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2013. 6. 24. 19:04


피니스 아프리카에, 북스피어, 씨엘북스 연합 낭만열차 독자교정 겸 슈퍼MT에 참가했습니다.

불꽃 튀는 북스피어의 경쟁률을 보고 잽싸게 피니스 아프리카에로 전향해서 겨우 참가기회를 얻었습니다. (피니스 아프리카에 만세! )

   

사실 교정보다는 지난 겨울 내일로 여행을 하면서 일정상 생략해야 했던 강릉에 기차를 타고 간다는 생각에 무척이나 설렜습니다. 기차에서 책(교정지) 보고 간식도 먹으면서 룰루랄라 신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그런 마음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 며칠 전 엄마가 보내주신 (텃밭에서 키운 유기농) 감자도 쪄서 챙겨 들고 신나게 청량리역으로 고고.


저와 함께 당첨된 샤르르님과 라키난님 그리도 북스피어와 씨엘북스의 참가자까지 모이니 제법 MT 분위기가 납니다. 매우 놀라운 사실은 씨엘북스에 남성 독자가 있었다는 점(씨엘북스 만세!). 

그렇게 10명 남짓한 인원이 모여서 굉장히 어색한 공기를 몰고다니며 12시 10분 청량리발 강릉행 열차에 올라탔습니다.  '열차타고 간식 좀 먹으면서 룰루랄라 하다가 슬슬 교정 좀 보겠거니' 했던 저의 예상과는 달리 타자마자 다들 교정지부터 붙잡고 교정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낭만열자 독자교정'인 줄 알고 왔는데 낭만은 없고 그냥 '열차 독자교정'만 있었어요. 또르르르.) 

   

대략 이런 광경.(사진 출처 : 피니스 아프리카에 블로그)


제가 본 교정지는 에드 맥베인의 <킹의 몸값>

 

<살의의 쐐기>를 보고 오면 좋다는 피니스 아프리카에 박 사장님의 말씀이 있었지만 사정상 읽지 못해서 결과적으로 87분서 시리즈와 에드 맥베인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킹의 몸값>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번 교정 참가자 중에는 출판업계 종사자인 분도 있고, 여러 번 교정을 보신 분도 있어서 꽤나 능숙하게 교정을 보는 분들이 많았지만, 저는 미천한 독자 나부랭이라서 교정할 부분을 잘 찾지는 못했습니다.T_T (박사장님이 교정지를 보고 황당하셨을지도 몰라요 ...☞☜...) 

변명을 하자면 앞부분은 꽤나 꼼꼼히 읽으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이게 점점 읽을수록 박진감이 넘쳐서 어느새 본분을 잊고 내용에만 집중하게 되었달까요. 

그러니까 드리고 싶은 말씀은 킹의 몸값이 재밌다는 거죠! (사전지식이 없어도!)

덧붙여 <살의의 쐐기>도 읽고 싶어집니다.


중간에 간식도 먹고 눈 아프면 창 밖도 내다 보면서 <킹의 몸값> 교정을 마친 시간이 대략 4시쯤. 5시간 남짓이라는 사장님들의 공지만 보고 대략 1시간이면 강릉 땅을 밟겠구나 했는데 웬걸 5시가 되고 5시 10분이 되어도 도착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보니 도착 예정 시간은 17시 52분. 어머! 제가 집에 갈 때 애용하는 #1441 무궁화호 열차가 용산역에서 보성역까지 5시간 36분 걸리는데, 청량리에서 강릉까지는 5시간 42분이 걸리네요. #1635 청량리발 강릉행 열차 勝. (참고로 자가용을 이용하면 용산에서 보성은 약 350km, 청량리에서 강릉은 약 230km...) 


무궁화호가 늘 그렇듯이 신호대기 지연까지 겹쳐 6시 5분쯤 강릉역에 도착. 먼저 도착해서 저희를 기다리고 있던 북스피어 마포 김 사장님, 씨엘북스 김 사장님, 새하늘미디어 홍 대표님의 차를 각각 나누어타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조금 놀라웠던 씨엘북스 김 사장님의 첫인상은 생략합니다. 흐흐흐. 이 분 반전 매력남이셔요.)


숙소에 도착해서는 굉장히 MT스럽게 그릴에 고기 구워먹고 술도 홀짝홀짝 마시면서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특히나 제가 앉았던 테이블에서는 북스피어 누리 차장님 덕분에 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는... (지금도 생각하니 광대 근육이 뻐근해져요.) 보통의 MT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명선님 덕분에 과일을 실컷 먹었다는 것 정도?


12시가 넘도록 신나게 놀다가 슬슬 정리하고 방 안으로 들어왔는데, 난데없이 마포 김 사장님이 술자리 게임을 제안하셨습니다. (맙소사!) 이 게임의 득(得)은 씨엘북스 김사장님의 반전매력을 알게 되었다는 것, 실(失)은 게임에 걸리기도 하고 술 못마시는 독자들 흑기사 해주다보니 3사 사장님들이 뻗어버렸다는 것. (분명히 마포 김 사장님이 공지에 아유, 거기까지 가서 뭘 잠을 자. 그날은 그냥 밤새 놀아요*^^* 라고 쓰신 것 같은데 가장 먼저 전사하심.)


