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여행자2013. 1. 21. 21:08

 

1월 10일 목요일

이동계획 없음.

부산 여행 .

 

 

 

첫날 밤은 4인 도미토리에 손님이 나 혼자라서 묘하게 쓸쓸하면서도 편해서 달콤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다만 히터가 건조하고 더워서 끄면 춥고 다시 켜면 건조하고 해서 1~2시간 간격으로 자다깨다 해서 일찍 기상.

 

동생님은 아직 컨디션이 안 좋단다. 근처 죽집을 수소문하여 포장해서 대령하고, 얼추 추슬러서 사장님이 알려주신 병원에 갔다. 이름하여 '코끼리내과' (부산 지역에선 유명한 병원이라고)

 

열은 나고 배는 아픈데 다른 증상은 없어서 의사선생님도 원인을 모르겠단다. 일단 증상에 대처할만한 약을 처방해줄 테니 먹고 그래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거든 원인 규명을 위해 검사를 받아야 한단다. 이제 겨우 여행 이틀째인데 이게 웬 날벼락이란 말인가.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동생만이라도 집으로 돌려보내는 상황까지 생각해야 했다.

 

그래도 전날 저녁에 먹은 소화제 덕분인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는 정도는 할 수 있다고 해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자갈치시장 친수구역에 들렀다. (친수구역이라니, 너무 행정용어 아닌가요.)

 

 

 

 

역시 부산하면 바다, 바다하면 부산이다.

시원하게 탁 트인 바다에 갈매기가 날아다닌다.

이왕이면 회도 한 점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쩌업….

 

 

 

 

동생이 히트텍 사겠다며 들어온 롯데백화점 광복점(오마이갓, 여행와서 백화점에 오게 될 줄이야.)에서 정작 히트텍 득템은 실패하고(색깔이…색깔이…풉.) 점심을 해결하고 나왔다.(부산와서 백화점 푸드코트라니! 그래도 백화점 푸드코트 죽집이 본죽보다 좋더라.)

 

 

 

 

동생 컨디션이 허락을 해주어 다음 행선지는 보수동 책방골목!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동선!)

가는 길에 BIFF거리에서 씨앗호떡 하나 사들고 냠냠. (나는야 야속한 누나라지요.)

원조집이나 승기네 호떡집은 줄이 너무 길어서 그냥 옆에 할머니 가게에서 사먹었다. 줄 없는 집에서 사먹어도 고소하고 맛나더라.

 

 

 

왠지 매력있는 책방골목.

 

 

 

보수동 책방골목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지만 나름의 멋이 있었다. 여행지에서 잠깐 들르는 것 보다는 근처에 있다면 시간 날 때 찾아가서 헌책 한 권 골라 차 마시면서 책 읽다 오면 딱 좋을 것 같은 곳이었다.

 

 

 

서점이름이 고(古) 서점입니다.

 

 

 

 

동생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보고 싶다고 해서 가격을 물어보니 허걱. 상태 최상의 중고 아니면 상태 안 좋은 새 책 같았는데 어느 쪽이라 한들 돈이 아깝겠다 싶어서 그냥 돌아서서 나왔다. (그 책은 결국 나중에 종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더 저렴하게 구매했다.)

 

원래 헌책방이라는 곳이 찾는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이상 사고 싶은 책이 막 눈에 쏙쏙 들어오는 곳은 아닌데 슬렁슬렁 구경하는 중에 문득 노무현 대통령 자서전이 눈에 들어왔다.

봉하마을 방문도 자서전 구매도 너무 늦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송구하지만 역시 '운명이다' 싶어서 바로 구매!

 

 

뿌듯한 마음으로 책방골목을 나와 국제시장도 훑어보고 외국과자 판매점에서 무려 짱구의 '초코비'도 샀다. 히히. (우리 동생님 배 다 나으면 드시겠단다.)

 

이게 바로 그 초.코.비.

 

 

 

 

앞으로의 여행을 위해 컨디션을 조절하려고 숙소로 돌아왔다. 워낙에 속성으로 돌아봐서 숙소로 되돌아온 시간이 2시 조금 전이다. 동생은 숙소에 던져두고(내 동생, 부산에서는 잠만 자다 가는구나.) 마침 같은 날 해운대에 도착했다는 친구를 만나볼까 하다가 일정이 맞질 않아서 불발. (센텀시티 영화의 전당에 톰크루즈가 온다는 날이었는데, 난 사람 많은 곳을 견딜 만큼 톰아저씨가 좋지는 않아서…)

 

'부산에서는 보수동 책방골목엘 가봐야지' 하는 정도의 계획만 짜고 온 터라. 어중간하게 남은 시간에 뭘 해야 할지 막막했다. 거실에서 폭풍검색을 하고 있다 보니 사장님들과 이런저런 얘기도 하게 되었다. 사장님이 내려주신 '하동녹차'를 따뜻하게 마시면서…(저는 보성에서 왔지만 하동녹차도 맛…있어요…)

 

고민끝에 다음 행선지는 태종대로 낙점.

