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2013. 1. 27. 20:57

 

내일로 여행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식사할 곳을 정하는 일이었다.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도 맛이 형편없지는 않으면 좋겠는데 마땅히 정보를 얻을 곳은 없고. 그래서 블로그 검색에 주로 의존했었다.

 

그러다 문득 보성에 여행 오는 사람들은 어디서 식사를 할까. 여행자들이 느끼는 보성의 맛은 무엇일까. 그런 것이 궁금해졌다.

 

 '보성 맛집'이라고 검색하면 주르르 나오는 맛집들, 물론 좋은 식당들이지만 그 중에 내가 진정한 맛집이라고 느끼는 집이 빠진 것 같아서 블로그 포스팅을 결심하게 되었다.

 

훌륭한 맛과 영양, 50년 이상 되는 오랜 역사, 주인장의 철학이 담긴 음식, 깔끔한 위생상태까지 모든 기준을 만족시키는 말도 안 되는 식당이 보성에도 존재한다.

 

 

 

 

 

 

일단 '양탕'이라는 음식 자체가 생소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누군가는 양고기라고 오해하기도 하던데 양탕은 염소고기를 넣어 끓인 전남 지방의 향토음식이다.

 

 

이서양탕

염소고기를 푹 삶은 국물에 된장, 다진 마늘ㆍ생강, 고춧가루를 섞은 쌀 간 물을 넣어 끓이다가 토란대나 머윗대를 넣고, 들깨를 갈아 거른 들깨물을 넣어 다시 끓여서 삶아 썬 염소고기를 넣은 국이다. 기호에 따라 들깻가루, 고춧가루, 소금, 후춧가루를 넣어 먹는다. 전남 지역에서는 흑염소 또는 염소로 끓인 국(탕)을 양탕이라고 부른다.

 

출처 전통향토음식 용어사전,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2010.7.5, 농촌진흥청

 

 

처음 온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날만큼 어렸을 때부터 엄마 아빠 손 잡고 드나들던 곳이고 타지 생활 중에도 가끔씩 생각이 나는 그런 곳이다. 색깔이 바래버린 간판, 모범음식점 표시, 국가유공자의 집 표시까지 언제와도 항상 그대로다. (52, 53번이었던 보성지역 국번이 853번이 된 것이 2000년 전후의 일이니 적어도 저 간판은 적어도 13년 이상 되었겠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80년대 혹은 90년대 초반 언제쯤에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식당 내부가 보인다. 오래된 것을 잘 손질하여 단정하게 보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집이다. 진정한 빈티지라고 할 수 있겠다.

 

 

 

 

 

 

메뉴는 양탕과 수육뿐이다. 주변에서 보신탕도 메뉴로 같이 내보는 게 어떻느냐고 권해도 혹시나 실수로 고기가 섞이면 안 된다고 절대 양탕만 고집하신단다.

 

 

 

 

 

 

간소한 한 상 차림. 김치 세 가지에 양파와 춘장. 반찬이 부실하다고 섣불리 실망하면 안 된다. 반찬 없이 양탕 한 그릇 만으로도 밥 한 공기가 게눈 감추듯 없어진다. 진한 국물에 밥 한 그릇 말아 뚝딱 하면 세상 부러울 것 없이 뱃속이 든든하다. (아, 쓰면서도 또 먹고 싶다.)

 

 

항상 느끼는 점이지만 참 단정하고 깔끔한 집이다. 계산하러 계산대 앞에 서면 주방 내부가 다 보이는데 참 한결같이 깔끔하게 정돈이 되어있다. 위생상태를 설명하자면 솥에 항상 뜨거운 물을 준비해놓고 그때그때 뜨거운 물로 소독을 하는 정도. 이 집보다 더 깔끔한 식당을 찾기는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여행지에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속을 든든하게 채워줄 음식을 찾고 있다면, 흔한 음식이 아닌 이곳이 아니면 맛보기 힘든 특별한 맛을 찾는다면 이 곳이 정답이다.

 

 

윙스푼 상세설명 보기

 

 

 

 

 

찾아가는 길 : 보성역에서 나오면 맞은 편에 보이는 농협까지가서 우회전, 농협과 서울미용실 사이에 보이는 골목으로 쭉- 들어오면 된다. 네이버 지도 거리재기 인증 도보 3분 거리.

(기차여행하는 내일러에게 이보다 더 좋은 맛집은 없으리라.)

 

 

Posted by 유선♪