증거사진이 요기잉네?



사장님들이 전사하셔서 술자리는 그렇게 마감이 되고... 

이튿날 아침, 여러가지 요인으로 잠을 제대로 못자고 새벽같이 일어나 여유롭게 숙소 주변 경치를 감상했습니다. 



공기 좋고 물 좋~고


그리고 마찬가지로 일찍 일어나신 이명선님 덕분에 아침부터 우아하게 핸드드립 커피를 한 잔 얻어마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MT의 MVP는 이명선님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무지무지 감사해요!)


열심히 사진 구도를 잡았는데, 휴지를 미처 못치웠다.



그리고 MT의 완성 '아침 라면'을 끓여먹었습니다. 흔쾌히 주방을 빌려주신 주인할머니께는 감사한 마음이지만, 전 그 주방에서 굉장한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그 굉장한 것의 정체는 비밀로... 



라면도 먹었겠다 이제는 집으로! 라고 생각했지만, 다음 목적지는 연곡 해수욕장이었습니다.

 

이렇게 한가롭게 바닷가 산책을 하고 바닷물에 발 담그는 정도로 끝내려고 했습니다만



아저씨들 아니 사장님들께서 바닷물에 풍덩 들어가기 시작하십니다. 

그러다 물귀신처럼 라키난님을 바다로 끌고 들어가더니 다음으로는 러닝팬츠로 갈아입은 죄로 (사장님들 그거 수영복 아니라구요... 엉엉.) 제가 풍덩. 

저를 물로 끌고 들어가신 씨엘북스 청일점 독자님과, 수영 못하는 독자를 발 안 닿는데 까지 끌고 들어가놓고 소리지르는 거 시끄럽다고 구박하신 북스피어 김 모 사장님, 잊지 않겠어요. 

마지막으로는 쿨하게 분위기 맞춰주겠다며 입수를 결정하신 이명선님까지 독자 3인 입수. (십수 년 만에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하게 되어 조...좋은 추억이었습니다만 다음 번(으잉?)에는 발 닿는데까지만 빠뜨려 주셔요. 엉엉)


 

홍 대표님과 박 사장님 뒷모습.


그리고 홍 대표님 차는 돌아오는 길에 월정사에도 들렀습니다. 천년의 숲이라는 월정사 전나무 숲은 피곤을 등에 업은 채 걸어도 좋았습니다. (피톤치드 폭풍흡입!) 



전나무 숲을 오가며 만난 다람쥐.



바닷물에 빠졌다가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서울로 올라오게 되어 여러 번 칭얼댔습니다만 재밌는 책도 보고, 오랜만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담소도 나누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MT에서 만난 분들 앞으로 3사 블로그에서, 와우북 같은 행사에서 또 만나뵙게 되기를 바라면서. 후기는 끝. 





(저는 백수라 지난 밤 10시부터 오늘 아침 10시까지 꼬박 열 두 시간을 자고 일어났는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출근들은 잘 하셨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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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
시시콜콜2013. 2. 6. 13:18

 

달빛프린스

첫 회를 시청한 이후 급격히 흥미도가 떨어져서 슬슬 안 보려던 참이었는데 요즘 주말마다 "진짜 예쁘다."를 연발하게 하는 이보영씨가 출연한다고 해서 채널 고정.

 

이보영씨는 얼굴만 예쁜 줄 알았더니 책을 사랑하고, 유니세프 봉사활동도 하는 실로 완벽한 여자였다.

심지어 선정도서는 달달 외우다시피해서 출연자 최초로 퀴즈 만점까지 달성하여 상금은 유니세프에 기부하고, 그 와중에 방송 분량은 채워야 한다며 깨알같은 재미까지 챙겼으니 제작진 입장에서 이보다 더 완벽한 출연자는 없으리라.

 

 

그 중에서도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이보영씨의 셀프카메라.

헐렁한 맨투맨 티셔츠를 입고 방 안에 책장을 보여주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 했던가.

북스피어 열혈독자(?)임을 자청하는 내 눈에 '미인'이 걸렸다.

 

 

 

방송 화면을 캡쳐하여 샅샅이 살펴보니 이 분 북스피어 독자가 확실하다.

미미여사님의 시대물(미인)과 현대물(홀로 남겨져)을 두루 섭렵하고 덴도 아라타의 영원의 아이까지...

왠지 엄청 반갑네. 흐흐흐

 

이쯤에서 이보영씨의 책장에서 발견한 북스피어 책을 소개합니다.

