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여행자2013. 1. 22. 19:54

1월 11일 금요일

 

부전-경주 (#1944)

9:36-11:34

 

 

 

뒤척이다 늦게 자서 아침에 늦잠 잘 까봐 걱정했는데 7시가 채 되지 않아 눈이 떠졌다.

(역시 여행의 힘은 위대하다.)

 

죽 데워서 환자(?) 아침 챙겨 먹이고, 바지런히 짐 챙겨놓고, 8시 반 넘어서 출근하신 사장님과 몇 마디 나누었다. 왜 이렇게 빨리 출발하느냐고, 부산에 놀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은데 다 못 보고 못 먹고 가서 어떡하느냐고 안타까워하신다. 그러게요. 언젠가 다시 와서 실컷 놀다 가는 날이 오겠죠?

 

애플게스트하우스는 조금 늦게 깨어나고 조금 늦게 잠드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다시 찾아오면 늘어지게 늦잠을 자봐야겠다.

 

 

부산버스는 타봤으니 이제 지하철도 타보자 싶어서 지하철로 부전역으로 이동했다. 서울 지하철과는 뭔가 미묘하게 다르다는 느낌이 들어 자세히 살펴보니 열차 1량에 출입문이 3개, 한 줄에 10명이 앉는다. 노약자석은 한 줄에 4인씩.

 

 

 

네이버 지도에서 지하철 부전역에서 기차역 부전역으로 가는 길을 찾아보니 7번 출구에서 빙 둘러가는 길을 알려준다. 그렇게 안내하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싶어서 돌아갔는데 이유 따윈 없었다. 괜히 추운데 돌아갔다.T_T

 

아무튼 부전역에서도 야무지게 스탬프를 찍고 9시 36분 차로 경주로 출발.

 

 

 

 

 

 

 

기차 타면 눈이 말똥말똥해지는 타입이라서 (총 5시간 30분쯤 걸리는 서울-보성 무궁화호 열차에서도 2시간 이상 잠들지 못해서 심신이 매우 피곤하다.) 창 밖을 열심히 구경하는 편인데 부전역에서 경주역으로 가는 노선은 정말이지 눈이 호강하는 구간이었다.

 

특히 중간에 '월내'라는 역에 도착하기 직전에는 기찻길 오른편으로 예쁜 바다가 펼쳐졌다. 게다가 기차역 앞이 바로 바다라니. 조금 더 부지런을 떨어서 9시 20분 차를 탔더라면 아마 내려서 바다구경을 하고 다음 차로 갔으리라. 하지만 우리가 탄 차에서 내리면 다음 열차는 2시간 후 T_T

 

 

내일로 여행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차역.

 

 

 

 

도중에 지금은 태화강역으로 이름이 바뀐 옛날 울산역도 지나갔다. 태화강 풍경에 넋을 잃은 것도 잠시, 기찻길 바로 옆이 현대자동차 철탑농성현장이어서 농성중인 노동자 옆을 지나쳤다. 이 추운 날씨에 저 위에 있는 사람의 마음은 어떠할까. 따뜻한 기차 안에서 편하게 앉아 여행 중인 나는 감히 그 마음을 상상할 수 조차 없어 송구스러웠다.

 

 

 

 

 

몸에 열이 많은 편인 동생이 겉옷을 벗고도 기차 안이 덥다며 자리와 복도를 왔다갔다 하는 사이 어느새 경주에 도착했다. 어느새 스탬프의 노예가 되어버린 나는 역에 도착하자마자 스탬프부터 찾기에 이르렀다. (경주역은 2014년 까지만 운영한다고 하니 반드시 찍어야 해!)

 

미리 봐놓은 약도대로 숙소 모모제인으로 척척 찾아갔다. 경주역에서 길 건너서 직진, 우체국에서 좌회전, 명동의류에서 우회전, 초록색 외벽의 카페 루머팡이 보이면 그 골목으로 쭈~욱 들어가 왼쪽으로 꺾으면 모모제인이 나타난다.

