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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2011. 7. 25. 19:45
마리아비틀 Mariabeetle - 8점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상대하는 인간의 감정의 막 같은 것을 언어라는 손톱으로 할퀴는 감각이 왕자는 좋았다. 육체는 단련할 수 있지만, 정신의 근육 트레이닝은 쉽지 않다.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해도 악의의 가시에는 반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52

인간에게는 자기 정당화가 필요하다. 자기는 옳고, 강하고, 가치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그러므로 자신의 언동이 그런 자기인식과 괴리되었을 때, 그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변명을 찾아낸다.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 바람피우는 성직자, 실추한 정치가, 그들은 하나같이 변명을 구축한다. 128

사과의 말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상하관계를 만들기 때문에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135

다시 말해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인간은 무서운 결단이나 윤리에 반하는 판단을 내려야 할 때야말로 집단의 견해에 쉽게 동조하며, 더 나아가 '그것이 옳다'고 확신하는 게 아닐까. 141

"참 나,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확실치도 않아.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바보 취급당해. 알아들어? 알코올 중독을 고치는 유일한 방법은 금주를 계속하는 것뿐이야. 한 모금이라도 마시면 끝이니까. 다른 무엇보다 성취감이란 술이나 약으로 얻는 게 아니니 성실하게 일할 수밖에 없어. 편하게 쾌감을 손에 넣으면, 인간의 육체는 의존 형성을 실행해." 148-9

"다시 말해 자기는 무력하다는 학습을 받으면, 조금만 노력해도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아무것도 안 하게 된다는 거지. 그건 인간도 마찬가지야. 가정폭력도 다를 바 없어. 엄마는 당하는 대로 가만있어. 무력감이 뿌리 깊게 심어져 있기 때문이지." 163

물건을 훔치거나 남을 때리거나 하는 인간에게는 법률이 기능한다. 법조문을 적용해 벌을 주면 끝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훨씬 애매모호한 악의는 간단치가 않다. 법률은 효력이 없다. 235

"인간은 결국 주위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서 행동한다는 거야. 인간은 이성이 아니라 직감으로 행동해. 그러니까 자기 의사로 뭔가를 결단한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주위 사람들에게 자극이나 영향을 받는거지. 나는 독립했다, 오리지널한 존재다, 하고 생각하지만, 그래프를 구성하는 일원에 불과한 거야. 알겠어? 예를 들어 어떤 사람한테 '당신 좋을대로 행동해도 좋다'고 말하면, 그 사람이 가장 먼저 뭘 하는지 알아?"
"알 게 뭐야."
"다른 사람들을 살펴."
왕자는 매우 유쾌한 듯이 말했다. 330

"옛날부터 존재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수하다는 뜻인가봐요. 스톤스도 그렇고, 기무라씨도 마찬가지죠. 살아남았으니 승자에요." 564


 
 
이사카 고타로의 신작. 그래스호퍼와 연결되는 작품이다. 중간에 스즈키, 고래(구지라), 세미(매미) 등이 직접 혹은 대화 속에서 등장한다. 내용 자체는 그래스호퍼를 읽지 않았어도 무방하다. 
그래스호퍼를 읽은지 좀 오래 되어서 가물가물 하지만 이쪽이 훨씬 빠르게, 재미읽게 읽힌다.  


엊그제 차를 타고 오다 우연히 들은 성시경 음악도시에서 영화 평론가로 추정되는 분이 어렸을 때 대부를 보면서 "엄마, 착한 사람은 언제 나와요?" 라고 물었다는데, 이 책도 비슷하다. 온갖 킬러들이 나와서 대결(?)을 한다. 객관적으로 봐서는 하나같이 다 '나쁜 놈들'이지만 바뀌는 시점을 따라 읽다보면 어느새 꼬마기관차 토마스와 친구들 매니아 레몬을, 아들의 복수를 하려는 기무라를, 불행의 여신과 결혼하기 일보 직전의 나나오를 응원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오우지(왕자)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응원불가.) 


이사카 고타로답게 긴장감있고 스피디한 전개 덕분에 읽는 내내 나도 신칸센 열차에 올라타 있는 마냥 (물론 실제로 타보지는 못했지만) 덜컹거리면서도 빠르게 달리는 느낌을 받았다. 달리는 와중에도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한결같은 메세지.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이사카고타로 특유의 메세지가 느껴진다.


살아남은 자가 승자. 결말은 그나마 '덜 나쁜' 자가 살아남았으니 직접 읽으면서 확인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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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