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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26 [2013 겨울 내일로] 5일차_ 대전 산호여인숙 1
초보여행자2013. 1. 26. 23:34

 

1월 13일  

 

경주-(동대구)-대전

13:42-14:54 (무궁화호 #1780)

15:35-17:20 (새마을호 #1022)

 

 

1시 42분 동대구행 무궁화호를 타려고 글로리 어플로 좌석을 확인해보니 어머, 빈자리가 몇 개 없잖아. 아아 오늘은 일요일이로구나. 경주에서 동대구, 동대구에서 대전까지 앉았다 비켜주기를 반복하면서 주말에는 긴 이동코스를 넣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하지만 나는 이번이 마지막 내일로라는 것이 함정.T_T)

 

 

 

 

산호여인숙

1박 10000원 (2인실, 내일로 플러스 할인 5000원)

 

 

점심 조금 지나 출발했는데 대전에 도착하니 어느새 해가 져서 어둑어둑해지고 안개까지 자욱하다. 철도 역사의 성지 대전역에서 내일로 플러스 기념품 받고 (스탬프를 깜빡 했다. 엉엉) 부지런히 걸어서 숙소인 산호여인숙에 도착했다.

 

 

 

대전역(기차역)에서 중앙로역(지하철역)을 지나 캐딜락(드림걸스에서 캐딜락 카~ 하는 바로 그 캐딜락맞다.) 앞까지 쭉 직진. 캐딜락에서 좌회전 직진하다가 황금연못이라는 간판이 보이면 우회전, 조금 더 가서 설탕수박이라는 노란 간판이 보이면 우회전.

 

그러면 막다른 골목 끝에 산호여인숙이 기다리고 있다.

 

 

 

 

 

 

 

처음 산호여인숙 문 앞에 섰을 때는 뭐랄까.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문이 아닐까 하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했다. 새벽같은 분위기의 어스름한 저녁, 안개까지 자욱하게 내려 앉은 날씨에 앙증맞은 그림이 그려진 동그란 창에서 불빛이 새어나오는 모습을 본다면 그런 상상도 무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사장님을 찾으니 과연 책에서 본대로 '어린왕자' 느낌을 물씬 풍기는 사장님이 나오신다. 1층은 지역 예술가들을 위한 전시공간이고 게스트하우스는 2층이다. 사장님의 안내를 받아 2층으로 올라가는데 왠걸 실내임에도 복도에서 입김이 나오는 정도다. 

 

아, 오래된 건물이라 우풍이 심해서 내복을 입고오면 할인해준다는 말을 보긴 봤는데, 이정도일 줄이야. 날도 추운데 잘못 찾아온 걸까. 뭐 그런 고민을 심각하게 하고 있는데 막상 방에 들어가니 공기가 훈훈하다.

 

우리가 머물 방은 이층침대가 하나 있는 2인실 '스마일'방. 침대 2층은 공기가 차서 추우니 바닥에서 자는 게 좋을 거란 말씀에 바닥에서 자기로 했다.

 

 

 

 

 

 

 

짐을 풀고 슬슬 주변을 둘러보니 이곳 인테리어가 참 깨알같다. 방문 위에 요정들, 침대 난간에서 모티브를 얻은 동물원 그림. 그리고 동생 말로는 남자 화장실 변기 뚜껑 위에는 항공모함 그림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아무리 무뚝뚝한 사람도 이곳에 오면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될 거다. 

 

 

 

 

복도를 둘러보다가 의외의 곳에서 반가운 녀석을 만났다. 미놀타 X-300. 아빠가 쓰시다가 나에게 물려주신 카메라와 같은 기종이다. 이번 여행에 이 녀석을 데려올까 DSLR을 가져올까 고민을 하다가 아무래도 짐이 무거워서 둘다 포기했는데, 필름카메라를 가져올걸 그랬다고 잠시 후회했다.

 

 

 

여행 시작하고 처음으로 동생이랑 한 방에서 자게 된 거라 도란도란 얘기도 하고 아침엔 깨우기도 쉬워서 편했다. 산호여인숙은 방 인원 수에 상관없이 다 같은 가격이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2인실을 이용할 수 있다. (우리 남매는 내일로 플러스를 이용해서 2인실을 2만원에 이용.)

 

다만 '관계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남녀 게스트의 혼숙은 불가능하니 참고.

 

 

 

 

방바닥이 따뜻해서 잠자리에 불편은 없었는데, 말도 안되는 악몽을 꾸고 또 다시 일찍 기상.

 

내일로 할인 시 조식은 제공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는데, 막상 도착하니 사장님이 주방에서 라면 끓여드셔도 된다고 해서 아침 먹으러 주방에 가보았다.

 

 

 

철가방에 디스플레이 된 라면이라니. 안 먹을 수가 없잖아. 

결국 아침부터 너구리 두 마리 폭풍 흡입.

 

 

월요일엔 내가 너구리 요리사! 라면 끓이는 동생느님.

 

 

 

 

 

 

식당 겸 사무실. 지역 예술인들의 포스터로 빼곡하다. 

계획 짤 때 '대전은 살기 좋은 도시지만 구경할 건 없어요.' 라는 말에 대전에서는 잠만 자기로 했는데 살짝 후회가 된다. 다음번엔 대흥동의 '원도심레츠'를 다시 찾아야겠다. (좋아하는 것 목록에 '원도심'도 추가해야겠다.)

 

 

 

 

 

지난 전시회 현수막인 모양이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아쉽게도 진행중인 전시회가 없었다.

다시 와야할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마당 한 켠에 자리잡은 도서관. 다음 번에 오면 들어가봐야지.

북스피어의 소식지 르 지라시를 선물하고 싶은 이름이다. 

 

 

  

 

 

 

역시나 하룻밤만 머물고 가자니 아쉬움이 앞선다. 하지만 오래된 건물답게 우풍이 있어서 산호의 공동샤워실에서 머리는 감아도 샤워할 엄두는 나지 않는다. 하루 더 머물렀다면 좀 곤란했을지도 모르겠다. 날씨가 더 포근해지거든 다시 들러야겠다. 전시 일정에 맞추어 작품 구경도 하고, 대흥동의 다른 명소들도 돌아다녀보고, 대전의 명물이라는 칼국수도 먹어봐야지.

 

 

'게스트하우스에서의 하룻밤'이라는 책을 낼 때 산호여인숙의 사장님은 책에 실리는 것을 망설이셨다고 한다. 산호가 너무 유명해지면 '옥상달빛과 십센치가 유명해졌을 때의 기분'이 들 것 같다고. 그 기분을 아는 사람이라면 만나보고 싶었다.

 

산호여인숙에 와보니 확실히 옥상달빛이고 십센치다.

나만 몰래 알고 싶은 매력이 철철 넘치는 곳이다.

 

다른 게스트하우스같은 시설을 기대하고 온다면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곳은 지역 예술활동이 '주' 이고 여행객을 위한 공간은 '부'이니 조금 불편해도 감수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방문하면 좋겠다. 

 

 


큰지도보기

산호여인숙게스트하우스 / -

주소
대전 중구 대흥동 491-5번지
전화
070-8226-2870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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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