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2011. 4. 15. 11:35
영원의아이(상)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공포/추리소설
지은이 덴도 아라타 (북스피어,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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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아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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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덴도 아라타 (북스피어,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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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이상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다. 알리고 싶지 않다. 진실이 항상 사람을 구하는 것은 아니다……. (하권 p.97)


 언젠가는 이게 내 현실, 진정한 나라고, 이 손으로 껴안을 수 있을 때가 올까.
 전에는 포기하고 있었어. 지금은, 틀림없이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리라고 믿고 싶어. 슬픈 일이 많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날 지탱해 주고 있다는 걸 알았어, 허무함에 틀어박히지 않고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노력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
 그러기 위해서는 비밀이나 거짓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 이지마 씨 한테도 비슷한 말을 들었어. 비밀이나 거짓을 갖는 게 어른이 되는 일인 양 말할 때도 있지만, 우리는 괴로운 일이 있을 때마다 비밀이나 더욱 슬픈 결과를 부르고 말았다는 생각도 들어.
 진실을 밝히는 일이 주위를 괴롭게 만든다고 해도 비밀이나 거짓으로 도망치지 않기……. 진실을 밝혔기 때문에 일어나는 더욱 큰 비극이나 악조차도 받아들이려는 태도야말로 성장으로 이어지는 길일지 몰라. (하권 p.825-826)





어쩌면 내가 이 책을 선택한게 아니라 이 책에 나에게 온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중간고사 기간이지만 시험은 하나,
그마저도 오픈북 테스트라 시험 전 주인데도 여유가 있었고,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는 상법강의를 의무수강하느라 지쳐있었고,
때마침 북스피어 독자교정에 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대표님 블로그를 뒤적이다 덴도 아라타의 붕대클럽을 발견했고, 아! 덴도 아라타라면 이참에 영원의 아이도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도서관에서 세 권의 책을 빌려오게 된 거다.



그렇게 읽게된 영원의 아이는 엄청났다.
모방범 이후에 이런 느낌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읽고나니 어떤 형태가 됐든 글로 써서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 맴돌았다.
신나게 읽어 놓고서는 금새 까먹어 버려서 누가 '그 책 무슨내용이야?'라고 물어오면 제대로 대답을 못하는 내가 다 읽은 책을 덮고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비몽사몽간에도 독후감, 독서감상문 따위의 중학교 시절 방학숙제 이후로는 잘 떠올리지도 않았던 단어들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언젠가는 읽은 책들에 대해 포스팅을 체계적으로(과연...) 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비로소 실행에 옮길만한 에너지를 주는 책을 만났달까.



아, 아직도 마음이 먹먹하다.
혹자는 보는 내내 눈물이 났다고 했지만, 나는 울 수가 없어서 더 마음이 아프고 가슴에 뭔가 얹혀있는 느낌이 계속 든다.

주인공들에 비하면 나는 너무나 평탄하게, 평범한 가정과 어떻게든 우리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시는 부모님 사이에서 충분히 사랑받으며 자랐기 때문에 그들의 아픔을 1억분의 1이라도 알지 못한다. 그저 얼마나 아플까, 얼마나 화가날까 추측할 뿐이다.

책을 읽는 중간엔 잠시 쇼이치로와 유키, 그리고 료헤이와 나오코가 이대로 행복해지기를 바라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그들의 아픔을 끝내 이해할 수 없는 제3자의 강요인 것만 같이 느껴져서 관두었다. 다만 붕대클럽을 읽은 직후였기 때문에 유키의 왼팔에, 모울의 벽장에, 지라프의 흉터에 붕대를 감고 '네 탓이 아니다. 네 잘못이 아니다' 하고 꼬옥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아- 이렇게 쓰고보니 붕대클럽은 유키의 왼팔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뭔가 그럴듯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여기까지 쓰고나니 꽉 막혔다.

요즘의 나는 좋게 말하자면 치유와 회복의 시간 혹은 폴짝 뛰기 위한 웅크림,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이건 아닌가?) 아무튼 뭐 그런거. 실상을 말하자면 한껏 힘을 주었다 빼고나니 다시 힘을 쓰기에는 손발이 후들후들 떨리는 것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어영부영 학교도 다니면서. '이제 슬슬 일어나야하지 않니?'라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은 나쁠테지만 수긍할 수밖에 없을 상태.

그런 나에게 영원의 아이는 뭔가 자극이 되기도 하고 (사토시, 시험에 두 번 만에 붙다니 흥!)
'뻔히 아는 결과지만 역시나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기분이 나빠질' 합격자발표의 날을 책에 정신이 팔려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스르르 넘어갈 수 있게 해주기도 했고 아무튼 이래저래 의미가 있다.

고마워, 영원의 아이.


쓰고나니 독후감이 아니라 그냥 일기군.
아무튼 사다가 보성 집 책꽂이에 은근슬쩍 꽂아두어서 막내동생에게 읽히고 싶은 책.(모방범도 그렇게 해서 읽게 했다지) 따뜻한 사람이 되어라. 다른 사람도 배려해라. 타인의 아픔을 그냥 지나치지 말아라 하고 백마디 하는 것 보다 이 책 한 번 읽히는게 더 영향력이 크지 않을까 싶다.





덧붙임.

- 반납해야 하는데...반납하기가 싫다.(재밌다고 너무 빨리 읽어버렸어.) 며칠 묵혔다가 갔다줘야지.
- 그래도 사람이 너무 많이 죽는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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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