 

 

모모제인 후기는 공들여 써야하니 다음 편으로 이월 이월♪

 

 

 

12시가 채 되지 않았을 시간이니 아마 우리가 첫 번째로 체크인한 손님일거다. 시크(?)하신 주인언니(도무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분이지만 왠지 언니라고 해야할 것 같다.)께서 반겨주셨다. 생각보다 간단한 주의사항을 듣고 짐을 맡겨두고 나왔다. 주인 언니가 알려주신 대로 택시를 타고 국립경주박물관으로!

 

 

경주에서는 2인 이용 시 기본요금 거리라면 택시가 더 저렴하다.

일반버스는 1200원, 좌석버스는 1500원(현금가, 교통카드 이용 시 50원 할인)

그리고 좌석버스 비율이 높은 편이다.

반면 택시 기본요금은 2200원.

 

 

 

경주는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 때 온 것이 전부이니 재방문 하는데 십 년도 훨씬 넘게 걸렸다.

그런데도 국립경주박물관은 기억이 생생하다.(성덕대왕 신종을 어떻게 잊겠어.)

 

 

 

국립박물관이어서 입장료는 무료.(아이 좋아라) 입장하면 일단 성덕대왕 신종부터 보는 거다.

 

성덕대왕 신종, 일명 에밀레종.

 

 

 

근처 유치원에서 견학을 왔는지(이 추운 날 견학이라니!) 병아리 같은 아이들 한 무리가 줄 맞춰서 들어온다. 저마다 신나서 구경하는데 왠지 삐약삐약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성분 분석 결과 인(P)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으므로 사람을 넣어 만들었을 가능성이 없다는 설명을 한참 읽고 있는데 뒤에서 유치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이 종 만들 때 어린 아이를 통째로 넣어서 만들었대."란다. 뭐 전래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어른이 듣기에도 섬뜩한 이야기(심지어 잘못된 정보)를 굳이 어린 아이들에게 가르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어쨌든 어린 아이 2명 이상은 커버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그 삐약삐약하는 아이들을 통솔하는 유치원 선생님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먼저 와서 한참 열심히 구경하고 있는데 자기들 사진 찍어야 하니 비켜달라고 할 때는 조금 언짢았지만, 아무튼. )

 

 

 

휴관사실에 충격받아 사유는 잊어버렸다. 내진공사였던가. 가물가물.

 

 

 

아쉽게도 본관인 고고관은 2013년 8월까지 휴관이다. 주요 소장품은 특별전시관으로 옮겨졌다하여 특별전시관 – 미술관 – 월지관(안압지관) 순으로 구경했다.

 

 

 

사진촬영은 가능, 플래시는 금지. 그래서 흔들림*-_-*

 

 

동생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실내인 박물관을 관람하기로 한 것인데 맙소사, 춥지 않은 대신 계속 걸어야 해서 은근히 피곤하다는 점을 생각 못했다. 아 졸려~를 연발하는 동생을 끌고 월지(a.k.a 안압지)를 밖에서 대~충 훑어보고, 첨성대도 밖에서 스탬프만 찍고(!) 대릉원까지 왔는데 동생은 물론이고 나도 너무 힘들어서 대릉원 정문 옆 까페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우리에게 안락한 휴식을 허락하신 대릉원 옆 쿠키&커피

 

 

 

별 정보 없이 그냥 들어온 가게였는데 인테리어도 아기자기하고 손님도 우리뿐이라 편히 쉴 수 있었다. 수제쿠키와 커피 맛도 so so.

 

파워 충전한 덕분에 대릉원과 천마총도 슬슬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사진이 없네...흠...)

 

 

 

 

나도 안다. 경주 막 도착해서는 컨디션 난조에 박물관 구경하고나니 졸려서 후딱후딱 구경하고 돌아가야지 하는 생각에 대충 구경했다. 그래서 여행기도 재미 없을 거다. 하지만 다음 편은 우리가 꼽은 베스트 숙소 모모제인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이야기이니 기대하시라. 잇힝. 

 

 

 

Posted by 유선♪
초보여행자2013. 1. 21. 21:08

 

1월 10일 목요일

이동계획 없음.

부산 여행 .

 

 

 

첫날 밤은 4인 도미토리에 손님이 나 혼자라서 묘하게 쓸쓸하면서도 편해서 달콤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다만 히터가 건조하고 더워서 끄면 춥고 다시 켜면 건조하고 해서 1~2시간 간격으로 자다깨다 해서 일찍 기상.