(생각난 김에 나도 미인 다시 읽어야겠다. 잇힝) 

 

 

 


미인

저자
미야베 미유키 지음
출판사
북스피어 | 2011-07-2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두 사람과 한 마리가 힘을 합친 환상적인 모험담!일본의 대표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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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남겨져

저자
미야베 미유키 지음
출판사
북스피어 | 2011-06-1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때로 인간의 집념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든다!일본 미스터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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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아이(상)

저자
덴도 아라타 지음
출판사
북스피어 | 2010-07-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990년대 일본 문학계를 뒤흔든 걸작 미스터리『영원의 아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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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아이(하)

저자
덴도 아라타 지음
출판사
북스피어 | 2010-07-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990년대 일본 문학계를 뒤흔든 걸작 미스터리『영원의 아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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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피어 책 외에도 내가 무척 좋아하는 이사카 고타로의 오! 파더, SOS 원숭이, 그래스호퍼,

오쿠다 히데오의 올림픽의 몸값, 국내소설 중에서는 정유정의 7년의 밤까지 확인.

 

책 뒤에 책이 또 있다고 하니 뒷칸에도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가득가득 들어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소설, 국내소설을 나누어 꽉꽉 채운 이보영씨 책장, 갖고 싶다T_T

 

 

그나저나 정재형 아저씨는 달빛프린스에서 '달빛'이 아니라 '바람에 이는 나뭇가지'를 연주하다니.

어쨌든 TV에서 Le Petit Piano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오랜만에 그 앨범 다시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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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
좋아요2012. 9. 23. 03:48


와우북 페스티벌에 다녀왔습니다. 

원래 목표는 북스피어 부스에 슬쩍 들러 아는 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다른 와우북 부스들을 휘저으며 마음에 드는 책도 좀 사고, 작년에 못 사온 책도 사는 것이었는데요. 




저의 그 소소한 계획은 21일 금요일 북스피어 부스에 발을 디딘 순간 산산조각이 납니다. 

먼저 북스피어의 누리차장님과 인사를 나눕니다. 옆에는 저와 함께 '홀로 남겨져' 독자교정 멤버였던 rsnowdrop언니가  계시네요. 홍용준 대표님도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마지막으로 북스피어 사장님께 안부인사 드렸더니 다짜고짜 책을 팔라고 하십니다. 


맙소사. 이럴 줄 알았습니다. 알면서도 제 발로 찾아간 제가 바로 정신나간 독자입니다. 

(저보다 먼저 와서 부스를 지키고 계시던 rsnowdrop언니는 정신 외출한 독자인걸로...힛) 



문제의 북스피어 부스입니다. 위치는 작년과 동일한 A-08 (홍대입구역 9번출구에서 오시면 가깝습니다.)

북스피어는 약간의 흠이 있지만 읽기에는 지장이 없는 반품도서를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판매합니다. 사진 오른쪽 매대에는 피니스 아프리카에 출판사의 책들도 있습니다. 사진 가운데에 보이는 두 분이 순서대로 북스피어 사장님과 피니스 아프리카에 사장님입니다. 북스피어 부스에서 책을 판매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 절반정도는 자발적으로 와서 책을 팔고 있는 순수한 '독자'라는 사실. 유노동 무임금의 놀라운 현장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올해 출간된 책은 싸그리몽땅 공짜로 받기로 한 행운의 '정기구독자' 인걸요. 사장님이 까라시면 까야... (밥 값, 아니 책 값 하려면 열심히 팔아야죠.)


일 년만에 책을 팔려고 하니 쑥스럽습니다. 

목청좋기로 유명한 저도 목소리가 기어들어갑니다. 책 구경하시던 분들이 제가 다가가면 왠지 자리를 떠나시는 것 같습니다. (해치지 않아요...흑.)



그렇게 21일 금요일은 소심하게 책 파는 시늉만 하다가 일이 있어 한 두시간만에 금방 자리를 떴습니다. 





다음날 아침.

 8시에 일어나 오전에 사진봉사단 행사사진 찍는데 가서 도와드리기로 약속한 인간(=저)이 눈을 뜬 시간은 10시 30분. 정신이 나간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이쯤되니 와우북에 다시 가라는 운명인 것 같습니다. 



오늘(22일)은 북스피어 열혈독자 사대영님이 직접 자석책갈피를 만들어 오신다 했습니다. (http://blog.naver.com/visualsamhap/130147505561) 이 사은품에 눈이 멀어 어제는 책 안샀습니다. 

현금구매 조건으로 주시는 사은품이니 현금 넉넉히 뽑아들고, 고생하고 계실 직원분들&독자들을 위해 붕어빵도 사들고 오늘도 역시 제발로 북스피어 부스에 찾아들어가 영업사원 코스프레 시작합니다.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가방 내려놓고 바로 판매들어갑니다. 


