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북2014. 2. 9. 15:10



수상한 그녀 (2014)

Miss Granny 
9.1
감독
황동혁
출연
심은경, 나문희, 박인환, 성동일, 이진욱
정보
코미디, 드라마 | 한국 | 124 분 | 2014-01-22


'엄마와 함께 볼만한 영화'를 고르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멜로 영화를 골랐다가 애정씬에 민망하기도 하고, 범죄물 좋아하는 내 취향대로 골랐다가 너무 잔인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그런데 이번에 우연히 보게 된 '수상한 그녀'는 단언컨대 엄마랑 함께 본 영화 중에 가장 적절하고 최고의 영화였다.

 

심은경은, 팬이라고 하기엔 좀 모자라지만, 아역시절부터 눈여겨 봤던 배우다. 이제껏 심은경이 맡은 배역 중에 가장 최고는 '나쁜 남자'에서 한가인 동생 '문원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수상한 그녀'는 그에 버금갈만 한 것 같다. 캐릭터의 매력 면에서는 '문원인'이 한 수 위지만 '수상한 그녀' 쪽은 비중이 커서 심은경의 싱그러운 귀여움을 영화 내내 볼 수 있으니까.

한 두 군데 성형은 기본이고, 심하게 다이어트 시켜서 비현실적으로 마른 연예인만 보다가 자연스러운 미인인데다 뽀얗고 (화면상으로는) 팔뚝이 살짝 통통한 심은경을 보니 '진짜'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무슨 향을 첨가해서 만든 과일맛 음료가 아니라 밭에서 갓 딴 싱싱한 토마토나 딸기 같은 느낌이랄까.(막냇동생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지 '김혜수 닮았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영화 중간에 한 줄 대사로 흘러갔지만 오말순 할머니는 전남 보성의 지주집 딸이었다고 해서 굉장히 반가웠다. 일제시대에 철도가 부설된 지역이니 보성에도 지주가 있긴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잠깐 해보고.

 

감독이 도가니 감독이라고 해서 한 번 더 놀랐는데, 힐링이 필요해서 코미디 영화를 찍었다는 말에 그럴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가니는 그럴만한 영화니까. 

 

굳이 따지려 들자면 스스로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할머니가 요양원에 보내야 할 만큼 가족에게 스트레스를 주었겠는가 하는 문제에서부터 요양원에 보내는 것=가족을 버리는 것으로 단순하게 이분화 시키는 시각, 코미디 영화 특유의 예상 가능한 전개와 좋은게 좋은거다 라는 결말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배우들의 호연 덕분에 그런 아쉬움은 접어둘 수 있는 정도.

 

특히 요즘 응답하라 연타 때문에 '드세고 짜증이 섞인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아버지 역할'로 굳어져버리는 듯 했던 성동일 아저씨의 정극연기를 보고 '역시 성동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병원씬은 정말... 옆자리에 엄마 안계셨으면 영화관에서 대성통곡하고 울 뻔했다.) 코믹 배우로 익숙한 배우가 코미디 영화에서는 오히려 정극 연기로 감동을 주었다는 점에서 감독이 참 배우를 영리하게 잘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말이 채 지나기 전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데, 이 영화를 계기로 심은경이 다음 작품, 그 다음 작품에도 계속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사진 출처, 수상한 그녀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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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