 

동생님은 아직 컨디션이 안 좋단다. 근처 죽집을 수소문하여 포장해서 대령하고, 얼추 추슬러서 사장님이 알려주신 병원에 갔다. 이름하여 '코끼리내과' (부산 지역에선 유명한 병원이라고)

 

열은 나고 배는 아픈데 다른 증상은 없어서 의사선생님도 원인을 모르겠단다. 일단 증상에 대처할만한 약을 처방해줄 테니 먹고 그래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거든 원인 규명을 위해 검사를 받아야 한단다. 이제 겨우 여행 이틀째인데 이게 웬 날벼락이란 말인가.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동생만이라도 집으로 돌려보내는 상황까지 생각해야 했다.

 

그래도 전날 저녁에 먹은 소화제 덕분인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는 정도는 할 수 있다고 해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자갈치시장 친수구역에 들렀다. (친수구역이라니, 너무 행정용어 아닌가요.)

 

 

 

 

역시 부산하면 바다, 바다하면 부산이다.

시원하게 탁 트인 바다에 갈매기가 날아다닌다.

이왕이면 회도 한 점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쩌업….

 

 

 

 

동생이 히트텍 사겠다며 들어온 롯데백화점 광복점(오마이갓, 여행와서 백화점에 오게 될 줄이야.)에서 정작 히트텍 득템은 실패하고(색깔이…색깔이…풉.) 점심을 해결하고 나왔다.(부산와서 백화점 푸드코트라니! 그래도 백화점 푸드코트 죽집이 본죽보다 좋더라.)

 

 

 

 

동생 컨디션이 허락을 해주어 다음 행선지는 보수동 책방골목!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동선!)

가는 길에 BIFF거리에서 씨앗호떡 하나 사들고 냠냠. (나는야 야속한 누나라지요.)

원조집이나 승기네 호떡집은 줄이 너무 길어서 그냥 옆에 할머니 가게에서 사먹었다. 줄 없는 집에서 사먹어도 고소하고 맛나더라.

 

 

 

왠지 매력있는 책방골목.

 

 

 

보수동 책방골목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지만 나름의 멋이 있었다. 여행지에서 잠깐 들르는 것 보다는 근처에 있다면 시간 날 때 찾아가서 헌책 한 권 골라 차 마시면서 책 읽다 오면 딱 좋을 것 같은 곳이었다.

 

 

 

서점이름이 고(古) 서점입니다.

 

 

 

 

동생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보고 싶다고 해서 가격을 물어보니 허걱. 상태 최상의 중고 아니면 상태 안 좋은 새 책 같았는데 어느 쪽이라 한들 돈이 아깝겠다 싶어서 그냥 돌아서서 나왔다. (그 책은 결국 나중에 종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더 저렴하게 구매했다.)

 

원래 헌책방이라는 곳이 찾는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이상 사고 싶은 책이 막 눈에 쏙쏙 들어오는 곳은 아닌데 슬렁슬렁 구경하는 중에 문득 노무현 대통령 자서전이 눈에 들어왔다.

봉하마을 방문도 자서전 구매도 너무 늦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송구하지만 역시 '운명이다' 싶어서 바로 구매!

 

 

뿌듯한 마음으로 책방골목을 나와 국제시장도 훑어보고 외국과자 판매점에서 무려 짱구의 '초코비'도 샀다. 히히. (우리 동생님 배 다 나으면 드시겠단다.)

 

이게 바로 그 초.코.비.

 

 

 

 

앞으로의 여행을 위해 컨디션을 조절하려고 숙소로 돌아왔다. 워낙에 속성으로 돌아봐서 숙소로 되돌아온 시간이 2시 조금 전이다. 동생은 숙소에 던져두고(내 동생, 부산에서는 잠만 자다 가는구나.) 마침 같은 날 해운대에 도착했다는 친구를 만나볼까 하다가 일정이 맞질 않아서 불발. (센텀시티 영화의 전당에 톰크루즈가 온다는 날이었는데, 난 사람 많은 곳을 견딜 만큼 톰아저씨가 좋지는 않아서…)

 

'부산에서는 보수동 책방골목엘 가봐야지' 하는 정도의 계획만 짜고 온 터라. 어중간하게 남은 시간에 뭘 해야 할지 막막했다. 거실에서 폭풍검색을 하고 있다 보니 사장님들과 이런저런 얘기도 하게 되었다. 사장님이 내려주신 '하동녹차'를 따뜻하게 마시면서…(저는 보성에서 왔지만 하동녹차도 맛…있어요…)

 

고민끝에 다음 행선지는 태종대로 낙점.