어제 워밍업을 해서인지 오늘은 좀 수월합니다. 제가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으시네요. 저도 좀 더 과감하게 '어떤 스타일 좋아하시느냐 추천해드리겠다' 고 하니 좋아들하십니다. 혹여 재미없으시거든 북스피어 블로그에서 풍륜을 찾아 화내셔도 좋다고 큰소리도 빵빵 쳐봅니다. (하...하지만 진짜로 화 내실까봐 초큼 무섭습니다. ) 미인이니까 '미인'을 사라고 제가 생각해도 개드립인 드립도 쳐 봅니다. 당황들 하시네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미인이라는 칭찬은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 아이디로만 접했던 독자분들을 실물로 만나니까 무척 반가웠습니다. (예를 들어 dangko님과 에델바이스님.) 그리고 추천해드린 책 사가시는 분들이 하나 둘 늘어나니 그 재미도 쏠쏠합니다. (박스 날개에 긁혀 상처가 나면서도 신명나게 박스를 만들어제꼈던 지난번 독자 혹사 프로젝트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요.) 

마침 오후에 생길뻔한 약속도 파토가 납니다. 아무래도 오늘 하루 영업에 매진하라는 계시 같습니다. 


열심히 팔다보니 학교 후배도 나타났습니다. 오랜만에 봤음에도 불구하고 철판깔고 책 사가라고 막 추천합니다. 다행이도 미야베미유키 여사님 팬이랍니다. 덕분에 두 권 팔았습니다. 후배님 땡큐베리감사. (후배님아 나 이 출판사에 취직한 거 아니야...오해마라...ㅠㅠ...) 




아아...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길에 8시간 넘게 서있었나봅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다니 이쯤되면 도망간 정신줄 잡으러 가야할 판입니다. 결국 마감하시는 모습까지 보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와우북 득템입니다. (다들 사진 찍어서 자랑하는 분위기 같아서...)


단돈 3천원에 팔길래 냉큼 집어온 이니시에이션 러브, 피니스 아프리카에의 치명적인 은총, 꽃 아래 봄에 죽기를(캬- 제목도 멋지다. 피니스 아프리카에 만세!) 에도시대물 콜렉션은 거의 완성이니 이제 현대물도 모아볼까 해서 집어들고온 지하도의 비와 이름없는 독. 


문제의 안주 3종세트 쇼핑백, 파우치(를 가장한 하얀색 필통), 행합시다 전단지. 


그리고 사대영님 특별제작 마쓰모토 세이초 옹 자석 책갈피! (사소한 사은품에 목숨거는 독자입니다. 저.)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은 저 스스로 '재미있기 때문에' 기꺼이 사서 고생한 것 아니겠습니까.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가 북스피어의 모토이고 저 역시 그러한 모토에 충실한 독자인걸요. 위에 투덜투덜 써놓긴 했지만 사실 무진장 재밌었습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내년에 또 와우북 부스에서 책을 팔고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아, 이런 거 함부로 말해도 되려나요...)


오늘 북스피어 부스에서 저를 만나신 분들이 혹여나 저 때문에 부담이 되었거나 기분 상하지 않으셨기를 바라며 추천해드린 책 재밌게 읽으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진심으로 재미있게 읽어서 추천드린 것이니 혹여나 취향에 맞지 않으셔도 너그러이 넘어가주셔요. 헤헷. 


(근데 피곤해 죽겠는데도 왜 잠은 안 올까요. 이 새벽에 블로그 포스팅을 하고있다니...ㅠㅠ...)


그나저나 사려던 책도 다 못사고 구경 못한 부스도 많아서 또 가야할 판입니다. 

게다가 23일에는 가을방학 공연도 있다는군요!!!





Posted by 유선♪
독서일기2011. 12. 28. 21:23



 

이 검은 사람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혹은 잊어버린 나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물건이네. 그래서 함부로 세상에 나오면 안 되지. 나는 괜찮을 거라 생각하지 말게. 나쁜 마음은 누구든 가지고 있는 법이니. 그저 우리는 항상 그런 마음을 저도 모르게 마음속에 담아 두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살아갈 따름이지. 이 검은 그런 마음을 불러일으킨다네……. 우리 어르신께서는 그 사실을 간파하시고 세상에 해가 되는 이 검을 봉인하라 명하셨지. 이 일을 절대로 발설해선 안 되네. 이 검에는 한 번 보기만 해도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해괴한 힘이 있으니……. p.241




여사님의 초기 중단편 모음집이다. 총 네 편의 중단편이 실려있고 그중엔 북스피어 출판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오하쓰 비기닝' 또는 '더 비긴즈' 정도라고 볼 수 있는 '길 잃은 비둘기'와 '말하는 검'이 있다. 원제이기도 한 '가마이타치'에는 반가운 겐안 의원님도 나오시고.

국어 판의 출간 순서는 <흔들리는 바위-->미인-->말하는 검>이 되고 말았는데 원래대로라면 <말하는 검-->흔들리는 바위-->미인>이었어야 하지요. 『말하는 검』의 원제는 가마이타치, 일본에서는 1992년에 발간되었습니다.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가 1991년에 발표되었지만 집필 순서는 『말하는 검』이 먼저예요. 에도시대물로는 처녀작이니만큼 미미 여사도 애틋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인지 이례적으로 '작가의 말'을 남겨두었습니다. 한국어 판에는 권두에 실었으니 읽어보시길. 