 

숙소 앞 버스정류장에서 8번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면 태종대.

7살 먹었을 때쯤이었나. 친척집에 왔다가 태종대에 놀러 왔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나는데, 기억은 왜곡될 수 있다더니 내 기억과 실제 태종대는 굉장히 다른 모습이었다.

 

 

유람선 타라는 호객행위를 뿌리치고 다누비열차를 타러 걸어 올라갔다. 혼자 여행 잘 다니니 이정도 쯤이야 하고 씩씩하게 나섰는데 막상 가족끼리 온 사람들 연인과 온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다니려니 좀 쓸쓸하다. (나중에 게스트하우스 사장님 하시는 말씀이 '커플 많죠? 거기가 좀 그래요.' 라고… 미리 말씀해주셨으면 다른 데 갔잖아요. 꺼이꺼이.)

 

이게 그 다누비 열차. 이용요금은 1500원. 당일 표로 여러번 승차 가능.

 

 

다누비 열차를 타고 전망대까지 올라와보니 (참으로 진부한 표현이지만) 탁 트인 바다에 깎아지른 듯한 절벽, 멀리 보이는 거제도와 쓰시마섬 까지. 숙소에 두고 온 동생이 생각나는 풍경이었다.

 

 

자세히 보면 쓰시마섬도 보입니다. 클릭하면 커짐.

 

 

 

저게 내가 안 탄 그 유람선.

 

 

 

등대 올라가는 길에 주전자섬 한 장 더 찰칵.

 

 

 

다음 코스는 영도출신 후배가 추천한 등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니 힘은 좀 들었지만 힘이 들어도 괜찮을 만큼 절경이었다.

 

 

 

 

 

 

'타고 올라갔다가 내려올 땐 걸어 내려오세요'라는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의 말씀에 등대까지 올라왔으니 이제 돌아내려가면 금방이겠거니 하면서 걸어 올라갔는데 길이 제법 가팔라서 숨이 찼다. 그렇게 찾아간 태종사는 이름을 배반하는 스몰사이즈T_T. 아마도 등대까지 타고 올라가고 올라온 방향으로 다시 내려가라는 말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내가 그 태종사요.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서 어둑어둑해지고 날은 추워지고 생각보다 먼 길을 혼자 걸어 내려가려니 무섭기도 했지만, 노을만큼은 참 아름다웠다. 기회가 된다면 일몰시간에 맞춰서 와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둑어둑. 저 사람들마저 없었으면 나 정말 무서웠을 거야.

 

 

 

저녁시간 전에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부지런히 걸어서 하산! 다시 8번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도중에는 고등학교 때 짝사랑했던 오빠가 다녔던 해양대학교도 있고 까만 현수막이 가득한 한진중공업도 있었다. 8번 버스는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지는 버스노선이었다.

 

저녁에는 숙소 앞 용두산 공원에 올라가 야경을 보려고 했는데, 환자인 동생도 귀찮다 그러고 막상 숙소에 오니 나도 노곤노곤 흐물흐물해져서 쿨하게 PASS.

 

 

 

어제처럼 깨알같이 일기 쓰고 아까 득템한 노무현대통령 자서전 읽다가 편하게 자야지…

했는데 11시를 훌쩍 넘겨서 들어온 룸메이트들이 12시 반이 되도록 불을 끌 생각을 안 하질 않나, 불 끄고 이제 자나 싶었는데 아래 침대에서 와그작와그작 과자를 씹어먹질 않나 (아가씨…양치는 하고 주무셔야지…쓰읍…) 그러고 나니 또 옆방에서 떠들질 않나… 그래서 첫날과는 또 다른 이유로 잠을 설쳤다. (규칙이 엄하지 않은 게스트하우스의 부작용이랄까.)

 

 

게스트하우스 이용하는 게스트들, 다른 여행자를 위해서 도미토리에서는 빠른 소등과 따뜻한 배려 부탁해요. 그 시간에 꼭 과자를 먹어야 했다면 거실에서 먹어도 되잖아욧!T_T

 

 

 

Posted by 유선♪
초보여행자2013. 1. 21. 19:06

 

 

진영-사상 (무궁화호 #1954)

15:46-16:46

 

 

부산하면 돼지국밥 아니겠는가!

원래는 부전역에서 내려 지하철로 숙소까지 이동할 계획이었지만 사전에 검색해본 맛집을 찾아 사상역에서 내렸다.