 

숙소 앞 버스정류장에서 8번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면 태종대.

7살 먹었을 때쯤이었나. 친척집에 왔다가 태종대에 놀러 왔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나는데, 기억은 왜곡될 수 있다더니 내 기억과 실제 태종대는 굉장히 다른 모습이었다.

 

 

유람선 타라는 호객행위를 뿌리치고 다누비열차를 타러 걸어 올라갔다. 혼자 여행 잘 다니니 이정도 쯤이야 하고 씩씩하게 나섰는데 막상 가족끼리 온 사람들 연인과 온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다니려니 좀 쓸쓸하다. (나중에 게스트하우스 사장님 하시는 말씀이 '커플 많죠? 거기가 좀 그래요.' 라고… 미리 말씀해주셨으면 다른 데 갔잖아요. 꺼이꺼이.)

 

이게 그 다누비 열차. 이용요금은 1500원. 당일 표로 여러번 승차 가능.

 

 

다누비 열차를 타고 전망대까지 올라와보니 (참으로 진부한 표현이지만) 탁 트인 바다에 깎아지른 듯한 절벽, 멀리 보이는 거제도와 쓰시마섬 까지. 숙소에 두고 온 동생이 생각나는 풍경이었다.

 

 

자세히 보면 쓰시마섬도 보입니다. 클릭하면 커짐.

 

 

 

저게 내가 안 탄 그 유람선.

 

 

 

등대 올라가는 길에 주전자섬 한 장 더 찰칵.

 

 

 

다음 코스는 영도출신 후배가 추천한 등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니 힘은 좀 들었지만 힘이 들어도 괜찮을 만큼 절경이었다.

 

 

 

 

 

 

'타고 올라갔다가 내려올 땐 걸어 내려오세요'라는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의 말씀에 등대까지 올라왔으니 이제 돌아내려가면 금방이겠거니 하면서 걸어 올라갔는데 길이 제법 가팔라서 숨이 찼다. 그렇게 찾아간 태종사는 이름을 배반하는 스몰사이즈T_T. 아마도 등대까지 타고 올라가고 올라온 방향으로 다시 내려가라는 말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내가 그 태종사요.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서 어둑어둑해지고 날은 추워지고 생각보다 먼 길을 혼자 걸어 내려가려니 무섭기도 했지만, 노을만큼은 참 아름다웠다. 기회가 된다면 일몰시간에 맞춰서 와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둑어둑. 저 사람들마저 없었으면 나 정말 무서웠을 거야.

 

 

 

저녁시간 전에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부지런히 걸어서 하산! 다시 8번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도중에는 고등학교 때 짝사랑했던 오빠가 다녔던 해양대학교도 있고 까만 현수막이 가득한 한진중공업도 있었다. 8번 버스는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지는 버스노선이었다.

 

저녁에는 숙소 앞 용두산 공원에 올라가 야경을 보려고 했는데, 환자인 동생도 귀찮다 그러고 막상 숙소에 오니 나도 노곤노곤 흐물흐물해져서 쿨하게 PASS.

 

 

 

어제처럼 깨알같이 일기 쓰고 아까 득템한 노무현대통령 자서전 읽다가 편하게 자야지…

했는데 11시를 훌쩍 넘겨서 들어온 룸메이트들이 12시 반이 되도록 불을 끌 생각을 안 하질 않나, 불 끄고 이제 자나 싶었는데 아래 침대에서 와그작와그작 과자를 씹어먹질 않나 (아가씨…양치는 하고 주무셔야지…쓰읍…) 그러고 나니 또 옆방에서 떠들질 않나… 그래서 첫날과는 또 다른 이유로 잠을 설쳤다. (규칙이 엄하지 않은 게스트하우스의 부작용이랄까.)