『흔들리는 바위』와 『미인』에는 기담집 '미미부쿠로'와 '네기시 야스모리 부교'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부교는 시정에 떠도는 '기이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모으는 게 취미인 사람. 그걸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 바로 '미미부쿠로(귀로 들은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주머니)'인데, 『흔들리는 바위』에서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돌’을 『미인』에서는 ‘사람 말을 알아듣는 고양이’와 '천구(天狗)라는 요괴'에 관한 전설을 모티브로 취하고 있습니다. 
 (출처: 북스피어 출판사 블로그) 
 

역시 여사님은 여사님이다. '우리 이웃의 범죄'를 읽으며 어떻게 첫 작품을 이렇게 썼는가 감탄을 했었는데, 시대물 첫 작품인 '말하는 검' 역시 같은 느낌을 준다. 우리나라 출간 순서인 흔들리는 바위 - 미인 - 말하는 검 순서대로 읽었는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 초기작이라 필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앞의 작품에서보다 어린 오하쓰를 보면서 아련한 기분마저 들었다. 이 책은 앞서 본 오하쓰 시리즈를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다. 집필 순서대로 읽는 것도 좋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북스피어 출판사의 출간 순서도 매우 마음에 든다. 


"에도 시대는 사람의 목숨을 간단히 뺏을 수 있는 시기였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연대감이 매우 강했습니다. 제가 에도 시대물을 계속 쓰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렇게 따뜻한 인간의 정이 있는 사회를 향한 동경 때문입니다. 작은 것도 함께 나누고 도와가며 살았던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책 속에서 사람이 무수히 죽는데도 책을 덮고나면 잔혹하다기보다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유는 여사님이 반한 에도시대의 매력이 여사님의 글을 통해 독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런 여사님의 매력에 푹 빠진 나는 이제 여사님 작품이라면 덮어놓고 읽게되는 팬이 되었달까. 여사님 만세!





아참, 이번 책에는 오랜만에 이스터 에그도 있으니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시길. (참고로 나는 책 손에 잡은지 5분만에 발견했다는 ^_^vV 이런 적 처음이야. 자랑자랑) 힌트를 드리자면 참으로 시의적절한 이스터에그랄까. 아무튼 책 구석구석 꼼꼼히 살펴보는 자에게 이스터에그 발견의 기쁨이 함께할지니. 그 기쁨 꼭 스스로 찾아서 느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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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
좋아요2011. 12. 27. 23:12

오랜만에 미미여사님 신간이다. 
예약판매가 걸렸다. 
이건 앞 뒤 안 재고 일단 질러야 하는거다.

크리스마스 전에 도착한다고 했으나
우리집은 초큼 시골인 관계로 
택배 아저씨가 본인 마음대로 격일로 들어오는 동네
그래서 크리스마스를 하루 넘기고서야 책이 도착했다.  





이번에는 초판한정 사은품으로 마우스패드 겸 달력이 따라왔다. 
특별히 개봉기까지 쓰게 된 건 순전히 다 이 녀석 때문이다. 


 달력인지 마우스패드인지 모를 녀석은 일단 이렇게 생겼다. 
가운데 달력 12장이 다 들어가있어 달이 바뀌면 바꿔끼우면 된다. 


달력 뒷장에는 이렇게 박비나 선생님의 깨알같은 일러스트가 들어있다. 
달력보다 그림이 좋으면 그림을 앞으로 오게 해서 쓰면 된다. 
다른 사진을 넣으면 액자로도 응용할 수 있다. 


마우스패드의 장점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이녀석 매우 쓸만한 접착력을 가지고 있다. 



먼저 냉장고에 붙여보았다. 
매우 잘 붙는다. 


 씽크대에도 붙여보았다. 
잘 붙는다. 



평소에 이렇게 쓰진 않을테지만 
매끄러운면에 착착 잘 붙는 걸 보고 신이나서 에어콘에도 붙여 보았다. 
역시 잘 붙는다. 



마지막으로 벽지에도 잘 붙는다는 제보가 있어 붙여보았다. 
벽지가 오돌토돌해서 아주 착 달라붙지는 않는다. 
사진은 겨우 찍었다. 
엠보싱없이 비교적 반질반질한 벽지에 시도해보고 싶다. 

결론은 매끄러운 면에는 다 잘 붙는 것으로. 
게다가 붙였다 떼도 자국이 남지 않는다. 

다만 이런 부작용을 발견했다. 


저 먼지를 어쩔거야 엉엉 
붙이기 전에 붙일 면은 깨끗이 닦을 것을 추천합니다.ㅠㅠ








근데 이번 책 왠지 책 날개가 이렇게 휘어서
별거 아니지만 책 넘길 때 미묘하게 거슬리네.

