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2011. 11. 12. 21:48


사진 출처 : 슈퍼스타K 방송화면 캡처

이토록 멋지고 아름다운 2등이 또 있을까.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 결과였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버스커버스커 본인들도 이미 수많은 인터뷰에서 우승에 기대가 없음을 밝히고 있고, 심지어 순서선택권을 손에 쥐고서 주인공이 뒤에 하는 거라며 본인들이 앞에 서고 울랄라세션 공연을 뒤에 배치했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했다. 어떤 이들은 너무 뻔해서 재미가 없다고들 말하지만, 버스커버스커가 ‘서울사람들’을 이만큼 잘 뽑아내지 않았다면 결단코 지금만큼 흥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 방송 최고 시청률을 찍은 부분이 버스커버스커가 ‘서울사람들’을 부를 때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뻔했던 승부를 축제로 만드는데 버스커버스커가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번 전문가 선곡을 위한 VCR촬영에 다녀온 것을 계기로 이번 생방송 무대를 현장에서 보게되었다. (기꺼이 촬영에 협조했던 사람들을 끝까지 유린한 제작진의 횡포는 내 언젠가 꼭 성토하고 말리라.) 현장에서도 확연히 느껴졌던 함성의 차이. 그렇지만 버스커버스커는 남의 잔치에 온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아니라 즐거운 경쟁자의 위치를 잃지 않았다. 욕심을 내려놓고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 멋진 모습이었다. 승부에 허덕이지 않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좋았다. ‘너무’ 뒤에는 부정적인 말이 와야 하니 어법에는 맞지 않지만 달리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포기 대신에 초심으로 돌아왔다. 김도현의 표현에 따르면 10% 모자르다는 장범준은 사실 맹구를 가장한 천재일지도 모르겠다.(어쩌면 실질적으로 장범준을 조종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있는 김형태가 천재일지도.) 버스커버스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의 어떤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길거리 공연할 때 항상 안고 다니며 연주하던, 때 묻은 스티커가 붙어있는 통기타가 클로즈업되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그 순간만큼은 더 화려하고 더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는 어떤 기타보다도 더 멋진 기타였다. 영리하다. 팬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포인트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시작하자마자 마음 찡하게 만든 문제의 그 기타. (근데 또 소리 안 나올까봐 조마조마했던건 나뿐인가?)




이 밴드의 창의성과 공감의 코드는 이번 무대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본인들 경연만으로도 정신없는 와중에 서울사람들이 잠이 없고 피곤하겠다는 생각까지 하다니.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특한' 밴드다.  ‘완전 타이얼드’ 라는 소박한 발음의 가사. 많은 사람이 공감했으리라 생각한다. 우승내기는 울랄라세션에 걸었다는 친구가 서울사람들 가사에 완전히 공감했다고 할 정도니까. 음원으로 꼭 출시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작사가로 저작권료 좀 챙겼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누나가 음원 사주께. 150곡 쿠폰 말고 제 돈 다 주고 사주께.)


또 하나, 버스커버스커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그들의 자작곡. 팬들 사이에서는 내심 결승무대에서 자작곡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비록 자작곡 무대를 선보이지는 못했지만 (광주 공연에서 보여준 자작곡도 전파는 못탔다) 대신 팬들의 바람은 I believe 후렴구에서 조금이나마 충족된다.

 


순서대로 앞이 자작곡인 향수, 뒤는 이번에 보여준 I believe의 일부이다.


이건 보너스.
앞은 자작곡 니 옆에 그사람은 정상이 아니야의 도입부,
뒤는 어쩌다 마주친 그대의 도입부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쏠쏠한 관전 포인트.
(안 되는 실력에 편집하느라 공 좀 들였다.)

 



팬들의 이런 바람까지 미약하나마 이루어지니 참으로 기쁘다. 이렇게 깜찍한 무대라니. 보는 이로서도 즐겁지 않을 이유가 없다. 너희 덕분에 우승팀의 앵콜무대에 기쁜 마음으로 박수 쳐줄 수 있었고, 방송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그 새벽에 덜덜 떨면서 택시잡느라 한참을 고생했어도 즐겁게 돌아올 수 있었노라고 옆에 있으면 등이라도 토닥토닥 두드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형태 형 따라오니라 수고했다


윤택이 형, 더러운 우리랑 살아줘서 고마워영ㅋ





‘서울사람들’ 곡을 들은 장범준이 작사를 해보겠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표현하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장범준이 작곡가의 곡을 듣고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처럼, 팬인 나도 버스커버스커의 노래를 듣는 순간, 이 즐거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이 이런 글을 쓰게 되는 동력이 된다. ‘나는 가수다’가 흥행에 성공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실력있는 가수들의 공연이 다른 사람들과 그 느낌을 나누고 싶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었는가.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들이 앨범을 내고 가수로 데뷔한다면 반드시 잘되리라 생각한다. 분명히 파급력이 있고 확장성이 있는 뮤지션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될 버스커버스커가 너무나 기대가 된다. ‘I Believe' 다.

 

 





 

 

Posted by 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