 

 

게스트하우스 이용하는 게스트들, 다른 여행자를 위해서 도미토리에서는 빠른 소등과 따뜻한 배려 부탁해요. 그 시간에 꼭 과자를 먹어야 했다면 거실에서 먹어도 되잖아욧!T_T

 

 

 

Posted by 유선♪
초보여행자2013. 1. 21. 19:06

 

 

진영-사상 (무궁화호 #1954)

15:46-16:46

 

 

부산하면 돼지국밥 아니겠는가!

원래는 부전역에서 내려 지하철로 숙소까지 이동할 계획이었지만 사전에 검색해본 맛집을 찾아 사상역에서 내렸다.

 

그러고 보니 노무현 대통령님의 봉하마을에서 문재인 국회의원의 사상으로 이동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 너무 끼워 맞추나?)

 

사상역에 내려서 스탬프도 찍고 국밥집 가는 길에 안경(드디어!)도 새로 맞추고,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돼지국밥집에 갔는데 이게 웬일 먼저 먹던 동생 표정이 점점 안 좋아진다. 국밥킬러인 동생이 웬일인지 냄새 때문에 못 먹겠단다. 그 집이 기대에 한참 못 미치기는 했지만(잘못 찾아갔거나 주인이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거부할 정도는 아닌데…

 

 

 

대충 요기만 하고 나와서 남포동 숙소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는데 점점 동생 안색이 나빠지고 식은땀까지 흘린다. (알고보니 봉하마을에서 빨리 가자고 한 것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였단다. 어쩐지 평소 캐릭터에 맞지 않게 강력하게 주장하더라니...)

 

여행하다 동생이 갑자기 아플 것이라고는 생각도 안 했던지라 상당히 당황스럽다.(평소엔 그렇게 잘 먹고 잘 자는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숙소에 도착해서 동생은 쉬고 있으라 하고 근처 약국 위치를 물어 약국엘 다녀왔다.

 

약국 가는 길에 엉겁결에 BIFF 광장을 지났으나 눈에 들어올 리가 없지 T_T

다행히 근처에 약국골목이 있었고 저녁 6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대부분의 약국이 영업 중이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약국에서 어리바리하게 증상을 설명하고 약을 사다가 먹이고 쉬게 뒀다.

 

아픈 동생 덕분에(?) 숙소에 일찍 도착해서 약국 다녀오고 난리부르쓰를 하고, 잡다한 일을 다 처리하고 나서도 시간이 8시가 채 되지 않아 장문의 일기를 쓰고 슬슬 게스트하우스를 둘러보았다.

 

 

 

애플게스트하우스

2013.1.9 - 11 (2박3일)

여자 도미토리 4인실 1박 20000원, 믹스 도미토리 6인실 1박 18000원

내일로할인 -3000원, 조식 미포함

 

 

 

애플 게스트하우스 여자 도미토리.

 

 

 

애플게스트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 내일로 플러스와는 상관없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자체적으로 내일러들에게 1인당 1박에 3000원씩을 할인해준다.

 

기본 금액으로 예약을 한 후 체크인하면서 할인 금액을 돌려받는 시스템인데, 2 X 2 X 3000 = 12000원을 현금으로 돌려받으니 왠지 용돈 받는 기분이 들어 소소한 재미가 느껴졌다. 아무튼 조식이 제공되지는 않는 걸 감안하더라도 부산지역 다른 게스트하우스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거실에서 바로 보이는 부산타워. 밤이나 새벽엔 더 멋있다.

 

 

두 번째 장점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자갈치시장, 길만 건너면 BIFF광장, BIFF광장 지나면 국제시장, 보수동 책방골목으로 이어지는 지리적인 이점.

반짝반짝한 신 도심보다는 투박하고 다소 무질서해 보이는 구() 도심을 더 좋아하고, 역사 지식은 다소 미흡하나 역사적인 장소는 좋아하는 나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였다.

 

그 밖에도 엄청나게 친절한 사장님들(인지 아닌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왠지 동업하는 친구 스멜이 물씬 풍겼다.), 깔끔하고 산뜻한 인테리어 등등 좋은 점이 많은 곳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은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기 마련. 일단 애플게스트하우스는 상가건물 5층에 위치해있다. 주거용 건물이 아니라서 그런지 난방과 온수가 쾌적한수준은 아니었다. 히터 난방이어서 방이 많이 건조한 편이었고, 맘 먹고 샤워하자면 못할 바는 아니나 마음의 준비를 좀 해야 했다. (이 부분은 개인적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아침에 샤워한, 남자 사람인 동생은 씻을 만 한데?’라고 했으니 그 점 감안하시기를.)