 

Posted by 유선♪
독서일기2011. 6. 7. 01:43


홀로 남겨져 - 10점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도영 옮김/북스피어


 육체 같은 건 어쩌면 의미가 없는지도 모른다.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것은 감정, 사념, 그리고 영혼.
 그것들은 남겨진다. 우리가 그것들을 절실하게 품었던 그 장소에 홀로 남겨져 외로이 기다리고 있다. 그 사념의 주인이, 혹은 그것과 공명할 수 있는 영혼을 지닌 이가 찾아와 자신을 깨워 주기를, 자신을 불러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p.63 (홀로 남겨져)


 남자들이 미인에 민감하다고들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여자 쪽이 훨씬 섬세한 안테나를 숨기고 있다가 스쳐 지나가는 아름다움을 잡아내는 법이다. p.77 (구원의 저수지)


"나는 죽어서 화장되어 육체가 사라졌어요. 그런데도 줄곧 이곳에 남아 있었죠. 왜인 줄 알아요?"
미노루는 용기를 내서 대답했다.
"한이 남아서겠지. 나를 미워해서……."
유리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내가 여기 남아 있었던 이유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이 날 잊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p.136 (내가 죽은 후에)


 이름은 사물의 본질을 좌우한다. 호랑이가 '호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전에는 밀림을 지배하며 어둠 속을 질주하는 악마 같은 맹수였다. 거기에 일단 이름이 붙어 분류가 되면, 어이없게도 총에 이마를 꿰뚫리는 단순한 육식 동물로 영락하고 마는 거다. p.212 (언제나 둘이서)


 어떻게든 가슴속에 막혀 있는 말들을 다 꺼내 그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알아주었으면 했다. 소란을 피우고 싶진 않다. 누가 울까 보냐.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말은 말라 버리고, 대신이라도 하듯 눈물이 흘러내렸다.
p.307 (오직 한 사람만이)



사랑해 마지않는 미미여사님의 신작 단편집.
운 좋게도 북스피어에서 하는 독자교정에 당첨되어 미리 읽어보는 영광을 누렸다.
(그날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해서 읽기 시작했으니 아마도 내가 1번 독자.)
책도 미리 받아보고. 


미니시리즈나 일일드라마 보다 재미있거나 치밀하지는 않지만,
그 나름의 매력이 있는 '베스트 극장'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장르를 따지자면 공포/미스터리물인데 미묘하게 연애소설을 읽은 듯한 아련함이 느껴진다.



책 뒷표지에 '작가의 맨 얼굴은 이런 작품집에서 드러나게 마련이다.'라는 평론가의 글이 있는데, 그 말이 딱이다. 그리고 여사님의 맨 얼굴은 1박 2일에서 김하늘의 민낯이 그랬던 것 처럼. 예쁘다. HDTV따위 두렵지 않을 만큼.




7편의 단편이 각기 자기의 매력을 발산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녀석은 '구원의 저수지'
가장 마음에 든 녀석은 '내가 죽은 후에'


아직 열대야까지는 아니지만,
더운 여름밤에 한 편씩 읽어도 좋겠다.







박기영씨가 작업한 OST 'Dreams' 도 압권이다.
한번만 들어도 주요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될 정도.

 


책등 색깔도 예쁘게 빠져서 '우리이웃의 범죄'랑 나란히 두니 참 뿌듯하다.
마음에 드는 단편집 두 권, 고이 간직해야지.






덧. 책을 사셨다면 맨 마지막 장 독자교정 3인 중 제 이름을 찾아보시라.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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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
독서일기2011. 5. 14. 15:29


이니시에이션 러브 - 8점
이누이 구루미 지음, 서수지 옮김/북스피어



리피트를 보자마자 도서관에 가서 데려온 이누이 구루미의 다른 작품.
마지막 세 줄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는 말에 '에이- 바꿔봐야 얼마나' 라고 생각한 나는 얼마나 안일했던가.
하도 반전반전 하길래 정신 똑바로 차리고 봤어도 뭐. 몰랐으니까. 완전히 당했다. 그것도 유쾌하게.

하지만 같은 서술트릭이라도 전에 봤던 모 책은 덮고나서 묘하게 기분이 언짢아 졌던 것과는 달리 이 책은 중간중간에 뭐지? 뭔가 미묘한데? 싶은 부분이 마지막 세 줄을 보면서 갸우뚱. 어라?하게 되고 뒤에 해설까지 보고나면 '아, 그런거구나' 하는 생각에 유쾌한 기분이었다. 
또 다른 차이가 있다면 전자는 '절대 눈치 못채게 꽁꽁 숨겨야지' 식의 서술이었다면 후자는 '나 여기 있으니 알아채줘요' 하는 느낌?

80년대 일본문화에 대해 좀 안다면 장 첫머리 마다 나오는 노래나 중간중간에 나오는 소품의 의미를 파악하며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작품에도 덴도가 출연한다. 분량은 작지만.
키가 190cm인 이 거구의 사나이는 나이가 더 들면 리피트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하겠지. 


