는 독자교정에 당첨되어 미리 읽어보는 영광을 누렸다.
(그날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해서 읽기 시작했으니 아마도 내가 1번 독자.)
책도 미리 받아보고. 


미니시리즈나 일일드라마 보다 재미있거나 치밀하지는 않지만,
그 나름의 매력이 있는 '베스트 극장'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장르를 따지자면 공포/미스터리물인데 미묘하게 연애소설을 읽은 듯한 아련함이 느껴진다.



책 뒷표지에 '작가의 맨 얼굴은 이런 작품집에서 드러나게 마련이다.'라는 평론가의 글이 있는데, 그 말이 딱이다. 그리고 여사님의 맨 얼굴은 1박 2일에서 김하늘의 민낯이 그랬던 것 처럼. 예쁘다. HDTV따위 두렵지 않을 만큼.




7편의 단편이 각기 자기의 매력을 발산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녀석은 '구원의 저수지'
가장 마음에 든 녀석은 '내가 죽은 후에'


아직 열대야까지는 아니지만,
더운 여름밤에 한 편씩 읽어도 좋겠다.







박기영씨가 작업한 OST 'Dreams' 도 압권이다.
한번만 들어도 주요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될 정도.

 


책등 색깔도 예쁘게 빠져서 '우리이웃의 범죄'랑 나란히 두니 참 뿌듯하다.
마음에 드는 단편집 두 권, 고이 간직해야지.






덧. 책을 사셨다면 맨 마지막 장 독자교정 3인 중 제 이름을 찾아보시라.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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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