 

 

그 외에 특이사항은 내가 가본 게스트하우스 중에서 외국인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었다.(사장님들의 유창한 외국어 실력이 원인이지 않나 나혼자 분석해 보았다.) 여자 도미토리에는 외국인 게스트가 없었는데, 믹스룸(=거의 남자 도미토리라고 봐도 무방)에는 5/6이 외국인이었다. 장기투숙자도 있는 것 같고. 딱히 대화할 기회가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고 해야 하나 안도했다고 해야 하나. 헤헤.  

 

 

아무튼 전반적으로 좋은 곳이다. 부산에 갈 일이 생기면 다시 애플로 갈 것 같다.

물론 겨울엔 좀 고민되겠지만.  

 

 

 

 

Posted by 유선♪
초보여행자2013. 1. 20. 20:25

 

난생 처음으로 발급받은 내일로 티켓

 

 

 

1월 9일 수요일

보성-순천 (무궁화호 #1972)

8:04-9:05

환승대기 약 1시간 (9:05-10:00)

 

 

계획을 짜고 게스트하우스 예약을 할 때는 그렇게도 설레더니 막상 여행 날짜가 다가오니 오히려 덤덤해졌다. 내가 너무 무덤덤해서였을까. 여행 당일 아침 눈을 떠보니 맙소사 7시 15분이다.

 

8시 4분 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정신 없이 후다닥 준비해서 나왔는데, 역 앞에서 동생녀석이 하는 말이 안경을 놓고 왔단다. 너는 눈(?)을 빼고 다니느냐고 면박을 주고, 하는 수 없이 여행 중간에 새 안경을 맞추기로 했다. 시작이 약간 삐그덕했지만 무사히 8시 4분 순천행 기차 탑승!

 

 

보성에서부터 배낭을 메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내일러들이 보인다 했더니만 순천역에 도착하니 여기도 저기도 다 배낭족이다. 만 24.99세 내일러인 나보다 훨씬 파릇파릇한 청춘들이구나 싶어서 왠지 흐뭇하게 바라보게 되었다나 뭐라나(뭐래니?)

 

아무튼 순천역이 전남지역 내일로 성지(?)라고 하더니 그 말이 맞나보다. 하지만 나는 고등학교를 순천에서 졸업했으니 순천은 과감히 패스하는 쿨한 여자.

 

 

 

 

대기시간이 한 시간 가까이 되니 근처에 문 연 안경원이 있는지 역 주변을 탐색하러 나왔는데,

 

이럴 수가, 이 곳은 내가 알고 있던 순천역이 아니구나. 으리으리 번쩍번쩍 환골탈태 했구나.

그러고 보니 내가 순천역에 마지막으로 와본 게 고등학교 졸업한 2005년이니까…… 또르르르.

 

순천역 보고 감탄만 하고 정작 안경원은 셔터가 굳게 닫혀있어서 새 안경 맞추기는 실패.

 

 

 

순천-진영 (무궁화호 #1952)

10:00-12:39

김해 봉하마을 방문

 

 

 

 

 

계획 짜는 과정이 왜 '좌충우돌'인가 하면, '봉하마을'에 가려면 '봉화역'으로 가야 하는 줄로 잘못 알고 한참 영주와 봉화를 어떻게 가볼까 하고 고민을 했다는 웃지 못할 해프닝.

(봉하마을은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이니 진영역으로 오셔야 합니다 고갱님. 저처럼 경북 봉화로 가려고 생각하시면 아니되어요T_T)

 

 

사전에 인터넷으로 찾아봤을 때 봉하마을로 가는 10번 버스가 진영역에서 12시 40분 출발이라고 하여 12시 38분에 하차해서 번개같이 달려갔다. 그런데 버스정류장에 가보니 읭? 도착 예정인 버스는 14번 뿐이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결국 택시를 타기로 했다.

 

내사랑 네이버 지도에 따르면 진영역에서 봉하마을까지는 6km에 약간 못 미치는 거리. 그런데 택시비가 7500원이다.