북스피어 홈페이지에 가면 친절하게 완전해설판도 있다. (http://www.booksfear.com/178)
물론 미리니름 방지를 위해 파일에 암호까지 걸려있다.
책 뒤의 가로세로 낱말퍼즐을 풀어야 알게되는 이 암호가 또 매우 귀엽다.
북스피어의 팬이라면 혹은 북스피어에 관심만 있다면 3번 답이 알려주는 음절만 보고도 답이 떠오를 터.
(설마 했는데 역시 였달까.)


'그냥' 연애소설이라면 조금 밋밋한 것은 사실. 그래서 책 내용 대신 완전 해설판의 마지막 부분을 인용한다.




미스터리 마니아 분들로선 '낡은 수법이다' 'B면 읽자마자 바로 알아챘다''모르는 게 이상하다''그래서 어쩌라고?'란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처음 읽을 때 트릭을 깼다고 자랑해봤자 그 책을 재밌게 읽은 사람들의 감정을 상하게 할 뿐 누구도 유쾌해지지 않습니다. 그런건 말하지 않는 편이 득이 아닐까요. 저처럼 완전히 속아버린 미스터리 초심자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세요.



네. 저도 완전히 속은 미스터리 초심자 입니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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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
독서일기2011. 5. 13. 16:15


리피트 - 8점
이누이 구루미 지음, 서수지 옮김/북스피어


도서관에는 독특한 냄새가 있다. 문서 냄새――종이 냄새라고 해야 할까.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에는 특히 냄새가 강렬했다. (p.91-2)


그러니까 말이야. 딱히 날씨가 아니라도 역사 전체는 우리 생각 이상으로 완고하게 만들어진 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했어. 자잘하게 전과 다른 일이 일어나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원래대로 돌려 버리는 그런 이치가 작용한다는 생각이 들어. 뭐라고 말해야 할지...... 선로를 따라가는 느낌이야. 약간은 어긋나도 자연히 궤도가 수정되지. 궤도를 바꾸려면 선로 폭 이상으로 방향을 크게 틀어야 해. 크게 틀어 탈선을 시켜서 역치를 넘지 않는 한 저절로 원래대로 돌아가 버리지- .
(p.413-4)


원제는 운명의 수레바퀴 일까?

시간여행이라니, 개인적인 경험과도 맞물려서 굉장히 흥미로웠다. 꿈에서 본 장면을 그대로 현실에서 맞닥뜨린 일이 많아서―최근의 예를 들자면 한강에서의 자전거 사고 순간 같은 장면―책에서의 모리의 그 '기시감'과 함께 순간 기억이 떠오르는 느낌이 뭔지 알 것 같으니까. 뭐, 내 경우는 현실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단편적인 장면이 되풀이 될 뿐이라 책속의 인물들처럼 경마로 한 몫 잡거나 할 수는 없지만.


어렸을 적부터 반복된 그 일련의 '경험'때문에 막연히 운명이라는게 존재하겠거니―꿈을 꿀 당시에는 전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니까. 예를 들어 중학교 때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노는 장면을 꿈으로 꾼다거나 하는 식의― 작은 일이야 변동 가능성이 있겠지만 인생의 큰 줄기는 정해져 있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고, 현실에서 '아, 이거 꿈에서 꾼 장면인데 꿈이랑은 다르게 움직여볼까?'하는 생각을 했다가 왠지 꺼림칙한 마음에 관둔 적도 있어서 뭔가 이 책을 더 몰입해서 보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어렸을 때는 나 말고 남들도 다 그런 꿈을 꾸는 줄 알았는데, 친구들과 이야기해본바 반절정도는 적당히 신기해하고 반절정도는 웬 이상한 소리냐는 식의 반응인걸보니 남들은 안 그러나보다. 어쩌면 이거 '슈퍼파워'일지도.흐흐)


흔히들 생각하는 시간여행과는 조금 다르게, 굉장히 제한된 조건하에서의 '리피트'라는 소재 자체가 독특해서 재미있고.'동료'들이 맞닥뜨리는 일련의 사건들을 따라가다가 어라?하며 찾아오는 반전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데 책장을 덮고나니 왠지 모르게 찜찜한 기분이 들어 '이게 뭐야.'라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왜그랬을까.



아무튼 이런저런 일로 한 번에 몰아서 못보고 짬짬히 나눠서 봤지만 읽어내리는데 속도감은 있다. 재미도 있고. (북스피어 책들의 최고의 미덕아닌가. 재미.) 그래서 결말이 찜찜하긴 했지만 그대로 도서관에 다시 가서 같은 작가의 '이니시에이션 러브'를 빌려왔다. 다음 책은 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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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
독서일기2011. 4. 30. 00:44




p.80

"이와 님, 잘 들으십시오. 세상의 하찮은 놈들이 당신을 보고 웃는 이유는 얼굴의 상처가 흉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숨기려면 숨길 수 있는 그런 것을 숨기지 않는, 꾸미지도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 그런 강한 당신이, 세상 사람들은 무서운 게지요. 무서워서 웃는 것입니다."