 

그러고 보니 노무현 대통령님의 봉하마을에서 문재인 국회의원의 사상으로 이동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 너무 끼워 맞추나?)

 

사상역에 내려서 스탬프도 찍고 국밥집 가는 길에 안경(드디어!)도 새로 맞추고,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돼지국밥집에 갔는데 이게 웬일 먼저 먹던 동생 표정이 점점 안 좋아진다. 국밥킬러인 동생이 웬일인지 냄새 때문에 못 먹겠단다. 그 집이 기대에 한참 못 미치기는 했지만(잘못 찾아갔거나 주인이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거부할 정도는 아닌데…

 

 

 

대충 요기만 하고 나와서 남포동 숙소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는데 점점 동생 안색이 나빠지고 식은땀까지 흘린다. (알고보니 봉하마을에서 빨리 가자고 한 것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였단다. 어쩐지 평소 캐릭터에 맞지 않게 강력하게 주장하더라니...)

 

여행하다 동생이 갑자기 아플 것이라고는 생각도 안 했던지라 상당히 당황스럽다.(평소엔 그렇게 잘 먹고 잘 자는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숙소에 도착해서 동생은 쉬고 있으라 하고 근처 약국 위치를 물어 약국엘 다녀왔다.

 

약국 가는 길에 엉겁결에 BIFF 광장을 지났으나 눈에 들어올 리가 없지 T_T

다행히 근처에 약국골목이 있었고 저녁 6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대부분의 약국이 영업 중이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약국에서 어리바리하게 증상을 설명하고 약을 사다가 먹이고 쉬게 뒀다.

 

아픈 동생 덕분에(?) 숙소에 일찍 도착해서 약국 다녀오고 난리부르쓰를 하고, 잡다한 일을 다 처리하고 나서도 시간이 8시가 채 되지 않아 장문의 일기를 쓰고 슬슬 게스트하우스를 둘러보았다.

 

 

 

애플게스트하우스

2013.1.9 - 11 (2박3일)

여자 도미토리 4인실 1박 20000원, 믹스 도미토리 6인실 1박 18000원

내일로할인 -3000원, 조식 미포함

 

 

 

애플 게스트하우스 여자 도미토리.

 

 

 

애플게스트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 내일로 플러스와는 상관없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자체적으로 내일러들에게 1인당 1박에 3000원씩을 할인해준다.

 

기본 금액으로 예약을 한 후 체크인하면서 할인 금액을 돌려받는 시스템인데, 2 X 2 X 3000 = 12000원을 현금으로 돌려받으니 왠지 용돈 받는 기분이 들어 소소한 재미가 느껴졌다. 아무튼 조식이 제공되지는 않는 걸 감안하더라도 부산지역 다른 게스트하우스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거실에서 바로 보이는 부산타워. 밤이나 새벽엔 더 멋있다.

 

 

두 번째 장점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자갈치시장, 길만 건너면 BIFF광장, BIFF광장 지나면 국제시장, 보수동 책방골목으로 이어지는 지리적인 이점.

반짝반짝한 신 도심보다는 투박하고 다소 무질서해 보이는 구() 도심을 더 좋아하고, 역사 지식은 다소 미흡하나 역사적인 장소는 좋아하는 나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였다.

 

그 밖에도 엄청나게 친절한 사장님들(인지 아닌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왠지 동업하는 친구 스멜이 물씬 풍겼다.), 깔끔하고 산뜻한 인테리어 등등 좋은 점이 많은 곳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은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기 마련. 일단 애플게스트하우스는 상가건물 5층에 위치해있다. 주거용 건물이 아니라서 그런지 난방과 온수가 쾌적한수준은 아니었다. 히터 난방이어서 방이 많이 건조한 편이었고, 맘 먹고 샤워하자면 못할 바는 아니나 마음의 준비를 좀 해야 했다. (이 부분은 개인적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아침에 샤워한, 남자 사람인 동생은 씻을 만 한데?’라고 했으니 그 점 감안하시기를.)

 

 

그 외에 특이사항은 내가 가본 게스트하우스 중에서 외국인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었다.(사장님들의 유창한 외국어 실력이 원인이지 않나 나혼자 분석해 보았다.) 여자 도미토리에는 외국인 게스트가 없었는데, 믹스룸(=거의 남자 도미토리라고 봐도 무방)에는 5/6이 외국인이었다. 장기투숙자도 있는 것 같고. 딱히 대화할 기회가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고 해야 하나 안도했다고 해야 하나. 헤헤.  

 

 

아무튼 전반적으로 좋은 곳이다. 부산에 갈 일이 생기면 다시 애플로 갈 것 같다.

물론 겨울엔 좀 고민되겠지만.  

 

 

 

 

Posted by 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