 

택시타면 7000원 가량 나온다는 얘기를 검색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막상 그 요금을 지불하려니 아깝다. 심지어 미터기가 너무 아래 달려있어서 핸들과 기사님 손에 묘하게 가려 출발할 때 기본요금은 물론이요 도착 시 요금도 확인하지 못했다.

 

왠지 바가지를 쓴 것 같은 찜찜한 마음이었지만 여행 시작부터 괜한 실랑이를 하고 싶지는 않아서 조용히 내렸다. (기사님이 돌아올 때도 필요하면 연락 달라며 명함을 건네주었지만 그 명함은 나중에 10번 버스 안에서 능지처참을 당했다지…)

 

 

이쯤에서 적절하게 등장하는 2013년 1월 9일에 촬영한 봉하마을 버스시간표 입니다. 참고하세요.

 

 

택시에서 내려 마을 입구 테마식당에서 일단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가격 대비 썩 훌륭한 맛은 아니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더 걸어오니 다른 식당이 있었다. 또르르) 나는 떡국을, 동생은 소고기 국밥을 먹었는데 그 국밥이 화근이었는지 동생이 속이 안 좋다고 했다. 그 때는 그저 차멀미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두둥)

 

 

 

 

 

아무튼 든든히 밥을 먹고 대통령님 묘역으로 갔다. 가는 길에 헌화할 국화도 한 송이 사고, 방명록에 이름도 남겼다. 이 곳에 오면 눈물이 난다더니 정말이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조금 났는데 왠지 창피해서 참느라 혼났다.

 

 

 

 

우연히 봤는데 익숙한 이름이.

 

  

묘역에서 묵념을 하고, 깨알 같은 박석 글귀들도 읽어보고,

원망스럽지만 밉지는 않은 부엉이 바위도 올려다보고

대통령의 길을 한 번 올라가보고 싶었는데, 택시를 다시 타고 싶지는 않고 버스시간은 애매해서 그냥 추모의 집과 생가만 둘러보고 나왔다. (특히 동생이 그냥 2 5분 버스 타고 나가자고 강력하게(?) 주장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추모의 집에서 본 풀밭에서 썰매를 타는 대통령님의 사진이었다.

봉하에 와서 슬프고 비통하기만 할까봐 입가에 스르르 미소가 지어지는 사진을 맨 마지막에 두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름 모를 누군가의 배려가 참으로 고마웠다.

 

2004년에 하신 말씀인데 오늘의 우리에게 무척 마음에 사무치는 말이다.

 

 

 

돌아오시라는 현수막이 참 서글프다.

 

 

 

 

동생의 강력한(?) 주장 덕분에 2 5분에 일명 노짱버스라고 불린다는 10번 버스를 타고 다시 진영역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다음 열차를 타기 위해 또 한 시간을 대기. (첫 날은 대기의 연속이로구나…)

 

 

진영역에서 대기중인 동생. 진영역 시설이 워낙 좋아서 난 다른 역도 다 이런 줄 알았지 뭐야.

 

 

진영-사상 (무궁화호 #1954)

15:46-16:46

 

 

기차 안이 제법 꽉 차서 누가 자리 비켜달라 하는 것 아닌가 조마조마 했지만 부산까지 앉은 채로 무사히 도착. (한 줄 알았다. 이때까지는T_T)

 

 

 

 

 

 

 

 

Posted by 유선♪
초보여행자2013. 1. 19. 16:30

 

 

 

 

예상 경로 : 보성-순천-진영-부전-경주-동대구-김천-대전-익산-전주-순천-보성

 

계획 짜면서 가장 먼저 결정한 것은 거점 여행지다.

올해 처음 가보고 좋아서 동생이랑 함께 꼭 다시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전주,

지난 해 와우북페스티벌에 갔다가 우연히 구매한 책 '게스트하우스에서의 하룻밤'에서 보고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경주,

그리고 묘하게 매력적인 도시 부산을 거점 여행지로 정했다.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많은 곳을 돌아다니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부실한 체력으로는 강행군이 불가능하리라는 것이 첫 번째 이유.

 

그리고 이번 내일로의 숨은 목표 하나가 더 있었으니…

바로 책에서 본 게스트하우스의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는 것.