p.81

"동정도 그렇고 원한도 그렇고, 받는 쪽에 그런 마음이 없으면 성립하지 않습니다. 동정을 받는 쪽은, 그것이 사실은 경멸이라고 해도 경멸받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요. 세간의 약속이거든요. 그것을 깨어버리면 아무것도 안 돼요. 마음이란, 이와 님, 어떤 마음이든 그대로 상대에게 통하는 일은 없습니다. 마음을 받는 쪽이 멋대로 만들어 내지요. 그러니 어차피―――기뻐하시는 것도 화내시는 것도―――당신 하기 나름입니다."


p.145

어차피 남에게 전해 듣는 말,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진실을 알기는 어렵다.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무리 진실을 말하려고 해도 이야기는 진실 자체가 될 수 없다. 오히려 되는 대로 아무렇게나 말을 늘어놓아도 절반은 진짜가 된다. 하나에서 열까지 지어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고, 전부 반대로 늘어놓는다 해도 바닥을 알면 오히려 도리를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철저하게 속일 수 있다면 거짓은 통째로 진실이 된다.


p.361

"세상일의 대부분은 쓸데없는 짓일세. 쓸데없는 짓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 받아들이면 행복이 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원수가 되네. 어차피 그뿐. 화복을 정하는 것은 자기자신이라고―――그것은 자네가 한 말이 아닌가."


p.404

"무서운 분이셨습니까."
"당치도 않습니다. 예쁘고 아름다운 분이셨습니다."
"호오. 내가 듣기로는 추하고 무섭다고만 하던데요."
"그것은―――."
남자는 잠시 침묵했다가 이렇게 말을 이었다.
"아름다우니 추하니, 남자니 여자니, 무사니 시정 평민이니―――그다지 상관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요모시치는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다를 바가 없다고, 어제 목소리는 말했다.




벼르고 별렀던 교고쿠 나츠히코.
읽자마자 서평 쓸 생각도 못하고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읽는 중.
읽자마자 다시 첫장으로 넘어간 건 처음있는 일이다.

뒷 내용을 다 알고 다시 읽으니 좀처럼 이해가 안 되어 대충 넘어갔던 첫 장이 이해가 된다.


안타깝고 안타깝다. 이와도, 이에몬도, 마타자에몬도 심지어 기헤이까지도 안타까워 마음이 아프다.
이와와 이에몬이 말 한마디도 다정히 하지 않아서 당혹스럽지만.
그래도 책장을 덮고 나니 이건 절절한 사랑이야기다.

집에 돌아오는 밤길에 평생에 한 번 이런 사랑이 있기는 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안 그래도 외로운데. 쳇. 하지만 이와 님이 부럽지는 않아요. 난 이왕이면 아기자기 행복하게 살래.)






요쓰야 괴담에 대해―――모르고 봐도 재밌긴했다. 물론 알고보면 어디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겠지만. (사실 앞장에 나온 설명과 역자후기에 나온 요쓰야 괴담 개요를 읽었지만 아직도 머리속에 그림이 안 그려진다. 나 이해력이 떨어지나봐.)

마음에 드는 구절을 옮겨적고 나니 거의가 마타이치의 대사다. 역시 가랑이 사이도 빠져나가는 마타이치 답다. 마타이치는 다른 작품에도 등장한다고 하니 찾아서 읽어보아야겠다.




책 내용과는 관련없는 사족을 몇 마디 달자면


일단 표지가 너무너무 예쁘다. (빌려 읽긴 했지만) 표지때문이라도 한 권 소장하고 싶을만큼.
(일본 여인이 그려져 있는데, 책 읽으면서 머릿속에 상상한 장면은 거의가 한복에 가까운 이미지다. 상상으로 자유자재로 떠올릴 만큼 일본의 전통 복식과 건축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지 못하니까. )

교고쿠 나츠히코는 장광설에 간결하지 않고 이해하기 어려운 문체라 하여 읽기가 망설여졌는데
웃는 이에몬을 읽고나니 한 번 도전해볼만 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그리고―――――요게 너무 많다. 눈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이거, 말하다 중간에 새거나 사족을 달기도 하고 말 끝까지 안 맺고 말꼬리 흐리는게 어찌 내 평소 언어생활과 비슷해서 왠지 정이 간달까. (그래서 내가 달변가도 못되고 문장가도 못되는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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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
시시콜콜2011. 4. 20. 15:56

시험 끝난 기념으로 가다라의 돼지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가

이미 더 빌려볼 것은 없지만서도 그래도 안 들르면 섭섭하니 미미여사 쪽 서가로.





정리해 놓고 왔다.

2막끼리 정리해 놓으니 참으로 보기가 좋구나
(아랫칸도 나름 북스피어끼리 모아 놓았다)


정리 해놓고 나니 뿌듯해서 기념사진 한 장 찍고 싶은데
여기는 도서관
카메라는 소리남
어쩌지?

고민 끝에 한장 찰칵 찍고 냅다 도망
순간 도서관에서 몰카찍고 도망가는 변태라도 된 마냥 가슴이 콩닥콩닥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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