(쫄깃센타 방문 이후 어쩐지 게스트하우스 매니아가 되어버린 것 같아…)

 

게스트하우스의 분위기를 대략 감이라도 잡으려면 적어도 이틀은 머물러야겠다는 생각에

각 거점 여행지에서 이틀씩 머물기로 했다.

 

 

다음은 노선도를 참고해서 시계방향으로 돌지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지를 결정.

돌아오는 날 보다는 첫날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체력안배에 나을 것 같아

시계 반대방향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제 열차시간표를 봐가면서 이동 계획 짜기에 돌입!

굉장히 머리 아프고 복잡한 과정이었지만 돌이켜보니 참 즐거운 과정이었다. 

 

 

열차 시간표는 100% 코레일 글로리 어플을 참고했다.

참으로 유용한 어플이지만 직통과 환승을 한 번에 검색할 수 없는 것은 불편하다.

그리고 환승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니 환승노선을 검색할 때는 노선도와 비교검토해서 직접 따로 검색을 해볼 것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전주-보성의 경우 글로리 어플로 검색해보면 ktx-무궁화호 환승노선만 검색되지만 전주-순천/ 순천-전주 노선을 따로 검색해보면 무궁화호-무궁화호 환승이 가능하다. 

 

 

1월 9일 수요일

 

보성-순천

8:04-9:05

환승대기 1시간 9:05-10:00

 

순천-진영

10:00-12:39

봉하마을 방문

 

진영-부전

15:46-16:46

(19:58-20:57)

 

애플게스트하우스 (2박 예정) 1박 17000원(도미토리, 내일로할인 3000원)

 

 

1월 10일 목요일

 

부산 여행

 

 

1월 11일 금요일

 

부전-경주

9:05 / 9:20 / 9:36 /11:50 / 13:00 /

 

모모제인 게스트하우스 (2박 예정) 1박 15000원 (도미토리, 할인 이벤트 중)

 

 

1월 12일 토요일

 

경주여행

 

1월 13일 일요일

 

경주-(동대구)-김천

9:36 - 12:23

(11:19 - 13:56)

김천 직지사

 

김천-대전

17:32(누리로)/ 17:43 / 18:29 / 19:25 /

 

산호여인숙 (1박 예정) 1박 10000원 (2인실, 내일로 할인 5000원)

 

 

1월 14일 월요일

대전-(익산)-전주

10:51-12:26

12:39-14:39

 

기와지붕아래 여누 (1박 예정) 1박 50000원 (2인실)

 

전주여행

 

1월 15일 화요일

 

전주-(순천)-보성

16:05-(17:27-17:50)-18:45

 

 

 

여행 준비물

 

털모자, 패딩 점퍼, 도톰한 니트 한 벌, 기모 청바지 한 벌, 히트텍 티셔츠 두 장, 양말 네 쌍, 속옷 네 벌, 벙어리장갑, 넥워머

겉옷은 짐을 줄이기 위해 과감하게 한 벌로, 대신 내복으로 히트텍을 갈아입으며 버티기로.

중간에 경주 모모제인 게스트하우스에서 세탁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양말과 속옷도 네 세트만 챙겨가기로 했다.

 

간단한 세면도구, 화장품, 수건 한 장.

샴푸, 린스, 바디워시, 수건 등을 다 제공하는 게스트하우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으니 간단한 세면도구는 꼭 지참.

 

관광지 지도, 다이어리.

관광지 지도는 해당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배송기간 고려하여 여행가기 열흘~일주일 전에 신청하면 여행가기 전에 받아볼 수 있는데,

이왕이면 일찍 신청해서 사전에 여행코스를 짜보는 것이 좋을 듯.

 

그리고 여행기간 동안 일기도 쓰고 기차역 기념스탬프도 찍을 다이어리 준비.

 

카메라, 핸드폰, 각종 충전기

DSLR 카메라를 서울 집에 놓고 와서 선택의 여지 없이 똑딱이 카메라를 가지고 가야 했는데

짐의 무게를 생각하면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일로 티켓

다양한 내일로 플러스 혜택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고민하게 만든 내일로 티켓.

나는 결국 고민 끝에 산호여인숙 5000원 할인을 받기 위해 대전역에서 발권했다.

Posted by 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